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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수요미식회 돼지갈비 3대 맛집 - 마포 조박집

여전히 문전성시...


'문닫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집' 혹은

'돼지갈비 끝판왕'이라죠?


마포 원조 조박집


그야말로 문닫기 한시간 전에 갔음에도 기다리는 줄이 지워지지 않았더군요. 하지만 늦은 시간이라 오래 기다리진 않았어요.


마포 조박집


집이나 회사에서 오가기 다소 어중간한 입지라 자주 찾게 되는 곳이 아닙니다. 이번이 두번째 행차인데 작년 이맘때 고향 친구들과 처음 왔었죠.


오늘은 가족끼리 왔는데, 고기 킬러인 막내 놈을 동반했으니 어쩔수 없이 자꾸 지갑에 신경이 쓰이는군요. 흠....


마포 조박집


수요미식회 패널 일부는 조박집을 '돼지갈비의 끝판왕'이라며 설레발을 쳤더군요. 손꼽을 수 있는 돼지갈비집임엔 틀림없지만 개인적으로 '끝판왕'이란 표현은 좀 '오버'한 마케팅 수사에 가까워 보입니다. 돼지갈비의 맛과 퀄러티란 게 일정 수준이 충족되면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맛 스펙트럼이 다양하지 않을 음식이니까요.





마포는 애초 수많은 갈비집으로 집적효과를 누리던 곳이잖아요? 중에 마포 조박집이 세간의 입에 뜨겁게 오르내리게 된 배경은 오히려 돼지갈비에 추가된 다른 구색에 의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봐요.


시원한 동치미 국수, 그리고 잘익은 알타리 김치가 압권이며,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고객에 대한 배려 등 모든 면들이 잘 버무러지며 긴 세월동안 착실히 형성된 위상...


마포 조박집 알타리 무우김치


상추와 간을 약하게 쓴 파무침, 그리고 알타리 무우김치... 차림새도 알찹니다.


알타리 무우김치는 그야말로 '잇!' 아이템이에요. 어떻게 맛을 내는지 모를일이지만 시골 장독대에서 천천히 익은 깊은 맛이랄까? 


마포 조박집 동치미국수


돼지갈비보다 오히려 좋아했던 조박집의 동치미국수


전 내심 돼지갈비보다 이 동치미국수에 대한 기대 때문에 조박집을 찾게 되었달까요? 1인당 하나씩 기본으로 내는데 그 양이 작으면 동치미 국수 1인 분을 추가로 주문해도 오케이~

이 동치미 국물 한두 모금이면 돼지갈비의 달짝지근한 뒷맛을 싸악~ 상쾌하게 중화시켜요.


마포 조박집 동치미국수


소면 세 덩어리를 넣어 소박한 양푼에 낸 동치미국수인데요, 1000원 가격도 그렇지만 그 맛이 정말 탁월합니다.


소면은 따로 식혔다가 주문을 받으면 동치미에 넣어 내는데, 적당히 익은 국물과 무우의 맛, 그리고 식감이 정말 각별해요. 면식이들이 한번 맛보면 계속 찾게 될 그런 맛?


마포 조박집 돼지갈비


주로 살코기 위주의 조박집 돼지갈비

소고기도 등심이나 안심보다 비계가 약간 섞인 갈비 부위를 선호하는 제겐 '퍼펙트' 초이스가 아니지만 살코기만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아주 많더군요?


마포 조박집


돼지갈비 1인분 가격이 14,000원이니 다소 비싸 보이죠? 250g의 양을 감안하면 다른 곳과 큰 차이 없어 보입니다.


그나저나 아닌 척 포장하는 다른 곳과는 달리 조박집은 돼지갈비에 목살을 섞어 사용한다고 아예 공언을 했군요. 차라리 이런 식에 더 신뢰가 가는데, 주인장의 마인드가 만만치 않지요?!





양념은 여느 돼지갈비집과는 달리 달지 않아 적당하고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맛입니다.

배연관이 테이블 위에 주렁주렁 달리면 좀 불편하잖아요? 조박집에선 지렁이처럼 달린 배연관을 볼 수 없는데 아마도 연기를 아래쪽을 빼나 보죠? 여하튼 연기가 거의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아 비교적 쾌적합니다.


마포 조박집 된장찌개


된장찌개라기 보다는 진하게 끊인 시레기 된장국에 가깝습니다. 왜 이런식으로 내는진 모르겠는데, 아마도 찌개 형식으로 내면 고기보다 밥을 더 많이 주문할 가능성 때문일까요?


새하얀 쌀밥도 미각을 자극하는데 위 알타리 무우김치와 찰떡 궁합이네요.


마포 조박집


조박집은 아마도 비교적 최근에 인테리어를 다시 한 듯 보이는데, 여느 노포들과는 달리 서비스는 꽤 체계적이군요. 직원들도 넉넉하게 manning 했으며 친절하고 그리고 신속하며 오갑니다.


하드웨어도 그래요. 바깥에 대기 리스트를 둔 것도 그렇고, 작지만 대기실도 따로 배려했습니다. 도심 요지의 레스토랑에서야 흔하게 보는 것들이지만 강북의 오래되어 유명한 곳들은 허술한 서비스를 되려 떳떳해 할 정도이니까요. 위 테이블의 칸막이도 눈에 띄지요?


마포 조박집


마포 원조 조박집, 1979년 개업했다니 이제 약 40년 된 노포입니다. 수많은 식당들이 하루가 다르게 섰다가 이내 사라져가는 황망한 세상에 40년을 넘게 견뎌 왔다면 뭔가 달라도 다른 것이죠. 제겐 그게 아마도 주인장, 즉 오너의 철학에 주로 기인하는 게 아닐까 싶더군요.





조그만 동네 식당을 두고 오너의 철학을 언급하니 너무 거창해 보이나요? 그 철학이란 사이즈를 가리는 게 아닌 듯 해요. 엄청난 규모의 레스토랑이나 호텔이 오너의 삐뚤어진 사업관으로 인해 시장에서 속절없이 외면당하는 예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원조조박집 별관


문전성시를 이루거나, 혹은 번듯한 외관에도 파리를 날리게 되는 이유를 찾아 내려가면 결국 근저엔 오너의 철학,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거나 혹은 배척하는 구성원들을 발견하게 되겠죠.


저임에, 법정 처우조차 보장받지 못한 직원들은 오너의 사업에 대한 애정을 결코 지지할 수 없을 뿐더러 고객을 대하는 얼굴에 여과없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것을 돈내며 견딜 고객은 없어요.


마포조박집 주차는 노변 공용주차장 가능하며, 주말엔 무료이지만 주차 쉽지 않으니 넉넉히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