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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외벌이 가족의 먹방/[홍제동맛집] 수상한 빈대떡

 

사정이 갑자기 각박해졌으니 부러 이런 시장통 빈대떡 집을 찾은 건 아닙니다



지금은 강남으로 이사 가셨지만 얼마 전까지 가까이 사시던 최고위급 호텔리어의 단골집이었더랬지요


그 분이나 저나 깡촌 출신이라 이런 부담없는 곳이 마냥 좋습니다


호텔에 오랜동안 근무했지만 아직도 그 화려한 외양이 어색하기만 하니 어릴 적 몸에 밴 습성이란 게 참 강고하기도 하지요?!




홍제동 맛집 수상한 빈대떡



옆지기께서는 다니던 회사를 서너 달 전 그만 뒀더랬습니다 다른 일을 할 계획이긴 합니다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고요,,, 

일단은 그동안 방치하다시피 했던 아이들 교육에 온 신경을 쏟고 있더군요 청소랑 집 정리도 간간히 하는 모양입니다만 하는 양이 그다지 내키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 몸을 부리진 않고요... 

이제 전 가정 경제를 홀로 짊어진 귀한 신분이 되었으니까요. .... 


 

홍제동 맛집 수상한 빈대떡



맞벌이 할 때는 잘 몰랐겠지요. 아이들 학원비가 그렇게 큰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입이 반으로 줄다 보니 심리적으로 꽤 쫓기는 모양이더군요. 제가 밖에서 쓰는 돈이라 해 봐야 기껏 직원들과 막걸리 마시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만 최근엔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가 많이 늘었더군요

 

외벌이로는 아이들 둘 학원비 대긴 턱없이 부족하고요, 그동안 조금이나마 저축해 둔 비상금을 야금 야금 까먹어야 할 형편이더군요

 

 

홍제동 맛집 수상한 빈대떡, 주종은 막걸리입니다.



저야 월급 받아 근근히 사는 전형적인 중산층 직딩입니다만, 사정이 저 보다 못한 그 많은 가정들이 이 각박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 나는지 상상할 수도 없는, 나름 편안한 처지인 셈이지요

 

살면서 자칫 하게 되는 작은 실수조차도 사회는 결코 용납하지 않더군요비빌 언덕 하나 없이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험악한 세상, 개천에서 용 나던, 희망이 남아있던 그 시절도 다 지났으니 가난은 하릴없이 대물림되겠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안타깝지만 노력만으로 되는 세상이 이미 아닌 듯합니다... 



홍제동 수상한 빈대떡 메뉴, 참말로 소박한 것들이지요?!

가격도 그렇고 메뉴판도 그렇고...



오늘은 가족 먹방

 

의기양양, 가족 모두를 대동하고 동네 시장으로 나왔습니다옆지기 그리고 아이들이랑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 하고 싶을 땐 종종 이렇게 나옵니다

 

아이들이야 이런 초라한 곳을 좋아할 리 없지요제가 일방적으로 좋아 하는 곳입니다

시험도 얼마 전 끝났으니 그동안 힘들기도 했고요, 입 밖으로 내진 않았습니다만 부족했던 것들을 같이 짚어 보고 다시 심기일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집에서 얘기해도 되지만 그래도 이런 곳이면 분위기가 다소 이완되고요, 아이들도 큰 거부감 없이 마음 속의 이야기를 꺼집어 내는 듯 하더군요. 

 

 

홍제동 수상한 빈대떡 주인장이신데 참 인자하십니다.



처음엔 잘 몰랐습니다만 아이들을 다그쳐서 될 일이 아니더군요


항상 느끼지만 아이들의 일상을 보노라면 정말 불쌍합니다. 새롭기만 한 세상을 한껏 경험하며 건강한 상상을 키우고, 엄마 아빠와 친구들의 사랑을 만끽하며 자라야 할 시기에,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학교와 학원 셔틀이라니.... 

더군다나 초등생 시절부터 이 험로를 타야 한다는 게 얼마나 황당합니까..





그러니 이런 웃픈 세상을 만든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제가, 아이들을 위안치 못할 망정 기름을 끼얹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렇다고 항상 너그럽진 않습니다. 그럴만한 깜냥도 못되고.... 

 

어쨋거나, 가능하면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모자란 부분을 채워 주고, 그리고 달래고... 

이게 저와 옆기지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홍제동 맛집 수상한 빈대떡홍제역에서 유진상가 가기 전 인왕시장 입구입니다.



수상한 빈대떡

 

홍제동의 인왕시장 어귀에 있는 전집입니다.

 

퇴근길 버스에서 바로 내려 들렀는데 아이들은 아직 도착 전이군요

옆지기는 술을 않으니 막걸리 한 병이면 족합니다. 축복 받은 체질이라 술을 즐기긴 합니다만 많이 먹진 못하걸랑요. 취하면 얼른 가서 자야 합니다....



홍제동 수상한 빈대떡



상차림도 단촐하지요?! 시원한 콩나물 국과 열무김치가 전부...

하지만 각양각색, 전국의 유명 막걸리를 냅니다

전집이니 부추전이나 육전, 동그랑땡 등이 당연히 주력이지만 닭볶음도 좋고 돼지두루치기도 먹을 만 하더군요


 

홍제동 맛집 수상한 빈대떡회사 주변과는 달리 아주 푸짐해요.



큰 아이는 집에서 자다가 나왔다는데 아직 비몽사몽이군요

전집에선 내내 시무룩하더니 아이스크림 하나로 맘이 금새 가벼워졌습니다.



홍제동 맛집 수상한 빈대떡, 부추전



모듬전은 양이 너무 과하고요, 6천원 짜리 부추전을 시켜 나눠 먹지만 이마저도 남습니다. 아이들은 그다지 좋아 하지 않거든요

 인심 좋은 주인장 어르신께서 아이들 먹으라고 동그랑땡이랑 덤으로 덥석덥석 집어 주십니다.

 

 

홍제동 맛집 수상한 빈대떡,두루치기



돼지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간 돼지김치두루치기... 

김치도 적당히 잘 익었고요, 밥을 시켜 같이 먹습니다. 제겐 좀 달아서 그렇지 않게 달라고 항상 말씀드리지만 양념은 이미 되어 있다네요?!



애초에 이런 글을 쓸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시간도 없고 글감도 여의치 않아 간단히 사진 몇 장만 올릴 요량이었더랬지요하지만 얘기치 않았던 넋두리만 잔뜩 쏟아내었군요.....

 

 

난폭한 세상이긴 하지만 항상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설령 아이들의 공부가 성에 차지 않더라도 행복한 삶을 위해 꾸준히 고민하고 같이 이야기해요

노력 만으로 되는 세상이 아니라지만, 성적 순에 의해 행복이 매겨지는 세상 역시 아닙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여기서 포기할 순 없는 일이니까요



오늘도 역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