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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하루 여행

백석동천 백사실계곡 - 유홍준 교수가 강추한 서울 당일 여행 코스

한동안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썰'이 많긴 하지만 아직도 이곳이 누구의 소유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요.


김어준 뉴스공장에 출연하셨던 유홍준교수께서 강추하셨던 곳.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하는 당일 여행 코스...


백석동천 그리고 백사실계곡


북악스카이웨이 바로 아래쪽. 원래는 청와대 보호구역에 속해 민간의 출입이 통제되어 왔던 곳이라지요? 그 탓에 오히려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었던 원림 유적이래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유폐 생활이나 다름없는 6개월 동안 청와대 보호구역 이곳저곳을 다니셨다네요? 폐허로 남아 있던 백석동천의 정자터를 보셨고, 이후 보호구역을 청와대 쪽으로 더 올리며 이곳을 민간에 개방합니다.



집과 가까운 곳이라 '언제 가나' 눈독들이고 있던 곳이긴 했죠. 혼자 가긴 심심하니 가족을 동반해야 하는데,,,

와이프님께서는 딸아이 일로 바쁘시고요, 어쩔수 없이 또 막내놈만 대동합니다. 시도 때도 없는 아빠의 부름에 군말없이 나서는 녀석이 항상 고마울 따름이죠. 중딩이라 제가 편히 데리고 다닐 시간도 2년 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동안 맘껏 부려먹어야겠어요...ㅋ 


백석동천 여행코스


요렇게 자하문로에서 올라 돌아 내려올 참입니다. 늬엇늬엇 걸으면 아마 2시간 정도 걸리려나요?

다녀온 후에야 알았습니다만 원래는 세검정에서 암반을 타고 흐르는 동령폭포를 지나 오르는 반대 코스가 옳은 길이라고 해요.


하림각 버스정류소에서 백석동천 오르는 길


버스를 타고 하림각 정류장에 내립니다.

길을 건너 현대 블루핸즈를 오른편으로 두고 가파른 길을 십여분 직진 등반합니다. 초행길이라 제대로 가고 있나 의심할 즈음 길바닥에 큼지막하게 도색된 이정표가 보이네요. 꽤 많이 다니는 모양이죠?


백사실계곡 가는 길/서울부암동 능금마을


좌측으로 틀어 경사가 더욱 급한 길을 잠시 오릅니다.

부암동 일대의 옛지명은 능금마을이었다네요? 옛지명 대부분이 그렇듯 이곳에선 그 옛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요.


백사실계곡 가는 길/서울부암동 능금마을


이곳 부암동에 사과와 자두나무를 심었던 건 인조 때의 일이랍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물경 기백년 전의 일이니 그 흔적이 사라지고 잊혀져도 하나 이상할 일이 아니죠.

능금마을이라니 매우 아름다운 이름이지만 서울과 능금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데, 이 곳 능금은 한 때 서울의 특산물이었을 정도였답니다. 숙종 때는 무려 20만주를 심었다나요?




도룡뇽 백사실계곡에 대해서는 더러 들었습니다만 백석동천白石洞天[각주:1]은 뭔가 했더랬죠? 자료를 보니 '동천'이란 말은 '신선의 경역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 이라나 뭐라나... 조선시대 한양 도성 안팍의 경승지에 주로 붙인 이름이래요. '백석'이란 이름은 건너 보이는 백악산?의 하얀색 바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백사실계곡 가는 길/서울부암동 백석동천


하늘 높은 곳에 이정표가 간신히 달렸고 전봇대 사이에도 숨겨져 있는데 이런 게 소용없을 정도로 백사실계곡으로 내려가는 입구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주거지의 끝이고 숲으로 내려가는 길목이 확연히 구분되니까요. 이정표는 차라리 대로에서 올라오는 그 경사진 소로에 남겨뒀어야 옳았습니다.


