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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카푸치노,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정체성 #1


여긴 좀 다녀오실 것을 권합니다.

 

 

호텔리어라면 호텔에 적용된 새로운 경향을 눈으로 볼 수 있고요,

 

고객 입장이라면 흥미로운 경험들을 하실 수 있을 듯 하군요.

 

 

새로 문을 여는 호텔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괜찮아 보이는 곳들은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여긴 여러 면에서 좀 달라 보이는군요. 아주 흥미롭습니다. 

 

 호텔카푸치노 

 

 

이름도 재미있지요카페라떼도 아니고, 아메리카노도 아닌 것이, 왜 하필이면 '카푸치노냐'며 농담 조로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호텔에 따로 여쭙진 못했습니다만 뭔가 특별히 노리는 바가 있었던 것일까요?

 

2015 12월에 그랜드 오픈했으니 불과 한 두달 밖에 되지 않은 신상 호텔입니다. 코오롱 그룹이 처음 시도하는 호텔인데, 가능성이 엿보이면 몇 곳 더 확장할 의사가 있는 듯 했으니 이곳은 일종의 파일럿 호텔로도 볼 수 있겠군요.



 


모두 141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는데, 최근 새로 개관하는 업스케일 호텔들에 견주면 비교적 아담한 덩치입니다. 그렇지만 객실 구성과 내용을 살펴 봤다면 그들 업스케일들은 바짝 긴장해야 합니다. 아울러, 여러 면에서 비교되는 커피숖, 루프탑 바 그리고 레스토랑을 구성했습니다. 다음 편에서 따로 좀 다루고요...


피트니스와 미팅룸, 코인 세탁실 등도 갖추었지만 등급을 위한 구색에 가깝습니다등급 이슈가 아니었다면 아예 없애고 다른 시설들을 배려했겠지요. 그렇다고 마지못해 대강 꾸며 놓지도 않았고, 허술해 보이지도 않았어요. 



  

 

어번 라이프스타일 Urban Lifestyle 호텔이라 천명했더군요.


그동안 라이프스타일이란 이름을 자칭한 여러 호텔들을 둘러 보면서, 오히려 라이프스타일의 정체성에 대해 더 혼란스러워졌었습니다. 


기성 호텔과 차별화된 면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좁은 스페이스와 제한적인 서비스는 원래의 의미에 흠집을 내는 듯도 보였습니다. 거의 유일하다시피 어필했던 그 디자인들은 꽤 선정적이었고 쉬이 싫증 날 듯 했거든요구경한 호텔들이 주로 인터네셔널 체인 명찰을 단 것들이었으니 아마도 시장의 한 켠만 들여 다 본 탓이었을까요? 



이미지: 호텔카푸치노



마침내 호텔카푸치노에서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진면목을 제대로 본 듯 싶군요. 주로 외국 칼럼을 통해 듣고 배우던 당대의 호텔 트랜드를 비로소 일람할 수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의 정체성 



소셜 로비 Social Lobby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최근에서야 흔해진 루프탑 Roof top 바의 새로운 차원을 보는 듯도 했어요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조금씩 트랜드를 형성해 가고 있는 펫 프랜들리 Pet Friendly (엄밀히 말하면 dog friendly) 컨셉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 호텔카푸치노



호텔카푸치노는 독립호텔입니다. 어쩌면 독립호텔로써의 그 위상으로 인해 간섭 받지 않은 지금의 정체성, 흔히들 말하는 독립호텔의 전형을 지켜냈을 수도 있었겠군요.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 유형은 아닙니다. 외국에선 이미 저변을 확보한 당대의 트랜드를 제대로 소화해 낸 호텔이고, 이를 위해 많은 외국의 호텔들을 벤치마킹 했다더군요.


 공유가치, 새로운 경험 


 

라이프스타일이란 컨셉과 함께, 호텔카푸치노의 또다른 정체성은 나눔과 공유가치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호텔의 의도 역시 그러했겠지만, 호텔카푸치노는 위 두 개 대표 컨셉으로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당분간 세간의 입에 자주 오르내릴 듯 차별적입니다.  





나눔과 공유가치 Shared Value 개념을 호텔의 모든 서비스와 결합시겼습니다. 호텔은 곳곳에서 의도를 드러내지만 고객은 이를 귀찮아 할 수도 있고, 혹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호텔을 이용하고 투숙하는 행위 자체가 호텔이 의도한 사회공헌 활동과 자동적으로 연결됩니다.



호텔카푸치노의 리사이클링 목욕용품

 


리사이클링 목욕 용품을 사용하고요, 객실마다 E&G (Earn & Giveaway - 수건 등 객실용품을 아껴 사용한 만큼 기부하는 개념) 박스를 뒀습니다비교적 흔히 보던 옷캔도 있고, 유기견 보호 프로그램인 카라도 개입시켰더군요. 그리고 Water.org에도 기부를 합니다.


 


호텔카푸치누의 E&G 박스



호텔카푸치노의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은 집요하게 고객 활동에 개입하고요, 전하는 메시지 역시 꽤 간명하고 강렬합니다


이런 활동에 익숙치 않은 고객들은 자칫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으며, 급기야 저항감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획득한 '편의'가 간섭 받으면 일단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되거든요. 호텔카푸치노는 당연히 이를 의식하고 있는 듯 싶었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아주 경쾌한 것들을 채용했습니다


호텔카푸치노의 캐릭터가 바로 그러했는데, ''님인 줄로만 철썩 같이 믿었던 그 캐릭터는 개가 아니라 악마였더군요. 고객의 참여로 곧 엔젤로 변신할 귀여운 '앙마'.....



