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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변종 하이브리드? 듀얼브랜드 호텔 Dual Brand Hotel


듀얼브랜드 Dual Brand 혹은 

멀티 브랜드 Multi Brand 호텔.....


혹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이 듀얼브랜드 호텔은,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긴 합니다만 소프트브랜드 컬렉션 Soft Brand Collection과 함께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새로운 화두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근년 개관한 여의도 글래드호텔 Glad Hotel에 구경하신 분들도 계실테지요? 이 호텔에선 꽤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319실 인벤토리에, 이질적으로 보이는 20실의 가족 호텔형 객실 (주방 설비가 포함된 서비스드레지던스 Serviced Residence형 객실)을 섞었거든요. 지금은 비교적 흔해 졌습니다만 불과 2, 3년 전만 해도 꽤 생경한 구색, 제 눈엔 아주 흥미로운 시도로 보였었습니다. 


차원을 달리하긴 합니다만 이같은 일종의 '퓨전' 또는 '변종'이 호텔업계에서는 이미 입지를 다지고 있는 트렌드의 일부에요. 호텔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오소독스' 혹은 '정설'은 거추장스러운 관습일 뿐, 걸림돌로 작용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개념은 '퓨전'의 범위를 한참 뛰어 넘습니다. 미국 등 호텔 선진국에서 비교적 오래 전부터 시도되어 오는 형태였더군요.



듀얼브랜드 호텔 Dual Brand Hotel


더러는 2팩 호텔, 3팩 호텔 (2 packed, 3 packed hotel)이라고도 일컫고, 일부에서는 하이브리드 Hybrid라고도 부르더군요. 듀얼브랜드 혹은 멀티브랜드가 대중적인 명칭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한 건물 또는 한 사이트에 호텔 브랜드 여러 개가 같이 들어갑니다.


전형적인 예를 하나 들까요? Courtyard by Marriott Central Park and Residence Inn by Marriott Central Park... 2년 전 개관 당시, 북미에서 가장 높은 호텔 빌딩으로 화제가 되었던 호텔입니다. 


한 빌딩에 메리어트의 코트야드와 레지던스 인이 같은 엮였어요. 68층 짜리 빌딩의 6층 부터 33층 까지는 메리어트의 업스케일 upscale[각주:1] 명찰인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가, 그리고 36층 부터 65층에는 메리어트의 레지던스[각주:2] 브랜드인 레지던스인 Residence Inn[각주:3]이 들어섰습니다.



미지 USA Today



메리어트는 멀티브랜드의 흥행성에 대해 꽤 긍정적으로 보는 듯 해요. 여러 곳에서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얼마 전에도 새로운 멀티브랜드 프로젝트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죠? 미국 나스빌에 들어설 트리플 브랜드로, AC Hotels, Springhill Suites과 Residence Inn by Marriott이 한 건물에 들어서게 됩니다. 모두 470개 객실로 2018년 개관 예정이라는군요?



미지: Marriott



이 듀얼 혹은 멀티브랜드에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한 호텔 페밀리의 브랜드들만 함께 엮이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다른 호텔 체인 산하의 경쟁 브랜드들이 함께 섞이기도 하거든요. 


아래 이미지는 시카고에 최근 개관한 The New River North Hotel Triplex 인데, 멀티브랜드의 정수라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여요. 전혀 다른 페밀리의 명찰 3개, 스타우드의 알로프트 Aloft, 하얏트 페밀리의 하얏트 플레이스 Hyatt Place 그리고 메리어트의 페어필드 인 & 스위트 Fairfield Inn & Suites가 한 사이트에 같이 들어섰습니다.

 


미지: HNN/The new River North hotel triplex



하지만 이 트렌드를 최신 호텔 동향이라 이름 해도 괜찮을런지 모르겠어요. 새로운 경향이 아니라 시장에 선보인 건 꽤 되었거든요. 2000년대 초반 경 시작된 것으로 나오던데, 최근 들어 주로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 등지에서, 체인을 가리지 않고 한창 추세를 다지고 있습니다. JLL의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만 듀얼/멀티브랜드 호텔이 75개 있다고 하고요, 현재 3,000개 객실 정도가 듀얼브랜드로 지어지고 있거나 converted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나라 듀얼브랜드?



