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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후암동 맛집] 구포국수, 맛있지만 양이 안습


그러고보니 참 많이 변했더군요.



입사할 당시엔 슬럼이나 진배없었죠.


역전驛前이라 출퇴근 때 오르내리는 골목엔 사창들도 더러 눈에 띄던 곳입니다. 


그 사이 대형 빌딩들이 많이 들어서기도 했고, 주변으로 오피스타운의 유동 인구를 겨냥한 식당이며 커피숖들이 생기더군요. 허름한 옛 건물들을 고친 곳들이 대부분인데 하나 같이 아기자기 예쁩니다. 


쓰레기더미에서 하나 둘 스스로 피어나, 지저분한 그곳을 가리던 아리따운 꽃들이 더러운 마수에 또 꺾이진 않을까... 문득 도처를 휩쓸며 횡행하던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후암동 아랫쪽은 최근의 개발붐에서 다소 소외되어 있는데, 제가 살던 십수년 전의 모습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군요. 후암시장 쪽도 그렇고 해방촌 초입, 용산고 쪽도 그렇고...



*   *   *



구포국수



엊그제 사무실 후배 직원이 알려준 후암동의 국수집이고요, 보고 들은 기억이 없었으니 비교적 최근에 생긴 듯 하군요. 마침 일 때문에 토요일에 회사를 나왔는데 휴일까지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는 건 좀 서운하지요?

 



외관은 수수하고요, 





넓진 않지만 내부도 꽤 깔끔합니다.




내걸어 놓은 구색들을 보니 국수가 주력이 아닌가요? 

저녁 영업을 겨냥한 안주류가 빼곡합니다. 막걸리와 사케를 주로 파는 듯 한데, 조합이 어쩐지 어색해 보여요.





상호가 자랑하는 구포국수를 씁니다. 부산 일대에서는 꽤 유명한 국수로, 그곳에선 유일하게 남은 70년 된 국수 공장이라네요?





김치와 무우절임..

국수에 이 정도 찬이면 족하죠.





따뜻한 육수가 주전자에 따로 나오는군요?! 

최근 티비 먹방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만 아랫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은 아닙니다. 제 고향 남해에선 택도 없지요.





비빔국수는 평범하고요,





멸떡을 주문하면 멸치국수와 덩달아 나오는 떡갈비... 






소면을 쓰고요, 다소 진한 멸치육수입니다. 칼칼한 맛도 섞였는데 정작 구포국수의 맛을 음미할 여유는 없군요.


고명으로 유부와 김을 얹었습니다. 제 고향에서 먹던 정구지 (부추) 고명을 기대했더랬어요. 개인적으론 달고 기름진 유부가 그다지....






나쁘지 않은 맛이지만 하지만 양은 인색하군요. 곱배기를 시켰는데도 부족하게 느껴지질 정도이고요, 보통이 5천원, 많은 양이 6천원이니 가격도 만만치 않지요?! 양으로만 따지만 차라리 멸떡이나 비떡이 더 나아보이는군요.





저렴한 맛에 찾던 요깃거리로 생각하며 이곳을 들리면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 시내 골목의 국수 가게들은 대부분 이런 식이더군요. 종종 찾는 3,000원 짜리 시장통 국수와 비교하면 무리일까요? 제 저렴한 입엔 오히려 그 시장통의 것이 맛도 더 나은 듯 했습니다....



간단한 후기로 포스트 하나를 대충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