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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플라자호텔 (더플라자 The Plaza), 어쩔 수 없는 선택, 부티크 호텔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해왔던 호텔입니다.


입지도 훌륭하고 시설 역시 경쟁호텔에 비해 처지지 않으며, 오너의 경영철학 또한 다른 재벌 계열 호텔들에 비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평판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는데, 꽤 완고하다 싶을 정도로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더랬죠. 겉으로 드러나는 경영 지표에도 이런 시장 평판이 오롯이 반영되어 왔는데, 십 수년 전에 제가 알던 위상이나 문을 닫아 걸고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난 지금의 그것이나 눈에 띄는 차이는 없는 듯 생각되었어요.


혹 논란이 될까 부연하면, 위 비교는 지근거리에서 고가 Corporate/FIT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호텔 롯데와 웨스틴 조선을 염두한 것입니다. 사실, 서울의 다른 특 1급에 비해 Occ%(객실점유율)와 ARR(객실평균판매가)는 나쁘지 않은 편인데, 2010년 800억을 들인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의 효과도 애초 기대한 수준으로 실적에 반영되지는 않은 듯 하다는 의미 정도로 읽으시기 바랍니다.


플라자호텔 (더 플라자, The Plaza)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떠한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지, 무지랭이 몽돌이 알리 없습니다만 아마도 이마빡에 달아 둔, 세계 시장에선 인지도가 없는 그 독립호텔로써의 명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소공동이라는 노른자위 입지에도 불구하고, 마치 고립된 섬인 듯 크고 작은 도로에 둘러 쌓여 건너기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접근성 때문일까요?






20년 만의 재회,,,,, 여러 면에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잠시 마케팅에 몸 담았던 입사 초기에 플라자 호텔을 구경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20년 전이니 기억이 생생할 리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낡은 기억에도, 좋게 포장해 말하면 보수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유행에 뒤쳐진 평범한 호텔이라는 느낌은 각인되어 남았었나 본데, 이번 방문으로 그 어설픈 기억이 난도질 당하고야 말았네요.


왠일인지 내심 안심이 되기도 했는데, 늙은 몽돌이 그나마 호의롭게 생각하는 호텔 중의 한 곳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플라자호텔은 특 1급 체급으로 400여개의 객실을 갗추고 1976년 개관하죠. 한화그룹의 계열사 (관련글: 재벌계열호텔)로 원래 한화개발(구 태평개발)이라는 법인으로 따로 존재하고 있었지만 2009년 성격이 유사한 그룹내 회사 3곳 (한화리조트, 한화개발, 한화 63시티)이 합해져 한화 호텔 & 리조트로 재출범합니다. 2010년에는 800억을 투자해 호텔 전체를 개보수하는 등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했지만 눈에 띌 정도로 영업이 호전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여요.



플라자호텔(한화 호텔 앤 리조트)의 최대 지분은 주)한화와 한화케미컬이 갖고 있습니다. )한화가 그룹의 모기업이고 지주회사격인데 김승연 회장이 22.65%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기획실장)으로의 승계작업이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 듯 한데, 그룹의 핵심역량은 첨단소재, 태양광과 석유화학에 집중되며 호텔 등은 배제된 듯 하고요, 한화호텔 앤 리조트의 8,000억 매각 소문도 있네요?!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사랑은 남달랐지만 다소 과격했지요?! 2007년 룸싸롱에서 차남이 술집 종업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다치자 경호원을 대동, 해당 술집 종업원을 직접 폭행한 혐의로 집유 3,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 받기도 했습니다그러나 타재벌과는 달리 기업에게 부여된 사회적인 책임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으며 평판도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2013년엔 재벌 최초로 비정규직 19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도 했어요.




로비의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바뀌게 없군요. 좁은 면적은 아니지만 왠일인지 옛부터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길고 좁은 구조 때문일까요? 아니면 협소한 외부 현관이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는걸까?


그런 이유로 프론트데스크와 라운지를 양쪽 끝에 배치했겠습니다만 개방감을 개선할 정도는 아닙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소 어둡지만 따뜻하군요.



1층의 더 라운지 (The Lounge).... 세계적인 디자이너 귀도 치옴피의 작품이라는데 저야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지만 당장 연상되는 건축물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파밀리에 성당... 시청 건물이 바로 내다보이는 뷰가 훌륭하군요. 


플라자호텔은 이 곳을 포함해 모두 여섯 개의 F&B Outlet (중식당 도원/일식당 무라사키/이태리식당 투스카니/올데이다이닝 뷔페 세븐스퀘어/베이컬 에릭케제르)을 보유하고 있는데, 차가운 호텔 레스토랑 경기가 여기라고 비켜갈 리 없습니다. 


방문한 날도 저녁 피크타임이었습니다만 식당들은 한산하더군요. 개인적인 추정입니다만 이익을 내는 레스토랑이 있으면 그나마 선방하는 겁니다. 아마도, 이들 식당의 결손을 연회 부문 Banquet (또는 M&E)이 근근이 벌충하고 있겠죠.



마침 결혼식이 있었는데 더 플라자 내부에선 웨딩 사진 찍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아마도 지하층에서 로비층으로 올라 오는 이 계단이 그런 용도도 수용할 수 있게 각별히 디자인 된 듯 하군요.


플라자호텔의 레스토랑들은 옛부터 대중들에게 딱히 회자되진 않았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카페(더 라운지)에서 선을 보면 결혼 성사율이 높다는 소문이 있긴 했습니다.


