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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한옥호텔 경원재 경영 속사정, 그리고 아직 익지 않은 송도국제도시 호텔 시장


오늘은 오랜만에 단편 소설을 하나 쓸 작정입니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눈대중하고 귀동냥한 건 많으니 팩션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소설임을 참고해 읽어 주시기 바라고요, 주연은 역시 경원재, 조연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되겠습니다.


영감은 인터넷에 떠도는 한 장 짜리 보도문에서 얻었는데요, 지방 언론사 한 곳에서 '송도한옥호텔, 전통호텔 특혜' 논란을 지면에 실었고, '조연'이 이에 대해 반박 자료를 내보냅니다. '주연'의 탄생 배경을 비교적 자세한 수준으로 담고 있는데, 요즘엔 지자체 사업에 관한 왠만한 자료는 공개되더군요.



*   *   *



어쩌면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의 주된 먹거리는 객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인벤토리 30개, 뒷골목에서나 흔히 보던 모텔의 덩치에 불과하거든요. 8,500평 부지에 객실 30개 (객실 16개 별채 14채) 라니.... 좀 어이 없나요?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우리가 흔히 아는 호텔들은 객실을 팔아 대부분의 이익을 남깁니다. 기성 대형 호텔 기준, 객실 부문의 일반적인 수익률은 70% 내외이고요, 레스토랑 운영해 봐야 보통 본전 찾으면 잘 하는 것이고, 그나마 연회가 이를 벌충하죠. 올데이다이닝 하나에 객실만 잔뜩 갖춘, 소위 '비즈니스호텔' 세그먼트가 흥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경원재는 그 넓은 곳에 객실 달랑 30개... 소유주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같은 한옥 호텔을 지어 운영할 생각을 했을까요? 


흔히 통용되는 이익의 잣대를 들이대면 경원재는 도무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곳입니다 (국내 대형 한옥호텔 모두 마찬가지 사정입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 기업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공공성, 다시 말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사회간접자본 일부로 봐야 비로소 그 존재 가치를 수긍할 수 있어요. 이를 더러는 정치적 배경이라 일컫더군요.





결코 원치 않던 (예상은 했겠지만) P&L이 테이블에 올랐을 때 소유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IFEZ야 경원재의 공공적 가치를 내세우며 스스로를 위안할 수 있다 손 치더라도, 경원재의 경영을 위탁 받은 앰배서더 호텔그룹에게도 과연 그렇게 관대할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오너와 운영사가 마주한 자리에선, 언론과 대중을 상대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던 그 공공성은 선전 문구로 전락하고 말겠죠. 종국엔 냉정한 경제 논리만 테이블에 남게 될텐데, 이는 따지고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계약 양방, 다시 말해서 '갑'과 '을'의 권리 의무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지자체의 수익성 사업을 의회, 언론 그리고 시민 여론이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아요.



설령 그렇다 해도, 운영팀 앰배서더야 경영위탁계약에 따라 운영 수수료만 챙기면 되는데 힘들게 생각할 게 뭐 있냐'고요? 





호텔 경영위탁계약 Hotel Management Conract은 일반적으로 2가지 수수료 요건을 포함합니다. 하나는 매출에 부과되는 기본수수료 Basic Management Fee이고, 다른 하나는 영업이익[각주:1]을 베이스로 계산되는 성과수수료 Incentive Management Fee 인데요, 이 성과수수료 scheme을 계약에 따로 반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호텔 운영을 위탁 받은 자는 매출 뿐만 아니라 비용 통제도 잘 해서 오너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소홀히 말라는 오너 측의 이해을 반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료를 보니 좀 심각해 보이는 내용이 계약에 포함되어 있네요?[각주:2] 패널티 penalty 조항인데, 그 내용인 즉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액의 10%에 해당하는 패널티를 운영사가 부담한다'...... 다시 말해서, 경우에 따라 성과수수료는 커녕 '벌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패널티 조항을 아예 찾아 볼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반적이라 볼 수도 없어요. 이에 반해, 성과수수료율은 무려 영업이익의 20%에 이르는군요? 패널티 조항과 높은 성과수수료율 두가지 condition이 달리 의미하는 것은 경원재가 그만큼 영업이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입니다.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자칫 운영 성적이 좋지 못하면 수수료 수익은 고사하고 돈을 갖다 바쳐야 할 형편이니 체인 본사가 경원재 운영팀에게 운영 전권을 위임해 놓지는 못하겠지요? 더군다나, 경원재 수탁운영은 아코르가 아직 개입되지 않은, 앰배서더 호텔그룹 자체의 사업인 듯 보입니다. 다시 말해, 본사의 의욕이 남다를 수 있다는 것이죠. 


