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옆 7성급 한옥호텔 부지물색"
"두바이 7성급 호텔의 매력에 빠지다"
"국내 최대규모의 6성급 특급호텔...."
"서울 6성급 호텔 줄줄이 개관, 일단 별 개수 많이 달고 갈게요~"
*제목에 MK뉴스 기사의 타이틀을 일부 차용했습니다.
이런 류의 기사 제목들, 아주 익숙하시지요?
최근에 개관하는 호텔이나, 현재 건설중인 호텔중에서도 명패가 확정된 호텔을 소개하는 언론의 기사에는 의례히 붙는 수식어입니다.
보시면서 좀 이상하다고 느끼신 분들은 없으신가요?
저 몽돌이 근무하는 호텔이 서울에 위치한 700실 규모의 초대형 특 1급 호텔인데도 무궁화 다섯개, 위 표현대로면 5성급인데 6성 또는 7성급 호텔이 그렇게나 많다니....
이미지출처: KBS 뉴스라인 (아래 동영상)
호텔의 등급을 5성급, 6성급 등 의례히 '별(星)'로 표현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선 무궁화의 갯수로 등급을 나눕니다. 무궁화를 별로 따로 칭하게 된 연유는 아마도 국제적인 관행 때문인 듯 해요.
호텔의 등급을 유럽에서는 '별', 미국에서는 '다이아몬드'로 표시하고 있으니 유럽의 표현을 애초에 차용한 듯 한데, 미국에서 조차도 star rating이라고 일컫더군요. 어쨋거나, 무궁화나 다이아몬드 보다는 별이 대중에게 쉽게 인식되기는 하지요?!
이미지출처: http://www.staysure.co.uk/news/2012-10-29/hotels-failing-to-match-star-rating/398968
그런데, 저 기사들의 타이틀처럼 6성, 7성급 호텔들이 정말 그렇게 많을까요?
사실, 일부 호텔리어나 호텔에 관심있는 분들조차도 이에 대해 헷갈려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의 등급체계에서 인정하는 최고 등급은 특 1급 호텔에 부여하는 금색 무궁화 다섯개이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5성급 (별이나 다이아몬드 다섯개)가 최고 등급입니다.
방송을 통해 잘 알려진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조차도 5성급인데, 자료들을 찾다보니 외국에서도 호텔등급 (hotel ratings)에 관한 논란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더군요.
국내 호텔들에 부여하는 공인된 등급은 아래와 같습니다.
특 1 급 : | 금색바탕 무궁화 5개 | |
특 2 급 : | 녹색바탕 무궁화 5개 | |
1 급 : | 녹색바탕 무궁화 4개 | |
2 급 : | 녹색바탕 무궁화 3개 | |
3 급 : |
녹색바탕 무궁화 2개 |
아래 리스트의 호텔은 금색 바탕의 무궁화 5개 짜리 명찰을 달 수 있는 서울 소재의 호텔들 입니다.
자세한 자료: http://blog.daum.net/lee2062x/123
따라서, 서두에 소개드린 기사 타이틀의 6성급이니, 7성급이니 하는 표현들은 호텔의 상품, 즉 그 시설이나 서비스가 경쟁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함을 홍보하고자 하는 마케팅적 표현일 뿐이며, 새로운 호텔이 개관하거나 새로운 호텔의 브랜드가 도입될 때 대중, 즉 잠재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주로 사용합니다.
사실 호텔리어로의 입장에서는 보기가 다소 불편합니다. 대놓고 말하면, 새빨간 거짓말ㅋ 그야말로 블러핑(bluffing) 이거든요. 하지만 이런 표현과 홍보활동이 시장질서를 현저히 교란한다고 판단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습니다. 호텔에 매기는 등급 자체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런 부분들이 정도가 심해지면 탈법의 범주로 선을 넘게 됩니다. 지난해 말경 뉴스에서 다뤘던 내용입니다.
뉴스링크: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2746584
국내 사정에 익숙치 않은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이 등급이 꽤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시설이나 서비스에 대한 공신력 있는 척도임은 물론, 전혀 모르는 여행지에서의 숙박 안전에 대한 잣대가 되기도 하거든요. 시설요소 등 다른 변수들도 작용하기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등급에 따라 객실료도 달리 적용되겠지요?!
전국 600개 호텔 중 등급표시를 부적절하게 한 곳이 60%를 넘는다는 보도였습니다만 이 중 상당수는 등급을 고의로 속여 부당한 이익을 취했겠지요.
특 1, 2급 호텔이야 워낙 잘 알려져 있는데다, 지명도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눈속임을 행할 수는 없지만, 개관을 즈음해 6성급이니 7성급이니 하며 공공연히 기존 등급 체계를 무시하는 마케팅 활동도 자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6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새로운 등급제도가 시행되어도 이런 부적절해 보이는 마케팅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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