***


객실 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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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띠크 호텔 플라자


객실층의 복도인데 어떻습니까? 평범해 보이진 않죠? 개인적으론 좀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현란한 디자인입니다만 젊은 취향을 노골적으로 겨냥했겠군요. 2010년 대대적인 개보수작업을 통해 모조리 뜯어 고쳤습니다. 공홈에서도 대놓고 표방하고 있습니다만 플라자호텔은 부티크 호텔입니다. 역시 위에서 언급한 이태리 출신 디자이너 귀도 머시기의 작품....


사실 이런 디자인 요소만으로 부티크라 일컫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긴 합니다. 부티크 호텔의 고유한 의미는 사회지리적 특성 (community life style)에 기반한 독특한 디자인과 개성,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이거든요. 독립 호텔인건 맞습니다만 플라자가 내세울 수 있는 고유의 고객 경험이 무엇일까요....


관련글: 부티크호텔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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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자 스위트룸 (Plaza Suite)


시설도 훌륭합니다만 플라자가 이런 유행을 추종했다는게 전혀 의외였거든요. 방문하기 전엔 상상도 못했던 정체성입니다. 아주 젋지요? 4년된 디자인입니다만 도입 당시엔 센세이셔널했을 듯 하군요. 시청 광장과 덕수궁이 내려다 보이는 뷰도 무척 훌륭합니다.


룸타입별로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이 객실의 욕실용품 (어메너티)으로 헤르메스(일반층은 몰튼 브라운)을 사용하고 있고요, 다기능 잭팩 시스템, 터치패드식 룸 콘트롤러, 야마하 인텔리젼트 알람 & 독오디오 시스템 등도 눈에 띕니다. 사진을 많이 올렸으니 세세한 내용은 따로 설명드리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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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스위트 룸 Premier Suite인데 비교적 작은 12평의 사이즈입니다만 침실과 응접공간을 격벽으로 구분했군요.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도 이런 식의 레이아웃을 선보였던데 훌륭해 보이는 시도.


면도기와 치약, 칫솔을 Refreshment Center (미니바)에 비치하지 않고 욕실의 세면대 아래에 배치했습니다. 욕조와 레인샤워가 달린 샤워부스가 따로 있고요 수조도 예쁘군요. 이곳은 일반층이라 욕실용품으로 헤르메스가 아니라 몰튼 브라운 Molton Brown.. 이 정도도 꽤 훌륭한 수준입니다.


재개관이 4년 전인데 카핏 등 여러 시설물들이 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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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객실수를 자랑하는 딜럭스 Deluxe 타입의 객실인데 디자인 컨셉이 아주 재밌군요. 9평인데 아주 작은 편이지요?


객실문을 열고 들어서면 짧은 복도를 지나 반대쪽 창문을 향해 놓은 침대가 가로 막습니다. 테이블과 수납공간은 창쪽에 길게 붙인 게 전부이고요.. 스튜디오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조명을 거울과 함께 양쪽에 배치했군요. 역시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하는데 역시 젊은 취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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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제큐티브 스위트 룸 Executive Suite Room....

스위트라고 이름하였지만 격벽으로 침실공간을 구분하진 않았군요. 13.6평인데 꽤 넓어 보이는 효과는 있습니다. 저녁 해질 무렵의 시청광장 뷰가 훌륭하군요.


객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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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자의 자랑거리, 지스텀하우스


양쪽이 통창으로 개방된 22층의 연회공간 지스텀하우스 XYSTUM


부러우면 지는 거인디, 이 공간은 정말 질투 날 정도로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제일 큰 공간 다이아몬드 홀 (Diamond Hall)의 수용능력(banquet 형 기준)이 150명으로 그다지 커진 않았고 두터운 기둥이 시야를 가리는 단점이 있긴 했습니다. 층고도 꽤 좋았고 내려다 보이는 덕수궁의 뷰는 정말 환상적이더군요.


별관의 그랜드 볼룸에서 마침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오랜동안 레노베이션을 않아 다소 낡은 느낌이던데 접근성은 아주 훌륭하더군요. 역시 사진 등은 생략하겠습니다.






부티크 호텔로써의 플라자,,,,, 아마도 고육지책이겠죠. 인터네셔널 체인호텔 International Chain의 명찰을 달지 않은 독립호텔 이 세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역시 동일한 방법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던 신라호텔은 오래 전부터 서비스 퀄러티에 집중, 점유율 (Occupancy%)이 다소 희생되는 걸 감수하더라도 고가마켓을 타깃팅하며 마이웨이했고요, 일본시장에 강점을 가진 롯데 또한 스스로만의 생존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플라자호텔의 처지 Positioning은 다소 애매했었는데 결국 부티크호텔 (엄밀히 말하면 다자이너스 호텔 Designer's Hotel)로 승부를 걸었군요.


부티크호텔이 성공하기 위해선 플라자호텔만이 선사할 수 있는 고유의 고객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독특한 디자인만으로 완성될 수는 없어요. 더군다나 이런 요소는 진입 장벽이 낮아 소규모 모텔조차도 흉내낼 지경입니다. 그게 무엇인지, 내부적으로도 공유되고 일관성있게 지지되는 정책이 있을까요?


다행히 점점 막강하게 커져가는 중국시장에 대한 끄나풀은 잡았더군요. 비교적 최근에 중국의 진장국제호텔(중국에 124개 호텔을 운영)과 제휴관계를 맺었던데 제휴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설마 호텔 매입에 관계되지는 않겠지요?!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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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동대문 메리어트 방문 이후 또다시 개안하는 느낌이었다랄까요? 이런 소중한 기회가 제가 몸담고 있는 호텔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도 소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비대한 조직생리는 그런 걸 쉽사리 용납하지 않더군요. 


귀중한 시간을 배려해 주신 고위급 끄나풀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업데이트된 소식이 있습니다.


플라자, 그리고 오토그라프 Autograph (메리어트 소프트브랜드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