우리나라는 어떠냐구요? 


브랜드를 엮은 게 아니라 상품 구색에 변화를 준 정도에 불과하니 위 글래드호텔의 경우를 듀얼 브랜드라 부를 순 없고요, 동일한 개념이라 말하긴 다소 부족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꽤 오래 전에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스타우드 계열의 주력 명찰인 쉐라톤그랜드워커힐과 럭셔리 브랜드 W호텔이 아차산 자락에 같이 입지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W호텔이 한참 나중에 워커힐의 옆에 세워졌으니 계획 단계부터 듀얼브랜드를 고려해 사이트에 몰아 넣는 요즘의 프로젝트와 비교하기는 좀 거기시 하군요? 당연히 효과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지 쉐라톤그랜드워커힐과 W호텔워커힐



무산되긴 했습니다만, 파르나스호텔이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바로 코앞에 지은 파르나스타워도 상층부에 럭셔리컬렉션 Luxury Collection을 한 때 계획했었죠. 결국 오피스로 모두 채워 넣고 말았는데, 만약 성사되었다면 이 역시 듀얼브랜드라 부를 수 있을라나요? 동일한 오너가 소유한 동일 사이트에서 IHG의 럭셔리 대표주자 그랜드인터컨티넨탈과 스타우드의 럭셔리 소프트브랜드 명찰인 The Luxury Collection을 같이 구경할 수 있었겠죠.





한 사이트에 다른 호텔 페밀리의 브랜드들이 섞였으니 그야말로 이종교배, 하이브리드라 불러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이는데, 이질적인 것들을 굳이 섞어 잡종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시너지


오너나 개발자 Developer가 원합니다. 건축 단계에서는 물론이요, 운영 부문에 이르기까지, 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거든요. 명찰을 빌려주는 호텔 체인들이야 (프렌차이징이나 메니지먼트) 계약을 통해 정해진 수수료를 받으면 그만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다른 페밀리 브랜드가 섞일 경우 비용 배부 문제 등 좀 복잡한 이슈가 생기긴 합니다).


미팅 시설과 수영장, 그리고 라운드리 Laundry 등의 필수시설을 공유할 수 있을 뿐더러, 시설영선과 기타 관리조직 등 백오피스 (back of the house) 기능도 함께 나눠 사용할 수 있고요, 심지어는 입구 Entrance와 프론트를 공유하는 곳도 더러 있습니다. 


 The New River North Hotel Triplex의 경우엔 동일한 빌딩에 독립된 출입구와 로비, 프론트 등이 각각 존재하는데, 마치 3 개의 건물이 합해진 듯 합니다. 하지만 건물의 코어 (공공부문)이 공유되는 구조이군요. 

 


미지: 초이스호텔의 듀얼브랜드 Sleep-in과 메인스테이스위트



다른 성격의 브랜드로 다른 성격의 고객을 타깃팅합니다. 시너지를 제대로 노리려면 이질적인 성격의 브랜드가 섞여 타깃 마켓이 겹치지 않아야 하거든요. 아울러, 지향하는 가격대도 뚜렷이 구분되어야 시너지를 살릴 수 있는데, 듀얼브랜드 Dual Brand 호텔 개념에 Select Service 브랜드와 Extended Stay 브랜드가 주로 같이 엮이는 이유입니다. 



미지: hospitalitynet.org



맨 위 메리어트 센트럴파크 Marriott Central Park의 경우, 단기/단발성 수요를 주로 수용하는 업스케일 Upscale, Select Service 브랜드인 코트야드 Courtyard와 중장기 객실수요를 노리는 Extended Stay 브랜드인 Residence Inn 을 한바구니에 넣었군요. 


이런 점에서 파르나스가 계획했었던 파르나스 타워의 럭셔리컬렉션은 시너지를 크게 기대할 수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럭셔리컬렉션과 그랜드인터컨티넨탈의 타깃 마켓이 선명히 차별화되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인벤토리가 130여 실에 불과했으니 운신의 폭이 좁진 않다고 보이긴 했습니다만.....  



