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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젊은 호텔리어에게

2016년 글입니다.

아직도 블로그 찾아 오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아마 호텔을 배우는 학생 분들인 듯 보이는데,

그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글을 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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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 옛날엔 겁 없이 잘도 주절거리더니, 요즘은 꽤 조심스럽군요. 부족하기로 따지자면 그 누구 못지 않은 처지로, 단지 먼저 들어오고 먼저 경험했다는 이유가 내게 자격을 허락하는 것일까..... 

 

그저, 비슷한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 호텔리어들 중 한 사람의 경험담을 엿듣는 정도로 생각하셨으면 좋겠군요. 가볍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후배 한 명을 대동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호텔에 인턴으로 있었던 젊은 호텔리어이고요, 얼마 전 새로 생긴 호텔에 취업을 했으니 축하도 할 겸, 저녁이나 간단히 먹을 자리였지요. 

빈 포지션이 있었다면 아마도 먼저 채용되었을 재원이지만 규모도 크고, 오래되어 안정적인 호텔에는 좀처럼 기회가 생기질 않더군요.


명석한 아이이니 중요한 것들 대부분은 6개월 인턴 때 이미 체득할 수 있었을 겁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삶을 보는 시각이 진중하면 심지어 허드렛 심부름하는 과정에서도 무언가를 깨치는 듯 하더군요. 경력의 문제도 아닙니다.

 

 

 

앞으로의 호텔 생활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도움말들을 기대했을 테지만 저의 늙은 생각들은 크게 소용될 게 아닌 듯 했어요. 가 그맘때 겪고 느꼈던 건 벌써 20년이나 해묵은 낡은 것이고, 그나마도 대부분 기억에서 지워졌습니다.

 

군다나, 원대한 포부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젊은 신입과, 남은 직장 생활이 큰 변화없이, 그저 안정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기만을 바라는 늙은 호텔리어의 눈높이가 같을 리 만무하지요. 세월은 흘렀고 주인공은 바뀌었으며, 그들과 저의 생각은 오히려 달라야 정상입니다.

 

호텔이라는, 동일한 일상이 무한 반복되는 따분한 시스템 속에서 선배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아요. 기껏해야 이것 저것 적응하고 익숙해지는데 필요한 스킬과 잔재주 뿐.... 밥 먹으며 후배에게 가볍게 던졌던 제 몇 마디는 아마도 참고할 정도면 족할 수준이었을 겁니다. 선배의 넋두리나 푸념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일루스트레이터 전신영 (illustrate by 전신영)

 

후배들을 격려해야 하는 처지로 이런 말 입에 담기 조심스럽지만 저마다의 능력, 인성이며 재능, 곧 잠재력을 구성하는 여러 자질들은 입사하기 전에 이미 만들어져 있는 듯 보이더군요. 


호텔은, 

교육이나 여러가지 의도된 조직 활동을 통해 젊은 호텔리어를 조직의 틀에 맞게 가다듬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혹여 성장을 위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부분의 것들은 스스로 알아서, 필요하다면 호텔 밖에서 추구해야 하죠.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조직 행위들은 어쩌면 개성을 죽이기도 합니다. 신입 호텔리어의 튀는 꿈과 열정은 잘 용납되지도 않아요. 설령 이런 조직화 과정이 아니더라도, 호텔은 스케일이 작아 대부분의 옹골찬 꿈들은 자연스럽게 위축되기도 하더군요.

 

꿈과 현실 사이의 불협화음은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할 성장통이지만, 꿈을 알차게 담금질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처음 품은 그 큰 꿈을 '어떻게 하면 잘 지켜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신경 쓰는 일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업무와 조직에, 그리고 스스로에게 익숙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호텔의 대부분 업무들은 아주 단순해서, 쉽사리 익숙해지며, 편해지고, 급기야 그 알량한 기득권에 안주하며 변화를 거부하게 되죠. 종국엔 조직으로부터 외면 당하며 비굴한 마지막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채, 가진 경쟁력의 전부가 '스킬' 뿐인 선배들을 닮아서는 안됩니다. 완고하게 짜여진 기존의 질서들을 의심할 줄 알아야 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항상 고민하고 추구해야 해요. 그것이 단조로운 공룡 조직에서 꿈을 끝끝내 유지하고, 성장을 예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일루스트레이터 전신영 (illustrate by 전신영)

 

잘 성장한 호텔리어 한 명이 호텔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더군요. 그런 경우를 들은 적도 더러 있습니다. 그렇지만 먼훗날의 얘기이고, 당분간은 매너리즘에 물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겠지요?!

 

 

 

길게 주절거렸지만 간단한 내용입니다.

 

익숙해지지 않고 항상 변화를 고민하는 것,

원대하게 품었던 그 꿈이 크게 상처 나지 않도록 잘 품는 것.

 

그렇지만 아무나 엄두 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기본적인 자격도 갖추지 못한 신입이 어줍잖은 호기를 부리면 볼썽 사나운 존재로 전락하기 쉽상입니다. 감히 꿈을 말하고, 오랜동안 행해진 호텔의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먼저 스스로에게 떳떳해야 해요.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능력, 그건 스스로, 알아서 기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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