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호텔토크]
호텔 투자, 이슈와 전망
패널
라진광 이사 (케이클라비스)
권혁진 이사 (베스타스자산운용)
이철승 이사 (이지스자산운용)
강동남 부장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장 희 차장 (KEB하나은행)
장진수 편집장 (호텔아비아)
사회: 늙은호텔리어몽돌 김인진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상무)
2018년 1월 25일(목요일) 오후 6시30분
켄싱턴호텔여의도 2층 소호룸
늙은몽돌: 오늘 다룰 주제는 다소 무겁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무척 컸던 분야입니다. 하지만 오늘 토크가 마련된 계기는 사실 좀 엉뚱했더랬어요. 한 달여 전 쯤 오늘 패널 중 두 분과 장진수 편집장님의 거나한 술자리에서 호텔에 대한 얘기가 오가던 중 느닷없이 의기투합했다네요? 이후 제게 의견을 여쭙기에 '옳다구나' 했죠.
흔히 다룰 수 없는 분야입니다. 패널로 모시기도 쉽지 않은 분들이에요. 투자자나 투자사들의 시각으로 보는 우리 호텔산업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 흥미롭지 않으세요? 저 역시 배운다는 자세로 토론에 임하도록 하고요, 패널들의 의견을 반영해 어젠다를 구성했지만 호텔리어와 호텔산업에 관심있는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조정했으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쁘신 와중에 시간 배려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먼저 소개 말씀 부탁드릴까요? 근무하고 계신 회사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해주시기 바랍니다.
라진광 이사: 안녕하세요. 케이클라비스에 근무하는 라진광입니다. 케이클라비스는 2013년에 설립되었고 2년 전부터 부동산자산을 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호텔자산을 운용상품으로 매입하지는 않았지만 제주 등 몇 곳의 호텔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저는 호텔리어 출신이라 다른 분들에 비해 호텔을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동남 부장: 딜로이트컨설팅 부동산인프라자문그룹의 THL산업 담당 매니저 강동남입니다. 반갑습니다. 딜로이트 THL팀은 CJ, 롯데, 호반 등 대기업과 국내/외 PE 및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국내/외 호텔 및 리조트 개발 컨설팅, 산업 진출 전략, 운영사 유치, 매각/매수 자문 등의 업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
권혁진 이사: 안녕하세요. 베스타스자산운용에서 근무하고 있는 권혁진입니다. 저희는 주로 오피스를 비롯한 수익형부동산을 매입해 운용하며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 서초동 신라스테이, 명동 그랜드티마크 호텔 등 호텔 투자 및 개발과 관계된 일을 경험했습니다.
이철승 이사: 반갑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 개발투자부문의 1팀(사업투자팀)을 맡고 있는 이철승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설립한지 7년 정도 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 현재 운용하고 있는 19.5조원 정도의 자산 중 호텔 부분은 8천 200억 정도를 차지합니다. 운용사들 중 가장 많은 호텔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이고요, 현재 제주 연동의 신라스테이, 서울 서대문과 부산 해운대 신라스테이를 포함해 등 8개 호텔을 실물 및 선매입 형태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입사 전에는 KT 에스테이트에서 비주거개발팀을 맡고 있었고, 당시 역삼 신라스테이, 동대문 노보텔, 신사 안다즈, 송파 소소피텔 등 2천실 정도 규모의 사업을 기획 및 추진한 경험이 있습니다.
장희 차장: KEB하나은행 투자금융부를 맡고 있는 장희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대단히 반갑습니다. 호텔 업계에서 투자 부문에 대한 많은 고민과 토론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공감합니다. 은행은 투자 물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봅니다. 호텔을 단순히 투자 물건이 아니라 대체투자의 한 중심으로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2
장진수 대표 (이하 직급 생략): 호텔아비아를 발간하고 있는 장진수 편집장입니다.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SHIC (Seoul Hotel Investment Conference)라는 투자컨퍼런스도 주최하면서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저변을 넓고 깊게 만들기 위한 촉매제 역할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오늘 자리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늙은몽돌: 소개 감사합니다. 제 질문이 여러분들께서 기대하신 바와 다소 다를 수도 있습니다만 호텔리어, 그리고 일반 독자들이 궁금해 할 부분들을 주로 여쭙도록 할게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부터 여쭐까요? 현재 호텔자산을 가장 많이 운용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호텔에 대한 관심
강동남: 앞서 이철승 이사님께서 언급하셨습니다만 이지스자산운용이 8개로 가장 많은 듯 하죠? 아마도 제이알투자운용이 신도림디큐브, 스카이파크 등 3, 4개 정도 운용하며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늙은몽돌: 8개라면 오피스 등 다른 형태의 자산에 비해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이철승: 오피스나 리테일에 비하면 굉장히 작은 규모죠. 호텔이 편입되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늙은몽돌: 비중이 낮다니 왠지 실망스럽군요. 호텔에 대한 투자사들의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까?
강동남: 과거에는 대기업 주도로 호텔이 개발되어 왔죠. 소위 비즈니스호텔이 생기고 호텔 마스터리스가 일반화된 4~5년 전부터 자산운용사들이 이쪽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과공급 이슈 그리고 사드 등으로 인해 요즘 분위기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지만 국내/외 PEF는 호텔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듯한 시그널도 없지 않아요. 단일 자산에 대한 투자 관점이라기 보다는 호텔 및 리조트산업을 포함한 전·후방 산업 통합 시너지 효과 확보, 또는 위험이 큰 자산에 투자해 큰 수익을 노리는 스탠스를 보이는 곳들인데, 여하튼 플레이어, 즉 호텔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3
권혁진: PEF쪽으로부터의 접근은 호텔 산업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NPL자산에 대한 관심 탓이 아닐까 싶어요. 단기간내 호텔 공급이 많아졌지만 사드 등의 이슈가 겹쳐 결국 실적이 나빠진 호텔들을 저렴하게 매입해 차익을 노리는 형태라 할 수 있죠. 호텔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관점이 아니라 일시적인 관심으로 보입니다. 4
라진광: 최근 기관들의 움직임들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호텔은 아예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더군요. 국내 호텔에 투자해왔던 기관들은 현재의 시장분위기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외국에서의 시각은 다소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더군요. 특히 일본계 자본의 한국 호텔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습니다. 일본 철도회사, 인/아웃바운드 여행사 등이 국내 호텔 투자 및 매입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고, 심지어는 명동권역 오피스를 매입한 후 호텔로 컨버젼하려는 움직임도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또다른 형태의 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강동남: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호텔시장은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아직도 강합니다. 관광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정치적인 변수가 시장에 민감하게 작용해 왔죠. 사드를 겪으며 이런 고정관념이 역시 잘못된 게 아니라는 확신이 확산되었어요. 하지만 해외 투자자나 호텔 오퍼레이터들 사이에서 장기적으로 홍콩이나 싱가폴, 태국 등의 지역과 추세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는 듯 합니다. 어느 순간 국내 시장에도 진입해야 하는데, '더 미루면 진입 시점을 혹 놓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고, '지금 약간 희생하더라도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건 아닐까'와 같은 고민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장희: 대체투자자의 경우 오피스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호텔이나 물류, 임대주택까지 투자영역을 확장하고 있기도 해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호텔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고 사드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죠. 하지만 사드는 일면 투자대상으로써 호텔을 보는 시각에 '입에 쓴 약'으로 작용했다고도 생각합니다. 도약을 위해 치룬 시련이랄까요? 호텔산업은 극한 상황에서도 망가지지 않았으니까요. 따라서 투자 위험에 대한 내성을 테스트할 수 있었던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투자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도 있어요.
