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합니다.
어떤 연유로 이런 정보를 찾아 제 블로그로 들어오는 걸까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써 그저 궁금해서? 아니면, 대학에서 관련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일까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호텔은 어디일까요?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대단히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잘 모르니까요.....ㅋ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호텔에 근무하는 호텔리어이거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예비 호텔리어라면 나름의 기준으로,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평소 호텔을 이용하면서, 혹은 주변에서 귀동냥해 들은 얘기로라도 마음 속에 제일 좋다고 꼽는 호텔이 있긴 하지요?
그렇다면 무슨 잣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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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에 달아 둔 별이요? '6성급'이니 '7성급 럭셔리 호텔'이니 하는 수식어들은 마케팅 용어일 뿐입니다. 황금판에 양각한 무궁화 다섯개 명찰이 특 1급, 공식적인 최고 등급이니 (관련글 '7성급' 뻥구라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호텔등급체계 개편 입법 예고 - 링크), 위 표현은 한마디로 '뻥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개관 전 7성급이라며 언론의 나팔을 빌어 대놓고 뻥구라를 쳤지만 막상 오픈 해놓고 보니 여러 면에서 수준 이하인 호텔들도 없지 않아요.
최근엔 내년 5월에 개관 예정인 광화문의 포시즌스 서울 (관련글: 거들떠보기, Four Seasons Hotel Seoul)을 두고 찌라시들이 대중의 눈을 현혹하고 있던데, 개관해서도 그 훌륭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을런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합니다. 최근의 호텔 사정은 기존의 이미지을 지지하기도 힘들 정도로 경영환경 내외부에 암초 투성이인데, 척박한 환경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호텔은 기반이 튼실한 기성 호텔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 듯 합니다.
참고로, 전세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지도와는 달리, 국내에서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호텔도 있긴 합니다. 호텔신라 등 국내시장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쌓은 훌륭한 평판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고객에게 어필하는 독립호텔 (독자경영호텔 independent hotel)도 있습니다. 지방에는 가끔씩 있는 한옥 호텔이 서울 주변에도 생겨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합니다만, 한진그룹 (칼호텔네트워크의 조현아 대표이사)이 따가운 대중의 눈초리를 감수하며 추진하고 있는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의 한옥호텔(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부정적입니다.
현행 호텔 등급체계가 호텔에 매긴, 변별력을 이미 상실한 그 무궁화 갯수 말고, 특급 호텔들의 실질적인 순위를 가늠할 수 있는 수단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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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하고 품격있는 서비스? 흔히들 말하지만 주관에 의해 갈대처럼 흔들거리는 요소라 객관화할 수 있는 평가수단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복합적인 주관 요소가 쌓여 소비자에게 인지되는 평판으로 굳어지긴 하죠. 장충동의 호텔신라는 이런 부분에 심혈을 기울여 온 대표적인 호텔입니다만 다소 의외의 사건들, 예를 들어 자위대 창립행사, 한복사건 등으로 뭇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점수를 까먹기도 했습니다.
크고 화려한 시설? 업계에서는 시설수준과 규모가 퀄러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통용되기는 합니다만 크고 화려하다고 좋은 호텔로 항상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소공동의 웨스틴조선은비교적 작은 객실 인벤토리를 가졌지만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좋은 호텔이고요, 파크하얏트와 W호텔도 세계적인 호텔 체인의 프리미엄 브랜드이지만 사이즈는 그다지 크지 않아요.
이에 반해, 소공동의 호텔롯데는 노른자위 입지에 1000실이 넘는 객실을 보유, 우리나라 단일 호텔로는 최대 규모이고, 남산의 밀레니엄서울힐튼도 700실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만 제일 좋은 호텔이이라 이름하기엔 다소 거시기합니다.
