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최고위 늙은 호텔리어께서 강남 행차를 하자시네요? 나름 맛집으로 알려진 모처로 점심 나들이를 나왔는데, 여간해선 대낮에 강 넘을 일이 없었으니 온 김에 최근 재단장한 호텔도 구경하고 갈 참입니다.
아마도 이미 다녀오신 분들 많을텐데요, 아직 구경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거들떠 본 바를 간단히 남기도록 하죠. 대부분 설익은 주관과 추정에 기반한 것이니 감안해 읽으셔야 합니다.
새단장, JW메리어트호텔 서울
JW메리어트서울은 비교적 늦은 2000년 9월 개관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성 5성 호텔들 대부분은 1970년대 후반 혹은 1988년 올림픽 이전에 개관했으니 JW메리어트는 새파랗게 젊은 축이랄까요?
지금은 신세계그룹의 계열입니다만 원래는 1970년대 초반, 재계에서 신화로 불리우던 신선호 율산그룹 회장이 조성해 소유하고 있던 호텔이에요. 이후 우여곡절 끝에 신세계그룹이 아마도 2012년 즈음 최대지분을 매입하게 되죠.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최대 지분을 소유한 신세계조선호텔과는 다른 회사로써 법인명은 센트럴관광개발입니다. 위 센트럴시티의 자회사이고,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계열이 아니라 정유경 사장의 신세계 계열에 속하죠.
image by JW Marriott Seoul
바뀌지 않은 외관이 아쉽군요.
따라서, '머리에 피도 채 마르지 않은' 거시기가 전면 수준의 대규모 개보수에 나선 셈인데, 이는 꽤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호사가 더러는 재벌 오너의 돈질이라 입방아를 찧기도 합니다만 달리보면 그만큼 시장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방증이에요.
주최 측의 주장대로 센트럴시티 내 백화점이나 면세점과의 유기적인 결합을 의도했을 수도 있겠죠. 만약 그렇다면 호텔 부문은 일정 희생을 감수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센트럴시티 complex를 구성하는 다른 축,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이나 신세계 면세점 강남점의 위세가 만만치 않을 뿐더러, 센트럴시티의 최대 주주는 호텔에 관심이 많은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계열이 아니라 백화점 주력인 신세계 계열의 정유경 백화점 총괄사장이거든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 레노베이션으로 다소 애매했던 포지셔닝의 JW메리어트 서울은 비로소 럭셔리 스케일로써의 반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달리 말할 부분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래 관련된 곳에서 기회되는대로 더 읊어 보도록 하고요.
image by JW 메리어트 서울
로비는 확연히 바뀌었죠?
이번 레노베이션의 양상이 다소 복잡하게 얽히긴 했습니다만 이를 찬찬히 뜯어보면 기성 대형 5성 호텔들이 시장 향방을 어떻게 보는지, 그 관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르메르디앙이나 소동동 호텔롯데 신관 등의 리모델링에서도 공히 드러나는 경향이에요.
1천 수백억 대 막대한 투자비에도 불구하고, 기성 대형 호텔들 사이에서 유행 조짐조차 느껴지는 이 대규모 레노베이션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냐고요?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지만, 결국 폭발적으로 증가한 공급과의 뚜렷한 차별화를 어필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 아울러, 차별화를 만들며 진입 장벽을 높이는데 동원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바로 '돈질'이라는 불변?의 진리.... 지인 건축가 한 분께서 최근 언급했던 30년 빌딩 생애주기를 감안하더라도 천억대 리노베이션은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닙니다.
아래 링크 selected service 계열의 업스케일 혹은 미드스케일 호텔이 보이는 경향도 함께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벤토리는 무려 120실 가까이 줄인 379실로써 그 체급을 확연히 줄였습니다. 1층 로비를 비우며 리셉션과 그 부속시설을 상층부로 옮긴 영향이 주로 작용했고,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도 2배 수준으로 확장했군요? 르메르디앙이나 롯데 신관의 경우도 그러했습니다만 JW메리어트서울의 경우는 애초에도 넉넉해 보였던 EFL 라운지였어요.
