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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의 비정규직/화려한 호텔, 초라한 호텔리어

  

호텔에 근무하는 사람의 눈으로 본 호텔이야기,

호텔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편파포스팅!!!

 

 

 

제목이 아주 자극적입니다.ㅎ

 

9월 28일자 경향신문 기사의 타이틀인데 저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덧제목도 다소 충격적입니다.

 

 

기사출저: 경향신문/링크있습니다.

 

 

다소 짧은 내용의 기사이지만 현재 호텔의 일자리 사정을 비교적 잘 설명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노동계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호텔이 처한 속사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조금 안타깝네요.

 

위 기사는, 호텔 비정규직 현황을 설명하면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현주 책임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데이타 일부와 민노총 서비스연맹 이성종 정책실장의 인터뷰 자료를 인용했는데, 타이틀로 뽑은 '비정규직 90% 달하는 곳'의 근거가 궁금하기도 해요. 아마도, 예외적인 일부 신생 호텔의 경우인 듯 보이지만 선뜻 공감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태와 추세만은 부정할 수 없는데, 심각한 사안이니 만큼 늙은 몽돌도 수차례에 걸쳐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KCTI가치와전망_21호(08.28)관광산업 일자리 현황 및 향후 정책방향.pdf




 

 




오늘은 서른 한번째 호텔이야기,


호텔의 비정규직에 대해 이전에 포스팅 했던 내용을 재구성해 올려 볼까요?

 

 

출저:직장의 신 KBS http://www.kbs.co.kr/drama/misskim/

 

 

호텔에서 채용하는 비정규직은 거의 대부분 '용역(도급)' 형태입니다. 위 드라마 '직장의 신'이 그렸던 비정규직 형태는 '파견'직이니 용역과 파견간의 성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설명드리지 않도록 하지요. 현직에 몸 담고 있는 직원의 입장으로, 호텔업계의 비정규직 문제는 포스팅하기 조금 민감한 주제이긴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순수히 제 주관에 기반한 것이니 그야말로 편파적인 것이 되겠네요.

 

아울러, 비정규직 자체에 대한 사회적 문제, 개선 방안 등은 훌륭하게 다루시는 분들이 많으니 여기서 따로 언급하지는 않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만 주로 설명드립니다.


 

호텔 비정규직어떻게 진행돼 왔나?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는 호텔에서도 오래 전부터 일반화되어 왔습니다. 사회적으로 이슈화 될 때마다, 규모가 상징적인 자동차산업 등이 방패막이 역할을 함으로써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요.

 

호텔의 그것은 규모 자체가 크진 않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산업특성에 기인해 더 심각하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이전 포스팅들에서도 잠시 언급했었는데, 호텔산업은 그 특성상 노동집약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호텔에 비교적 빨리 도입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몇 가지 배경을 간단히 보면,

 

  • 상대적으로 많은 인적자원을 필요로 하게 되므로 인건비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임금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후반 부터 이 인건비 통제가 자연스럽게 경영층의 주된 관심사로 대두됩니다.

  • 하지만, 호텔에서 요구하는 노동력의 질은 특별히 높아야 할 이유도 없고 특정 기술이나 경력이 따로 요구되는 분야도 아니므로, 비교적 규모가 크고 저렴한 공급시장이 존재해 왔습니다.

  • 여러가지 물리적인 환경이 조성될 즈음, 1990년대 말 IMF가 노동시장유연화라는 미명으로 물꼬를 트는데, 이를 기점으로 호텔에서도 비정규직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2000년대 개관한 호텔들의 경우, 개별업무단위 자체, 예를 들어 객실청소, 시설영선부 등이 통째로 비정규직(용역)에 의해 운영됨으로써 파급이 더 커집니다.

 

 

호텔 비정규직, 어디서 어떻게 근무하나?

 

 

호텔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긴 하지만, 비정규직(파견, 도급, 용역, 아르바이트 등 그 형태를 불문하고)은 호텔에 근무하는 전체 인원의 3~40% 내외, 신생호텔의 경우 50% 를 넘나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별한 법적고려가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비중이 커질 전망입니다.

 

비정규직이 주로 일하고 있는 업무부문은,

 

  •  청소 (객실, 로비등 공공지역, 식음료영업장, 주방, 사무실등)

  •  경비

  •  세탁

  •  시설영선

  •  식음료업장 (주로 장단기 아르바이트) 등 인데요,

 

비교적 전문지식이 필요한 재무, 인사, 판촉 등의 사무직과, 외국어 구사능력이 요구되는 Front Office 등의 접객부서, 경력과 KnowHow가 중요한 Kitchen 등을 제외하곤 호텔의 전 업무부문이 망라되는군요. 알려진 바와 같이, 이들의 보수는 정규직에 비해 훨씬 낮으며, 정규직에게 주어지는 여타 복리후생제도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법정수당, 휴가, 4대 보험등 법으로 정해진 근로복지혜택이 모두 주어지긴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파견직 직원과 파견 회사와의 계약관계에 의합니다. 호텔은 그저 파견(용역)회사와 계약된 금전조건만 이행하면 그만이지요.

 

 

호텔 비정규직, 무엇이 문제인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호텔은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인력구조의 변화를 꾀하게 됩니다. 저희 같이 그나마도 인사정책이 온화한 호텔의 경우, 정년퇴직 등으로 발생하는 자연감소분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차적으로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다소 순화된 과정을 밟아 왔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자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일부 호텔들(특히, 경영주가 독단을 일삼는 대기업 계열호텔)의 경우 아주 과격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해요.