사진출저: http://www.news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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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어떨까요? 일반적으로는 그 명찰이 수준을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브랜드를 빌려쓰는 댓가 (Mananement Fee 또는 Franchise Fee)가 그토록 비싼 이유이기도 해요. 하지만 호텔리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조차도 특정 브랜드를 최고라 꼽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말씀드렸습니다만 변덕스러운 주관, 다시말해 저마다의 '개취'가 작용하니까요.
더군다나, 이 '브랜드'는 지역이나 소유주에 따라 달리 취급받기도 하는데, 다른 곳에서 힘들게 쌓아 온 명성을 똥칠하는 곳도 더러 있는 듯 합니다. 전세계 유명 체인호텔들이 브랜드 스탠다드 Brand Standard, 쉽게 말하면 '표준화'를 도입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데, 같은 명찰을 단 전세계 수천개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 수준을 일정한 레벨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브랜드 차원의 고육책입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 이 브랜드 스탠다드는 치명적인 단점도 함께 지니고 있어요. 의도하진 않지만, 개별 호텔의 개성을 죽이고 서비스품질을 획일화시키는데, 독특한 개성을 키우며 특정 지역에서 자생해 온 부티크 호텔들이 골리앗 체인호텔을 깔보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인 호텔의 사이즈는 호텔들을 평가하는 또다른 잣대로 흔히 쓰입니다. 다소 무미건조하지만 그나마 계량화가 가능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 포스팅 하나를 올린 적이 있었으니 참고하시고요. (관련글: 세계 탑 10 호텔 체인 Top 10 Biggest Hotel Chain - 링크)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 IHG의 그랜드인터콘티넨탈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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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TripAdvisor 등 리뷰사이트나 외국 평가기관 등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를 발표하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그다지 신뢰할 만한 건 아니더군요. 이런 평가를 곧이 곧대로 믿으면 곤란합니다. 때에 따라 다르고 표본의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며, 평가 기준에 의해서도 오르내리며..... 광고주를 위한 보은성 발표로 보일 때도 없지 않고...
TripAdvisor 등 리뷰 사이트에 올라 있는 고객들의 평가도 당연히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가끔씩은 아주 격정적이기도 한 주관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주관들이 축적되어 보편성을 확보하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므로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긴 합니다. 최근엔 각 호텔에서 이런 고객의 피드백을 모니터링하고, 답댓글을 달며 고객과 직접 소통 하기도 하고요, 현장에 고객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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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경영 지표를 살펴 보는 건 어떨까요? 겉으로 드러난 숫자를 활용하면 그나마 주관을 배제할 순 있습니다. 외형 즉, 매출 규모는 호텔의 사이즈와 대충 비례할 듯 한데 일반적으로 객실 인벤토리가 많으면 매출도 덩달아 커지겠죠.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크다고 좋은 호텔이라고 일컫기엔 무리가 있겠습니다. 아울러, 이익률이나 이익규모는 경영의 효율성을 따지는 지표이니 소비자도 인정하는 최고의 호텔을 가늠하는 잣대로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겠군요.
이익률 (영업이익률 GOP Gross Operating Profit Ratio를 사용합니다)이 높다면 실속있는 경영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업이익률은 경영진이 아주 중요하게 보는 경영지표인데, 일반적으로 내부통제시스템이 잘 갖춰진 외국 체인호텔의 이익률이 높은 편입니다. 1983년에 힐튼과 경영위탁계약(Management Contract)을 맺었던 서울힐튼은 경쟁호텔에 비해 꽤 높은 이익률을 자랑했더랬습니다. 이에 비해, 국내 독립호텔들은 다소 방만한 듯 했는데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듯 하군요.
아무래도 신생호텔의 영업이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이는군요. 아예 개관 때부터 가능한 모든 부분의 운영을 외부용역에 위탁해 시작할 뿐만 아니라 장기근속직원에 의한 인건비 부담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순이익률도 덩달아 높을 것이라고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옛날과는 달리 금값이나 다름없는 요지의 땅을 매입하고, 그 위에 엄청난 덩치의 건물을 올려야 하거든요. 모든 비용을 모두 자기 호주머니에서 충당하는 경우는 없겠지요?!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하게 되는데 자칫 이자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이토록 길게 주절거렸으면서도 모두 소용없다고만 말하고 있군요.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호텔은 어디일까요???????
