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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혼돈의 미학, 인사동 그리고 거들떠 보는 이비스 인사동


마침내 실행에 옮기게 되었군요. 


2013년 10월 개관 때부터 마음을 먹었으니 무려 2년 걸린 셈입니다. 



인사동 이비스


공식명은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인사동 Ibis Ambassador Seoul Insadong.... 



이곳이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인사동 이비스의 개관을 총괄했던 더 늙은 총지배인께서는 늙은 몽돌의 아주 각별한 선배되시거든요. 짧게 근무하다 계열 호텔로 영전해 계십니다. 


속속들이 보지 못했으니 자세히 읊을 수는 없고요, 듬성듬성 느낀 바만 끄적거려 보겠습니다.



* * *



스쳐 들었던 일화가 뇌리에 남습니다.


객실 창문을 열면 인사동 한옥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오밀조밀 붙은 한옥의 지붕들이 꽤 운치 있는 모양이더군요. 


아마도 한국엔 처음 온 외국 관광객이었을 테지요. 한국의 아침 정취를 만끽하며 미로와 같은 골목을 구경하고 있는데 한 곳에서 대문을 열고 사람이 나오더라네요?! 아이폰을 귀에 대고 통화를 하면서.... 



이미지: 미슐랭이 콕 찍은 한국의 명소/이상은 기자



그 풍경이 벽안의 외국인에겐 그렇게 이질적이고 색달랐던 모양인데, 이런 것도 컬쳐 쇼크 Culture Shock라 할 수 있을까요?





인사동에서 외국인이 느끼는 매력이란 그런 것들이겠지요. 흔히들 말하고 매일 경험해서 이미 식상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혼돈의 인사동에 매겨진 장소성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고단한 현대를 살며 흔한 주변을 돌아 볼 여유조차 없었던 제 눈에도 그와 같은 이질의 혼재는 대단히 흥미롭니다.





이비스 인사동은 복잡하고, 섞였고 그리고 번듯하지 않은, 우리네 사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처음 그 입지를 확인하고는 저조차 꽤나 놀랐더랬습니다. 도무지 화려한 호텔이 들어설 곳이 아니어 보였거든요. 한국인인 저도 찾기 수월치 않은, 우리 삶 깊숙한 곳에 입지하고 있습니다. 




     

좁은 도로, 작은 구멍 가게에 둘러 쌓여 더욱 대비되는 엄청난 덩치의 건물,,,, 

어둠 속에서 드러난 이비스 인사동은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듯 그렇지 않은 듯 다소 미묘합니다. 


그렇지만 단조롭고 둔탁한 색상의 그 건물은 허름한 주변과 적당히 영합합니다. 치렁치렁 전선을 감아 올린 호텔 정면의 전봇대 역시 눈에 거슬리지만 마치 인사동의 정체성을 한껏 상징한달까요?



인사동 이비스 1층 로비/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부와 달리 밝고 그리고 정갈합니다. 



마침내 호텔로 들어오면 왠지 안도하게 됩니다. 


타지로의 여행은 항상 설레는 것이지만 마음 한 켠에 불안감도 함께 챙겨 떠나야 합니다. 미지의 어둠을 뚫고 이곳을 들어서면 체한 듯 답답했던 그 불안감도 여장과 함께 풀어내겠지요. 


이 안도감은 규모나 스케일을 막론하고, 인터네셔널 체인이라는 브랜드가 상징하는 가치입니다. 



로비층의 Le Bar Taste 레스토랑이비스 명동에 비해 식음료 영업은 꽤 slow,,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기능 정도로 축소된 듯 보입니다. 역시 입지가 영업 상황을 대변합니다. 주변에 널린 게 먹거리인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굳이 식사해야 할 이유는 없지요. 그렇지만 이비스 인사동의 메뉴들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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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전반은 딱 이비스의 그것입니다. 동대문 이비스 버젯이나 충무로 이비스 스타일에 비해서는 다소 넓고요,,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크게 부족한 것도 없습니다.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객실 가격이 벌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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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의 전형인 코인 세탁기 등이 있고요, 인벤토리를 감안해서인지 꽤 큰 사이즈의 피트니스센타가 지하에 있습니다. 루프탑은 놀리고 있더군요. 한여름만 이곳에서 바베큐를 냅니다. 루프탑은 꽤 괜찮은 매력인데 이비스의 다른 곳들과는 달리 왜 이곳을 방치했을까요? 엘리베이터도 올라오지 않고, 음식 등을 준비할 공간도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일까요? 밖으로 한발짝만 나서면 또다시 혼돈의 세상이 열립니다. 과거와 현재가 부산스럽게 소통하는 곳,역시 불안하지만 새롭고 자극적인 경험....





어둠이 내리면 그 혼란스러운 외양은 네온사인을 입고 아름답게 탈바꿈합니다. 





좁다란 골목 골목엔 해묵은 과거와 말끔한 현재가 이미 아름답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의 선 눈엔 이와 같은 다면성이 날 선 매력으로 다가오겠지요. 





한옥들이 연이은 골목엔 이와 같은 조그마한 펍 그리고 찾집들이 좌우로 듬성듬성 박혔습니다....





인사동 뒷골목을 구경한 건 이번이 처음이고, 그 매력에 대해 되새김질 해 본 것도 처음인데 여러모로 신선하더군요. 어쩌면 거추장스러웠을 우리의 내면이 외국인의 눈엔 매력적으로 비칠 수도 있을 듯 싶었습니다. 


그 매력 한복판에 입지한 이비스 인사동은 호텔 로케이션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을 깨뜨립니다. 되려 그런 이유로 지근거리엔 시장을 두고 경쟁해야 할 비슷한 스케일의 호텔을 찾아보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불꺼진 창들은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 입지에 특 2급 363개 인벤토리는 다소 과분해 보이기도 하군요. 서울 다른 곳의 이비스와도 크게 대비되는 덩치입니다. 아마도 한창 한국 호텔 시장에 대한 장미빛 전망이 한창 충만했을 2011년 이후에 급하게 계획했던 프로젝트이기 때문일까요? 


중국발 요우커들이 넘쳐 나게 국내로 유입되고 있지만 특급 등 중고가 호텔에 대한 시장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이비스 인사동 주변에도 젊고 모험심 강한 FIT를 흡수할 게스트하우스 등 소규모 저가 숙박 시설들이 지천으로 깔렸더군요. 


샹들리에처럼 휘황찼을 호텔리어들의 꿈은 마침내 시장 상황과의 타협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에 봉착한 듯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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