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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더플라자호텔 일식당 무라사키 The Plaza Hotel Murasaki

약속이 있었고,

어쩌다 이곳으로 장소가 잡혔습니다.


더플라자호텔 일식당 무라사키

The Plaza Hotel Murasaki


최근 일식당에 대한 관심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습니다. 장소 얘길 듣곤 '옳다구나' 했죠.

배워야 할 게 아직 많고, 떠벌릴만한 주관도 생기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진 위주로 간단한 포스트 하나 남길 작정이에요.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무라사키 Murasaki는 더플라자호텔의 일식당입니다.

2, 3년 전 레노베이션을 통해 리뉴얼한 듯 보이는데 레스토랑의 하드웨어는 군더더기 없이 훌륭해 보이더군요. 밝고 따듯한 조명 속에 차가운 물성의 석재들과 부드러운 톤의 목제 가구들이 조화롭게 섞여 고급스러움을 자아냅니다.


딱히 흠잡을 만한 곳도 눈에 띄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와같은 하드웨어 컨셉이 새삼스러울 정도는 아니에요. 비교적 최근에 새단장한 파크하얏트서울의 더라운지가 언뜻 오버랩되기도 했습니다.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주 코스'랍니다.

1인 1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아마도 코스 요리 중 가장 저렴한 메뉴인 듯 보이죠? 계절이나 시장상황에 따라 재료가 바뀌니 오마카세라고도 불리는 모양입니다.



무라사키가 표방하는 주력 메뉴 컨셉은 가정식 오반자이.

일본여행을 자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나름 알려진 교토의 서민 식문화인 듯 한데,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계절 반찬을 정성스럽게 차려낸 것이라더군요.

쉽게 보면 우리네 집밥과 다름 아닙니다.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에프타이저로 나온 두부 코바치


어설픈 추정입니다만, 오반자이가 5성급 호텔의 코스로 내긴 다소 단촐하니 몇가지 일식 단품을 추가해 카이세키化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점심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내용과 가격을 간소화해 '케쥬얼 카이세키'란 걸 따로 만들었더군요. 카이세키라 명명하려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코스들이 있다는데 '케쥬얼'로 그 경계를 ...


스시 코스도 따로 있고, 일품요리도 더러 있는데 구색은 알맞아 보입니다. 너무 다양하면 쉐프의 노력이 분산되고 코스트 통제도 어렵게 되죠.



일본의 식문화. 아직 문외한 수준조차도 못됩니다만 알아갈 수록 대단하다 느껴지는군요.

일본 한 지방의 가정식을 호텔 레스토랑의 컨셉으로 만들어 도입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다양하다는 의미이고, 각각의 정도가 깊다는 뜻이기도 하며, 이는 곧 상품으로써 포장할 스토리와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의미이기도 할테죠.


작은 것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고 집중하며 깊이 파고드는 일본의 국민성이나 장인정신 탓일텐데, 우리와 비교되는 바가 적지 않지만 장단은 뚜렷하게 존재한다고 봐요. 우리가 배울 것만 채용하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만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자부심과 애착, 발전 노력 등이 전제되어야 하겠죠?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코스에 없는 요리입니다만 전복과 가리비로 요리한 샐러드를 특별히 준비했군요. 소스가 독특합니다.



오반자이란 건 달리 보면, 다양한 일본식문화 중 우리 호텔이 차용하는 컨셉의 일부일 뿐이에요.

그것이 레스토랑의 컨셉과 잘 어울리는가? 그 진가를 음미할 만한 고객층은 존재하는가? 이를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쉐프가 있는가? 고객에게 그 매력을 전달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은 적절히 작동하는가? 등을 세심히 따져야 할텐데, 그 많은 노력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어김없이 엮여야 성공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 성공을 가늠하는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운運?!!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아카미와 히라메 등이 포함된 사시미

선도도 좋고 내용은 감질날 정도입니다. 맛만 보는 정도...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한우등심 타다끼

3종 중 제가 택한 메뉴이고요,


얇게 저민 소고기 등심 여섯 점

역시 감질날 양인데, 일식의 특성이자 매력이기도 하죠? 넉넉하면 되려 부족하게 느껴지니 참 까탈스럽기도 하군요.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동석한 분이 주문한 보리새우와 야채튀김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또다른 분이 택한 고기두부조림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마지막 코스는 2종 중 택일

전 역시 계절생선냄비


건강한 맛? 그리고 깔끔한 맛이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지리보다는 매운탕이 우리네 식성엔 더 어울릴 듯 하군요.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다른 분이 택한 계절생선구이와 백반

아마도 도미인 듯 하지요?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일본소주 이치코

단맛이 비교적 강한 사케보다야 소주가 낫더군요. 하지만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가격차가 만만치 않습니다.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화병도 참 까탈스럽죠?ㅎ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다찌의 위세가 엄청나지만 안타깝게도 손님이 없습니다.

이 날만 그랬는지 혹은 대다수 호텔 레스토랑이 그렇듯 미투와 차가운 경기 등이 복잡적으로 작용한 탓인지 알 수 없지만 그 호사스러운 레스토랑 내부엔 고객이 많지 않았어요.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건 역시 고객입니다. 그것이 경쟁 호텔의 것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한산한 레스토랑을 보는 건 매우 불편하고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더플라자호텔 무라사키


더플라자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

야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이 시청뷰



다녀 오고선 더욱 고민스러웠습니다.

레스토랑을 살아 숨쉬게 하는 건 무엇일까? 그 아름다운 인테리어, 고객을 부르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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