저도 잘 모른다니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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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임을 전제로, 이를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지는 않습니다. 내부에서 사용하는 관리회계성 지표인데 외부로 노출되는 정보가 아니에요.
평균객실료 ADR
시장에서 판매되는 객실의 평균 가격..... 한 호텔에서 당일 판매된 객실의 평균 판매가격을 말합니다. 다른 상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이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된 고객 평판, 입지와 시설 그리고 서비스 품질 등 모든 걸 함축하고 있는 가치의 척도이며 경쟁력의 요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든 호텔이 동일한 방법으로 매일 산출, 사용하는 중요한 경영지표이므로 호텔간 객관적인 비교도 가능케 하지만 호텔들이 이를 외부에 노출하지는 않아요 (옛날에는 경쟁호텔간 이런 자료를 교환하기도 했었는데 공정위의 담합 의혹 제기로 중단되었습니다). 호텔협회에서 비슷한 내용을 담은 자료를 매년 발간합니다.
각 도시의 2013년 평균객실료를 비교한 자료인데 서울이 꽤 높지요?!
규제를 풀고 호텔 공급을 대폭 늘리게 한 중요한 바탕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호텔 내부에선 평균객실료 ARR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하는 지표가 있습니다. RevPar (Revenue Per Available Room 가용객실당 평균객실료) 라고 일컫는데 ARR (즉, 1실당 판매가격)에 객실점유율 Occ% (Occupancy Ratio, 즉 판매객실수)를 추가한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객실 10개를 갖춘 모텔이 있는데 오늘은 평일이라 10실중 5실 만을 각 10만원에 판매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ARR은 10만원 (총매출 500,000원 ÷ 판매된 객실 5)이지만 RevPar은 5만원(총매출 500,000원 ÷ 판매할 수 있는 객실 10)입니다. 차이가 보이시지요?!
객실 10개 중 하나 만을 30만원에 판매하는게 모텔에 이익일까요? (ARR 30만원/RevPar 3만원),
아니면, 가격을 좀 내려 각 10만원에 5개를, 총 50만원에 판매하는게 이익일까요? (ARR 10만원/RevPar 5만원)
당연히 후자가 호텔엔 이익이겠지요? (비용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무시합니다) 이익률보다 이익의 규모가 더 중요합니다. 이것이 레스토랑에서 흔히 사용하는 메뉴 엔지니어링 Menu Engineering의 요체이기도 해요.
링크: 국내 호텔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방안/한국신용평가 기업/금융평가본부 애널리스트 김은희
위 캡쳐는 다소 오래된 논문에서 따 온 것입니다. 이후 새로운 호텔도 여럿 추가되었고, 각 호텔의 경쟁력에도 다소간의 변화가 있긴 했겠습니다만 어느 정도 눈대중은 할 수 있을 듯 하군요.
다소 궁색하긴 합니다만 호텔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면 호텔의 객실판매가격에 대해 간단히 간을 볼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객관성을 훼손하는 여러 변수들, 예를 들어 호텔 측이 이런 사이트나 OTA에 두는 비중과 정책, 예약 당일 개별 호텔들의 특수한 사정(특정 지역에서의 컨퍼런스 등 수요 변수)이 녹아 있으니 일반인들이 가려서 읽긴 쉽지 않아요.
오늘은 경쾌하게 시작했습니다만 굉장히 무겁게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어떤 호텔이 제일 좋은 곳인지 답을 찾고 싶었을 뿐이랍니다......ㅋ
글이 지저분해지긴 했습니다만 학교에서 공부하는 예비호텔리어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들을 일부러 추가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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