늙은몽돌: 그 배경은 달라 보이지만 투자대상으로써의 호텔에 대한 관심은 다양해지고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는군요?
이철승: 다시 정리하면 '공급과잉과 사드 등으로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데 투자자의 관심이 어떤가?'에 대한 질문인데 사실 무겁고 어려운 주제에요. 근원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입니다. 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런칭할 때 '신문지상에선 공급과잉이라는데 호텔이라는 상품에 투자해도 괜찮은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니까요. 그동안 이 이슈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고, 수많은 호텔 전문가와 얘기해왔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은 시장이에요. 일단 공급만 이뤄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일종의 소강기에 접어들었다랄까요? 오피스나 리테일 등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호텔 영역은 시장을 적절히 판단할 만한 하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NPL 말씀을 하셨는데, 호텔 부문에서 NPL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운영하다 망가지면 누군가 공정하게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되살리려는 전략들이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제시되고, 우리 운용사들이 그 중 하나를 인수해서 되살릴 수 있다는,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스토리가 전개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봐요. 계속 공급만 해왔던 시장이므로 그런 것들이 아직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죠. 공급 외 증명된 게 없는 상황이고, 초과공급이란 말로 시장 상황을 치부하고 닫아버릴 수는 없는 입장이라서 일단은 그냥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산으로써 얼마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라는 기본적인 평가조차 할 수 없는 초기 상태라고 개인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늙은몽돌: 투자 대상으로써 가치평가조차 쉽지 않은 초기 시장이라니 좀 실망스러운데요? 저 역시 비슷한 한계를 느낄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만 이는 곧 그만큼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오늘 토론의 의미가 더욱 커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바로 보고 발전의 토대로 삼을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입니다.
분양형호텔에 대한 시각
늙은몽돌: NPL을 언급하셨는데, 말씀 나온 김에 여쭤보죠. 분양형호텔에 대한 문제점들이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를 주제로 한 지난 토크에서 패널 한 분이 자산운용사에 소유권이나 지분을 매각해 살리는 방안을 언급하셨는데 귀가 솔깃하더군요. 운용사에서 분양형호텔을 현실적인 가치로 재평가해 인수한 후 이를 운영해 정상화한다는 그림인데 아까 말씀하셨던 NPL의 개념과도 유사해 보입니다. 이런 대안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철승: 그런 부분에 대해 실질적으로 많은 조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좀 다르다고 느꼈던 점들이 건축법과 공중위생보건법에 의해 공급된 일반숙박업 카테고리의 분양형호텔은 조성 시점부터 서비스개념이 적용되어 개발되는 관광숙박업과 엄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에요. 태생적으로 달라요. 분양형호텔은 원래 소액투자자의 대체재였습니다.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생긴, 자기투자금 1억원 정도에서 투자할 수 있는 대체재로써 분양형호텔이라는 상품이 탄생한 것이죠. 호텔 공급이 부족하다는 여론몰이,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수익률 하락 그리고 투자 대체재를 찾는 유동자금이 결합해 탄생한 기형적 상품입니다. 서비스개념이 결여된 숙박시설을 분양한 후 이를 위탁받아 호텔로 운영하면서 나오는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상품이라고 생각해요. 전제부터 어려운 것이고, 현재는 그 전제들이 무너지며 분양형호텔이 가진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귄혁진: 분양형호텔을 매입하려면 명도 이슈가 대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분양자들 대다수의 동의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가격에 대한 이슈가 존재하겠죠. 수분양자가 기대하는 수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받아야만 운용사에서 매입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드러나지 않은 추가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는 위험을 안고 투자사들이 인수하기란 쉽지 않아요. 이철승이사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태생 자체가 다른 물건을 호텔업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별도의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겠죠. 여하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겨야 접점이 만들어질 수 있고 그 손해의 정도는 수분양자들이 현재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수분양자들이 현실을 인지하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강동남: 분양가보다 낮은 가치로 매각을 시도하려는 분양형호텔 한 곳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분양가 대비 60% 정도의 수준이었고 대다수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확보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 실현 여부는 불투명해요. 수분양자들의 상황인식이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 점이 해소되면 접점은 찾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식으로라도 매각을 추진하려는 곳이 한 두 곳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례가 생기면 이런 형태의 거래가 늘 수도 있겠죠.
라진광: 저 역시 비슷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호텔은 운영상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여러가지 시장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분양상품화된 기형적인 숙박시설이 탄생하고 말았죠. 한 때 서비스레지던스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며 강하게 반발했던 호텔 운영사들이 분양형호텔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던 듯 해요. 정부의 공급논리도 작용했겠지만 기본적으로 분양형호텔을 호텔 운영사들이 운영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지 않았던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회사들이 운영사업에 참여했고, 결국 부실을 키운 셈이 되고 말았죠.
몇 년 전 확인한 바로는 그런 식으로 계획되고 인허가 받은 게 제주에만 9천실 가까이 존재하더군요. 호텔 9천실이 단기간에 공급되어도 수급에 문제를 초래하는데 분양형 상품으로써 운영이라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숙박시설이 그 규모로 시장에 쏟아져 들어온다는 게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아요. 따지고보면 상품기획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어설픈 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철승: 공급의 논리만 작용해왔던 시장입니다. 호텔은 철저하게 수요와 운영의 논리로 가야 하는데, 공급업자의 논리로 공급만 이뤄졌고 뒷감당은 결국 수분양자들에게 전가된 상황이죠. 하지만 수분양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그마저 100% 분양이 모두 이뤄졌을 때의 얘기입니다. 이가 빠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재앙이 시작될 수도 있어요.
강동남: 이미 이가 많이 빠진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대다수 특색없는 중저가 호텔들이에요. 객실에, 조식을 제공할 수 있는 레스토랑 하나 정도만 갖춘 타입들이 대부분인데, 최근에 직격탄을 맞은 호텔들이 대부분 이런 형태에요. 누군가 떠안으려면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다 받아야 해서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아 보여요.
늙은몽돌: 시장이 바닥을 치고 수급 상황이 호전되면 그런 이야기들은 다시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요? 결국 장기적으로 그런 부실이 방치되고 해결책은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이연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강동남: 상황이 괜찮아지면 매각하는데 동의했던 수분양자들의 이탈이 생기겠죠.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게 될테니까요.
장희: 시중은행은 운용사와 달리 대출을 심사할 때 안전성을 중시하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분양형호텔을 취급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아요. 안전성 이슈도 있지만 수분양자들의 민원이 은행의 평판이나 신뢰성에 위협을 하는 요소라고 판단하기도 했죠.
'시장이 조만간 반등할 수 있을까?'란 기대에 대한 의문도 없지 않습니다. 분양형호텔을 포함해 급증한 호텔들 간에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어요. 사드 이슈가 조만간 해소되더라도 관광객 증가에 따른 ADR 상승 여부에 대해선 좀 회의적입니다. 그동안 공급이 폭증했으므로 사드 이전의 최고점 수준으로 수요 시장이 회복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고 봐요. 따라서 시장상황을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내려놓는 투자자들이 생겨야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주체가 투자수익률이 나올 수 있는 수준에서 매입해 다시 리셋을 하는 대안이 있을 수 있고, 수분양자들로써의 신분이 아니라 펀드 형태가 되었든 공모형이 되었든 간접투자 형태로 들어오게 끔 퇴로를 열어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늙은몽돌: 역시나 수분양자들의 현실 인식을 해결의 단초로 꼽고 계시는군요.
