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생각에 홀로 다시 오른다.
십 년 전 부서 야유회로 한나절 함께 걸었던 곳
북한산 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이었지, 아마?
북한산둘레길
하염없이 일로 바빳던 와중에
간신히 주말을 앞두고 느긋한 시간을 기대할라치면
늙은 부서장께선
느닷없이 단체산행을 꾸리곤 했다.
어차피 다시 내려올 산을 힘겹게 오른다는 것
부질없는 시간낭비라 생각했던 나는 늙은 부서장의 원하는 바를 한 치라도 기꺼이 용납할 여유가 없었다.
치기어린 반발심도 거리낌 없었을 정도로 나는 젊었고,
어설픈 자만심으로도 충만했겠지.
팀원들은 누구도 겉으로 반발하지 않았지만,
그 늙은 부서장에 대한 무성한 뒷담화로 산행길을 수놓곤 했다.
당시 그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노력했다면
그 산행들은 좀 더 즐겨웠을까.
북한산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
십년은 묵은 기억
하지만 초입에 당도하자 이내 소환된다.
새록새록
더욱 날카롭게.
세월은 느닷없이 흘렀고,
나는 당시 늙은 부서장의 그 시절을 지금 살고 있다.
후배들의 생각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나 스스로가 못내 싫었던 그것을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들이 지금 사는 세상과 내가 살았던 그 시절은 판이하게 다르다.
북한산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 전망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나 홀로,
그것도 스스로가 원해서 그 싫었던 산길을 다시 걷는다.
가고 없는 그 늙은 부서장에게 자꾸 미안해지는 건 왜일까?
북한산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
둘레길이라 대부분 완만한데,
산행이 싫었던 내게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던 그 야유회.
종종 조우하는 확트인 전망이 무척 시원하다.
북한산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
어지럽게 내걸린 이정표가 반갑고,
혼자 걸어도 불안하지 않으며,
둘레길이라 민가도 지척이다.
북한산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
진관사까지는 5km 정도, 느린 걸음으로 두시간 반.
큰 기복없이 평탄한 숲길이 하염없이 이어지는데,
다소 지리한 탓인가?
십년 전 일들이 기억속에서 끊임없이 명멸했다.
북한산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
그땐 왜 그렇게 모질게 굴었을까
사는 동안 후회할 일은 없다며 자만했고, 자위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되돌아 볼 일이 자꾸 쌓여서....
그땐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
2년 만이었던가?
은퇴 후 왠지 주눅든 그의 모습은
더욱 아팠다.
북한산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
홀로 걸으며
과거에 메달리는 내 모습이 언뜻 처량했는데,
그처럼 억지로라도 후배들을 대동했으면 달랐을까?
끝없이 이어진
한적한 오솔길
북한산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
우회한다.
혼자 걸으면
호젓하지만 하염없이 지리하다.
지하철 3호선 불광역 2번출구에서 나와 북한산생태공원 상단이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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