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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마포맛집 조박집] 돼지갈비집이 붐비는 이유... 고기 보다 동치미 국수 그리고 정직



아직도 줄이 길군요.....



전 일 때문에 좀 늦었고,


먼저 당도한 친구들은

한 시간이 넘도록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더군요.



마포원조 조박집



8시가 넘은 시간인데 아직도 이 지경이라니....





골목 건너편에 분점이 있지만 

그곳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마포 조박집 별관



그 참.... 

도대체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마포 조박집


회사에서 멀진 않지만 왠지 이쪽으로 나오는 일은 좀처럼 흔치 않은데,

각지에서 오는 친구들이 함께 모이기엔 편한 모양입니다.





백탄을 사용하는군요. 

곁에 있으니 은근히 따뜻한데, 시덥잖은 중년의 이야기로 따분한 시간을 달랩니다. 수 십년 묵은 그 유년의 추억들이 마치 엊그제의 일인 듯 하니 반갑고도 왜 인지 애틋해지는군요. 





규모가 대단하네요. 홀도 제법 넓지만,

2, 3층 좌식 테이블도 손님들로 분주합니다.





돼지갈비집 상차림 치곤 단촐하지 않은 구색인데,

양념을 많이 쓰지 않은 파무침에, 소스를 뿌린 양배추 채... 

그리고 다소 낯설어 보이는 알타리 무우





소면을 넣은 동치미 한 대접이 푸짐합니다. 꽤 인상적이군요.

제대로 익혀 내지도 않고, 단맛만 억지로 흉내 내는 식이 보통이니 왠만한 곳에선 그다지 즐기지 않았는데,

그 차림이 제법 유별난 조박집의 것은 뭔가 특별할까요?





돼지갈비

1인분(250g) 14,000원

가격은 썩 저렴한 편이 아닌데, 포장용은 양이 더 많군요?!

원래 그래야 옳지요?!





돼지갈비에 목살을 섞어 사용한다고 아예 자백을 했군요.

차라리 이런 식에 더 신뢰가 가는데, 주인장의 마인드가 훌륭하지요?!





제 촌스런 입맛이 그렇게 까탈스러운 편이 아닙니다만

고기는 다른 곳에 비해 탁월하다 말하기 조심스럽군요.


평범한 맛, 필시 고기로 유명해졌을텐데...

기다린 그 긴 시간을 생각한다면 적잖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어요.

동네 고깃집의 그것과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릅니다.

벌충하고도 남을만한 비장의 메뉴가 따로 있으니까...

면식이인 저는 두 차례나 추가로 주문했는데, 가격도 아주 착하더군요.


위에서 잠시 말씀드린 그.....

동치미국수



마포 조박집의 내공 동치미국수



소면 세 덩어리를 넣어 소박한 양푼에 낸 동치미국수..

가격도 그렇지만 그 맛이 정말 탁월하군요.

소면은 따로 보관했다가 주문을 받으면 동치미에 넣어 내는데, 적당히 익은 국물과 무우의 맛, 그리고 식감이 아주 각별합니다.


아울러, 위의 알타리 무우 김치의 맛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발산하는군요. 

이곳에 대해 전에 들은 바가 없었는데, 주인장께서는 아마도 김치에 일가견이 있는 분일까요?





좀 웃긴가요?

고깃집에서 고기가 아니라 김치와 국수에 더 끌리다니..


하지만 선도와 퀄러티를 양념으로 감춘 돼지갈비,

그 맛이야 원래 고만고만하지 않았던가요? 마포는 애초 수많은 갈비집으로 집적효과를 누리던 곳입니다. 오히려 다른 것들로 고객의 눈에 들어야 했을 수도 있어요.





숯불 담당 아저씨께서 아주 쾌활하시군요.

즐겁게 일하시는데, 기분이 덩달아 좋아집니다.





조박집은 아마도 비교적 최근에 인테리어를 다시 한 듯 보이는데, 여느 노포들과는 달리 서비스는 꽤 체계적이군요.

 




바깥에 대기 리스트를 둔 것도 그렇고, 작지만 대기실도 따로 배려했습니다. 도심 요지의 레스토랑에서야 흔하게 보는 것들이지만 강북의 오래되어 유명한 곳들은 허술한 외양을 되려 떳떳해 할 정도이니까요. 


숯 아저씨를 비롯해 서빙하는 직원들도 아주 친절하고요, 고객의 수많은 요구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밝게 반응합니다.

무엇보다도, 주인장의 자신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그 정직함이 고객을 안심시키는군요.



조만간 국수 먹으러 다시 한번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