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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더팀버하우스 바이닐 뮤직, 럭셔리호텔이 선사하는 아날로그 감성 [파크하얏트 서울 더팀버하우스]

어? 잘못 내려왔나?

여기 맞는데?



LP 장식들로 보건데 이곳이 아닐리 없는데?

넓지 않은 곳임에도 한참을 두리번거렸죠 하지만 한 쪽은 나무벽, 반대쪽은 엘리베이터 뿐입니다. 입구를 다른 쪽에 다시 냈나?


되돌아 나가려는데 갑자기 벽이 열리는거에요. 깜놀했습니다.ㅋ



출입구를 교묘히 숨겼어요.

디자인이 의도한 바가 그것이라면 일단 성공한겁니다. 전 좀 황망했어요. 이토록 멍청하진 않았는데 요즘엔 인지력까지 좀....ㅋ


잘 아시겠지만 입구를 감추는 경향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흥미를 유발시키는 마케팅 요소로도 작용할테고, 일상과의 단절감을 의도했을 수도 있어요.



마치 '호텔 캘리포니아'의 그 은밀한 파티 feast가 열리는 마스터의 방.

삭막한 바깥 세상과의 연결을 강고히 끊어, '언제나 체크아웃할 수 있지만 절대 떠날 수 없는' 안식이나 쾌락을 탐닉하는 곳.


더팀버하우스 파크하얏트 서울


feast가 열리는 그곳으로 통하는 위태로운 외길.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를 수감한 채,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천국 혹은 지옥?


혹은, 금주시대, 꼭꼭 숨겨둔 밀주 창고로 통하는 비밀 통로인 듯 했죠.

비슷한 유형은 아니지만 아난티팬트하우스 서울의 젠틀맨즈클럽이 이런 식의 컨셉을 전반적으로 채용했는데 그 디자인 역시 무척 매력적입니다. 찰스 H나 젠틀맨즈클럽을 스피크이지 바 speak easy bar라 일컫던데 더팀버하우스를 그 범주에 포함시켜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군요.


더팀버하우스 파크하얏트 서울


이 벽돌담 역시 한국적 전통이 모티브로 쓰인 것일까요?

이렇게 불규칙한 패턴으로 쌓은 형식을 자주 보지 못했습니다만 파크하얏트가 일반적으로 지향하는 디자인컨셉의 틀에서 탈피하지 않았다면 저건 분명히 한국적인 뭔가를 담고 있는 겁니다.




파크하얏트 Park Hyatt

더팀버하우스 The Timber House


마침내 더팀버하우스임를 알리는 표식이 나오고, 불안했던 마음이 비로소 안도감으로 바뀝니다.

내부는 비교적 익숙하군요? 하지만 스윗스팟인 중앙 바카운터와 스테이지에 큰 변화를 줬습니다.


더팀버하우스 파크하얏트 서울


이런 형식이 슈퍼포테이토의 디자인 경향인지 아니면 오너의 취향인지, 혹은 레노베이션 버짓에 관련된 이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파크하얏트 서울이 하드웨어 리뉴얼에 접근하는 방법은 꽤나 유니크해요.

옛날 것이라도 중요한 포인트는 그대로 살린 채 생기를 다시 불어 넣습니다. 깡그리 바꾸며 완전한 변화를 모색하지 않아요. 여름 경 개보수했던 더라운지의 레노베이션 경향 역시 그런 듯 보이더군요.


관련글:

럭셔리 호텔 레스토랑이 보이는 경향 - 파크하얏트 서울 더라운지 [링크]

더팀버하우스 파크하얏트 서울


개인적으로 이런 접근법에 동의합니다.

기천억을 투자해 전관을 레노베이션하거나 수십억 쏟아 부으며 레스토랑을 통채로 바꾸는 방식의 레노베이션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봐요.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따질 때,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컨텐츠나 스토리 등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의해 잠식되고 있는 요즘이니까요. 컨셉 자체를 완전히 바꾸며 새로운 고객을 타깃할 작정이거나 굳이 돈질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옛날의 그 헤비한 레노베이션 경향을 답습할 필요가 있을까요?



더팀버하우스 파크하얏트 서울


중앙의 바카운터

아크릴로 눈부신 조명을 둘렀던 디자인은 철회했고, 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배치되지 않는 원숙한 우든 스타일로 바뀌었군요? 입구부 유리컵으로 쌓은 판넬이 매력적입니다.


이미지: 호텔아비아


이곳엔 원래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던 스테이지가 있었죠?

그걸 없앴고 그 기능을 바이닐이 대신합니다. 축음기 음반을 바이닐 vinyl (우리말로는 비닐)이라고 부르는지는 몰랐네요. 우리에게 익숙한 LP (long playing micro-groove record의 약칭이라고...)를 의미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바이닐 뮤직 바 Vinyl Music Bar 컨셉을 호텔로 들여온 건 더팀버하우스가 처음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고상한 아날로그 감성을 희구하는, 부유한 3, 40대를 타깃하겠다는 의미이겠죠? 파크하얏트 F&B 마킷의 성격이 그러합니다.


더팀버하우스 파크하얏트 서울


이 바이닐 뮤직이 이번 레노베이션의 핵심입니다.

투자 금액을 여쭙진 못했는데 아마도 그 대부분은 2000여 장의 LP와, 고가의 어쿠스틱 솔리드 우드 턴테이블 및 매킨토시 앰프 등 사운드시스템에 투입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고객들이 즉석에서 원하는 노래를 신청할 수 있어요. 토요일 일부엔 자신의 LP를 가져와 들을 수도 있다는군요? 이걸 BYOB가 아니라 BYOR (Bring your own Record)라 이름했습니다.ㅋ 재밌네요. 사운드는 LP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일행 다른 분들께서는 다들 8090 노래를 신청해 들었습니다만

전 이걸 듣고 싶었어요. 하지만 혹여 이 feast로부터 헤어나지 못할까 신청하진 못했고, 아쉬운 마음에 오늘 이 지면에서...


늙은 몽돌의 신청곡

이글스 unplugged 호텔 캘리포니아 Hotel California




다음 포스트에서 이어 갑니다.

더팀버하우스 - 서울 일식 다이닝 앤 바 [링크]


그리고, 쌩유~

사는게 항상 즐겁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더러는 좌절도 겪고, 실의에 빠지기도 하고.. 하지만 내리막을 타면 바닥은 가까워지기 마련입니다.

힘들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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