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서야 좀 진정이 되네요.ㅋ
아이가 고사장으로 들어간 걸 전화로 확인하고서야 학교 앞 커피숖에 들어와 앉았어요.
이런 일은 또 처음입니다.
오늘은 지난주 수능을 끝낸 아이의 첫논술 보는 날
집과 비교적 가까운 학교인데다 수능을 치뤘던 고사장과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에요. 막히지 않으면 자동차로 15분 정도?
아침 8시까지 입실인데 신경쓰이지 않았을리가요. 어쩌면 수능보다 더 중요한 논술입니다. 하지만 '수능날만 하려고...' 하고 좀 느긋하게 생각했더랬죠? 평소에도 정체가 있는 곳이긴 하지만 토요일 이른 아침시간이기도 하니까요. 7시경 느긋하게 집에서 출발했죠.
그런데,,, 잘 통하던 길이 안국역을 지나자 막히기 시작하네요?
처음엔 '원래도 정체가 있는 곳이긴 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 않음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도무지 정체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ㅠ
내심 여유잡고 있었어요. 숨겨둔 비장의 무기가 있었걸랑요.
저만??? 아는 이면도로가 따로 있습니다. 20여년 전 명륜동에서 1년 가까이 자취를 한 적이 있었고, 급할땐 한적한 그 길을 종종 이용했더랬죠.
더 미루면 안될 듯 해 용단을 내립니다. 유턴을 해 그 숨겨둔 길로 접어드는데, 헐~~~
더 막히는 겁니다.ㅠㅠ 돌아나왔던 그 대로보다 사정이 훨씬 나쁜거에요. 바보처럼 20년 전 기억을 과신하다니...
차창 밖을 보니 가방을 맨 아이들이 하나둘 비탈길을 뛰어오르고 있더라고요? 아차! 그때서야 느껴지는 게 있더군요. 정체의 원인은 바로 논술을 보러가는 차량이었던 거죠.
클났다....ㅠ 아~ 어쩌나? 차를 되돌리기엔 늦었습니다. 아이랑 옆지기는 차 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죠.
잘 돌아가지도 않는 돌머리를 굴리던 와중에 퍼특 생각나는게 있는겁니다!!! 지난주 수능 때 혹 몰라 신문기사에 뜬 정보를 휴대폰에 저장해 둔 게 있었거든요.
좀 '쪽팔리긴 하지만'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마지막 카드...
112!!!
다급한 목소리로 교환에게 얘기합니다.
"논술치러 가는데 차가 오도가도 못하고 있어요. 좀 도와주세욥~ㅠ"
천만다행! 곧 출발한다며 기다리라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티비에서 시험에 늦는 아이들 뉴스를 보며, '참말로 한심한 사람들이네...'며 비웃기 일쑤였는데 그런 일이 제게도 닥칠지는 꿈에도 몰랐네요...ㅠ
좀 기다렸더니 싸이렌 소리가 들리는데 저 먼발치에 경찰차가 보이더군요.
당일 학교앞에서 찍었던 다른 차량입니다. 그 와중에 사진찍을 경황이 있었겠어요?!ㅋ
어??? '저건 아닌데?'
'제아무리 경찰차라도 길 막히는데 어떻게?? 오토바이가 와야지...ㅠ'
다급한 마음에 112로 다시 전화를 걸어 상황도 모르는 교환분에게 뭔 말인지도 모를 단어들을 막 내뱉고 있던 저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급히 도착한 경찰관 아저씨들에게도 오토바이 어쩌고 저쩌고......ㅠㅠ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ㅠ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태우고 있는데 뒷차량들에서 사람들이 막 쏟아져 나오며 소리를 지르는거에요.
같이 태워달라고...ㅋㅋㅋ
간신히 아이들 4명을 경찰차 뒷자석에 태우고 저와 옆지기는 차에 남았죠. 그리고 20여분 후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잘 도착했다더군요.
듣자니 그 경찰차는 싸이렌을 울리며 반대쪽 차선을 마구 달렸다고... 원래 교내로 차량도 들어가지 못하는데 경찰차라 후문을 통과해 고사장 바로 앞까지 데려다 주셨대요.
휴우~~~~
근래 이렇게 긴장하고 황망하긴 처음이네요. 창피하기도 하고..ㅋ
이미지: 연합뉴스
신문기사에 난 해당 학교 논술 끝난 모습입니다. 엄청나죠?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왔으니 차가 막히지 않을리가 있나... 이럴 줄 꿈에도 몰랐지 뭡니까? 만약 재수하면 반드시 대중교통을...ㅋㅋ
정문 앞엔 다른 고사장으로 이동하는 아이들을 겨냥한 오토바이 셔틀 부대가 장사진을 치고 있더군요.
여튼 참말로 x 줄 타는 아침. 큰일날 뻔 했네요. 수능 그리고 논술 보시는 분들~ 대중교통 이용하세요~ㅎ
글고, 인사를 드리지 못했는데 112 교환원님! 아침부터 짜증 부려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울러, 열일하시는 경찰관 아저씨들~ 너무너무 감사드려욥! 그동안 무능한 경찰이라고 욕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ㅠ
그리고 현*야~ 우여곡절, 고생 많았으니 꼭 합격하거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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