이미지: 호텔카푸치노/악마 캐릭터

 

 

추가 비용을 감수하며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호텔카푸치노 역시 거창한 슬로건들을 홈피 곳곳에 내걸어 두었지만, 따지고 보면 마케팅 활동의 한 방편이기도 합니다. 색다른 재미와 의미있는 참여를 유도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이는 또다른 유인으로 작용하고, 마침내 소비자의 선택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요.





코오롱그룹은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하더군요. 호텔카푸치노의 이런 컨셉에도 오너의 의중이 깊이 개입되었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옹졸한 몽돌은 색안경을 끼고 흔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만 고쳐 이해하고 말았는데, 이는 아마도 사회공헌활동조차 사익을 위한 도구로 악용했던 몇몇 재벌과 정치인들의 행태 때문인 듯 싶었습니다. 


 

 호텔카푸치노 17층 루프탑바의 대형 야외 테라스



프로그램의 생명력이 오래 지속되고, 그리고 시장의 관심을 더 환기시키려면 이런 프로그램의 결과물,  기부 활동이 조만간 전개되어야 하며, 로컬에 적극적으로 노출되어야 할 듯 싶었습니다이 역시 호텔에서는 익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미 준비하고 계시는 듯 하더군요


제 스탠스가 다소 치우쳐 보일 듯도 싶은데사심이나 친분이 개입한 때문이 아니라, 이런 프로그램들이 우리나라에서 계속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입니다.


 시간과의 싸움 

 

 

호텔카푸치노의 입지는 마치 전쟁터인 듯 했습니다. 사방 천지가 호텔로 둘러 쌓였는데, 봉은사로를 타고 양쪽 곳곳에 호텔들이 즐비합니다. 바로 앞엔 삼정호텔과 레지던스들, 그리고 도보 5분 거리에 리츠칼트과 노보텔 강남이 입지해 있습니다.



침대 아이콘과 빨간 점들이 모조리 호텔입니다.

 


원래도 비수기인데다새로운 호텔의 고객 기반은 당연히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아무리 훌륭한 호텔이라도 객실 가동율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일단 힘겹게 빼앗아 와야 하거든요하지만 시장을 선점한 기성 호텔들의 텃세는 만만치 않고, 결코 호락호락한 면면도 아닙니다. 코앞의 지하철이 적잖이 위안되긴 하더군요.





그렇다고 가격을 수렴해 아무나 고객으로 맞이하지는 않을 듯 했습니다.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고, 치밀히 의도된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호텔카푸치노의 홈페이지를 보면서도 느낀 첫인상은, 케쥬얼하지만 꽤 까탈스럽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어프로치가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전설과도 같은 먼 옛날의 예를 부언하면, 80년 대부터 약 이십년 동안 서울의 특 1급 호텔들은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을 외면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지요?!


그 바람에 이들이 주 고객이었던 소공동의 호텔 롯데가 한동안 경쟁 호텔들과 고객들로부터 떨거지 취급을 받은 적도 있었더랬죠. 천백개가 넘는 인벤토리를 채우자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겠지요. 지금은 각고의 노력과, 일본 관광객의 위상 변화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지만, 제 늙은 뇌리엔 20년이 지난 지금도 '깃발 든 여행객 단체나 수용하는 호텔'의 그 그림자가 다 지워지진 않았습니다. 




호텔카푸치노 루프탑바



적절한 예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고객 믹스는 호텔의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스스로가 의도한 정체성을 확보하려면 배고파도 풀을 뜯진 말아야 합니다. 긴 인고의 시간과, 서비스 퀄러티를 유지하기 위한 뼈를 깍는 고통이 수반되긴 하겠지만.....



따라서, 지금 가장 중요해 보이는 것은 호텔 자체의 매력이나 경쟁력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요, 오너의 인내심인 듯 싶었습니다. 호텔은 충분히 훌륭해 보이며, 젊은 경영진의 열정 또한 부족함이 없어 보이더군요.


엄청난 돈을 들여 럭셔리 한 property를 올려 놓고는, 오너의 조바심으로 인해 치밀히 계획한 마케팅 노력들이 허사로 변하며 잠재력이 모두 소모되는 '웃픈' 예도 종종 듣고 보게 됩니다오너의 경영 철학은 어쩌면 호텔 오퍼레이션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영향력입니다. 그것이 독립 호텔이거나혹은 명찰만 빌려 단 프렌차이즈 호텔이거나, 심지어는 브랜드에 경영을 통채 위탁한 호텔마저 예외 없이......


 

 호텔카푸치노 17층 레스토랑 핫이슈



경영층의 안목은 디자인 단계부터 치열히 개입한 듯 싶더군요. 운영 측면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채 무질서하게 개발되어 곳곳이 허술한 여느 비즈니스 호텔들과는 달리, 호텔카푸치노는 구성이 알차고 빈틈을 꼬집어 내기 쉽지 않은 호텔입니다


 

룸쇼 당시 총지배인께서는 여러 말씀을 하셨지만 전 다소 감당하기 힘들더군요세계 곳곳을 돌며 몸소 체득한 호텔 트렌드와 디자인에 대한 식견은 토종 호텔리어인 늙은 몽돌에겐 정말 부러운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외국 뉴스와 칼럼으로 전해 듣던 새로운 경향을 흠뻑 느끼고 왔을 뿐인데, 새로운 걸 보고 배운다는 건 언제나 큰 즐거움입니다.


소개글이 많이 길어졌군요. 다음 포스트에서 못다 전한 내용들을 사진 위주로 소개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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