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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20년 만의 JJ 마호니스/그랜드하얏트서울 Grand Hyatt Seoul J.J. Mahoney's


어제의 일인 냥 아직도 생생합니다.


영업이 시작되면 차가운 푸른색 조명과 함께 우든 플로어에 하얀 스모그가 낮게 깔렸고,

그 위를 날카롭게 타고 흘렀던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 어쿠스틱...



90년대 한 때를 짧지만 강력하게 풍미했던 잇! 플레이스


파라오 Pharaoh's



게스트 자격이 아니라 그들을 섬기는 호텔리어의 신분이었고, 수없이 오가는 선남선녀가 부럽기도 했지만 그들이 즐거우면 저 또한 즐거웠었죠...


20년 전의 일, 파라오는 이미 역사의 뒷켠을 걷고 있지만 그 노래와 Mark Shears, 그리고 애틋하기만 한 기억이 남았습니다.






감회가 새롭군요. 무려 20년 만입니다.


전 당시 마케팅 담당으로써 시장조사 차 이 곳을 잠시 들렀었고 그게 마지막 방문이 되고 말았더군요. 

제가 근무하는 호텔과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에요. 차로 10분 거리, 지척의 호텔인데도 쉬이 엄두 내지 않았습니다. 아마 업무 외엔 좀처럼 오갈 일 없는 경쟁 호텔의 영업장 때문이었을 테죠. 



그랜드하얏트서울 제이제이 마호니스

Grand Hyatt Seoul J.J. Mahoney's





1990년대 중반, 서울힐튼(현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의 파라오와 리츠칼튼 닉스앤녹스 그리고 이곳 그랜드하얏트서울의 제이제이 마호니스는 뭇 젊은 청춘들의 밤을 사치스럽게 밝혔었죠.


기껏 10년, 파라오와 닉스앤녹스는 짧은 전성기를 아쉽게 마감했지만, 이곳 제이제이 마호니스만은 특 1급 호텔 나이트클럽으로써의 명맥을 굵고 길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전 다녀 온 동료의 코맨트는 좀 부정적이었더군요. 제이제이 마호니스의 그 30년 영화 역시 찾는 이들과 함께 노쇠해 가는 게 아닌가 했습니다.





맘 한 켠 못내 서운했었어요.

궁색하고 치열했던 제 청춘과는 하나 겹칠 일 없는 장소이지만, 대한민국 호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온 핫스팟 제이제이, 

'너도 어쩔 수 없이 늙는구나' 했더랬습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JJ마호니스



하지만 명불허전... 직접 와 보고선 놀랐습니다.

금요일 저녁이어서 였을까요? 자정을 넘긴 시간임에도 '불금'을 즐기는 이들로 한껏 들떠 있더군요.



그랜드하얏트 제이제이 가든



제이제이 가든도 사람들도 꽉 찼습니다.

한 여름이면 저곳 풀 때문에 난리도 아니라는데, 그야말로 그때가 아닌 게 다행일 지경이군요. 제 젊었을 때였다 해도 결코 익숙해 지지 않았을, 취기와 욕망으로 한껏 상기된 청춘의 모습들입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로비



다른 건 몰라도, 그랜드하얏트서울의 로비와 그곳에서 고스란히 내려다 보이는 한강 그리고 강남 야경은 오래 전부터 정말 탐났습니다.

이미 취해 있었던 탓에 카메라를 꺼내 들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군요. 레노베이션을 최근에 마쳤다던데 크게 두드러져 보이진 않았습니다.





세월이 겹쳐 앉아 더욱 고상해졌고,

창을 통해 여과되는 그 푸른 빛조차 더 완숙해 보이는군요.





이질적인 분위기가 어색해 간단히 와인 한 잔 씩만 마시고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역시 우리에겐 오크룸이 쵝오!!!ㅋ



밀레니엄서울힐튼 오크룸 바



나오는 길에 미식 골목 '322 소월로'의 signage가 얼핏 스쳤는데, 최근 제 페북에도 뜨겁게 오르내렸던 터라 꽤 궁금했더랬어요.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 역시 후일로 미룹니다.

설마 제이제이 마호니스처럼 20년 만에 다시 오게 되진 않겠지요?





유대표님, 덕분에 20년 전의 기억을 다시 소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ps

늦은 시간이라 현관을 지키는 도어맨은 드문 드문 안팎을 오갔는데, 택시 스탑에 긴 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더군요? 호텔리어가 통제한 것도 아닌 듯 했어요. 물론 외국인들도 있긴 했지만... 가만히 보니 도로 가장자리에 signage를 하나 뒀더군요?

누구 보라고 일부러 추가해 두는 코맨트입니다.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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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나온 김에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역사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고 갈까요? 저도 더러 알긴 합니다만 아주 소상히 소개된 기사가 있더군요. 그것의 일부를 통째 옮깁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1978년 7월 1일에 문을 연 국내 ‘최고령’ 호텔 중 하나다. 1974년 한·일 합작투자회사인 ‘서울 미라마 관광회사’가 남산에 호텔을 시공했고 4년 뒤 글로벌 호텔 체인인 하얏트가 위탁경영을 맡으며 ‘하얏트 리젠시 서울’이란 이름으로 개관했다.


이곳에 호텔이 들어선 배경은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정부는 경제개발계획 차원에서 외국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남산에 외국인 아파트와 단독 주택 등을 몰아 지었다. 1971년 남산 중턱에는 각각 16층, 17층짜리 당시 국내 최고층 아파트 2개동 450가구가 들어섰다. 이 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이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피용 헬기 포트를 시찰하다 눈에 거슬리는 군사시설이 보이자 “철거하고 호텔을 지으라”고 지시하면서 그 자리에 지금의 하얏트 호텔이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이후 외국인 아파트는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특혜와 자연 훼손 논란의 중심에 섰고 서울시는 1994년 ‘정도 600년’을 맞아 벌인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아파트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했다. 이후 이곳엔 야외 식물원이 들어섰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으로 지어진 하얏트 호텔만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이 호텔은 하얏트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당초 미라마 관광회사의 일본 지분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매물로 나왔는데, 하얏트가 이 호텔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법인명을 ‘서울 미라마 유한회사’로 바꿨다. 호텔의 이름은 1993년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변경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지금까지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하얏트 본사가 지분을 전부 소유한 유일한 호텔이다. 또 국내 호텔 중 처음으로 비즈니스 투숙객을 위한 비즈니스 센터 ‘그랜드 클럽(당시 리젠시 클럽)’을 운영하기도 했다. 세계 100대 건축 디자이너로 뽑힌 존 모포드가 디자인했다."


기사: 서울 빌딩 스토리]⑪ 박정희 말 한마디에 세운 '그랜드 하얏트 호텔'…홀수방은 남산 조망, 짝수방은 한강뷰/Chosun 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