장희: 회원제 골프장이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골프장을 만들 때는 다들 좋았죠.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고 회원권을 판매한 자금으로 골프장 지어 운영하면 그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익성이 떨어지고, 회원권 가치가 하락하면서 반환해야 할 보증금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죠. 결국 회원제 골프장들이 대중제 퍼블릭으로 전환하며 재기를 모색했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건 회원들의 상황 판단과 희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인고의 세월을 겪었기 때문에 다시 활황기에 진입하고 있는데, 분양형호텔 역시 그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동남: 골프장의 경우 회사를 매입해 회생시키는 형태니 가능한 대안인데, 분양형호텔은 등기분양이므로 차이가 있습니다. 골프장 케이스를 적용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집합건축물에 관한 법률 등으로 적용이 쉽지 않더군요.
이철승: '집권법'에 따라 수분양들에게 투표권이 생깁니다. 투자회사가 주요 지분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이익집단 요건 등에 따라 주도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아요.
라진광: 관리단이라는 수분양자 조합 자체가 한 개일 수도 있지만 두 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로 소송전을 벌이는 경우도 흔해요. 지금은 그들만의 또다른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듯 하더군요. 분양을 했던 시행사가 수분양자들간 거래를 중계하는 시장을 만들어요. 기형적인 상품을 만들어 시장을 망가트린 장본인들이 그 망가진 시장에 기생해 또다시 돈을 벌려하는 악순환이 파생되는 낌새도 있습니다.
늙은몽돌: 그야말로 점입가경인데, 일단 펀드나 간접투자방식에 의한 분양형호텔의 매입 가능성은 열려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시장환경과 행보
늙은몽돌: 호텔산업의 향후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들 전망하시는지 궁금하군요? 지금을 바닥으로 보시나요? 당장은 관심이 없다지만 시장에 생기가 돌고 투자환경도 개선된다면 호텔에 대한 투자가 활기를 띌 수 있을까요?
이철승: 수익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의 문제에요. 간단합니다. 지금도 5성급 호텔은 투자 영역에 쉽게 넣지 않아요. 비즈니스호텔에 비해 가치 측정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죠. 더구나 변수가 많은 F&B의 매출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5성급 호텔은 수요 측정을 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에요. 투자 사이드에서 현재 고려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은 미드스케일에서 업스케일까지가 현재까지는 최적이라고 봅니다. 2010년 신라스테이 역삼을 하기 전 표본으로 삼았던 호텔이 이비스 강남이었어요. 식음료 비중이 적고 객실에 대한 타당성 검토만으로도 수익성에 대한 검증이 가능했으니 투자영역으로 들어왔던 것이죠. 5성급이나 럭셔리 호텔들이 언제 투자 대상으로 편입되며 시장이 확대될지 조금더 지켜봐야 합니다.
강동남: 어퍼업스케일 이상은 좀 다른 논리가 작용합니다. 어퍼업스케일 이상의 호텔이 FI에 의해 주도적으로 개발된 예가 없지는 않아요. 포시즌스 서울이 그런 경우인데, 이 또한 단일 호텔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에셋 그룹 차원에서 추진되었습니다. 대기업 소유 하에 새롭게 개발되는 호텔들도 마찬가지에요. 신규로 개발을 고려하고 있는 곳들 역시 단일 호텔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개념보다는 그룹 전체의 관점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진출, 포트폴리오 확대 등의 요소를 우선 고려하게 됩니다. 수도권, 제주 등에서 대기업이 진행하고 프로젝트 들은 모두 어퍼업스케일 이상 신규 공급이지만 크게 보면 그룹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죠. 5
라진광: 일반적으로 오너쉽이 없는 호텔 즉 자산운용사가 소유한 호텔들은 위탁운영 형태를 채택하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따라서 마스터리스 형태로 투자 상품화시킬 수 밖에 없죠. KT나 KT&G 등과 같이 오너쉽을 갖추고 있는 호텔들 만이 해외의 좋은 브랜드를 유치해 위탁운영합니다. 시장은 양극화되어 가는 모양새를 띄고 있어요.
늙은몽돌: 호텔리어들끼리 종종 얘기하기론 자산운용사에서 투자한 호텔들은 특성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많아 수익성이 훼손되는 면이 있지만 오너가 소유한 호텔들은 컨셉이나 스토리 등에 신경쓰며 독특한 매력을 추가하려 노력하죠. 이에 반해 자산운용사들이 투자한 호텔들은 특색없이 정형화되어 있다고들 얘기해 왔는데 앞에서 말씀하신 배경들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군요?
이철승: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죠
강동남: 그런 스케일의 호텔들이 수익면에서 일단 안정적이니까요. 앞에서도 이이사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어퍼업스케일 이상의 호텔들은 비용통제 등의 변수가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라진광: 달리볼 면들도 없지 않습니다. 투자기관이 안정적인 수익을 우선시하는 투자 행태를 고집함으로써 또다른 투자 기회, 즉 자산가치 증대를 통한 수익 추구 방법은 외면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으니까요.
권혁진: 그동안 자산운용사, 즉 펀드를 통해 매입했던 호텔들은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임대업을 기반으로 투자 의사결정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산운용사가 건물주이자 임대인의 입장이에요. 이렇게 임대된 건물들을 신라스테이나 롯데 등 호텔 운영사들이 마스트리스 형태로 임차해 호텔로 운영해왔죠. 아무래도 투자자들이 인정하는, 마스터리스가 가능한 호텔 운영사들이 제한적이다 보니 자연스레 신규 설립된 호텔들의 특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철승: 지금은 좀 변하고 있지만 그런 펀드들은 임대업 밖에 못했요. 운영이 불가능했습니다.
늙은몽돌: 지금은 운영도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나요?
이철승: 지금은 열리긴 했는데 전례가 없는 상황입니다.
장희: 결국 사례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가 특색있는, 예를들어 부티크호텔 같은 걸 투자해서 운용을 잘 해 매각까지 성공한 전례를 만들면 운용사들이 향후 참고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겠죠.
강동남: 그런 특색있는 호텔을 하게 되면 투자비도 증가할 뿐더러 식음료나 부대시설의 비중이 높아져 결국 안정성이 훼손됩니다. 엑스트라로 투입한 투자비를 상회하는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현재로썬 설득하기가 쉽지 않죠.
늙은몽돌: 이 자리에 오기 전에 '투자 부문에 일하는 분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진취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었어요. 오늘 패널분들의 말씀을 듣자니 완전히 반대인데요? 무척 보수적으로 느껴집니다. 큰 덩치의 투자물건을 다루는 분야라 시각 자체가 그럴 수 밖에 없이라는 생각이 비로소 들긴 하네요.
라진광: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야 하므로 도전적이거나 모험적인 것들은 지양할 수 밖에 없죠.
