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민어요리 전문점 종로맛집 예전명가

예전엔 콧방귀도 뀌지 않았더랬죠.


삼복이니 복달임이니...

옛날과는 달리 너무 잘 먹어서 탈인 세상, 

복달임이란 허한 몸이 아니라 그냥 넘어가면 왠지 허전한, 허한 마음을 채우는 이벤트랄까요? 고행을 마다치않고 때마다 꼬박꼬박 뭔가를 챙겨 먹자는 것도 번거롭습니다.


하지만 바야흐로 늙은 몽돌도 나일 먹어가나 봐요.

'몸에 좋다는 것'을 들으면 종종 솔깃해지는 걸 어쩔 수 없습니다. 여튼 한여름 무더위가 엄습하기도 전에 뭔가 '복달임'스러운 이벤트가 필요해 보이는 지인 분이 계시기도 했어요.


민어매운탕

삼복 복달임엔 이것! 민어매운탕 정식 [밀레니엄서울힐튼 일식당 겐지]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 민어매운탕을 대접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 호스트인 제가 오히려 달게 먹었네요?

이쪽 방면에 나름 도통한 페친 말씀을 듣자니 원래 복달임에 일품은 민어탕이요, 이품이 도미찜, 보신탕과 삼계탕은 하품으로 친다 했으니 삼복 더위가 오기도 전에 일품 몸보신을 한 셈이죠.





이후 제가 되려 부실해 보였는지 오래 전부터 민어 요리로 입소문난 곳으로 초댈 하셨습니다.

원래부터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 호텔산업의 최일선에서 불철주야 어설픈 똥글을 난사하고 있는 늙은 호텔리어에겐 민어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더랬죠. 그곳에 당도하자마자 민어 아닌 다른 게 눈에 한가득 들어오지 뭡니까?


종로맛집 민어요리전문점 예전명가


이겁니다.

민어를 외국인 관광객들이 어떻게 느낄진 모르겠지만 현대와 과거가 묘하게 섞인 이 그림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민어요리전문점 예전명가


시간이 멈춘 곳....

을지로 철공소 골목에 간신히 남은 노포들 중의 하나인 을지로 철공소 골목의 세진식당을 보는듯 했죠.




마천루 바로 뒷켠, 지척까지 엄습한 현재를 거부하며 섬으로 내몰려, 새로운 것에 식상한 현대인들을 불러 모읍니다.


종로맛집 민어요리전문점 예전명가


사람들로 꽉찬 내부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군요.

여느 노포들처럼 영업이 흥하면서 한 칸씩 옆집으로 확장한 듯 일관성없는 인테리어. 하지만 시간이 켜켜히 내려앉은 천정을 이고 있는 투박한 서까래가 오히려 운치있군요.





젊음이 열광하는 변화, 새로움, 하이텍이니 하는 것들은 급기야 부담스럽기만 했는데, 어쩌면 이제서야 실감하는 자연의 섭리인 모양이지요? 내세울 게 아니긴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 길지도 않았던 세월을 살며 한껏 익숙해지고만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좋아지나봐요.


종로 민어요리전문점 예전명가 주차

앞에 공간이 있긴 한데 몇대 수용하지 못할 듯


이 글을 보시는 그 분들께서는 '젊은 놈이 또 나이 타령'이라며 질책하시겠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젊으나 늙으나, 누구에게나 인생내내 동일하게 주어지는 숙명이거니와 저랑 뭐 별로 차이도 안 나잖아요?ㅋㅋ

 

민어요리전문점 종로 예전명가


술상이 차려지고요...


모두 맛깔나는데 차라리 가짓수를 좀 줄였으면 했습니다.

호박쌈이 참 반갑군요. 어릴적 어머니께선 맛있다며 젖국장에 담궛다 제 밥숟가락에 처억 걸쳐 주시곤 하셨죠. 못난 전 그때마다 짜증을 부리곤 했더랬어요....


민어요리전문점 종로 예전명가 메뉴


메뉴인데, 민어요리 전문점답게 모조리 민어입니다.


민어요리전문점 종로 예전명가


민어찜

꾸덕하게 말려 쪄냈는데 육질이 단단하고 아주 담백하군요?

살이 넉넉해 많이 먹으면 다소 퍽퍽한 느낌도 드는데 가장자리에 함께 낸 미나리와 콩나물이 필요한 이유겠죠.


여하튼 민어를 이렇게 푸짐히 먹는 건 난생 처음입니다. 제법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취기가 오르지 않았던 건 아마도 이 민어찜의 효험 탓이었을까요?


민어요리전문점 종로 예전명가


병어 조림인 듯 한데, 민어를 먹었으니 병어 정도는 성에 차지도 않았습니다. 제 살던 남해에선 병어를 생선 취급도 안했어요. 오뎅에나 쓰이는 잡어 취급을 했었는데 서울에선 꽤 귀한 생선 취급받더군요?


민어요리전문점 종로 예전명가


예전명가의 보조 주력 중 하나라는 소고기 콩나물 비빔밥도 먹고 해물특라면으로 입가심도 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사진이 없군요.. 민어탕은 저번 호텔에서 맛나게 먹었던 터라 패쓰~ㅎ





썰들이 좀 갈리는 듯 한데, 원래 민어는 부잣집에서나 먹던 생선이라죠? 남해에선 왠갖 생선을 다 먹었지만 민어는 거의 기억에 없는데 아마도 비싼 탓이 아니라 남부 해안가에선 잘 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찾아보니 우리나라 민어 어장은 서해 임자도 주변에 주로 형성되었다는군요?


덕택에 저질 체력 늙은 몽돌, 일품 복달임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