그나저나 저질체력 늙은 몽돌은 꽤나 힘듭니다. 평소에도 산행은 싫어라했더랬어요. 내려올 걸 왜 쓸데없이 오르냐고.... 여튼 운동이라곤 걷고 다니는 것, 아이와 노는 것 외 절대 없는 제겐 잠시나마 꽤 힘드네요. 차라리 여정을 반대로 짤걸 그랬나봐요....ㅠ


백사실계곡 가는 길/서울부암동 백석동천


옆으로 비켜 서 길을 내어준 소나무가 운치 작렬이군요.

서울 중심 곳곳에 이런 얕지 않은 숲길이 남겨져 있는 걸 보면 서울은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특히 한여름 땡볕의 서슬이 시퍼럴 때 창덕궁 후원을 거닐다보면 더욱 감탄하게 되죠.


서울부암동 백석동천


5분여 걸어내려가면 우측편으로 백석동천이 암각된 바위...


어? 이게 전부인가???

싶을 정도로 숲속에 큰 바위 하나만 덩그러니 놓였는데 백석동천이란 사실 백사실계곡 일대를 이르는 말입니다.


서울부암동 백석동천의 솟대


아래로 백사실계곡의 연못이 보이는군요.

입구엔 솟대를 꽂았는데 꽤 생경합니다.


백석동천 백사실 연못


마침내 도착~ 추석연휴인데 나들이 나온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군요.


연못은 말라 바닥을 드러냈는데 서너뼘 정도의 깊이에 불과합니다. 연못 남측에 남은 주초석 (주춧돌)이 정자의 흔적을 간신히 간직하고 있군요. 옛날의 폐허는 말끔히 정리된 상태입니다.

곧 복원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란 글도 있던데 주인과 연원을 모른다니 옳게 되려나요?


백사실 연못에 남아있는 정자 흔적


정자터로부터 연못 건너편은 사랑채를 포함한 별장의 흔적으로 짐작된다는데 역시 주춧돌과 기단 일부만 남았군요.

다음 백과에 따르면 ‘백사실’은 백사(白沙) 이항복과 관련된 지명이라는 말도 있고 백석동이란 일제시대 지명이 유래라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 백사 이항복의 별장지 혹은 그가 어린 시절 공부하던 '백사실' 정원 유적으로 알려졌지만 역시 '설'의 일부에 불과해요.


부암동 백사실계곡


한적하니 참 좋군요.

부부 단위로 유유자적 나들이 나온 분들이 대다수인데, 안개낀 날이나 안개비 내리는 날에 '혼등'하면 더욱 운치있을 듯 보입니다. 한여름 피서 나들이에도 제격이겠죠?



막내 녀석은 도룡뇽을 찾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아마도 없거나 모두 숨은 듯 보이고, 새끼손가락 크기의 버들치만 한가롭게 노닐고 있군요.

백사실 계곡을 흐르는 물은 1급수라는데 가뭄이 심해져 계곡이 마르면 이놈들은 어디로 피난하는지 모르겠네요.


백사실 연못과 정원 유적


아름답습니다. 이 이미지를 보면 마치 깊은 숲속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인 듯 했어요. 백사 이항복이 공부했던 곳이라고도 했는데, 이런 경치에 싱숭생숭 글이 머리에 들어왔을런지요?


백사실계곡


터벅터벅 걷는 오솔길도 참으로 운치 넘칩니다.


백사실계곡 동령폭포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 동령폭포

이곳이 신선의 경역, 백석동천의 입구입니다.



막내 녀석은 다 내려와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의 눈으로 도룡뇽을 찾는데 역시나 허탕...

마음이 참 예쁜 아이입니다. 아빠의 자격을 종종 의심케 하는 녀석이에요. 어쩌다 이렇게 부족한 아빠로부터 났는지....

아빠의 인생은 아이들이 없었다면 한없이 거추장스러웠을지도 몰라요.



신선놀음을 찰라 곁눈질하다 번잡한 속세로 복귀합니다. 출출하니 일단 배부터 채우고요... 

즐거운 나들이, 막내야~ 아빠랑 또 가 줄테지?ㅎㅎ


이상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하는 당일 여행!

백석동천 그리고 백사실계곡이었습니다.



  1. 문화재 지정명칭은 서울 부암동 백석동천 - 대한민국 명승 제 36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