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저출산 시대의 산물이건, '맘충'이란 자극적 표현이 대변하는 무개념 부모의 탓이건 혹은 프라이버시가 한층 중요해진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이건, 어쨌든 호텔은 매우 곤란하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투숙하면 이내 다른 고객으로부터 컴플레인이 쏟아진다. 호텔리어가 한껏 친절한 목소리로 무장한 채 자제를 당부하지만 패밀리로부터도 불평을 듣기는 매한가지이다. 아이 그리고 아이 가진 부모에 대한 차별이며 인종차별이나 진배없는 불공정한 행위라나?
이미지: 아시아경제
호텔에서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건 당연히 아니다. 레스토랑, 비행기, 대중교통 등 사람이 모여 얼마 간의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는 공간에서는 흔하게 일어나는 분쟁이다. 일부 레스토랑이 고심 끝에 내 건 노키즈존 No Kids Zone은 이미 핫하게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결국 인권위는 최근 노키즈 레스토랑에 대한 시정 권고를 내렸다. 그런 걸 따지기 위한 글이 아니니 일단 패쓰하고...
옳고 그름을 논하기 쉽지도 않은 매우 '인간적'인 이슈인 탓에 세계 도처에서, 지역과 문화를 가리지 않고 갈등은 생긴다. 노키즈 레스토랑 역시 서양이나 일본 등 외국에선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다. 다소 비싼 가격의 child free flight에 대한 논의도 있는 모양이다.
성인만 투숙 가능한 부띠크호텔 까사쿡호텔 Casa Cook Hotel, Rhodes
국내 호텔의 접근법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 정도로 과감하진 않다. VIP 라운지 등에는 통제가 쉽지 않은 연령대 아이들의 출입을 막는 게 일반적이며 성인 전용 풀장을 설치하는 곳도 늘고 있는 등 다소 제한적으로 노키즈존을 적용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노키즈 호텔, 즉 Kids Free 혹은 Adult Only 호텔이 생기기 시작했다.
둘 중에 골라. 쫄리면 뒈지시던지.....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좋아! 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거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 건다. 쫄리면 뒈지시던지..."
왜 뜬금없이 영화 '타짜'가 생각났는지 모를 일이지만,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쪽으로부터 정반대의 불평이 쏟아진다. 노키즈존을 선언한 유명 레스토랑에 대한 부모들의 불매운동이 과격하게 전개되는가 하면 이를 지지하는 이들의 방문이 줄을 잇기도 한다.
어쨋거나 양방의 주장 모두를 수용할 수 없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은 꽤나 난처하다. 하지만 모두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은 존재할 수 없다.
쫄리더라도 뒈지지 않기 위해 택일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점점 세를 불려가고 있는 '노키즈 No kids'가 해답인걸까?
안타깝지만 양상은 좀 복잡하다. 국내 호텔산업의 밥그릇은 그다지 풍족하지도 않으니 '노키즈'로 잘못 줄을 댓다가는 그야말로 한순간에 '손모가지'가 잘릴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 '패밀리'들이 여행, 관광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무게감을 키우고 있다. 가족단위 여행의 잠재력이 재확인되고 있으며, 이들이 호텔 영업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이미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한 여름에는 이들이 서울 주요 호텔의 수영장을 가득 메운다. 명절 기간 동안에는 외국인 그리고 비즈니스 출장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호텔을 대신 채운다. 서울 시내의 중급 호텔들에는 사시사철, 내/외국인 불문, 이들 패밀리 여행객들이 드나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나름 선진적이라는 외국의 호텔들이 모색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없다! 모 아니면 도. 프랜들리 아니면 프리, '쫄리면 뒈지시던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이슈이며 의견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번듯하진 않아도 쓸 수 있는 대안 비스무리한 게 없을 리 없다.
분리한다!
키즈 프렌들리 플로어 Kids Friendly Floor 층을 분리해 키즈 프렌들리 플로어를 만든다. 몇몇 호텔이 선보였던 우먼프랜들리 Woman Friendly (혹은 레이디 프랜들리 Lady Friendly)나 펫프랜들리 Pet Friendly 처럼 층을 나눈다. 개를 위해 층을 나누는 마당인데 시끄러운 아이들이라고 불가능할 건 아니다. 빌라 타입의 리조트 호텔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키즈 프랜들리 Kids Friendly와 키즈 프리 Kids Free 구획을 따로 나눌 수 있을 듯 보이고, 아마도 특정 시기에 소규모로 이런 방법을 적용하는 경우는 적지 않을 듯 싶다.
키즈 프랜들리 플로어 Kids Friendly Floor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키즈룸도 만들어 (이미 있는 걸 옮겨도 좋다) 장남감도 들이고, 그리고 인테리어 역시 아이들 취향의 만화 캐릭터 등으로...
구획이나 시간으로 분리 문제는 레스토랑인데, 역시 구획을 나눠 분리해 수용하거나, 아이들 (혹은 성인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별도로 정할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분야는 달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아이들 방문이 많은 외국 뮤지엄의 경우 성인 관람객만을 위해 야간 개방을 한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는 다른 고객을, 그리고 아이 없는 성인들 역시 아이 가진 부모에 대한 배려를. 아울러 이들 모두의 이해를 고려한 호텔의 하드웨어적인 배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다른 배경의 인간과 어울리고, 그리고 갈등하는 과정에서 배우며 성장한다. 배려는 자신이 속한 사회적 울타리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이다. 다른 이들을 돕거나 돌보는 것, 그것이 식당에서 뛰어놀며 잡음을 만들낸 그 키즈 Kids들과 당신의 차이를 만드는 본질이며 '성인'을 완성시키는 자격이다.
누가 질문한다.
그람 어른이 애들처럼 시끄럽게 굴면 어떠케????
웃기지만 아마 적지 않을걸? 노키즈 논란도 따지고보면 부모가 초래하는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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