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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에어비앤비가 호텔 산업에 미치는 영향

에어비앤비 Airbnb의 급성장에 대해서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 왔죠. 기업 가치가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 체인 힐튼에 버금갈 정도라는 기사도 최근에 있었더랬습니다. 그렇지만 현업 호텔리어들이 그 파급을 제대로 체감하고 있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군요. 


인터넷을 뒤적이면 제가 근무하는 호텔 주변에도 에어비앤비의 진열대에 올라 있는 주택들이 부지기수로 눈에 띕니다. 하지만 이들이 호텔의 고객을 얼마나 빼앗아 먹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죠. 계량화된 무언가를 본 적도 없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성장세가 워낙 가팔랐던 탓에 그 영향을 숫자로 가늠해 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때문일까요?


* * *


에어비앤비는 도대체 얼마나 성장한 것일까요?


얼마나 위협적일까?


수많은 호텔리어들과 업계의 전문가들이 말해 왔던 것처럼, 과연 일곱 살 난 꼬맹이 에어비앤비가 호텔의 밥그릇에 주걱 만한 숟가락을 걸치며 터줏대감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는 걸까요? 그것이 아니라면, 밥그릇 빼앗길까 노심초사, 성마른 호텔리어들의 설레발에 불과했던 것일까요???? 


에어비앤비는 호텔의 쉐어를 얼마나 갉아 먹고 있는 것일까요?



'에어비앤비가 뉴욕 숙박시장 및 관련 경제에 미친 영향'


때마침 그 궁금증을 다소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보고서가 발간되었더군요. 이런 정보를 기다려왔던 제겐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아마도 여러 호텔리어들과 관련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그러하겠죠?!


42쪽에 걸친, 제법 긴 분량의 자료이지만 내용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대부분 그래프와 표로 구성되어 있거든요. 업계의 소식을 전하는 매체들에겐 이미 공개된 정보이고요, 구글링을 하면 쉽사리 찾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공개된 자료이지만 이런 식으로 블로그에 인용하는 게 저작권을 침해하는 정도인지 항상 신경 쓰입니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발간처에 메일을 한번 띄워 볼 예정이고요...


  HVS/Airbnb and Impacts on the New York Cith Lodging Market and Economy



뉴욕 호텔 협회 Hotel Association of New York City의 의뢰를 받아 HVS[각주:1]에서 조사, 발간했습니다. 


뉴욕의 예


조사 대상은 미국 New York의 숙박산업 Lodging Industries입니다. 아다시피 뉴욕은 꽤 상징적인 지역이지요?! 에어비앤비가 태어난 곳인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에어비앤비의 주력이 응집된 본진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비록 미국 뉴욕 한 곳에 국한된 상황이니 얼마 전부터 세몰이에 착수한 아시아를 포함, 세계 모든 지역의 사정을 이 데이타 하나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예외적이지 않는 한, 다른 곳들의 시장 상황도 일단 추세 면에서는 대동소이할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에어비앤비가 과연 호텔 산업과 관련 경제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고 있는지 대충 어림짐작하는 정도의 용도로는 충분한 내용입니다.


2014년 9월 부터 2015년 8월 까지 1년 기간의 통계를 바탕으로 관련 자료를 추정했습니다.



HVS/Airbnb and Impacts on the New York Cith Lodging Market and Economy


에어비앤비가 해당 기간 1년 동안 뉴욕 숙박업계에 끼친 추정 손실 총액입니다. 무려 21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4천 억 정도 되겠군요.


내용 별로 구분하면, 에어비앤비에 빼앗긴 (에어비앤비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호텔에서 발생했을 것이라 가정하는.....) 호텔 객실 매출 추정액과 레스토랑 등 호텔 기타 부분의 부수 매출, 고용, 호텔 건축 기회 상실로부터 발생한 건설 부문 손실 그리고 이 모든 경제 효과에 대한 세금 손실로 나눠져 있군요.


한 해 손실 총액 2조 4천억?


하지만 좀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추정의 근거는 여러 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지니고 있는 듯 하거든요. 금액 효과 역시 그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호텔과 관련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며, 에어비앤비에 의해 창출된 여러 경제적 효과, 소비자들이 에어비앤비로 부터 얻는 편익 등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거든요. 아울러, 에어비앤비가 생기기 이전에도 존재해 왔던 렌탈 시장을 감안하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논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바닥의 생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용역을 의뢰한 클라이언트, 즉 뉴욕 호텔 협회의 의중이 알게 모르게 보고서에 투영될 수 밖에 없었겠죠. 


어쨋거나, 오늘 논하고 싶은 내용은 '에어비앤비가 얼마나 호텔의 쉐어를 빼앗아 먹었나'에 주로 관계된 것이니 보고서에서 주로 다룬 파급의 내용에 대해서는 대강 '패스'합니다. 혹여 전반적인 내용이 궁금하시면 지면 마지막에 파일을 올려 놓았으니 다운 받다 읽어 보시기 바라고요...

 


HVS/Airbnb and Impacts on the New York Cith Lodging Market and Economy


해당 1년의 기간 동안 에어비앤비가 뉴욕의 호텔로부터 빼앗아 먹은 객실은 290만 개 (room nights)에 달했습니다. 그 곳 사정에 익숙치 않으니 우리에겐 그 효과가 쉬이 와닿지 않을 듯 싶군요?! 하루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7,950개 객실, 해당 지역의 평균 객실가동율 (Occupancy Ratio)을 80%로 대충 가정하면, 200개 객실을 갖춘 50개 호텔을 운영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군요. 뉴욕 호텔 협회에 등록된 호텔이 270개 정도이니 현재 회원사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에어비앤비의 하루 평균 렌탈 가격을 평균객실료로 환산하면 157달러,,,,, 그다지 저렴해 보이진 않네요?! 뉴욕이라는 지역 특성(같은 기간 뉴욕 호텔의 평균객실료 ADR은 276달러였습니다)을 감안해야 하긴 합니다.


