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매체들에게도 뜻밖의 소식이었던 모양입니다.
메리어트의 발표 내용을 인용하기 급급해 보였는데 아마도 이런 식의 인수 합병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겠죠.
시간이 흐르며 후속 기사들이 하나 둘 노출되고 있는데, 다소 제한적인 내용이긴 합니다만 이번 인수합병의 파급과 향후 전망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논조는 저마다 제각각이고요, 아마도 조금 더 정제된 내용의 분석 기사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 싶군요.
* * *
우리 돈으로 14조 가치의 메가딜 meag deal 입니다. 그 규모가 쉬이 짐작될까요?
스타우드와 같은 인터네셔널 호텔 체인의 경우에는 부동산 등 물적 자산의 비중이 미미합니다 (브랜드를 달고 있는 개별 호텔들의 오너는 따로 있어요). 삼성과 같은 IT 제조업과는 달리 주로 브랜드 가치, 예약망, 로열티프로그램 등의 마케팅 자산과 인적 자산 등 무형 가치가 자산을 구성하거든요.
이미지: Implications Of Marriott Buying Starwood
어쨋거나, 메리어트는 이로써 30개 브랜드, 100여 개국에 5,500개 properties의 110만 개 인벤토리를 보유하며 세계 최대의 호텔 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이번 딜은 그 규모 만큼이나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촉발 시키고 있는데 주로 아래에 관계된 것들이군요. 급보 형식으로 올렸던 지난 포스팅에 이어, 오늘은 조금 더 깊은 수준의 이슈들을 다뤄 볼까요?
√ 2개 브랜드 로열티 프로그램의 향방
√ OTA 그리고 에어비앤비와의 경쟁 구도에 작용할 변수
√ 소비자들, 그리고 호텔 소유주에게 미칠 영향
√ 궁극적으로 이 빅딜의 성공여부
관련글: 메리어트의 스타우드 인수, 짧은 해설
“ 왜 먹었을까?
1.
메리어트는 그동안 다소 엄격한 개발 철학을 견지해 왔다는군요?! 하지만 이는 발빠른 브랜드 확산을 도모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습니다. 메리어트가 여태 취해 온 규모 확대 전략은 주로 중소형 체인을 인수하는 형태였고, 이는 근원적 한계를 내재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이었죠.
그러나 스타우드를 통째로 인수하며 이런 한계를 일거에 극복했습니다. 아울러,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 취약한 기반을 가졌던 메리어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던 스타우드 인수를 통해 이 약점마저도 간단히 커버했군요.
HNN/The 10 largest hotel companies by room count
파이프라인 pipe line이란 지금 짓고 있거나 계획중인 것들을 포함한 인벤토리를 의미합니다.
2.
호텔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여실히 작용하는 곳이고요, 이 규모는 고객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가장 유효하게 작동하는 전략수단입니다. 바로 '덩치'가 '갑'인 바닥이죠.
전세계 곳곳에 브렌치 호텔을 심고 예약망을 확대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 당긴 후 로열티프로그램으로 구속하는데, 이를 통해 다이렉트 부킹 direct booking 역량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 '규모' 혹은 사이즈, 또는 스케일은 호텔의 수익을 갉아 먹고 있는 OTA가 지금껏 채택해 온 성장 전략이기도 해요.
“ 덩치가 '갑'
3.
이번 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은 OTA가 아니라 '닭 쫏던 개' 처기가 된 하얏트일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도 있더군요.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메리어트 만큼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힐튼은 그나마 영향권에서 다소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초대형 딜로 인해 브랜드 간 합종연횡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군요. 헛물을 켜 경쟁력에 흠집이 나게 될 하얏트, 그리고 큰 덩치에 대한 유혹에 본격적으로 노출될 힐튼의 합병 가능성을 넌즈시 암시하는 기사도 눈에 띕니다. 아울러, 아코르가 페어몬트 호텔앤리조트 Fairmont Hotels & Resorts, 레플스 Raffles Hotels & Resorts, 스위소텔 Swissôtel Hotels & Resorts을 거느린 FRHI와의 인수합병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군요.
한 산업군 내에서의 '헤쳐 모여'식 새 판 짜기는 이미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6개 메이저 항공사들이 3개로 해쳐 모이면서 시장을 재편한 적이 있었고요, 호텔 업계에서도 이번 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교적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 종종 있어 왔죠.
4.
덩치를 키웠으니 마침내 OTA나 에어비앤비와 제대로 겨룰 수 있을까요?
글쎄요? 주관입니다만 호텔과 OTA간 전쟁의 본질은 덩치가 아닌 듯 합니다. 물론 덩치를 키우면 그만큼 다이렉트 부킹의 불륨이 커지긴 하겠죠. 그렇지만 호텔들이 나눠 먹던 정해진 파이를 두고 벌이는 제로섬 게임 이상의 무엇도 아닙니다. 이 커진 덩치로 호텔이 OTA나 에어비앤비에 빼앗겼던 쉐어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가? 바로 그것이 주된 관심사에요.
“ 밥그릇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가?
OTA가 호텔의 밥그릇에 걸친 숟가락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는 프라이스라인이나 익스피디아가 엄청난 사이즈로 몸집을 불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옵션 때문이고요, 에어비앤비의 느닷없는 성장 역시 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호텔이 제공하지 못했던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죠. 숟가락을 얹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밥그릇을 통째로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메리어트와 같이 몸집을 불리면 이들 막강한 경쟁자들에 대한 호텔의 비교 열위를 상쇄할 수 있을까요? 덩치를 뛰어 넘는 다른 뭔가가 필요해 보이지만 지금으로썬 그것이 무엇인지 추정할 수 없습니다. 전혀 없을 수도 있는 일이고....