장희: 제가 속한 투자금융부는 부동산과 인수금융을 같이 취급합니다. 따라서 두 개 부문의 동향을 대강이나마 함께 볼 수 있는데요, 인수금융업계의 최근 고민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경영 참여, 지분투자, 경영권 취득을 주로 노리는 PEF들의 경우 한국에서는 투자할 물건을 더이상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에요. 지금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한국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를 할만한 기업들이 안 나오는 상황이란 것이죠.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작은 기업들, 중견 기업들을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전문으로 하는 PEF들도 많이 생기고 있어요. 이에 반해 대체투자 상품으로써 부동산이 다뤄진 건 길지 않은 편이에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투자업계 역시 그런 것들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늙은몽돌: High Risk High Return은 만고불편의 진리입니다. 앞에서도 더러 언급하셨습니다만 우리 호텔시장 자체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영역에 놓인 탓 때문인 듯 싶지만 앞으로는 망가진 분양형호텔을 인수해 매력적인 랜드마크 호텔로 변신시켜 놓는 적극적인 투자 사례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호텔산업의 인프라가 먼저 튼실해져야 하겠지만 장차장님 말씀처럼 투자사들의 투자 관행 역시 기성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생기길 희망합니다.
라진광: 최근 소위 재벌 3세들의 호텔산업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더군요. 제조업 등의 가업에 비해 화려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호텔산업에 대한 관심이 젊은 2, 3세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듯 해요. 상속에 대한 개념도 섞인 듯 하고요. 이런 배경을 지닌 호텔 매입이나 개발 사례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대기업이나 투자사 등에 의해 주도되었던 기존의 모습에 변화가 생기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
권혁진: 호텔 투자는 전통적으로 입지가 매우 중요한 일반적인 부동산 투자와는 다르다고 봅니다. 동일한 입지의 호텔들이라도 동일한 수익을 내지는 않아요. 다시말해 오퍼레이터 즉 운영사의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미인데, 아직까지 국내 호텔들에서는 그런 부분을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대체 어떤 호텔이 얼마나 영업을 잘 하는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특정 호텔이 얼나마 벌고, 그 정도 호텔을 새로 조성하면 최소한 얼마나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매우 제한되어 있어요.
지금 이 호텔 쪽은 부동산상품이라고 전 생각하지 않아요. 그 자산을 운용하는 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운용상품입니다. 따라서 이 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지 그간 오피스 등에만 부동산투자를 하던 사람이 투자할 대상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탓에 지금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투자 상품들이 아직까지는 건물임대업의 범주, 즉 임차인의 신용도를 따져 결정된 임대상품으로 구현된 것들이라고 해야겠죠.
여하튼 이전까지 호텔에 투자를 했던 이들의 투자 경험에 의하면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은 실현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호텔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는 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봐요. 그들이 다시 투자해야 하는데 일단 투자한 것에 대한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않았고, 아직 투자한 자금의 회수가 완료된 상황도 아니니까요.
늙은몽돌: 호텔의 실적 등 경영 현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채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말씀들 하셨지만 우리나라 호텔산업의 저변은 매우 취약합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 시각에선 신뢰할 만한 투자 인프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겠군요. 하지만 시장상황이 호전된다면 호텔에 대한 투자에 매력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강동남: 일단 운영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도쿄나 홍콩의 경우 호텔 오퍼레이션이 일단 안정적입니다. 반면, 작년에도 증명했지만 우리 호텔시장은 외생 변수 하나에도 요동칠 정도로 매우 민감해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로는 ADR이 올라야겠죠. 아시다시피 서울의 호텔들의 ADR은 몇 년 동안 정체되어 있습니다. 매입가나 지가 대비 ADR과 Occ%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일례로, 외국 포시즌스의 ADR은 대부분 3, 400불 이상이잖아요? 그에 비해 우리나라 CBD의 주요 호텔들 ADR은 지난 몇 년간 비슷한 수준을 보여왔습니다. 비교적 오랜 동안 정체되어 왔는데, 그 상태라면 딱히 투자할 이유가 없죠. 6
권혁진: 숫자들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지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개발 원가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어느 정도까지 시장이 올라와야 호텔에 대해 기대하는 수익이 나올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지금은 매우 낮은 형편입니다. 아마도 2012년 외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던 정도까지 회복되어야, 그리고 그 수준이 꾸준이 유지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본격적인 투자가 다시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늙은몽돌: 운영상품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대상으로써도 매력이 없다고 보시는건가요?
권혁진: 오히려 핸디캡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호텔로 운영을 했지만 기대했던 수익을 보지 못했을 때 다른 업태로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잖아요? 호텔의 경우 리모델링이 일단 여의치 않아요. 오피스텔 정도면 가능할텐데 원가 차이가 큽니다. '특수용 건물이다'라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고, 특수건물이므로 '범용 오피스나 상가에 비해 수익률이 높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투자자들의 기대도 작용합니다. 결국 현실의 수익율과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율 사이의 차이가 아직은 좁혀지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아요.
늙은몽돌: 오기 전엔 오늘 토크 그리고 호텔산업의 전망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하하)
강동남: 현실이 그래요. 운영 물건의 경우 시장엔 거래가 많지 않습니다. 매수자, 매도자 양 쪽의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물건이 많지 않아요. 예로, CBD 한 곳의 물건이 있긴 한데 매도자는 토지가 프리미엄만 얘기하고 있거든요? 매입을 원하는 이는 오퍼레이션에서 수익이 얼마나 창출되는가를 보고 싶어 하는데 매각하는 측에선 '평당 얼마'를 따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서울의 CBD 및 GBD와 같은 핵심권역에서 어퍼업스케일 이상을 물색해 달라는 매수자들이 있는데, 매도자들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매도자 매수자 모두 의사가 있지만, 가격 GAP때문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죠. 하지만, 이들 입지성이 좋은 물건들도 시간에 지나고 매도자들이 현실을 인지하게 되어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면 거래는 발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제주를 포함한 지방 물건들은 최근 제주 켕신턴, 양지파인리조트, 현대호텔 등의 예와 같이 거래가 이루어진 사례가 다수 있고, 올해 들어서도 다수의 프로젝들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희 측에도 매각/매수자문 요청이 지속적으로 있어서, 추후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7
늙은몽돌: 나중엔 현재 자산운용사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자산운용사들끼리 팔고 사는 경우도 생기겠군요?
이철승: 비즈니스호텔을 펀드가 집중적으로 선매입했던 시기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5년에서 10년 사이의 기간이 설정되었어요. 최초 공급이 2012년 정도부터 있었고 5년 지난 시점이 바로 지금입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펀드들이 소유하고 있던 물건들이 조금씩 시장에 나올 예정이에요. 투명해야 한다는 말씀하셨는데 투명성은 성적표를 깔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도저히 이걸 갖고 있지 못하겠다.' '어떤 식으로든 평가를 받아서 시장에 내보내겠다.' 그게 시작이 되는 게 지금이란 것이죠. 공급이 시작되던 시기를 ver 1.0이라 본다면 이제부터 ver 2.0이 열린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ver 2.0이 열려서, 말씀드린대로 성적표가 공개되고, 오픈된 대로 가격이 매겨지고, 매겨진 대로 거래가 되고, 그걸 도와주는 많은 인프라들이 생겨야 합니다. 오피스 시장에는 그런 인프라들이 많아요. 하지만 호텔은 아직입니다. 도와줄 수 있는 업계의 분들도 많지 않았어요. 오피스처럼 탄탄하게 하부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의견들도 비슷할 수 밖에 없고, 그 의견들 가지고 투자기관에 들어가면 당연히 반응도 비슷할 수 밖에 없어요.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하지만 그런 부분들도 부족합니다. 그 시점에 회계법인에도 관련 팀들이 셋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니즈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조성된 인프라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업계가 건강할 수는 없다는 거죠. 다양성이 존재해야 말 그대로 '업계'라 부를 수 있습니다.
