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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젊은 호텔리어와 노포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폰테


노포라 칭해도 될런지요...


고작 30년 남짓이니 너무 '영'하나요?



그렇지만 그 상징을 따져보면 결코 가볍게 이름 할 곳이 아닙니다. 


1983년 호텔의 오픈과 함께 문을 연 호텔업계 최초의 이태리 레스토랑..



일폰테 Il Ponte



당시 이태리 음식은 불란서 요리 만큼이나 고상한 것으로 대접 받던 고급 서양식이었습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선 어느듯 오래된 이름으로 치부되고 말겠지꽤 긴 세월 동안 미식가들의 입에 회자되던 명소였더랬지요.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었습니다.



밀레니엄서울힐튼 일폰테


화무십일홍... 


호텔로 반드시 와야만 맛볼 수 있었던 그 호사스럽던 이태리식 정찬과 알라카르테 (알라카르트 a la carte).... 2000년 대 들어서며 존귀한 위상이 위협 받기 시작했지요. 피자와 파스타 등 일품 위주의 이태리 메뉴들이 대중화의 바람을 타고 곳곳으로 퍼져 나가더니 급기야 동네 분식집의 그것들처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되고야 말았더군요. 


이 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특급호텔의 레스토랑들이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일폰테 Il Ponte


한국 호텔업계 최초의 이태리 식당이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태리 식당 중의 한 곳입니다. 우리나라에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소개하고 보급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던 레스토랑이랄까요?! 이태리 출신의 셰프가 개관부터 20년을 넘겨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티비앤 수요미식회 '스테이크' 편에서 소개되었던 최현석 셰프의 스승이자 이태원 비스테카의 오너 셰프인 김형규[각주:1]씨가 chef으로써의 경력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3대 이태리 레스토랑이라 일컫기도 하더군요. 





최근 이 오래된 일폰테에서 젊은 호텔리어 한 분을 만났더랬습니다. 


홍콩 그랜드 하얏트에 근무하고 계신 훈남 호텔리어이시고요, 당시 페이스북에 잠시 소개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으니 보신 페친들이 더러 계실 듯 하군요.





그나저나 일폰테에서의 식사는 참 오랜만입니다. 


고객을 접대 하느라 종종 호텔의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분위기가 훨씬 케쥬얼한 뷔페 식당을 주로 찾게 되지요. 


호텔의 이태리 식당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피자나 파스타 류의 일품 요리들도 많이 팔리지만 꽤 격식을 따지는 곳이기도 해요. 스타터, soup부터 시작해 메인으로, 그리고 디저트까지,,, Italian 정찬도 특별한 날에 아주 잘 어울리는 구색이기도 합니다.





점심 막간이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파스타를 하나씩 주문합니다. 

 

와인 한 잔 곁들였으면 했지만 낮술 한 잔에 금방 취기가 오르는 체질이라 아쉬움을 삼키고요..



알리오올리오와 펜네



평범한 종류의 파스타와 피자는 2만원 중반 대이군요. 가격이 아주 비싼 편은 아닌데 아이들과 종종 찾는 동네 이태리 식당은 여러 면에서 비교할 깜냥이 못됩니다.  


성인 둘이니 파스타로는 부족합니다. 피자도 하나 추가할까요? 




고르곤졸라... 


호텔에서 고르곤졸라를 맛본 건 처음인데, 로드샾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그런 치즈가 아니군요. 한 입 베어 물자 그 독특한 향이 미각과 후각을 온통 휘어잡습니다.





오래 전부터 이미 오픈키친 스타일이었고요, 주방 내부에 피자를 굽는 화덕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군요.



덤으로... 다른 기회로 먹었던 모짜렐라 토마토 셀러드와 일폰테특선 피자 



어쩌면 이질적인 자리, 오래된 노포에서 늙은 호텔리어가 전도 유망한 젋은 호텔리어를 뵈니 감회가 남달랐다고나 할까요?!





전엔 몰랐습니다만 외국으로 유학한 젊은 호텔리어들이 꽤 많더군요. 더러는 미국으로, 일부는 스위스, 혹은 호주나 싱가폴에서... 어린 나이에 진로를 모색하며, 혹은 취업을 위해 외국 타지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일면 안스럽기도 합니다만 미래를 튼튼히 살아 갈 토대를 다지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국내로 돌아와 국내 호텔에 터전을 마련했을 터이고, 또다른 일부는 외국에 남아 갖은 고생을 감내하며 귀한 커리어를 쌓고 있겠지요. 



이미지출저: 밀레니엄서울힐튼 일폰테



이들 젊은 호텔리어들은 우리나라 호텔 산업을 짊어지고 나아갈 한 축입니다. 국내의 호텔에서 자리를 닦으며 성장하고 있는 호텔리어들과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 밀어주며 새로운 미래를 열겠지요. 


유명 로드샾과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 의해 뒤안길을 걷고 있는 호텔의 노포들,,, 어쩌면 '숙련된 무능에, 학습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데 놀라울 정도로 숙련된'[각주:2] 늙은 호텔리어들이 자초했을 수도 있습니다. 


일폰테는 이들 젊은 호텔리어들에 의해 옛날의 영화를 다시 회복할 수 있겠지요? 역시 젊은 호텔리어들에 의해 곧 뒤로 밀려날 늙은 몽돌이 응원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로 소통하고 있는 외국 호텔의 호텔리어 두 분 링크를 남깁니다. 궁금한 부분 도움 받을 수도 있어요.

초긍정 호텔리어 쏭 스토리 https://www.facebook.com/nomadhoteliersong

호텔리어 이야기 https://www.facebook.com/ourhotelierstory



도움 받은 글 

http://blog.donga.com/zmon21/archives/1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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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희대학교 호텔경영대학 조리과를 졸업하고 힐튼호텔 이탈리아 식당 일폰테에서 6년간 근무했다. 1989년 라쿠치나를 오픈해 17년 동안 총주방장으로 일한 이탈리아 요리의 달인. 2006년 한남동에 ‘비스테까’를 오픈하고 오너 셰프로 주방을 맡아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출처] 시금치를 넣은 생면으로 만든 크림소스 파스타 |작성자 준서 [본문으로]
  2. https://www.facebook.com/jungsik.yu/posts/106004282734229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