5.
로열티 프로그램 역시 이번 딜을 성사 시킨 핵심 배경 중 하나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 '규모의 경제'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 고객풀, 로열티 프로그램 loyalty program이고요, OTA와의 전쟁에서 첨병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 자산입니다.
호텔 예약망 distribution channel 중 OTA를 견제할 수 있는 direct booking이 대부분 이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지며, OTA나 에어비앤비와의 전쟁에서 가장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역시 이 로열티 프로그램입니다.
“ 밥그릇 싸움의 첨병, 로열티 프로그램
메리어트의 Marriott Rewards는 5400만 회원을, 스타우드의 SPG Starwood Preferred Guest는 2천 1백 만 회원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합치면 무려 7500만이군요. 그만큼 호텔에 수익을 안겨 줄 고객풀이 확장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군요. 이 확장된 고객풀을 이용해 어떤 시너지를 발생시키느냐, 혹은 어떤 가치를 추가로 만들어 내느냐가 주된 관전 포인트가 되겠지요.
당분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되겠지만 길어도 2, 3년 내에는 정지 작업을 거쳐 하나로 통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개 프로그램을 독립적으로 유지한다는 건 비효율입니다.
그렇지만 이 2개 로열티 프로그램의 통합 작업이 그렇게 매끄럽게 진행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군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포인트 적립 point accrual 및 사용 reward/redemption 등 운용에 관계된 전반적인 구조가 양사 프로그램 간 꽤 다르다네요?!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워낙 몸집이 큰 대형 브랜드 간 합병이다 보니 성격이나 타깃이 서로 겹치는 체인이 많군요.
당장 포트폴리오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중첩되는 스케일 세그먼트에 대한 재조정 작업 brand definititon fine-tuning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내용과 폭이 문제일 뿐이죠. 일부 영역이 겹침에도 30개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 간다는 건 비효율을 방치한다는 의미나 다름없습니다.
HNN
위 이미지를 보니 확연히 드러나는군요. 럭셔리 스케일과 어퍼업스케일은 꽤 난립된 상태죠? 다행이 이들 2개 브랜드의 주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업스케일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수익성이 낮은 일부 스타우드의 브랜드가 조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더군요. 그 예로 스타우드의 어퍼업스케일 쉐라톤이 거명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한 곳 도입되었고, 한 곳 건축 중인 포포인츠 브랜드 역시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측하는 기사도 있어요.
소프트브랜드 soft brand collection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군요. 런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우드의 트리뷴 Tribune Portfolio와 얼마 전 플라자 호텔이 달기로 계약한 바 있는 메리어트의 오토그래프 컬렉션 Autograph Collection 간 통합도 전망되고 있습니다.
HNN/Analysts talk Marriott’s new brand overlap
일반적으로 통합 작업은 해당 브랜드를 달고 있는 개별 호텔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레노베이션을 거쳐 비슷한 (또는 시장 상황에 적합한) 스케일의 메리어트 체인 브랜드로 명찰을 바꿔 답니다. 이와 동시에 메리어트의 서비스 스탠다드를 호텔 전반에 이식하게 되겠지요.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수익성이 낮은 일부 스타우드 체인의 경우 이런 과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하더군요.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존 브랜드를 달고 있던 호텔 소유주와의 잡음이 양산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7.
현재 호텔들을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것들만 듬성듬성 노출되고 있더군요. 메리어트나 스타우드에서 공식적인 설명 자료를 아직 보내진 않은 듯 보이니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반영된 반응을 접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 합니다.
그러나 지난 포스팅에서도 잠시 짚었듯 동일 시장, 지근거리에서 메리어트와 스타우드의 브랜드(더 심각하게는 엇비슷한 스케일의)를 제각각 달고 경쟁하고 있었던 호텔들의 경우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여지고요, 매우 민감한 이슈를 파생 할 수도 있습니다. 멤버 풀이 늘어난다지만 carnivalization cannibalization effect를 배제할 수 없거든요.
스케일을 재조정해 브랜드 내 다른 체인으로 이름을 바꿔 달 수도 있지만 어차피 궁색해 보이는 땜질 처방일 수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 합병이 아니었다면 그럭저럭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던 호텔들이니까요....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계약 상의 내용을 두고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8.
딜은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닙니다. 이사회와 투자자들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요, 세부적인 협상 과정에서 인수 대금의 적정성, 법 요건 충족 여부 등을 포함해 여러 변수들로 인해 깨질 수도 있습니다. 내년 중후반 경에나 완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성사될 가능성을 훨씬 크게 보고 있군요.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던데 일단 미국 시장에선 큰 문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2개 브랜드 모두를 합쳐야 전체 공급시장의 15%정도를 점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유럽 등 일부 지역의 경우는 사정이 다소 다른 모양인데 이에 대한 소식은 아직 찾아 보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한 기사
Infographic: Marriott/Starwood brand overlap
Marriott/Starwood must clear loyalty hurdle
The 10 largest hotel companies by room count
Marriott/Starwood owners optimistic about deal
Marriott-Starwood deal is a 'game changer'
What to know about Marriott’s Starwood deal
is it a good move for the global lodging industry?
Implications Of Marriott Buying Starwood
Hotel Owners Are the Most Important Players in the Marriott-Starwood Me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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