늙은몽돌: 말씀을 듣자니 전 오히려 안심되는 부분도 생기는군요. 만족스럽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가 가진 문제들이 확인되고 있기도 하고 조금씩 저변이 갖춰져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도 들립니다.
라진광: 무엇보다도 호텔업계에서 나오는 데이타에 대한 신뢰성이 매우 낮습니다. 2년이 지난 뒤에나 나오는 호텔업 운영현황이란 데이타도 외부의 시각으로 봤을 땐 적시성과 신뢰성이 결여되어 있어요. 투자 판단에 활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투자되었던 물건들이 청산될 때 드러나는 성적표나 현황을 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늙은몽돌: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이나 향후 시장전망에 대한 시각들도 펀드가 청산되고 거래가 되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드러나게 되겠군요?
권혁진: 시작할 땐 운영이 얼마나,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힘들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5년 정도 운영을 했으니 평균치가 확인될테고 그걸 근거로 시장 수준을 판단할 수 있겠죠. 처음엔 이 가격이 맞는지 아닌지 몰랐지만, 지금은 해당 자산의 적정가에 대한 판단을 적절히 내릴 수 있는 시점이 점점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그런 데이타들이 쌓이면 그 때는 호텔상품에 대한 투자나 매각이 좀 더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철승: 디테일하게 나와야 해요. 그것도 매우 디테일하게 나와야 합니다. 식당을 호텔처럼 사고 판다고 가정해 보죠. 금융에서 식당을 사려면 전체 음식 매출이 얼마이고 주류 매출이 얼마인지, 발렛파킹 매출은 어떤지, 그런 부분들이 정확하게 규명되겠죠. 음식 매출 중에서도 비싼 메뉴 (호텔의 경우를 대입하자면 스위트룸)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도 어렵지 않게 파악됩니다. 하지만 호텔의 경우 도대체 추세를 알 수 없는 거에요. 어떨 때는 세트 메뉴만 팔리고, 어떤 때는 단품이, 어떤 때는 술만 팔리는 식당이라면 투자사들이 살 수가 없어요. 꾸준하게 스탠다드 메뉴가 잘 팔리고 술도 일정량 팔리는 등 캐쉬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레스토랑을 살 수 있는 것처럼 호텔에 대한 것도 각 매출 소스 별로 데이타가 정확하게 산출되어서 매출 흐름이 예측가능해야 합니다. 얼마나 더 투자하면 더 좋아질지 이런 분석도 가능하게 될테니까요. 이런 바탕이 확보되어야 거래가 될 수 있어요.
강동남: 호텔 실사를 나가면 느끼게 되는 부분들인데, 유니폼시스템을 사용하는 인터네셔널 체인호텔의 경우 일관성있게 유지된 데이타를 확보할 수 있지만 국내 로컬호텔들은 데이타 체계가 매우 부실합니다. 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해봐도 내용에 대해 잘 몰라요. 회계 감사용으로 보관만 하는 듯한 인상을 받은 적이 적지 않습니다. 8
장희: 향후 호텔 대출은 좀 심각하게 다시 고려해야 할 듯 하네요. (하하)
호텔산업에 대한 전망
늙은몽돌: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생각하세요? 호텔 일부에선 지금을 바닥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공급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긴 했는데, 수요를 추정하는 근거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책당국의 수급 추정이 맞았다고 봐요. 사드 이전까지만 해도 명동벨트의 호텔들은 비교적 핫!했거든요. 주변으로 조금씩 온기가 번지고 있었지만 사드로 인해 한순간에 시장이 망가지고 말았죠. 여하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신규 공급도 당분간 잦아들겠죠. 이런 호텔 일각의 시각에 동의하는지, 투자자 측에서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하군요.
이철승: 많은 투자자들이 중국 논리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업계 및 수급을 다룬 보고서들에서 '중국의 일부만 왔는데도 객실이 모자란데 중국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하면 5만실은 공급되어야 한다'며 공급 시장을 부추겼죠. 이런 논리는 2011년, 2012년 상투 상황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사드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도 있지만 사드 터지지 않았으면 난리났을 사람들도 많아요. 메르스와 사드가 없었다면 매우 난처했을 것으로 봅니다.
라진광: 그 당시 중국 인구 중 여권소지자가 4% 정도라 했고, 20~30%에 이르면 아시아의 호텔 관광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이 득세했죠. 중장기적으로 그런 시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인들의 일본여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일본에 호텔붐이 일고 있기도 해요. 사드로 인해 국내 호텔시장은 바닥을 쳤지만 앞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호텔 투자자들이 과연 어떻게 변할지, 그때도 마스터리스를 위해 신라나 롯데를 찾을지, 아니면 외국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들을 찾을 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듯 합니다. 상황은 유동적이에요.
권혁진: 당장의 여건은 썩 좋지 않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말들이 많긴 했지만 어쨋든 호텔이라는 투자상품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운용사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들은 궁극적으로 매각을 해야 하므로 적정 가치가 얼마냐에 대한 이슈는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호텔 비즈니스, 호텔 투자에 대한 부분은 차츰 개선되고 호전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시장 상황에 어두운 탓에 오퍼레이터의 신용도에만 의지한 채 부동산 임대업으로 접근했던 그동안의 투자방식은 차츰 폐기되겠죠. 이철승이사님 말씀대로 앞으로는 디테일한 자료가 공개되면서 적절히 의사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바탕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수월하게 호텔 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강동남: 저 역시 시장은 조금씩 스테디하게 좋아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스케일로 접근하면 상단의 럭셔리는 시장 선점,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 등의 논리로 하나 둘씩 계속 증가할 듯 싶어요.
참고로, 호텔이 시장에 공급되는 양상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모양새를 띕니다. 맨처음엔 특색없는 어퍼업스케일이 들어와요. 그 다음 특이한 어퍼업스케일이 후속 도입된 후 비즈니스 타입들이 공급되죠. 어퍼업스케일 시장이 안정되면 럭셔리 스케일의 호텔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그 이후 인시장이 부각됩니다. 공급면에서 한국의 호텔산업의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듯 보이는데, 인시장은 조금 늦춰지고 있는 듯한 인상이에요. 여하튼 공급 측면에서는 꽤 성숙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인프라만 다져진다면 투자자의 시각도 호전될 것으로 봐요.
장희: 저는 약간 다른 관점에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최근 LH의 주택가격 트랜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1가구 2주택자를 옥죄는 정부 정책이 작용해 매각거래가 증가하며 주택가격이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있는데, 이런 트랜드는 투자업계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수 있어요. 풍부해진 유동성을 흡수할 투자대상이 필요한 상황이고 그 방향이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대충 4% 정도이고, 미국 등 국제금융시장의 영향에 따라 더 오를 수 있습니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상품은 선순위 대출금리에 밀려 수익률을 더 내야하는, 쫓기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옥석이 가려지겠죠. 과거에는 부동산 가치가 상승했으므로 5~6% 정도의 수익률로도 투자자가 만족했겠지만 선순위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선 대체투자상품 투자자들이 7% 이상의 수익률에도 만족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 고민들을 운용업계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권혁진: 호텔뿐만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 자체에 대한 이슈라 할 수 있죠.
늙은몽돌: 호텔은 오히려 더 불리할 것 같은데요?
강동남: 호텔이 불리하긴 하죠. 우선순위에서 밀릴테니까요.
