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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스케일이 선사하는 아름다움, 아만 도쿄 Aman Tokyo


스케일로 위압합니다.


정말 엄청나군요. 콘래드 오사카에서 느꼈던 놀라움을 잊게 만드는 사이즈입니다.

지척의 호시노야 도쿄와 동일한 럭셔리이지만 추구하는 컨셉은 판이하게 다르군요. 


아만도쿄 Aman Tokyo 라운지


아만도쿄

Aman Tokyo


라이브러리에 잠시 앉아 땀을 식히는데, 이곳 역시 그 규모로 기를 한껏 죽이는군요.

호텔의 문턱을 한껏 높여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써 호텔을 소구하던 우리나라 80년대. 마치 그 시절을 재현해 놓은 듯 싶었죠.


아만도쿄 라이브러리/바로 위 이미지 출저:Aman Tokyo


위압적인 로비, 하지만 매우 간결한 디자인의 객실이 극적으로 대비됩니다.

인벤토리 80여 개, Banquet도, Wedding도 없고, 달랑 올데이다이닝과 라운지바... 객실에만 오롯이 집중하는데 갖은 서비스들이 세심하고 안정적이군요.


아만도쿄 라운지


벽체 모두를 짙은 회색톤 현무암으로 구성했는데 꽤 미려합니다. 하얀색 사이니지의 디테일 역시 매력적이군요.


아만도쿄 1층 그라운드로비/원목 테이블이 고상합니다.


원래 아만의 컨셉엔 리셉션이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아만 도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1층 그라운드 로비에도 호텔리어들을 충분히 manning한 리셉션이 있고, 로비층도 그러합니다. 컨시어지도 있어요.


이는 또다른 매력을 추가하기 위한 의도적인 변형이 아닌, 리조트 컨셉이 도심으로 확장하면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정체성 변화로 보입니다. 절충의 이슈가 발생할 수 밖에 없죠.


아만도쿄 리셉션


유니폼이 흥미롭지요? 일본의 전통 복식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나 싶었습니다만 제 어설픈 눈엔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이들이 고객의 체크인을 돕습니다. 라운지로 모시기도 하고, 더러는 객실로 함께 올라갑니다. 호텔리어들의 서비스가 크게 인상적이지도 않았고, 기껍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만 이번 방문으로 둘러 본 다른 곳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며, 우리나라의 그것에 비해서도 체계적입니다.


이미지: Aman Tokyo


여러 곳에서 느껴왔지만 일본은 더이상 옛날 그 세심한 서비스로 이름 높던 곳이 아닌 듯 했어요. 다양한 변수로 인해 그 퀄러티 자체가 낮아졌을 수도 있지만 퀄러티를 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제 기대가 너무 컷던 탓일 수도 있어요.


여하튼, 오히려 노동력 부족에 따라 수입한 외국인 호텔리어들의 서비스가 훨씬 원숙하게 느껴질 때도 없지 않았는데, 영어 구사능력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겠죠.




그나저나 컨시어지에 룸쇼를 부탁했더니 슈트의 양쪽 깃에 골든키를 자랑스럽게 패용한 분께서 흔쾌히 응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컨시어지협회 서울 대회와 한국 협회장님을 언급했더니 잘 아시네요? 서울 대회에도 참석하셨다더군요. 

Yasutoshi Abe상입니다. 당시 풀부킹 상태인 탓에 곧 체크인 예정인 객실을 간신히 구경시켜 주셨는데,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도쿄아만 인력거


인력거가 있군요? L7 명동의 케쥬얼한 아띠가 금세 떠올랐습니다만 역시 훨씬 럭셔리합니다. 올 초 교토 스이란 길목의 강가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를 본 적이 있어요. 여튼 고객이 원할 경우 투어를 시켜주는데, 1시간에 3천 엔이라고 들었던 듯 합니다.


아만도쿄


아만은 현재 21개국에 30여 개의 호텔을 가진 럭셔리 리조트 브랜드입니다. Adrian Zecha라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호텔리어가 1988년 푸켓에 아만푸리 Amanpuri라는 인벤토리 40개 짜리 부띠크 리조트를 지으면서 아만의 젊은 역사가 시작되죠.


주로 캄보디아, 인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동남아 등지에서 브랜치를 확장해 오면서 소유 지분에 대한 손바뀜이 있다가 2014년 러시아의 Vladislav Doronin 이란 부동산 투자가에게 대부분 호텔의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합니다.[각주:1]


아만도쿄


지인 분의 말씀에 따르면, 아만을 국내에 도입하려고 재벌 몇 곳이 접촉한 적이 있었다네요? 한강 이남의 입지 2곳을 원했다는데, 시장성 등의 변수로 인해 일단 무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아만 객실 코너스윗 Aman Tokyo Corner Suite


아만의 리조트는 일반적으로 55개 이하의 객실을 갖추는데 참고글에 따르면 게스트 1인당 4명의 스텝이 manning standard라 하더군요. 아울러, 리셉션데스크나 로비, 벨보이 기능도 갖추지 않습니다. 