 

 

http://durl.me/352w42 //일부 호텔의 경우이므로 일반화 하시면 안돼요~

 

 

그 대표적인 수단이 잘 알고 계시는 명예퇴직인데, 이 인위적인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비정규직화가 대규모로 진행됩니다 (근년에도 몇 개 호텔들이 이를 추진했었는데, 아무래도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관련 뉴스를 찾아 보긴 쉽지 않네요.작년만 해도 이와 관련된 뉴스를 쉽사리 검색할 수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웹에서는 모두 사라진 듯 합니다. 그 뻔뻔한 누구와는 달리 죄의식은 아직 버리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나요?)

 

겉포장이야 항상 '희망' 퇴직이지만, 짐작하시듯 근로자 본인의 희망이 중요하게 반영되는 경우는 흔치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막무가내로 내모는 형식은 아니고, 근속기간에 따른 퇴직위로금 등을 지급합니다.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쉽사리 찾아 볼 수 있는데, 기간제법을 악용해 근속 2년 도래시점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요, 최근엔, 공공 부문등에서 한창 소란스러운, 일명 "중규직"이라 일컫어지는 무기계약직 형태를 일부 호텔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해당 호텔들의 노림수가 따로 있지 않을까요?! 너무 부정적인가요?

 

기사출저: 경향신문/이미지에 링크 있습니다.

 

 


호텔 비정규직, 호텔의 특수한 사정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호텔 나름의 사정이 있긴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인건비 상승 등에 관련된 문제 외에도 호텔이 판매하는 제품 특성에 기인하는 부분도 있어요.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호텔의 주력 제품은 '객실'입니다. 최근 일본이나 중국 등의 단체 관광객이 증가함으로써 경향이 다소 완화되고는 있지만, 이 객실 제품은 특이하게도 계절성을 뜁니다. 다시 말해, 성수기 on-season와 비수기 off-season가 극명하게 구분되는데, 성수기(/가을)와 비수기(여름/겨울)는 객실점유율 occupancy ratio에서 20~30% 내외의 큰 차이를 보여요.

 

좀 극단적으로 설명을 드리면, 객실점유율이 낮은 비수기엔 호텔이 보유하고 있는 인력을 고스란히 놀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없지요?! 물론 휴가를 보내기도 하고, 교육을 시키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이런 이유로, 호텔은 탄력적인 인력 운용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는데, 용역이나 파견, 등의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이런 산업적 취약점을 단박에 해소하게 됩니다.

 

적어 놓고 보니 쉬운 내용을 참 어렵고 길게 설명했네요~. 흔히들 고용 유연성, 또는 탄력적 고용이라고도 하지요?!

 

 

호텔 비정규직, 그 부작용

 

 

사실, 비정규직을 채용함으로써 회사에 되돌아오는 부작용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따가운 세간의 눈초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래도 정규직 사원에 비해 충성도가 떨어지므로 대고객서비스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게 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해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시행 하기도 하고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간 융화가 쉽지 않으므로 부서단위의 업무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직율 turnover ratio도 덩달아 상승하게 되므로 업무의 연속성이 훼손되며 생산성을 하락시키게 됩니다.

 

이런 부분들은 직원들이 현장에서 매일 피부로 느끼는 것들이긴 하지만, 계량화해서 측정하기도 힘들거니와, 정규직을 대체한 비정규직이 가져다 주는 당장의 경제적 효과가 눈앞에 아른 거리면, ........ 걱정만 많을 뿐 별다른 묘안이 없으니 계속 패스~

 

참고로, 외국의 호텔산업 등에서는 오래전에 이미 이 같은 탄력적 고용 관행이 정착된 상태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크게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고용과 해고가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가 우리나라 만큼 크지 않다는 점,,,, 아래 간단히 언급하겠지만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상대적인 비중도 훨씬 크긴 합니다.

 

 

호텔 비정규직, 한화그룹의 결단, 그리고 가능성

 

 

그렇지만 나쁜 뉴스만 있는 건 아니군요?! 그 배경이 다소 의심스럽긴 했지만, 최근에 한화그룹이 플라자호텔을 포함해 계열회사 비정규직의 대대적인 정규직화를 선언하고 19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습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387150

http://durl.me/4cwrhs

 

 

맘속에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기도 하고, 앞으로 더 지켜 봐야 할 필요도 있긴 하지만, 그 의도나 배경에 상관없이 쉽지 않은 큰 결정을 했습니다. 이번 결정이 향후, 호텔업계 등의 비정규직과 관련한 관행이 점진적이나마 바뀔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제가 너무 욕심을 부리나요?!




 

우리나라의 임금노동자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30%를 초과한 상황이고, OECD평균의 두배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굳이 재론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해법으로 내놓은 무기계약직 등의 개선책들도, 여러가지 헛점으로 인해 제구실을 못하며 또다른 갈등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향후 정부가 어떤 대안을 내 놓을지 궁금하긴 하나 크게 기대되지는 않아요. 새정부 초기, 정부여당의 입김도 소용 없고, 재계의 로비도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불통 대통령이 왠지 사고?를 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마저도 헛된 망상이었던 듯 합니다.

 

이와는 좀 별개로, 비정규직의 임금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최저임금만이라도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속히 조정되어서, 정규직과의 그 큰 임금차가 하루 빨리 좁혀 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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