미지: 파르나스 럭셔리컬렉션 조감도



듀얼브랜드를 계획할 땐 세심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융합으로 인해, 그동안 공들여 형성한 브랜드 이미지가 섞이거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거든요.



듀얼브랜드를 위한 조건



한 건물이나 동일한 사이트에서 여러 브랜드가 섞이면, 낮은 등급의 브랜드에겐 긍정적이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상위 브랜드의 경우 자칫 그 이미지가 희석될 수도 있겠죠. 이런 융합엔 프리미엄 브랜드를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 피치 못할 경우 입구를 아예 달리 하기도 하고, 대접객 부서는 따로 분리해 운영하는 형태가 주를 이룹니다. 





본격적인 듀얼브랜드를 우리도 곧 볼 수 있습니다. 서부티앤디가 옛 용산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짓고 있는 어마무시한 규모의 프로젝트.... 아코르계열의 4개 브랜드, 무려 1700여실 멀티브랜드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미 핵심 인력을 모집하고 있더군요. 



미지: 서부티엔디 T&D 용산호텔 조감도



노보텔 Novotel, 스위트 노보텔 Suite Novotel, 이비스 스타일 Ibis Style, 그랜드머큐어 Grand Mercure 등 업스케일부터 이코노미까지 망라되는 아코르 브랜드들을 집어 넣을 예정이고요, 주력은 800실 규모의 이비스 스타일입니다. 그야말로 대형 멀티브랜드 호텔이 국내에 탄생하는거죠. 


그나저나 조감도만 보면 코어 부분이 섞이진 않을 듯 하지요? 하지만 개별 브랜드로 독립 운영될 것으로 보이진 않고, 아마도 한 매니지먼트로 통괄 운영되지 않을까 추정되네요.


이런 형태의 듀얼브랜드, 혹은 멀티브랜드 호텔은 곧 국내에도 꽤 도입될 것으로 보여요. 제가 아는 프로젝트만 몇 곳 더 있습니다. 





그나저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호텔 개발 경향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죠? 천편일률, 브랜드의 색이 덧칠되긴 합니다만 명찰 외 딱히 눈에 띄는 요소를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브랜드 스탠다드가 작용하기도 하고, 트랜드는 추종하기 버거울 정도로 급변합니다. 더군다나,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엔 그 큰 덩치가 너무 부담스럽죠. 


그동안 우후죽순, 브랜드만 달리한, 똑같은 유형의 호텔들을 수도 없이 지어 올렸습니다. 그렇지만 '지어 놓기만 하면 돈 되는 시절'은 애저녁에 지났어요. 형태나 덩치에 상관없이 밥그릇을 놓고 피 튀기게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마침내 당도합니다. 과연 똑같아 보이는 그 호텔들은 무엇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을까요? 


비로소 '차이'가 힘을 발휘하게 될텐데, 그 차이 (디자인과 같은 물적인 것일 수도 있고, 흔히 말하는 독특한 경험일 수도 있으며, 서비스퀄러티 일 수도 있습니다)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



미지: 호텔아비아/포포인츠바이쉐라톤 서울강남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개성을 내세우며 독특하면서 신선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는 호텔들도 꽤 생겨나고 있으니 이는 곳 시장에 대한 자성이자 새로운 자극이기도 하겠죠. 


아울러, 대형 체인 브랜드를 채용할 예정이면서도 유니크한 개성을 불어넣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프로젝트도 알고 있습니다. 눈에 선하게 들어오진 않지만 시장 자체의 퀄러티가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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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글


Construction Begins on Marriott's First-Ever Triple-Brand Hotel

Hotel groups take multi-branding to the next level

Two-pack twist makes for strange bedfellows

Rise of the two-in-one hotel

Dual-branded hotels come of age

Hotels refine operations as dual brands evolve




  1. 종종 미드스케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2. 장기투숙객을 겨냥하는 이런 타입을 Extended Stay라 부르더군요 [본문으로]
  3. 여의도에도 있는 메리어트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MEA 명찰 보다는 낮은 메리어트의 중장기 투숙호텔 등급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