그동안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2018년엔 490만 room night, 호텔의 객실 매출 직접 손실이 8억 달러 (약 1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고요, 앞으로 그 성장세는 둔화되겠지만 마켓 쉐어는 당연히 호텔의 것을 더 갉아 먹으며 늘어나겠죠.



HVS/Airbnb and Impacts on the New York Cith Lodging Market and Economy


해당 기간 동안 뉴욕 전체 객실 수요의 약 7.8% 정도를 에어비앤비가 잠식했군요. 하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4.6% 정도를 점했는데, 에어비앤비의 ADR이 낮음으로써 당연히 발생하는 편차입니다. 


객실 수요의 8% 잠식


태어난 지 7년, 본격적으로 그 존재가 시장에 부각된 게 불과 2, 3년 전의 일이니 이 8%의 점유율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군요. 더군다나, 그 쉐어는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 지 추정하기 쉽지 않으나, 이 정도 수준으로 수렴하진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초 에어비앤비의 성장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봤던 한 칼럼에 의하면 2016년 미국 전체 숙박 시장의 10% 정도를 잠식할 것으로 추정했더군요. 전 자발스러운 한 칼럼니스트의 '뻥'으로 치부하고 말았었는데 지금 보니 전혀 허무맹랑한 수치가 아닙니다.



기타 고용과 건설 등에 대한 부분도 다소 많은 지면을 할애해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이 포스트에선 더 언급하지 않을 작정이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아다시피 호텔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고용 효과가 아주 큽니다.


HVS/Airbnb and Impacts on the New York Cith Lodging Market and Economy


호텔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다는 의미는 곧 호텔의 일자리가 줄어 든다는 의미와 다름 아니지요. 에어비앤비의 시장 잠식으로 모두 4000여 개 일자리가 호텔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되었고 총 7억 달러 (우리 돈을 8천억)에 가까운 직간접적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실, 이 역시 논란의 소지가 없진 않아요. 호텔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만 에어비앤비에 청소나 bed making 등의 용역과 어메너티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쪽에서도 고용 기회 또한 파생되고 있거든요.


앞에서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뉴욕 에어비앤비의 평균 객실료 157달러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닙니다. 하지만 뉴욕의 객실 가격 (평균객실료 276달러)에 비할 바는 아니죠?! 따라서 에어비앤비가 지금껏 성장한 이유가 단지 그 낮은 가격 때문일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에어비앤비의 경쟁력


호텔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용역은 '하룻밤 잠자리'였습니다. 하지만 경쟁은 치열해졌고, 단지 이 하룻밤 머무는 숙소로써의 가치로는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무언가 다른 가치를 추가로 제공해야 스스로를 차별화하며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데 그것을 우리는 '새로운 경험' 또는 '스토리'라 흔히 말해 왔지요. 


최근 득세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호텔들이 주로 제공하는 물적 특성이거나, 혹은 부티크호텔들이 선사하는 고유의 특성, 또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차별화된 서비스이거나.....


이미지: 에어비앤비


다소 불안하고, 그리고 익숙치 않아 불편하기도 하고, 기존의 경제 시스템으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이라 여러 부분에서 마찰을 파생하고 있긴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기성 호텔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그 '무언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하루에 기껏해야 대여섯 투숙하는 고객과 오너 간의 긴밀한 인관관계 host-guest relationship나 상호작용, 또는 personalization에 의한 경험이라고 일컫기도 하더군요. 


나름의 의도는 있겠지만 지금까지 보인 각 호텔 체인들의 공식적인 반응은 그야말로 '무'반응에 가까워 보입니다. 애써 에어비앤비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는 듯도 하고요... 아마도 내부적으론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겠지요. 벌써 뉴욕 밥그릇의 8%를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아요. 덩치나, 홈그라운드 잇점이 전혀 먹히지 않는, 기성 숙박 산업과는 전혀 다른 유형이거든요.


호텔이 이미 제공하던 걸 계속 고집하면 호텔과의 경쟁에서 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와의 밥그릇 싸움에서도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습니다.


같이 읽어 보면 좋은 글

호텔이 에어비앤비와 경쟁하는 법



참고한 기사

New study confirms Airbnb’s negative impact on hotel industry

Airbnb and Impacts on the New York City Lodging Market and Economy (download)

New York Hotels Go on Offensive Against Airbnb Rentals

HVS: Airbnb takes $2.1b out of NYC hotels

The threat most hoteliers are ignoring/기사에 달린 댓글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Airbnb Is the Next Big Hotel Distribution Channel

Hoteliers will lose the Airbnb war


HVS - Airbnb-and-the-NYC-Lodging-Market.pdf

airbnb.pdf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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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VS가 내는 자료들 중에는 꽤 유용한 것들도 많고요, 최신 동향과 시장 현안을 폭넓게 다루기도 합니다. 무료로 가입하면 뉴스나 보고서 등을 받아 볼 수 있으니 관심있는 호텔리어들께서는 구독 신청을 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보이는군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