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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하루 여행

창덕궁 후원 (비원), 임금이 되어 가을을 걷는다/서울 당일 여행코스


임금의 산책지

조선 왕실의 정원


훼손 등을 이유로 지금도 출입을 제한하니 그 이름은 금원 禁苑

궁궐의 뒷편에 만들어진 정원 후원 後苑, 그리고 구한말 이후 관리 관청의 이름이었던 비원秘苑이라고도 최근까지 불리웠습니다.


너무 빨리 온 것인가?

맘 속에 완연히 정착한 가을은 이곳 궁궐 깊은 곳까진 당도하지 못했더군요.

기대했던 후원의 단풍엔 때깔이 아직 제대로 익지 않았습니다.



창덕궁 후원은 예약을 해야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하루 10여 회차 열리는데 인터넷 예약은 순식간에 마감되고 말더군요. 하루 휴가를 내고, 현장 판매분을 기대하며 아침 일찍 나섭니다.


역시나 줄이 만만치 않았는데 운 좋게 외국인 할당 분을 끊어 자유관람 식으로 구경할 참입니다. 외국인이 얼마나, 어떻게 구경하나 궁금하기도 했었어요.



창덕궁 후원을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고궁 여행과는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원한다고 항상 볼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요.



오늘은 소개 삼아, 이미지 위주로 간단히 둘러볼 참입니다.



궐내각사 건너 인정전이 얼핏 보입니다. 저 높고 푸른 하늘엔 이미 가을이 깊었군요.



평일인데 관람객은 꽤 많습니다. 그들 중 반 가까이는 외국인이에요. 2, 3년 전에 비해 훨씬 많아진 듯..

전 사람만 대강 구경하고 스쳐 지납니다.



후원을 구경하려면 창덕궁을 통해야 합니다. 그러니 입장권은 창덕궁과 후원 2장을 모두 구입해야 해요.

2017년 가을여행주간이라며 내국인 고궁 관람료는 50% 할인하더군요. 하지만 후원은 제외~



귀요미 병아리들도 고궁 소풍을 나왔군요.



후원은 임금의 산책지, 조선 왕실의 정원이었어요. 태종의 창덕궁 창건 당시 조성되어 확장되다가 임진왜란때 대부분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광해군때 재건되었으며 인조, 숙종, 정조 등 여러 왕들이 개수하고 증축하였다고 해요.



후원으로 들어가는 길목.

어이쿠,,, 요녀석들도 재미있습니다. 치마 저고리 등 갖가지 옛날 복식을 걸쳤는데 모두 남자 아이들이네요?ㅋ

불편하게 느낄 분도 없지 않겠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전통이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끊임없이 호흡합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분들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 사진을 찍고 찍어주고... 

우리나라 고궁의 모습을 담아가기에 여념이 없군요. 이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알리려면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해요.



옛날 궁궐 모습을 그렸던 동궐도에다 여정을 표시해 두었군요. 여튼 요렇게 돌아볼 참입니다.

지인 말씀에 따르면 바로 옆 창경궁 단풍도 아름답는데 폐쇄성 등으로 후원은 매우 각별합니다.



입구를 지나 얕은 언덕을 잠시 걸으면 탁 트인 모습의 너른 광장이 마침내 열립니다.



부용지와 주합루



연못에 피어난 한송이 연꽃, 부용정 (좌측)

부용지에서는 숙종 임금이 배를 타고 낚시를 즐겨다고도 합니다만 규장각에서 공부하는 관리들은 어쩌라고....ㅠ



왕실 직속 도서관 (내)규장각인 주합루 그리고 이를 오르는 문이 어수문[각주:1]

그리고 한복을 입은 외국인 처자들



나무와 길과 고즈넉학 고궁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단풍은 아직 내리지 않았습니다.



불로문을 지나면 늙지 않는다는군요. 전 다른 출입구를 두고 이곳을 계속 들락거렸습니다.



그리고 애련정[각주:2]



가을 속에 파묻힌 관람지 권역의 승재정

가을 하늘을 인 채 아름답게 고고하네요.



존덕정 등 정자 몇 곳엔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책을 뒀군요.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이란 이벤트였는데 독서의 계절, 가을이 너무 익으면 철시합니다.


가을이 다가기 전에 임금의 산책지에서 책을 읽은 것도 운치작렬?! 

아름다운 경치 덕에 글이 머리에 들어올 리 없지만....

 


소로를 다시 올랐다 후원의 가장 안쪽 옥류천으로 향합니다.



옥류천 초입, 취한정

번화한 서울 한복판에 이런 깊은 숲이 있다는 건 참말로 감사할 일이네요.



옥류천 그리고 바위를 깍아 만들었다는 소요암





폭포도 만들고 물길도 깍아 술잔을 띄웠으며 유상곡수연을 벌이기도 했다더군요. 인조가 새긴 소요암의 글귀와 권력의 술잔치 흔적을 보면서 마음은 불편해 집니다. 민의를 배반한 부도덕한 권력은 허약해지기 마련이지만 결국 백성들에게 희생을 강요합니다. 그 희생이 때로는 경제적인 부담에 그칠 때도 있었지만, 귀한 생명일 때도 허다했지요.

 

이들 문화유산은 단순히 박제된 장식물이 아닙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 지금이라고 수백년 전의 과거와 다를 바 하나 없어요.



 관람객은 모두 외국인입니다. 이들이 해설사를 졸졸 따라 다니는 걸 보면 해설사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죠. 젊은 총각인데 유창한 영어로 후원 이곳 저곳을 아주 흥미롭게 설명하고 계시더군요.



청의정

궁궐안에 유일하게 남은 초가 지붕 정자라고 하네요?

손바닥만한 논에 모를 내고 추수를 하는 등 백성을 생각하며 임금이 몸소 농사를 짓기도 했다더군요.



농산정

임금이 잠시 잠시 머물고 갔던 곳이라 했습니다. 농산정에도 책을 뒀는데, 이곳에서 책을 읽다 잠들면 '일장추몽'?



임금이 되어 가을을 즐기다 꿈을 깨고 번잡하고 다난한 백성의 일상으로 귀환합니다.

고궁 나들이는 언제나 맘 푸근합니다. 땅으로 우수수 내려 앉고 있는 가을을 임금이 되어 만끽해 보시길^^



  1. 어수문: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격언과 같이 통치자는 항상 백성을 생각하라는 교훈이 담긴 문으로 정조의 민본철학이 담겨 있다고 해요. [본문으로]
  2. 숙종은 '내 연꽃을 사랑함은 더러운 곳에 처하여도 맑고 깨끗하여 은연히 군자의 덕을 지녔기 때문이다'라고 새 정자의 이름을 지은 까닭을 밝혔다고 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