권혁진: 불리하다고 말하긴 그렇고, 가격을 제대로 못받게 되겠죠. 개인적으로 호텔이 안정적인 상품이란 생각은 듭니다. 어쨋든 많은 개인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매출을 유지해주니까요.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상품이라 생각되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수익률이 최초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에요. 시중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더더군다나 매력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마스터리스
늙은몽돌: 그나저나 국내 로컬 호텔들의 마스터리스는 괜찮아요? 그동안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없지 않았는데.
권혁진: 일부는 괜찮은데 그렇지 못한 곳이 더 많아 보입니다.
라진광: 3, 4년 지나면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드는 곳도 관찰됩니다. 현재 마스터리스 구조의 호텔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투자 상품에 대한 불만들을 가지고 있는 듯 해요. 운영상품으로서 운영을 통해 투자상품의 가치가 증대되는 효과도 기대했지만 단순 임대상품으로 자산운용사와 호텔 운영사들이 대처했죠. 이에 대한 아쉬움들이 많다고 합니다. 호텔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부 대형 호텔 운영사 마저 본인 호텔을 임대 상품화하는 경향도 있는데, 이런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강동남: 일부를 제외하고 마스터리스 호텔들은 좀 부정적이라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볼멘 소리도 종종 듣습니다.
이철승: 어이없지만 결국에는 교통이 편리한 곳, 즉 로케이션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요. 'H호텔처럼 남산 꼭대기에 있어도 장사 잘되지 않느냐? 장소가 안 좋아도 운영을 잘 하면 땅값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들 말하기도 하지만 공급이 많아지고 서비스퀄러티가 일정 수준에 수렴된 상태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로케이션이 재조명될 수 밖에 없습니다. 명동불패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에요. 해외관광객들 입장에서는 강남보다 명동이 여전히 매력적이니까. 2010년대 초반처럼 환율 이슈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시기가 아니라면 로케이션 매력도가 떨어지는 비핵심지에 어정쩡하게 공급되었던 호텔들은 문제가 될 수 있을겁니다. 마스터리스나 위탁 등 운영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강동남: 마스터리스가 탄생한 배경을 볼 필요가 있어요. 2012년 이후에 대기업 계열의 호텔들은 소위 세컨드 브랜드를 런칭하며 호텔 운영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합니다. 일부는 앞으로도 계속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기존의 방법대로 자신의 건물에 호텔을 조성하기엔 확장성이 제약받을 수 밖에 없죠. 확장을 원하는 오퍼레이터들과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는 대체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랄까요?
권혁진: 앞으로도 호텔 위탁운영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 소유의 빌딩에 비즈니스호텔을 런칭한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그 배경은 달리 볼 면이 있어요. 처음부터 위탁운영업에 진입하고 싶었겠지만 운영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시장의 반응이 우호적일 수 없었죠. 마스터리스를 통해 마켓쉐어를 먼저 확보했던 이유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금은 어느 정도 역량이 검증되었다 판단하는 것 같아요. 정말 확실한 자리가 아닌 다음에야 임차 방식 즉 마스트리스를 적용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애초 의도했던대로 위탁운영에 포커싱하겠죠. 역으로, 투자사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업황이 안 좋은데 뭘 믿고 위탁을 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 탓에 호텔에 대한 신규사업 투자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도 볼 수 있어요. 지금은 일종의 과도기입니다.
라진광: 기존 마스터리스 구조 호텔 상품들의 성적표가 공개되기 시작하고, 해외 유수 글로벌 운영사들의 능력이 검증이 되면 단순한 마스터리스 구조가 아닌 위탁운영 호텔 상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로컬호텔의 운영 수준
권혁진: 저도 궁금한 부분들이 있는데요, 호텔리어의 눈으로 볼 때 인터네셔널 체인 브랜드에 비해 신라나 롯데 등 국내 로컬브랜드들의 운영능력은 어느 수준인가요?
늙은몽돌: 브랜드 인지도나 브랜드스탠다드, 그리고 시스템자원 등에서는 줄일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하지만 호텔리어의 역량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운영 능력에서의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고 생각해요.
이철승: 운영 능력이란 게 모객력을 주로 의미하는 건가요?
늙은몽돌: 오퍼레이터로써의 전반적인 역량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철승: 요즘 OTA 때문에 그 격차가 줄어든 것 아닌가요?
늙은몽돌: 그런 부분도 적지 않게 작용했죠. 로컬브랜드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전세계적인 예약망과 로열티맴버십 등 마케팅자산인데 OTA의 등장으로 인해 일정 부분 커버됐다고 볼 수 있어요.
권혁진: OTA가 ADR을 낮추고 있지는 않나요?
늙은몽돌: 글쎄요? OTA를 통하거나 브랜드채널을 통하거나 Room Rate에서의 차이는 많이 줄어들어요. OTA 수수료는 경우에 따라 ADR을 잠식하는 방식도 있지만 비용으로 처리되기도 합니다. 반면 브랜드호텔의 경우 로열티 맴버를 유치하면서 소요되는 비용이 있어요. 획득비용면에서 그 차이는 좁아지고 있죠.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반면 브랜드자산을 제외한 운영 노하우의 측면, 특히 인적자원의 퀄러티 면에서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엔 호텔간 이직이 많아 인적교류가 빈번해졌고, 5성 호텔의 GM도 내국인인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강동남: 운영 부분에서 저돌적인 확장을 꾀해왔던 주요 로컬 브랜드들이 과연 수익성 측면에서도 운영을 잘 해 왔던가에 대해서는 좀 달리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운영능력은 결국 수익성에 의해 판가름되겠죠.
라진광: 주요 재벌 계열의 호텔들은 계열회사들을 활용해 여러 면에서 도움받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외 로컬 호텔들의 경영상황은 결코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좋은 입지 등으로 수요기반이 우수한 호텔들은 그 격차를 좁혀왔지만 대부분의 로컬호텔들은 지금도 고전하고 있죠. 지금까지는 호텔 자체의 마케팅 능력을 확장하는 형태가 아닌, 모객을 중개하는 여행사나 단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더 컸다고 봅니다. 호텔 자체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이를 시장에 어필하는 마케팅 능력이 강화될 때 비로소 로컬 호텔의 운영 능력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늙은몽돌: 두 분 말씀마따나 이익률을 놓고보면 달리 볼 면들이 적지 않겠군요. 비용 통제면에선 특히 그렇게 생각됩니다. 재별 계열의 대형 로컬 호텔들이 결손을 보일 때에도 비슷한 체급에, 비슷한 ADR과 Occ%을 보이는 인터네셔널 체인호텔 일부는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왔죠. 물론 대기업 계열의 호텔들은 대규모 투자를 비교적 빈번하게 집행해 온 경향이 있으므로 장기적인 경쟁력의 면에서는 달리 봐야 할 수도 있긴 합니다.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
늙은몽돌: 권이사님께서 생각하신 바가 있어서 질문하신 듯 보이는데,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는 호텔 오퍼레이션의 부족한 면들, 다시말해 호텔의 가치를 더 올리거나 원활한 거래를 위해 개선되었으면 바라는 면들이 없지 않겠죠? 앞서 언급한 부분들을 되짚어보면 꽤 많을 듯 하네요.
이철승: 아직은 판단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시간이 더 필요해요. 일단 시장이 더 성숙해져야 합니다. 여전히 인력에 대한 비대칭성이 존재해요. 사람은 많지만 쓸만한 자원이 없다는 얘기는 이미 식상할 정도입니다. 인적자원의 퀄러티와 채용 그리고 교육을 포함해 전반적인 인력운용 면에서도 부족해 보이는 면들이 적지 않아요. 체계화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면들에서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겠죠. 지금은 어쩌면 극히 일부 투자자들이 이와 같은 시장 저변을 테스트하는 시기라고 볼 수도 있어요. 결과가 긍정적이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상기시키겠죠.