F&B 역시 그러합니다. 개보수 전에는 10개의 outlet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를 7곳으로 줄였습니다. 중식당과 이태리식당을 없앴고, 2곳이던 바도 하나로 줄였어요. manning과 기능 등에서 유기적 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일부 영업장 (뷔페식당 플레이버즈와 파티세리 그리고 더마고그릴과 모보바)을 고려하면 5개로도 볼 수도 있으려나요?
더불어, 1층 그라운드 로비의 커피하우스 카페원 Cafe One을 호텔 아웃렛으로 보기엔 좀 망설여지는데, 오히려 호텔이 아니라 면세점 등 complex를 찾는 유동성 트래픽이 주고객으로 보여지는군요.
image by JW 메리어트 서울
더마고그릴
영업장 수를 줄이는 대신 새로운 레스토랑엔 아낌없는 투자를 집행했더군요. 컨셉도 그렇고, 미려한 하드웨어에, 마케팅 요소 등 치밀히 짜여진 소프트웨어들 역시 그러했습니다. '돈질'의 위력이 여실히 느껴질 정도였고, 늙은 몽돌은 한없이 부럽기만 했죠.
가격정책 역시 눈여겨 볼 만한데, 이 역시 국내 선도 호텔들 일부에서 일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향입니다.
JW메리어트 서울 레노베이션 전 레스토랑: 뷔페 레스토랑 The Cafe, 양식당 JW's Grill, 일식당 Mikado, 중식당 Man Ho, 이태리식당 Olivo, Bar lounge와 The Exchange Bar, Lobby Lounge, Deli Shop 10개의 F&B Outlet
레노베이션 후: 뷔페 레스토랑 플레이버즈 Flavors, 커피하우스 카페원 Cafe one, 일식당 타마유라 Tamayura, 델리숖 파티세리 patisserie, 스테이크하우스 더마고그릴 The Margaux Grill, 더라운지 The Lounge, 모보바 Mobo Bar
로비에서 추구한 변화는 꽤 과격합니다. 옛날의 흔적은 대부분 지웠군요. 미려하고, 정중하며 고상합니다. 하지만 나름 웅장해 보였던 그 그랜드로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군요. 개방감을 방해하던 그 기둥들은 이번에도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로비 중앙에 길게 걸린 목걸이는 가격이 엄청나다네요?
1층 로비는 마치 복합빌딩의 상층부에 들어선 도심 호텔의 그것처럼 그라운드 로비 형태로 바뀐 겁니다. 고객에겐 달리 느껴지겠지만, 이 로비가 100개 인벤토리를 희생시키며 조성한 공간임을 감안하면 저같은 경리쟁이 경력의 눈엔 이미 긍정적일 수 없어요.
파크하얏트서울이나 코트야드 남대문, 포포인츠 남산, 코트야드 타임스퀘어 그리고 쉐라톤 디큐브 등의 요즘 호텔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형태이긴 합니다만, 그라운드 로비를 따로 둔 채 리셉션을 상층부에 둔 호텔들은 저마다의 납득할만한 사정이 따로 있죠.
하지만 JW메리어트서울의 입장에서도 그 납득할만한 사정이란 게 없진 않겠죠? 앞에서 말씀드렸던 바처럼 complex의 시너지를 고려한 오너의 의중이 중요하게 작용했을테고, 더군다나 1층 로비에 비호텔 트래픽이 증가하게되면 투숙객에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호텔로썬 만만찮은 희생을 감수한 셈입니다.
JW메리어트서울 리셉션 로비
8층으로 올린 리셉션 로비인데, 전반적으로 매우 신선하군요. 하드웨어야 달리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입니다.
앞 쪽의 더라운지 The Lounge와는 경계가 다소 모호합니다. 더라운지가 상대적으로 더 강조된 느낌인데, 따라서 리셉션 쪽은 왠지 소외돼 보인다랄까요? 하지만 소외된다고 문제가 크게 생길 것도 아닙니다. 일부 럭셔리 스케일의 경우 리셉션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긴 해요.
