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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연남동 향미 솔직 후기


연남동 맛집거리


서촌과 함께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Hot Place!


가깝지만 거의 와보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데, 오는 길목 연희동에도 관록있는 맛집들이 즐비하니까요. 




연남동 향미



좁은 2차선 도로의 양쪽엔 십중팔구 음식점들입니다.

노변의 건물들은 하나 같이 낮고 칙칙해 보이지만 내부는 번듯하게 다시 꾸몄군요. 

주차할 만한 공간을 따로 배려할 정도로 여유로운 곳은 아니고요, 토요일이라 갓길 주차가 가능했지만 빈 곳을 찾기가 쉽지 않군요.








연남동 향미


꽤 이름난 곳이더군요. 저도 이미 들은 바 있습니다. 

잊을만 하면 찾는 허접 단골, 명동 향미

그 곳과 인척관계에 있는 곳이라고도 하더군요.

관련글: 호텔리어와 미생, 그리고 명동맛집 향미



사실은 지난번 다녀왔던 오향만두를 다시 갈 심산이었습니다.

하지만 막내놈이 반대하네요?!

그곳 만두는 좋지만 짜장면이 없다고...

관련글: [연희동맛집] 오향만두/만두가 주력, 짜장면은 없다


간단히 진로를 수정했습니다.



연남동 향미



적잖은 기대를 품고 들렀습니다만 나오는 구색은 전혀 닮지 않았고

분위기도, 맛도 차원을 달리합니다.

개인적으로 이곳이 유명세를 탄 이유가 궁금해질 정도이군요.



연남동 향미



내부는 넓지 않습니다.

홀에 테이블이 예닐곱개 있고요, 안쪽 한켠엔 테이블 몇 개를 둔 조그마한 방이 붙어 있군요.





가격은 꽤 비싼 편인데 연남동 권리금을 벌써 반영하나요?


주문을 해야 하는데 주인 분을 부르기도 부담스러울 정도이군요. 

근래 겪은 적이 없는 서비스, 마치 손님을 귀찮아 하는 듯한 반응입니다.


20년 호텔리어 생활, 훌륭한 서비스에 대해선 귀가 닳도록 듣고 봐 왔습니다. 

하지만 동네 식당에 적용할 눈높이는 당연히 따로 가지고 삽니다. 어쩌면 가식적인 호텔의 서비스 보다야 투박한 동네 식당이 훨씬 편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곳은 이미 범위 밖입니다.





내색하지 않고 흔히 먹는 것들로만 주문합니다.


맨 먼저 나온 군만두

만두피가 아주 두꺼운 편인데 파삭하지 않고 눅눅하군요. 

부정적인 평을 인터넷에서 몇 봤습니다만 설마 했고, '최악의 경우에도 평타는 치겠지' 생각했지요.





냉동했다 다시 튀긴 듯, 속은 말랐고요.





기름이 남습니다.


이 곳 향미의 주력은 일단 군만두는 아닌 듯 하군요.

연희동 오향만두의 군만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인데, 구색을 갖추기 위한 자투리 메뉴라도 이런 식이면 꽤 소홀한겁니다.



연남동 향미 소룡포



소룡포를 추가로 시켰습니다.

새우 소룡포를 시키고 싶었습니다만 재료가 떨어졌다더군요. 

늦게 왔으니 맛볼 자격이 없다는 듯 메몰차게 말합니다.





군만두 보다 훨씬 낫습니다.

하지만 풍미나 육즙, 식감이 오향만두에 견줄 바는 아니군요.








화상이니 아무래도 요리에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아이들도 다른 곳에서 즐겨 먹던 꿔바육을 주문해 봅니다.



연남동 향미 꿔바육



냄새는 없지만 다소 퍽퍽하군요.

평소 다른 곳에서 먹던 것과 많이 다른데, 원래 중국의 것이 이런 맛인가요?

함께 나온 양상추 조차 성의 없어 보이는군요.

제게 미운털이 꽉 박히긴 한 모양입니다. 곱게 보이는게 없네요.ㅎ





삼선짜장면.,,

오징어와 새우가 넉넉히 들었습니다만 삼선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군요. 7천원 값어치를 하기엔 다소 부족하고요, 보통 짜장면, 짬봉은 메뉴판에 없습니다.



연남동 향미 우육탕면



인터넷에서 봤던 우육탕면..

훌륭합니다. 이전 메뉴들로 부터 한껏 느꼇던 실망감을 그나마 위안하는군요.



연남동 향미 우육탕면



육수가 꽤 독특한데 향신료의 향취가 나쁘지 않고요, 꽤 깔끔합니다.





머무는 내내 연남동 향미가 유명해 진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혹, 우리가 주문한 평범한 음식들이 아닌, 메뉴판을 가득 채운 그 화상의 값 비싸고 이름 모를 대만 본토의 요리들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옛날 초창기에 쌓아 올린 명성의 후광 덕일까요?



항상 긴장하지 않고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지면,

직장이나 자영업 가릴 것 없이

수십년간 공들여 쌓아온 그 명성이 무너져 내리는 건 한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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