고객의 지근거리에 충분히 manning된 호텔리어들이 고객의 요구 모두를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고상한 말로 버틀러 서비스. 따라서 일반 호텔과는 서비스 차원이 달라요. 이는 물론 인건비 저렴한 입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곳 아만 도쿄는 리조트와 도심호텔의 컨셉이 절충된 형태랄까요? 아만 고유의 정체성으로부터 이탈했는데, 호시노야 도쿄에서도 느꼈듯 전형적인 리조트 호텔이 도심으로 진출하면서 응당 겪게 되는 '적응'의 단면입니다. 아만 도쿄는 아만의 레거시를 도심의 하드웨어에 이식했다 볼 수 있으며, 스케일과 화려함으로 어쩔 수 없이 부족하게 이식된 그 전형을 보완하려 하죠.


이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이 적지 않더군요. 이런 경향은 러시아 자본이 유입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는데, 이는 호텔의 정체성이나 매력을 중시하는 호텔리어가 아니라 그것의 경제적 교환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의 시각이 득세한 탓이겠죠. 이후 아만의 이름만을 빌려주는 사례도 있다니 이런 식이면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는 금방 훼손될 수도 있어요.


아만도쿄 코너스윗 타입 객실

뷰가 탁월합니다. 스위트엔 주방설비가 갖춰져 있어요.


아만에 대해 깊이 공부한 페친의 말씀이 페이스북 댓글로 달렸었는데 좀 정리해 소개할까요?


아만은 호텔리어 출신들이 직접 럭셔리 서비스에 포커스를 두고 만든 체인으로 대고객 서비스는 다른 어떤 호텔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던 시절이 있었죠. 대부분 외딴섬,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에 지어지거나 오래된 건물을 인수해 호텔을 조성했습니다.

로컬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며, 현지 직원들이 제공하는 디테일한 버틀러 서비스 (호텔 예약과 동시에 고객의 preference 파악, 여행 스케쥴 선정 등 소박하면서도 그 디테일의 급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했다더군요.


평균 35-40개 정도의 적은 인벤토리가 그들의 트레디션을 지킬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러시아 자본 유입 후 도쿄에 지어진 아만과 같은 형태는 아만에게는 새로운 시도이지만 실상 다른 큰 호텔 체인과 비슷한 모습을 띌 수 밖에 없는 한계가 만들어지죠. 다시말해 아만 고유의 정체성은 아만 도쿄에서 기대할 수는 없을 듯 보여요.


한국에도 아만을 도입하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다고 들었고 소규모 모임도 진행된 바 있지만 아만 도쿄의 형태가 아닌 본래의 아만의 컨셉의 호텔이 지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 그토록 멋지고 디테일한 럭셔리 서비스를 갖춘 호텔을 짓고자 하는 사명을 가진 분이 계시다면 정말 좋겠네요.




엄청난 투자비를 쏟아부어 조성하는 화려한 호텔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하드웨어는 직관적인 영감을 선사하지만 생명력없는 '물질'에 불과해요. 그것이 옳게 관리되고 운영되며 의도했던 스토리를 화사하게 피워내려면 사람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훌륭한 자질과 인성을 가진, 그것도 아주 많은 호텔리어들의 애정어린 손길.....

 

 값비싼 땅을 매입해 화려한 건물을 공들여 지어놓고 정작 그것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사람을 경시하는 소유주들을 보면서 전 어김없이 실망하고 맙니다.


아만도쿄 객실층 복도 곳곳에 배치된 디테일


우리가 희망하는 컨셉의 호텔들을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오너들의 각박한 경영철학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자체의 수준 탓일 수도 있어요.

지금처럼 전세계를 여행하고, 다양한 문화와 견물을 경험하며 심미적인 퀄러티에 눈을 뜰 여유가 더욱 생기면 국내 시장에게도 그런 가치를 요구하게 되겠죠. 어쩌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저변일지 모릅니다.


우리나라 호텔의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아울러, 다양한 시도를 가능케할 시장의 사이즈도 충분하지 않아요. 하지만 성장 과정을 보면 결코 실망스러워 할 게 아닙니다. 그 짧은 기간 3, 40년 동안 많은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지금 성장기에 접어들어 뭔가를 한창 고민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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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s://en.wikipedia.org/wiki/Aman_Resort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