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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폐쇄된 곳에서 찾는 여유, 럭셔리 힐링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THE ANANTI PENTHOUSE SEOUL

돌아오는 길, 동행하셨던 한 분께서 질문을 던지시더군요.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아 보였냐'고....


좋기만 했던 그 곳, 하지만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 채당 분양가 20억, 억대 회원권을 자랑하는 시설이니 제가 여태 봐 왔던 것과 모든 게 다르고, 그리고 모든 게 좋아야 마땅한 위상이니까요.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THE ANANTI PENTHOUSE Seoul


호텔도 아니고, 그렇다고 리조트라 이름하기도 기껍지 않습니다. 경제력 충만한 일부에게만 허락되는 배타적인 럭셔리 회원제 휴양시설... 기성 호텔, 혹은 흔히 봐오던 리조트와는 전혀 다른 정체성을 띄고 있습니다. 부족한 식견으로 어설프게 말참견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울 정도이군요.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입구


제 시각 역시 좀 어정쩡합니다. 호텔리어로써 운영 면을 관찰하기엔 곳곳에서 예상치 못했던 정체성이 드러나고요, 그렇다고 고객의 눈으로 본다면 그건 거짓말이나 다름없습니다. 듣던 풍월이 없던 건 아니지만 아난티 펜트하우스와 같은 시설을 이용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 또한 크지 않으니까요. 같이 동행했던 젊은 디자이너 한 분께선 '눈을 버렸다' 말씀하셨고, 전 짐짓 점잖 빼며 '눈을 높인 것이다'라 고쳐 말했지만 사실 눈을 버린 건 늙은 저였겠지요.





따라서 할 말이 많을 수 없는 곳입니다. 특별한 부분을 제외하곤 사진 위주로 설명드릴 예정이고요... 호텔 건축과 디자인, 상업 디자인 분야에 몸담고 계신 3분과 동행했는데 오히려 다른 분야를 전공한 분들과 같이 호텔 리뷰를 하면 달리 배우는 바가 많더군요. 같은 무언가를 봐도 다른 생각이 나옵니다.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 입구

맨아래 이미지는 아난티의 것입니다. 제 카메라 성능이 시원치 않으니 요소요소에 빌려 사용하고요...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서울과 1시간여 이격된 경기도 가평 입지 임에도 '서울'이라는 태그를 굳이 추가한 이유가 짐작되시나요? 아마도 아난티의 마켓을 국내에만 한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일테죠. 


정확히 일치하는 예는 아니지만, 동대문의 이비스버젯이 '이비스버젯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남대문의 코트야드가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이란 긴 이름으로 복잡한 태그를 추가해야 하는 이유, 혹은 명동 권역을 약간 벗어낫지만 '에이퍼스트 명동 서울'이라 굳이 이름해야 하는 이유......


최근 뉴스를 보니 아난티 브랜드를 중국으로 수출한다더군요. 중국의 리조트 몇을 위탁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던데, 아예 해외에서 판을 키우겠다는 심산인 모양입니다. 더러 말씀드렸지만 아난티 펜트하우스의 모기업은 남해힐튼을 소유한 에머슨퍼시픽입니다. 


현재 부산에도 힐튼 부산과 아난티 펜트하우스 부산을 짓고 있으며 서울 강남에도 소형 호텔을 조성 중에 있는데, 최근 행보는 꽤 저돌적이군요.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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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부산의 랜드마크호텔, 부산 힐튼 (링크)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 드롭존 


선입견 탓이었을까요? 전면 entrance를 마주했을땐 제주 비오토피아의 '수' 박물관과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클럽하우스가 뇌리를 스쳤습니다. 구도가 묘해서 구조물과 주변의 경관을 더욱 장중하게 만들지만 그 속의 인간은 왠지 왜소해지고 맙니다. 어디에서 촬영해도 실패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사진이 나오는데, 역시 인간 미물은 두드러져 보이지지 않아야 비로소 주변과의 조화가 가능해지는 것일까요?


안내해 주셨던 박이사님의 말씀을 빌면 마치 중세 유럽의 성채랄까요? 견고하게 올린 벽체, 하나 달랑 마련해 둔 입구는 이곳을 더욱 폐쇄적으로 만드는데, 부단히 바쁘고 골머리 아픈 바깥 세상으로부터 피난한 쉘터, 혹은 단절을 의도했던 것이겠죠?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드롭존 (주차장)

아래 이미지는 아난티의 것입니다. 제 카메라 성능이 시원치 않으니 요소요소에 빌려 사용하고요...


드롭존  Drop-off Zone,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이곳과 더불어 주차장은 과하게 여유로운데 이 과해 보일 정도로 '넘치는 여유'는 어쩌면 아난티 펜트하우스가 은연 중에 드러내는 퀄러티와 다름 아닙니다. '폐쇄성'과 '넘치는 여유', 이 둘은 따지고 보면 럭셔리 리조트가 표방하는 바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개념들이죠. 폐쇄성은 곧 아난티가 애지중지하는 '프라이버시'를 의미합니다. 