강동남: 최근 개관한 일부 대형호텔들은 그런 면에서 꽤 소란스럽던데요?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호텔리어들이 지원을 기피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라진광: 럭셔리 스케일의 호텔들조차 인적자원의 퀄러티가 아니라 인건비를 낮추는데 경영 포커스가 맞춰진 게 아닌가 싶었어요. 포지션에 적합한 능력있는 직원들을 채용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다소 부족해도 낮은 인건비의 직원을 채용하려는 어프로치가 우세한 듯 싶습니다.
늙은몽돌: 최근 오픈한 대부분의 호텔들이, 스케일에 관계없이 그런 면에서 말들이 많더군요. 호텔리어에 대한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 그리고 쳬계적이지 않은 인적자원 운용시스템은 결국 호텔의 운영 안정성을 훼손하게 됩니다. 현재 우리 호텔산업에서 인적자원 운용 이슈는 좀 심각해 보여요.
이철승: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의 사정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계약을 체결해 운영을 시작하더라도 운영사에서 일부 헤드만 파견하고 나머지는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입 호텔리어들을 채용하니까요. 인적자원의 인프라도 부실하다고 볼 수 있어요.
강동남: 투자사들이 호텔을 개발해 위탁을 맏기고 싶어도 운영을 받아 할만한 국내 회사가 보이지 않아요. 마켓에 그만한 신뢰를 주는 곳이 없다는 얘기인데 시장의 저변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투자사들이 임대를 선호할 수 밖에 없어요.
이철승: 반대로 얘기하면, 오너 베이스의 호텔이 적자가 계속되는데도 다른 대안을 모색하지 못하고 운영을 계속 맡겼다면 그건 이제 고쳐져야 한다는 것이죠.
라진광: 경영 외적인 변수도 작용했다고 봐요. 우리나라 호텔산업 초창기에 주로 재벌기업에 의해 특급호텔들이 운영되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일부의 경우지만 기업들이 호텔산업 진입을 원했던 게 아니라 정부 소유의 호텔들을 그들에게 전가했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초기엔 경영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호텔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어쩔 수 없이 덤터기를 떠앉았으니 좀 손해보더라도 다른 곳에서 충당하면 되겠지’라는 수동적인 생각을 했겠죠. 이후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짧지 않은 역사에 비해 형성된 운영 노하우가 빈약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강동남: 노력에 비해 리턴의 규모가 미미했죠. 그룹사 입장에서는 '그 노력으로 다른 산업을 하는 게 낫지 얼마나 벌겠다고 저기에 그 정성을 쏟아야 돼?'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늙은몽돌: 2012년까지는 나름 괜찮은 운영을 보였는데, 따지고보면 고만고만한 호텔들이 별다른 노력없이 계열회사들의 지원 등에 힘입어 정말 편하게 장사했다 볼 수 있죠. 경쟁이라 부를만한 상황도 없었어요. 사드 등 최근의 변수들이 없었다면 스스로의 경쟁력을 되돌아볼 기회마저 없었을런지도 모릅니다. 위기가 닥치고서야 비로소 산업 스스로의 민낯이 드러났다고도 볼 수 있어요. 따라서 지금의 위기는 어쩌면 미래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했던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 대한 해외의 시각
장진수: 국내 시장에 대한 해외 자본들의 관심은 어떤가요?
이철승: 논외의 대상으로 생각됩니다.
늙은몽돌: 관심조차 없다는 말씀인가요?
이철승: 제 경험에 비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일부 개인 오너들의 관심은 있기도 했겠지만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에요.
강동남: 반대로 국내에서 해외로 진출한 사례는 더러 있죠. 하지만 역시 많지는 않아요. 롯데나 미래에셋, 이지스 정도?
권혁진: 호텔측에서는 우리나라 호텔산업에 대해 어떻게 전망합니까? 업황 전망이 우호적이라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쪽으로부터의 투자도 가능할테니까요.
늙은몽돌: 개인적으로 앞으로 천천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라이사님께서도 잠시 언급하셨지만 일본의 예를 봐도 그래요. 조만간 외국인 관광객 4천만 시대를 말하고 있잖아요? 물론 시장환경과 기반도 다르고 상품매력에서도 두드러진 차이가 있지만 현재 국내시장은 대내외적인 변수로 인해 너무 위축되어 있습니다. 말들이 많긴 하지만 전 지금을 바닥으로 봐요. 사드 이슈가 해소되고 북핵 이슈도 완화된다면 시장은 천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2012년 특별법 적용을 받아 추가 공급될 객실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급불균형이 해소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죠.
강동남: 저도 외국인관광객은 천천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아는 글로벌 오퍼레이트 외 일본, 중국, 유럽의 브랜드들이 오퍼레이터로 국내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탓에 위탁운영형태를 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따라서 마스터리스 방식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더군요. 이 과정에서 취약한 브랜드 인지도 등을 극복하기 위해 보증금을 기탁한다거나 지분을 일부 투자해 법인을 함께 만드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라진광: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 회사들도 없지는 않습니다. 중국 투자자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일본 여행사, 철도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고, 거래도 이뤄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수년간 투자의사만 비치고 거래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사례들이 많았죠.
강동남: 중국 투자자들도 더러 있지만 진행 중 갑자기 투자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다수 있어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곤 합니다.
늙은몽돌: 란딩의 제주신화월드 등 실제로 현실화된 중국 투자들이 없지 않았잖아요?
강동남: 성사된 투자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논의되던 대부분의 투자들은 사드 이후 철수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리스크에 대해 다시 생각한 계기로 작용한 된 듯 해요. 중국 투자자들 혹은 그들 브로커로부터의 입질은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의 의향을 신뢰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실체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라진광: 중국 얘기가 나왔으니 말씀인데, 2012년 중국관광객들이 물밀듯 들어왔을 당시 호텔과 여행사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일본이나 호주 등 시장을 대상으로 한 상품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저가상품을 기획해 중국 주요 여행사에 판매했고, 결국은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숙박 가격을 낮췄죠. 이는 결국 호텔의 시장 가격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어요. 사드 이슈가 해소되고 관광객들이 다시 쏟아져 들어오더라도 이런 관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는데, 이는 호텔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죠.
호텔 쪽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느낌도 없진 않지만, 호텔투자를 고려할 때 호텔 운영사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갖추어야 하고, 제대로 된 정보가 공개된다는 신뢰가 시장에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런 기반이 마련된다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울이는 많은 노력들을 절감할 수도 있어요. 그래야만 선순환구조가 정착합니다.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현재의 상황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아요. 자산운용사들이 호텔을 개발한 후 마스터리스를 검토할 때 운영을 맡길 오퍼레이터로부터 프로젝션, 즉 영업계획을 받게 되는데, 이 프로젝션이 실제 영업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운영사들에 대한 신뢰가 상처를 받아왔죠. 호텔을 개발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프로젝션을 갖고 투자를 유치하거나 개발을 해야하는데 이런 식이면 운영사들의 능력 자체를 불신할 수 밖에 없어요.
늙은몽돌: 투자사나 자산운용사들이 검증할 능력을 가져야 하지 않나요? 물론 현재처럼 자산을 운용하는 방법이 마스터리스 형태로 임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라진광: 현재는 운영사로부터 프로젝션을 받게 되죠. 마스터리스를 고려할 때 운영사가 만들어 제출합니다.