목시의 경우처럼 기능을 아예 합했다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럭셔리스케일로썬 너무 과격한 어프로치일까요?
JW메리어트서울 더라운지
더라운지입니다. 공간 구성이나 인테리어도 흥미롭죠? 커피나 차, 와인과 칵테일 그리고 핑거푸드 등 간단한 메뉴를 내는데 고객들도 꽤 많군요. 빌딩의 구조물을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했고, 가구와 집기 그리고 인테리어 소품들도 매우 세련된 것들입니다.
원래 라운지는 주로 체크인/아웃하는 고객들 혹은 객실의 고객들을 찾아온 외부 고객들이 가벼운 음료 등을 소비하는 공간으로써, 여느 레스토랑과는 그 기능이 좀 다릅니다. 하지만 더라운지는 기성의 개념과 달리 훨씬 적극적으로 느껴지네요.
JW메리어트서울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전에 비해 2배 수준으로 확장했다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레노베이션 전에도 꽤 괜찮았던 공간이에요. 인테리어나 가구 등 모두 바뀌었지만 공간을 제외하면 그다지 달리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분위기는 매우 딱딱한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한데, 개인적으론 레노베이션 전의 분위기가 더 낫군요.
JW메리어트서울 객실/딜럭스룸?
객실에 대해선 호텔리어들 그리고 고객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던데, 제 첫 눈엔 나쁘지 않은데요? 가족 소재의 커다란 헤드보더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데이베드(릴렉싱쇼파)와 함께 객실 레노베이션의 키포인트가 아닐까 싶군요.
경쟁 5성 호텔과 비교해도 객실은 광활해 보일 정도입니다. 아마도 비슷한 타입에선 13평 사이즈의 콘래드서울 딜럭스룸, 그리고 포시즌스서울 정도가 비견될 수 있는 수준이에요.
JW메리어트서울 객실의 욕실
세간에서 가장 뜨겁게 회자되는 곳이 이 욕실입니다. 1천 수백억대 투자를 집행하면서도 이 욕실을 비롯해 객실 일부는 거의 손대지 않았거든요. 벽체 마블도 그렇고, 세면대 주변도 그렇습니다. 수납장 등 객실 일부도 그대로 남긴 채 도색만 다시 했더군요.
더군다나 요즘 너나없이 적극 채용하는 AI이니 하는 새로운 서비스들도 외면했는데, 큰 스페이스나 객실 고유의 잠자는 기능을 너무 과신한 탓일까요? 럭셔리스케일의 호텔이라면 오사카 목시 등 selected service 계열이 보이는 경향과는 다른 어프로치를 보여야 합니다.
기대가 컷던 고객들은 레노베이션의 '기본적인 성의'를 말하는 듯 보입니다만 다녀온 분들로부터 들은 바가 많았던 전 이미 덤덤해져 있었어요. 그냥 그 드넓은 욕실이 다시금 눈에 띄었을 뿐입니다.
여하튼 이쯤이면 오너의 의중이 다시금 확인된다랄까요? JW메리어트 서울의 대규모 레노베이션은 객실이 아니라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 그리고 면세점이나 백화점과의 유기적인 결합에 따른 시너지에 방점을 뒀습니다. 확대해 말하자면 호텔만을 위한 레노베이션이 아니었다는 것인데, 좀 서운해지는 건 왜일까....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이익의 잣대를 들이대면 달리 볼 면들이 없지 않아요. 의도한대로 복합시설 전체에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대규모 투자비를 회수할 수준일런지 장담하기 결코 쉽지 않습니다. 갑자기 레노베이션 비용을 부담한 주체가 궁금해지는군요. 당연히 호텔의 센트럴관광개발일까요? 아니면 complex를 소유한 센트럴시티? 혹 '분빠이'했을까요?
레노베이션이 주로 포커싱한 또다른 대상, 레스토랑은 호텔의 매력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이며, 어느 때보다 그 역할이 중요해진 요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실 영업을 보완하는 부대시설로써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어요. 호텔은 결국 객실 영업으로부터 대부분의 이익을 창출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