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근무하는 사람의 눈으로 본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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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반얀트리 서울에 관한 매각 소식이 있었는데 다소 뜬금없었습니다. 지금의 소유주 현대그룹이 인수한 지 겨우 일년 남짓된 시점이었거든요.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3443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Vanyan Tree Club & Spa) 서울,
업계에서야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대중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일 듯 합니다. 남산의 타워호텔이라면 조금 익숙하시려나요?
1969년 개관했던 타워호텔이 그 전신으로, 1988년 특 2급 호텔로 승격된 후, 부동산개발업체 (주)새한씨앤씨(의 특수목적법인 어반오아시스)가 인수한 2007년까지 운영되는데, 3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2010년 6월 '반얀트리 클럽 & 스파 서울'로 이름을 바꾸고, 34개의 객실과 16개의 스위트룸, 스파, 피트니스센터와 연회장 등의 시설을 갗춰 재개장 했습니다.
20년 경영위탁계약을 맺고 반얀트리 명찰을 달았는데, 최초 도입될 당시엔 저도 잘 몰랐던 생소한 브랜드였어요. 반얀트리는 1980년대 말 태어난 비교적 젊은 리조트형 호텔 체인입니다. 싱가폴 국적으로 주로 태국을 베이스로한 동남아에 호텔 주력이 있으며, 최근엔 중국과 중동지역에 확장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반얀트리 빈탄
반얀트리 서울은 재개관 당시 럭셔리 도심형 리조트호텔 컨셉을 표방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는데 서울시내의 경쟁 특 1급 호텔과는 여러 면에서 차별성을 노골적으로 의도했습니다.
도심속 리조트라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드문 theme도 그러했지만, '상위 0.1% 사교클럽'이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제한된 부유층을 대상으로 회원권(당시 개인회원권 1억3천만원/부부 1억 8천5백만원/연회비 4인기준 800만원)을 분양하는 귀족 마케팅을 구사했는데, 그 당시 제가 느끼기에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파격적이었죠.
최근 흑자 전환 보도에 보듯 경영 실적이 다소 호전되는듯 합니다만 애초의 컨셉을 일정 부분 포기하며 시장환경과 절충한 결과가 아닐까 추정합니다. 멤버십 위주의 영업으로 매출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기도 하고, 도심속 리조트호텔이라는 컨셉이 국내 시장에 잘 먹히는 듯 하지는 않군요.
이미지 : http://www.ganaart.com
반얀트리 서울의 운명은 꽤 기구합니다. 2007년 어반오아시스가 1200억에 인수한 후 쌍용건설에 리모델링을 맡겼습니다만 재개관 이후의 영업이 애초 기대와는 많이 달랐던 모양입니다. 2010년 6월, 새로운 컨셉을 표방하며 다시 문을 연 반얀트리 서울은 여러 면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며 스폿라이트를 받았습니다만 회원권 분양은 반도 채 이뤄지지 않았으며 영업 부진까지 겹쳐 재개관 첫해부터 500억의 적자를 기록합니다.
와중에 700억에 달하는 체납 공사비를 내지 못해 시공업체 쌍용건설이 담보권리를 근거로 처분 권한을 행사, 2012년 6월 1600여 억원에 현대그룹으로 소유권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를 인수한 현대그룹 조차도 1년 남짓된 시점에 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반얀트리 호텔을 시장에 내 놓았네요?!
몇년 사이 주인이 서너번 바뀌는 안타까운 상황인데 재개장하면서 표방했던 그 영업전략 만큼이나 생경한 모양새이긴 합니다.
이미지: http://cdn.media.kiwicollection.com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을 포함해, 한진그룹의 CXC 종합캐피탈, 신라의 삼성그룹, CJ그룹, 한화그룹 등의 유력 재벌 계열이 또다시 인수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야말로 기자 마음이네요.
호텔 인수 단골후보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은 그렇다 쳐도, CXC는 대어를 최근에 물었으므로 일단 탈락, 신라는 (장충동 일대의 부지를 계속 매입중이므로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으나)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친데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의 호텔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CJ나 한화그룹은 회장이 구속, 경영공백이 생긴 상태라, 경기전망도 불투명한 환경에서 또다른 호텔에 투자할 물리적 여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미지 : http://exp.cdn-hotels.com
2012년 반얀트리 매입 당시 현대그룹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냈던, 그 자신감을 다시 한번 볼까요?
"서울은 현재 호텔 공급이 5만여실 모자랄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그룹의 경영 노하우를 접목시킨다면 반얀트리는 서울을 대표하는 초특급 가족형 리조트 호텔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그 근거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넘겨짚기도 쉽지 않습니다만 작년까지도 비슷한 류의 장미빛 전망이 시장에 넘쳐나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 공급이 5만여실 모자랄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은 리스키한 유혹처럼 달콤하게 들이는군요.
그 1년 사이 사정은 급변한 듯 하지만 호텔의 일부 핵심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그림입니다. 중국과 동남아발 관광객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긴 했지만 구매력 차이로 인해 특급호텔 수요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명동거리에 넘쳐 나던 일본 관광객은 몇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미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더군다나, 그 장미빛 전망에 눈이 멀어 너나 없이 짓기 시작했던 새로운 호텔들의 2만여 객실이 향후 1~2년 내 시장으로 쏟아질 전망이니 호텔의 업황은 도무지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안타깝게도 이제서야 언론에도 하나둘 부정적인 전망을 슬그머니 끼워 넣은 보도들이 눈에 띄긴 하던데 이미 늦었어요.
성장하지 않는 파이를 놓고 배로 늘어난 경쟁자들이 피튀기게 싸우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할 듯 한데 너무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듯 보이나요? 이런 상황을 십여년 전에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 양상은 대단히 지저분합니다....
객실 수급 전망에 대해선 조만간 상세히 다뤄 보도록 하고, 오늘은 이만 끊어 가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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