권혁진: 운영사로부터 받는 프로젝션을 근거로 임대 계약을 맺게 됩니다. 임대가 아닌 형태라면 상세한 검증 능력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그걸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예를들어 해당 호텔에 대한 운영 실적 같은 자료가 없었어요.
강동남: 메리어트나 힐튼 등 해외 운영사들릉 이미 국내에 오랜 기간 동안 운영한 자산들이 있어 예상치가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운영사들의 능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요. 그나저나, 앞에서 몽돌님께서도 언급하셨습니다만, 자산운용사가 마스터리스로 임대하는 형태 외 호텔 운영사를 직접 채용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인가요?
권혁진: 일단 수익 예측이 어렵습니다. '이 돈을 투자하면 내가 대체 얼마나 벌 수 있는가?'란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레퍼런스, 즉 참고할 만한 데이타가 십 년 이상 씩 쌓여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최상과 최하의 수준을 예측할 수 있는 정도라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쉽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더군다나 최근 업황이 너무 좋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앞선 얘기들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데,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호텔을 보는 시각이 아직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국내 기관들이라도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호텔이라는 특정 자산의 문제가 아니에요. 해외 부동산투자에 더 집중해 왔는데 결국 위험이 적은 물건만 다뤄왔다고 볼 수 있겠죠. 국내 부동산을 보는 투자자들의 시각 자체가 최근 몇 년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호텔 투자가 급격히 증가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라진광: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 투자하는 호텔자산들을 보면 모두 마스터리스가 없는 형태들입니다. 한 때 '왜 이들은 국내 호텔을 두고 해외 호텔을 대상으로 삼는가'에 대해 궁금했었죠. 결국 권이사님 말씀대로 단순히 국내 물건보다는 해외의 부동산을 선호한 것이고 그들 중 일부에 호텔이 섞여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다시 말해 딱히 해외의 호텔을 선호해 투자한 형태가 아니란 것이죠.
늙은몽돌: 장기적으로 국내 호텔들에 대한 레퍼런스들이 쌓이면 투자환경은 호전되겠죠?
권혁진: 궁극적으론 그렇게 될 것으로 봐요. 판단할 수 있는 근거나 디테일한 데이타들이 쌓이면 국내 호텔에 대한 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철승: 투자자들의 시각이 2012년의 상황에 고정되어 있으면 안된다고 봐요. 지금 투자자들은 그때를 놓고 비교하거든요? 현재를 직시해야 합니다. 지금이 정상 상황이라고 봐야 해요.
장진수: 마치 결론 말씀으로 들리는군요. '이제 시작이다.' (하하)
늙은몽돌: 마치기 전에, 호텔 투자 부문에 대한 예비 호텔리어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이 분야에 취업을 원하는 예비호텔리어들 그리고 이들을 양성하는 학교를 위해 조언 좀 부탁드릴까요?
취업을 원하는 호텔리어에게
강동남: 저희 팀에서는 호텔 및 리조트업무를 같이 할 컨설턴트들을 상시 찾고 있습니다. 컨설팅 경험이 우선순위이긴 하지만 국내에서 호텔 및 리조트 컨설팅 경력 가지고 계신 분들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컨설팅 경력자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에요. 연차에 따라서 복합적으로 판단해 채용하고 있으므로 호텔리어들 중 컨설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적극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외에도, 부동산그룹 정기인턴 채용 때 국내 대부분의 호텔 대학에 공고를 보내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더군요. 컨설팅회사에서 호텔 전공자는 채용하지 않는다는 선입견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저희 팀에서는 좋은 자원을 항상 찾고 있습니다. 예비호텔리어 그리고 호텔리어들의 관심 기대합니다.
라진광: 호텔경영학을 개설한 국내 유명 대학들의 커리큘럼과 내용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죠. 특히 호텔 개발이나 투자 부문은 아주 미흡한 수준입니다. 일전에 호텔 관련 학회에서 교수 몇 분을 모셔 부동산 간접기구의 호텔투자 사례를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참석했던 교수 및 호텔 임직원들 모두 발표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군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현재 호텔 경영학과 교수 분들 대다수가 호텔리어 출신이고 현장 중심 강의가 주를 이루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서 호텔아비아 필진 중 장요성 이사님의 역할이 눈에 띄더군요. 호텔 운영사 소속으로서 호텔 투자개발에 대한 값진 조언을 주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독자들의 관심 역시 적지 않아 보이더군요. 하지만 장요성이사님 역시 해외 유명대학으로 진학해 비로소 Hospitality Real Estate & Finance를 배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텔도 부동산이에요. 호텔에 입사하여 호텔리어로써의 꿈을 키우는 것도 보람된 일입니다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호텔을 보면 더욱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요. 앞으로 국내 호텔경영학과에서 호텔 개발, 투자 및 금융에 대한 강의가 활발해지고, 이들이 관련 업계로 진출하면서 저변이 확대되고, 그럼으로써 투자상품의 질적 성장도 이루어진다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좋은 호텔들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권혁진: 자산운용사들이 호텔 자산을 소유하는 숫자가 점차 많아진다면 결국 운영사 입장에서도 호텔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호텔 운영과 관련된 재무적 지식은 물론 호텔을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갖췄다면 호텔리어를 넘어 호텔 Asset Manager로써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봐요. 자산운용사 내에서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고 점차 호텔업을 비롯한 다양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이해도가 생기면, 그때는 호텔을 비롯한 투자나 개발까지 업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철승: 호텔 관련학과나 호텔리어 출신은 아니지만 제 분야인 도시공학이나 부동산과 빗대어 제 생각을 말씀 드리면, 투자라는 영역으로 접근하기 위한 길은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 취득할 수 있는 요즘 정형성을 탈피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누구나 투자업무에 들어 올 수 있다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호텔시장은 공급이 초과되었다고 끝날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인프라가 다져져서 더 큰 업계로 성장해야 하는 시장이죠. 때문에 호텔 운영 경험과 기본적인 재무/투자지식 외에 본인 만의 장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노크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장희: 이제 은행, 보험업계와 같은 호텔업 대출담당 부문에서도 신용 양호한 대기업 마스터리스만을 고려했던 버전 1.0에서 Occ%, ADR과 같은 실질적인 영업능력을 고려하는 버전 2.0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길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늙은몽돌: 값진 조언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웃고 넘겼지만 저 역시 이제 시작이라는 장대표님 말씀 절절히 공감하게 되네요. 비단 호텔투자 부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앞서 말씀들 하셨지만 우리 호텔 산업의 인프라는 매우 취약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어요. 오늘과 같은 주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된 장도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을 지경입니다. 우리나라 호텔산업은 이제서야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이런 과정을 겪으며 없던 저변이 하나씩 마련되겠죠.
오늘 주제가 호텔리어들에겐 좀 어렵고 쉽게 접근하기 어렵지만 관심은 많았던 분야일 것으로 보이는데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과연 투자자들은 우리 호텔산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쁘신 와중에 소중한 시간 배려해 주신 오늘의 패널분들께 감사 말씀 다시 올립니다.
그동안 심층 토크라는 꼭지로 각계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우리 호텔산업을 둘러싼 여러 이슈에 대해 토론해 왔는데요, 독자분들의 반응은 과분할 정도로 뜨거웠어요. 이 자리를 빌어 독자분들에 대한 감사 말씀도 함께 올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산업이 직면한 현안들에 대해 호텔리어의 눈높이로,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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