아울러, 오너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도 만만치 않은 경영 간섭을 받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오너는 경영을 위탁했을 뿐더러 계약에 패널티 조항까지 포함시키며 다중 안전 장치를 마련해 둔 마당에 무슨 간섭이냐고요? 


일반적인 호텔위탁경영의 경우를 봐도 운영 주체의 경영 행위에 대한 오너의 간섭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 운영을 외부에 위탁한 시설들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한 듯 보이더군요. 일반 운영 지출조차 제한 없이 결재권을 행사하며 통제합니다. 이런 건 사실 옳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아요. 일부 경우만 듣고 봤으니 일반화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경원재의 경우는 이와 크게 다를까요?


어쨋거나, 이런 배경들로 인해 경원재 운영팀은 이해관계자 양측으로부터 무시할 수 없는 간섭과 압박을 견뎌내야 합니다.





참고로, 경원재의 위탁운영기간은 5년이더군요. 일반 호텔의 경우 20년 내외이니 이 역시 꽤 이례적이지요? 이전 포스트에서도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위탁자와 수탁자 모두 이런 타입의 숙박시설 운영이 생소했을 터이고, 운영 전례를 찾아 보기도 쉽지 않았을테니 아무래도 조심스러웠겠죠. 5년 동안의 경영 성과가 애초 그린 그림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연장 계약을 하게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나저나 IFEZ가 물정에 밝은지 그렇지 않은지 아는 바 없지만 위 같은 계약조건으로 이만한 퀄러티를 갖춘 운영사 물색하긴 쉽지 않아 보여요. 기본수수료율이 매출의 1.5%이니 년 30억 매출을 가정했을 때 체인에게 할당되는 수수료는 년 4,500만원에 불과하고요, 추정입니다만 영업이익에 붙는 20% 성과수수료는 미미할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   *   *



경원재의 영업은 다소 기형적이라 할 수 있어요. 운영 곳곳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선명합니다. 이는 2가지 요인에 크게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수요 시장 (송도국제도시) 환경 때문이고요, 또다른 하나는 한옥호텔의 특성 (관련글: 한옥호텔의 가능성과 한계) 때문입니다.





송도국제도시는 지금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프로젝트이고요 2020년에 완성될 예정이라더군요. 다시 말해,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경쟁은 이미 치열해 보이더군요. 



A: 쉐라톤그랜드인천 

B: 오라카이송도파크 

C: 경원재 

D: 오크우드프리미어인천 

E: 송도센트럴파크 

F: 홀리데이인 인천송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내로라하는 호텔들이 1km 반경 내에 벌써 대 여섯 곳 입지하고 있군요? 이들 호텔들은 아직 자라지 않은 파이를 나눠 먹으며 시장이 성숙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원재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호텔의 정체성이 경쟁호텔들과는 다소 다르기도 하고요, 인벤토리도 달랑 30실에 불과하니까요. 경원루의 연회 부문은 주변의 호텔들과 치열히 쉐어를 다투어야 하지만 오너의 '빽' 덕택에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행사 유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요, 아울러 전통 혼례로 차별화할 수 있다면 향후 영업 전망이 어둡지 않습니다. 





경원재의 객실은 대부분 주말에 만실 full occupied로 변하고 주중엔 사그라듭니다. 수 백명 짜리 컨퍼런스나 미팅은 주중에 간헐적으로 생기고요, 전통 결혼식과 웨딩 등은 주말에 종종 유치하겠지요?