폐쇄성과 넘치는 여유


지금 보니 주차장 입구엔 아난티의 디자인 특성을 드러내는 물적 요소들이 더 있군요? 부드러운 질감의 벽돌 그리고 얇고 길게 잘라내 붙인 우든 패턴의 패널들인데, 이들 디자인 요소 역시 객실과 부대시설 곳곳에 사용됩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아난티클럽서울 옆 5만평의 유명산 기슭에 조성된 76채의 회원제 프리미엄 리조트입니다. 인피니티풀, 노천 온천과 사우나, 피트니스, 키즈룸, 공연장, 회원 전용의 산책길, 그리고 바와 레스토랑도 갖추고 있는데,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이 아니에요. 


회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시설 치고는 버거운 규모와 구색이지만 회원권 가치와 연회비가 모든 걸 납득시킵니다. 따로 소개드리겠지만 이들 부대시설의 사이즈는 굳이 커야 할 이유가 없어요. 하지만 극소수 프리미엄 마켓을 타깃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퀄러티를 보입니다.


*  *  


모두 76채의 인벤토리는 4가지 타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소 단촐해 보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의도된 것으로 보이더군요. 사진 위주로 하나씩 거들떠 봅니다.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 무라타 하우스 


문을 열고 어두운 현관으로 들어서면 날카로운 빛이 비좁은 공간을 파고 들며 아름다운 바깥의 설경을 객실로 끌어들입니다. 이런 감흥에 젖은 건 꽤 오랜만인데, 역시 제주 포도호텔의 corridor, '빛의 cascade'에 이르는 길목이 이런 식이더군요.


무라타 하우스


이런 걸 처음 보았을리는 없겠지만 세련되게 의도된 곳에서 느끼는 감동은 또 다른 모양입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무라타 하우스


일본 료칸 스타일의 좌식 다실이 있고, 바로 그 건너 작지 않은 사이즈의 히노끼 욕조를 설치했습니다. 무라타 하우스는 언뜻 일식日式인 듯 보이지만 뜯어 보면 꽤 '퓨전'스럽군요. 현관의 화강암 댓돌과 객실의 바닥은 옛날 우리네 한식 대청마루 스타일입니다.


어색해 할 일이 아니에요. 원래 사람 사는 게 퓨전의 연속이요, 문화 역시 그러합니다. 변화는 곧 새로운 것에 대한 반발과 수용의 과정일 뿐이죠. 무라타 하우스는 그 연원에 구속되지 않고 필요한 것만 필요한 곳에 차용했습니다.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 무라타 하우스


무려 80여 평 (럭셔리 스케일 호텔의 스탠다드 객실이 기껏 13평입니다), 하지만 침실은 달랑 하나..... 즉 한 가족만을 위한 객실이라는 의미인데, 말머리에서 말씀드렸던 그 과한, 혹은 '넘치는 여유로움' 표현이 지금쯤 실감될까요? 이 여유로움은 아난티 펜트하우스 곳곳을 관통하는 정체성이요, 곧 프라이버시를 담보하는 퀄러티입니다.  


럭셔리를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화려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모든 게 매우 절제된 느낌인데, 화려한 건 쉽사리 식상해지고, 급기야 천박해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 무라타 하우스


외측은 온통 빛이고 자연이고 곧 아름다운이며, 여유 그리고 힐링......



최근 생긴 서울 호텔들의 컬러 트랜드를 보면 연두색이 두각을 나타내는 듯 했습니다만 이 곳의 컬러는 다소 다르군요. 간접 조명에 드러난 화강암 질감의 벽체가 꽤 유려해 보입니다. 싸이니지 signage나 레터링 역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멋을 풍기는군요. 





풀하우스 Pool House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풀하우스

젖줄인 듯 금빛 물줄기가 벽을 타고 흐르는군요.


작지 않은 사이즈의 풀 pool을 객실에 넣고야 말았군요. 상식과 어긋나야 오히려 마땅한 곳이지만 좀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십 여 명 들어가도 충분할 사이즈로 역시 침실 하나, 오롯이 한 가족만을 위한 객실 어메너티에 불과하군요.


무라타 하우스와 풀 하우스는 히노끼 욕조와 풀 등 주력 어메너티가 다를 뿐 침실 디자인과 가구, 집기는 모두 동일합니다. 짧은 시차를 두고 같이 본 제겐 객실 구성이 왠지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한 이유입니다.



위 테이블과 라운지체어는 외국 유명 제품으로 보였지만 국내에서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럴 정도로 아주 미려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중후함을 함께 갖추었으며 그리고 편안한데, 아난티 모든 곳에 이 스타일의 의자와 테이블을 배치했더군요.



객실의 복도인데, 닫혀 있지 않고 위 아래로 열려 있습니다. 외부와 단절한 그 단호한 폐쇄성과는 상반되게 내부의 모든 공간은 매우 개방적입니다.


