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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후암동 도동집, 정체성 희안한 퓨전 술/밥집

이해가 잘 안되는데...


맛이 탁월한 것도 아니요,

가격도 그닥 저렴하지 않고,

더군다나 주인장은 더러 불편할 정도로 불친절한 곳입니다.


도동집/후암동맛집


참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 부실해 보이는 곳을 찾고, 그깟 국수 하날 먹기 위해 추운 날씨를 마다않고 줄서 기다리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욕하면서도 모임 장소로 이곳을 낙점한 저 역시 실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네요...

사실은 면요리를 과하게 애정하시는 지인 한 분의 '잇' 플레이스이기도 하고요, 저나 그 분 회사의 지척 입지 때문이기도 합니다.


후암동 도동집


서울역 건너편, 남대문경찰서와 옛 벽산빌딩 사이의 도로를 주욱 걸어 올라가면 막다른 곳에 이르럽니다. 후암삼거리라 불리는 곳이죠.

좌측은 남산과 힐튼호텔이요, 우측으로 내려가면 후암동으로 분기합니다.


 후암동 도동집


이름도 쫌 그렇지 않나요?


도동집


뭔가 '빈티' 나 보이지만, 달리 보면 뭔가 왠지 있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고....




원래 이 일대는 '복숭아골'로 불렸고, 그것이 '도동'이란 지명의 유래입니다. 곧 '도동집' 이름의 연원이겠죠. 이곳 도동은 원래 중구에 속했다가 1970년 대 중반에 지금의 용산구 후암동으로 편입되었다고 합니다.

많았다던 복숭아 나무는 지금 온데간데 없군요. 다만 봄철이면 후암동과 남산 주변으로 복숭아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긴 합니다.

소월길, 그집 그리고 커피를 사랑한 소믈리에


온 산을 뒤덮었을 그 복숭아 꽃과는 달리, 이십 수년 전 제가 호텔에 입사했을 당시 이곳은 슬럼이나 진배없었죠. 출퇴근 때 오르내리던 골목엔 '야화'라 불리던 사창들이 대신 눈에 띄던 곳입니다.

그 사이 대형 빌딩들이 들어서기도 했고, 주변으로 오피스타운 트래픽을 겨냥한 식당이며 커피숖들이 하나둘 생기더군요. 허름한 옛 건물들을 고친 곳들이 대부분이에요.
도동집처럼 하나 같이 뭔가 (뭔진 모르겠지만...) 있어 보입니다. 위 '커피를 사랑한 소믈리에'는 일대에서 꽤 유명해요.

여하튼 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꽃으로 자라, 옛날의 그 아름다운 이름이 다시 어울리는 동네로 바뀌었으면 좋겠군요....


후암동 도동집


도동집 얘기 다시 좀 할까요?ㅎ


여느 로드샾에 비해 유별나 보이는 것도 없지요? 계속 보면 왠지 내공 풍기는 면도 없진 않은데, 아마도 워낙 낙후된 후암동인 때문일까요? 이 정도 깜냥으로도 충분히 눈에 띌만한 입지이긴 합니다.


도동집, 후암동맛집


하얀색 타일벽에다 덕지덕지 메뉴를 붙였는데 꽤 운치 작렬입니다?

이런 걸 봐도 주인장은 뭔가를 아는 분인 듯 한데, 그 성질만 조금 죽이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오늘은 지인 몇 분과 조촐한 술자리를 갖습니다.


도동집, 후암동맛집


소맥을 말고, 해물초회를 시킵니다.

해물냉챈가? 뭔가 있다 만 모양새이지만 맛은 그냥저냥 괜찮아요.


도동집, 후암동맛집


불고기 파전이라네요?

맛은 웬지, 뭔가, 그냥.....


도동집, 후암동맛집


오홋? 모양새는 좀 빠져보여도 요놈이 압권입니다.
도동어묵탕이라는데, 좀 걸죽한 국물은 꽤 복잡미묘한 맛을 간직하고 있네요? 칼칼하고 시큼하기도 하며 그리고 개운합니다.

마포의 산동만두 산라탕 국물이 딱 생각났는데, 도동집의 메뉴나 인테리어나 서비스가 딱 이런 식이에요. 뭔가 애매하게 섞인 듯, 하지만 나름 개성있는 그 '뭔가'.....ㅎ

후암동 도동집/꿀토마토


헐~ㅎ 서비스를 다 주시네요?
꽃입니다. 토마토와 꿀로 만든 꽃....

그나저나 참말로 희안한 일이네요. 그 까칠한 사장님께서 서비스를 다 주시다니...

후암동 도동집/도동탕면, 미소탕면


한참 전, 면식이 지인과 같이 먹었던 점심 중 도동탕면 그리고 미소탕면의 이미지입니다.

요것도 맛이 좀 퓨전스럽군요?
역시 뭔가 애매한데, 선명한 걸 좋아하는 제겐 차라리 4천원 짜리 시장통 멸치국수가 나아 보이기도 하고요... 멸치육수 베이스를 쓰는데 다른 뭔가가 섞여 맛을 희석시켜요. 그것이 뚜렷한 뭔가로 인지되면 문제없지만 그 '뭔가'가 뭔지....ㅋ
도동비면도 함께 먹었습니다만 바삐 먹느라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했군요...ㅎ



중면 굵기인데 아마도 직접 뽑아 내는 건 아닙니다. 충분히 익히지 않아서였는지 밀가루 냄새가 스며 있어요. 덤으로 나온 요쿠르트로 벌충하기엔 어림없습니다.
흠... 하지만 찬으로 나온 것들은 꽤 정성스러워요.

도동탕면과 미소탕면 등 면 식사의 가격이 모두 7,000원이니 만만치 않지요? 대신 밥이 같이 나오고, 내용물도 실한 편입니다.
 

후암동 도동집/맨위 이미지는 지난 가을의 것


여튼 손님은 엄청 많다니까요? 그 꿀토마토 때문만은 아닐텐데....


혹여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들렀다 그 이유 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의 그 뭔가는 도대체 무엇인지....


감사합니다.


후암동 도동집 주차: 안됩니다/토일 노면주차 가능

도동집 영업시간: 11:30~23:00

도동집 휴무일: 매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