이는 영업이 일정치 못하고 fluctuation이 크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특정 일에 영업 부하가 집중된다는 의미이며, 곧 인력 운용을 곤란하게 만들겠죠. 당연히 많은 인원을 항상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고요, 요일별 shift를 운용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요. 많지 않은 직원 모두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직원 30명, 케쥬얼과 outsourced staff 모두를 포함한 FTE (Full Time Equivalent)는 50명 쯤 될까요? 인벤토리 30개에 FTE 50명이면 일반적인 럭셔리 스케일의 manning에 해당하지만 객실이 표준화되지 않고 넓게 산재한 경원재엔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 못됩니다. 


직원들의 피로도는 꽤 높을 듯 생각되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되겠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그 럭셔리한 하드웨어를 흠집 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오래 방치하면 그저그런 호텔로 낙인 찍히게 되겠죠. 





정규직을 넉넉히 manning하면 안되겠냐고요? 당장 계약에 넣어 둔 패널티 조항이 생각날텐데? 


소유주가 미래를 위한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하지만 그 선은 항상 모호합니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 소유주는 그다지 대범하지 못한 듯 보이고요, 마치 agent cost 바지 사장처럼 단기적인 이익에도 민감한 듯 하더군요. 


직원이 곧 가족임을 강조하는 총지배인님의 표현에서 극보수적인 경리쟁이 늙은 몽돌은 되려 경원재가 안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돌려 느꼈습니다. 



영종도는 차량 30분 거리입니다.



하지만 이는 영업이 본궤도에 올라오면 해소될 문제입니다. 마케팅 활동이 차별적이라면 비교적 쉽게 달성될 수도 있고요, 송도와, 자동차로 30분 거리 이격된 영종도 개발이 진척을 보이면 차츰 해소될 수도 있겠죠. 경원재는 이 기간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견뎌내야 합니다. 


송도국제도시 프로젝트의 진척도는 현재 40% 정도 된다더군요.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020년 까지 남은 4년은 결코 짧은 기간 아니고요, 그사이 5년 짜리 계약이 일단 만료되죠. 그동안 경원재의 정체성과 퀄러티를 상처 내지 않고 고수해야 합니다.





참고로, 경원재는 등급평가에서 3성을 받았고 잠시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관광공사에서 한옥호텔만을 위한 별도의 등급체계를 마련하고 있는 듯 하던데, 아마도 올해 말 정도이면 볼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관광호텔 등급제도는 작년 성급으로 변경되면서 여러 부분이 보완되긴 했더군요. 하지만 현행 평가기준은 눈에 보이지 않은 서비스퀄러티나 무형 가치를 평가하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주관이 작용할 수 밖에 없고요, 호텔의 경쟁력과 가치를 구성하는 무형의 상품 요소들을 적절히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 상품가치라는 것들은 엄청난 페이스로 변화하고 있거든요. 


이를 수용하기 위한 관광공사의 노력에 대해서도 종종 전해 듣습니다. 그렇지만 유연하지 못한 기성 등급체계가 그 근원적인 한계를 극복해 낼 수 있을까요? 이는 사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고요, 등급 제도를 가진 대부분의 나라가 동일하게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한옥 프로젝트가 끝나는 대로 자료를 모아서 한번 다뤄 볼 예정이고요....





오늘 소설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 그 길었던 '거들떠보자! 한옥호텔' 프로젝트를 마감하도록 하지요 (호텔아비아에 원고가 게재된 후 블로그에 실은 예정입니다)


애초 제가 부렸던 욕심에 비하면 독자 반응은 다소 미지근 해 보이던데, 안타깝게도 한옥호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아직 '핫'하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경원재 등 한옥호텔은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성공했으면 하는 모델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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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tel Uniform System에 의한 GOP (Gross Operating Profit)고 로컬에서 말하는 영업이익은 약간 상이합니다. 예를 들어 감가상각비 같은 경우엔 GOP에 반영되지 않아요. GOP는 어쩌면 운영자의 순수한 경영 역량을 표현하는 지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2. 인천일보에 보도된『송도한옥마을 이번엔‘전통 호텔’특혜?』에 대한 해명자료.. http://www.ifez.go.kr/frt/biz/bbs/layout02/selectBoardArticle.do?bbsId=BBSMSTR_000000000072&nttId=169632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