테라스 하우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테라스하우스


테라스하우스, 가운데 거실을 두고 너른 테라스를 앞에 둔 침실을 양쪽에 대칭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이곳에서야 비로소 2 가족의 투숙을 허락하는군요.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테라스하우스


침실이나 거실의 디자인은 위 무라타하우스, 풀하우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요, 가구, 집기 역시 동일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히노끼나 풀과 같은 엄청난 어메너티를 보유한 앞의 객실들에 비해 좀 심심하지요? 


이것이 벌충합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테라스하우스


욕실, 역시 여유 넘치는 사이즈와 어메너티... 왠만한 럭셔리 스케일의 스탠다드 객실 사이즈입니다. 대형 스톤 욕조 또한 독특하지요? 돌을 갂아 만들었다는데, 가장자리 부분을 둥글게 마감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더하우스 The House


더하우스 The House의 날카로운 지붕선을 보면 딱 남해 힐튼의 클럽하우스가 연상되는군요. 동행했던 건축가께서 아난티 도착 즈음부터 이를 언급하셨는데 전 포스트를 준비하며 위 사진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해합니다. 이곳을 설계한 건축가는 SKM 켄민성진씨라는데 남해힐튼 뿐만 아니라 아난티 등 대부분의 에머슨퍼시픽 프로젝트와 함께 하는 모양입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더하우스


남해 힐튼 클럽하우스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필요한 곳엔 과해 보일 정도로 창을 크게 냅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곳엔 아예 창을 만들지 않는 극단적 성향을 보입니다. 위 빌라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데, 햇빛이 들지 않고 뷰도 변변치 않을 뒤쪽 출입구 부분에서는 창 하나 찾아 볼 수 없군요 (하지만 입구 우측편의 큰 창을 패널로 숨겼는데, 채광의 용도가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를 위한 용도로 활용할 의도인 듯 보입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이 가진 인벤토리 76채 중 8개가 이 빌라형 독채입니다.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 더하우스


실내로 들어서면 1층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보입니다. 복도에 서면 개방된 틈새로 1층 거실과 객실마다 딸린 야외 수영장의 모습도 내려다 보이는군요. 복층 구조라 말하지만 2층엔 도로와 통하는 출구 외 다른 기능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더하우스


거실과 침실이 있는 1층의 실내 디자인은 다른 타입의 객실과 대동소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더하우스

 

하지만 발코니엔 넓은 전용 실외 수영장이 설치되어 있고,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더하우스


내부엔 히노끼 욕조를 따로 넣었습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더하우스


아울러 운동장 사이즈의 욕실과 스톤 욕조까지.... 


이들 시설은 왠만한 럭셔리 스케일 호텔의 객실을 대표하는 어메너티로 하나씩 넣어도 부족함이 없는 것들인데 더하우스 하나에 모두 몰아 넣었군요. 일단 들어오면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더하우스


아난티 펜트하우스의 객실들은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을 제공하며 경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모든 것에 친절하진 않습니다. 4가지 타입의 객실은 모두 동일한 디자인컨셉을 채용해 좀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고요, 호텔의 객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잘하고 사소한 어메너티들은 부족합니다. 


이는 아마도 의도된 것일 수도 있고, 호텔 인테리어에 밝지 않아 발생한 '흔적'일 수도 있어요. 안내해 주셨던 분께 여쭈었더니 디자이너의 의도라 말씀하셨는데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짐작하긴 쉽지 않습니다. 객실 전화기조차 없애며 남이섬 정관루가 의도한 '쉼'이란 화두는 여러 수단을 통해 쉽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아난티는 이런 면에선 좀 '겸손하지 않다'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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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호텔들이면 지금은 영업이 내리막을 타는 비수기입니다. 하지만 이곳엔 고객의 왕래가 적지 않더군요. 거명하진 못했지만 연예인과 셀럽들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회원권 판매는 이미 끝났다더군요. 하나의 회원권으로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과 부산, 청담까지 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 대다수는 등기를 이전해 소유권을 확보하는 형태를 선호한다더군요. 


정재봉 회장께서도 한때 회원 신분이었다는데, 남해의 프리미엄 럭셔리 사우스케이프와는 어쩔 수 없이 여러 면에서 저울질됩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 않거든요. 동일한 마켓을 타깃하고 비슷한 정체성을 띄지만 그 내면이 동일할 순 없지요. 그렇다고 우열을 논할 수 있는 시설들이 아닙니다.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객실은 더 화려하고 아기자기하지만 스케일은 호텔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부대시설은 저마다 다른 특색과 매력을 지니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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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주로 설명드리고 싶었지만 할말이 적지 않았나 봅니다. 잠시 쉬어 가고요, 다음 포스트에서는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의 부대시설 (아래 링크)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프라이버시란 이름,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그리고 럭셔리 부대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