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색다른 호텔 한 곳 소개해 드릴까요?
그러고보니 '색다르다'는 표현이 왠지 부자연스럽군요. 우리 한옥을 숙박시설로 활용한 호텔, 이른바 한옥호텔인데, 아마도 우리에겐 관광 온 외국인이나 투숙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숙박시설로 인식된 탓일까요?
늙은 몽돌은 평소 한옥호텔이나 한옥스테이에 관심이 컷는데, 매력적인 우리 전통과 문화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체로 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 때문입니다. 일본의 료칸이 그러했던 것처럼 전통 숙박시설은 이런 관점에서 매우 효과적이에요.
한옥호텔의 가능성, 포스트 맨 아래에 링크를 남겼으니 관심있는 분들 일람해 보하시고요.
락고재 안동 하회의 대청마루
한옥호텔, 그동안 많이 구경하러 다녔습니다만 실제로 투숙해 하루를 보낸 건 처음입니다. 여러 면에서 놀랍군요. 아주 매력적이에요. 더군다나 락고재 안동 하회은 다른 한옥호텔에 비해 인상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서울 북촌의 한옥호텔 락고재가 첫번째 브랜치입니다.
서울 북촌 락고재/한옥호텔이 보이는 경향, 전통과 융통성 [링크]
좀 깁니다만 이미지 위주로 자세히 둘러 볼까요?
락고재 안동 하회
깜놀했네요.
초가집입니다. 홈페이지를 보긴 했지만 미처 상상하지 못했어요. 운치 작렬입니다.
락고재 안동 하회
오늘은 만실입니다. 주모께 여쭈었더니 고객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라네요? 프랑스에서 주로 온다는데, 그렇다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상품자체가 매력적이면 굳이 인위적인 홍보활동을 않아도 알아서 찾아 오는 세상입니다. 요는 그 매력을 어떻게 갖추느냐 아니겠어요? 하지만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죠.
이미지/락고재 안동 하회
락고재 안동 하회에는 모두 4개 객실이 있습니다. 안채에 2개, 사랑채 그리고 별채인데요. 요즘말로 굳이 표현하자면 소형 부띠크형 호텔이랄까?ㅎ
별채의 최대 수용인원은 3명이라더군요. 우리 가족은 4명이라 칼잠이라도 자겠다며 우격다짐을 하고서야 간신히 예약할 수 있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5명도 충분히 잘 수 있는 공간이더군요.
홈페이지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direct booking을 했고요, OTA는 참고하지 않았어요. 포함된 조식을 고려하면 가격은 꽤 합리적이군요.
이미지/락고재 안동 하회
홈페이지에서 퍼온 사랑채의 모습인데, 아름답죠?
하지만 객실 내부도 이토록 전통적이어서 불편할 것이라 넘겨 짚으시면 곤란합니다.
이미지/락고재 안동 하회
서까래가 시원하게 노출된 전형적인 한옥 풍이에요. 집기들도 옛스럽습니다. 현대적인 것들은 모두 미닫이 문 속으로 감추었군요.
락고재 안동 하회 웰컴드링크
체크인?(이라 해봐야 그냥 인사하고 예약자 확인하는 정도)을 마치자 주모께서 약과와 함께 웰컴 드링크를 내오시네요?
일단 목 좀 시원하게 축이고 객실을 구경하도록 하죠.ㅎ
락고재 안동 하회
한옥 초가이지만 현대적인 설비를 부족하지 않게 갖추었어요.
에어컨과 히터도 설비되어 있고, 케이블 채널이 나오는 티비도 있습니다. 내부엔 화장실과 욕실도 따로 있어요.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락고재 안동 하회 욕실
그리고 커피머신까지...
락고재 안동 하회 커피머신
미니바도 당연히 갖춰져 있습니다.
락고재 안동 하회 미니바
맥주와 안주 삼으라며 배려한 김, 그리고 생수
락고재 안동 하회는 올인클루시브 컨셉을 지향합니다. 모두 무료이고요, 조식도 포함되어 있어요.
부랴부랴 짐을 풀고 나들이를 나섭니다. 하회마을이니 구경거리는 지천에 널렸군요.
락고재 안동 하회 그리고 낙동강
락고재 밖으로 나가면 바로 만송정 솔숲이 나오고, 그 곁은 유유히 하회마을을 돌아 흐르는 낙동강입니다.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군요.
락고재 그리고 안동 하회마을 섶다리
하회마을 전체를 내려다 보려면 섶다리를 건너 무용대를 올라야 해요.
부용대에서 본 안동 하회마을
이런 모습..
내려오니 이미 고즈늑한 밤이 초가에 내려 앉았더군요.
락고재의 밤은 그저 적적하고, 그리고 안락한 고립감을 선사합니다. 옛날 막배가 떠난 후 아름답게 고즈넉했던 그 남이섬의 정관루가 생각나는군요.
관련글: 아름다운 남이섬의 여관, 정관루 링크
락고재 안동 하회
검푸른 하늘이 정말 눈 시리게 깨끗합니다.
잠자리 좀 볼까요?
락고재 안동 하회 이부자리
요 2벌을 포개 깔았는데, 딱딱하지 않고 편합니다.
좌식생활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에겐 불편할 수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지만 한옥에 투숙하기 위해 오는 외국인들에겐 문제될 게 아니에요. 오히려 새로운 경험입니다. 편하자고 여행하는 이들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원래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오는 이들이니까요.
바닥 보이시나요?
옥입니다. 그리고 보일러 난방이에요. 구들을 깔고 황토바닥을 만들면 아무래도 유지하는데 손이 많이 갈테죠? 외국인들은 오히려 옥바닥을 더 선호한다는데, 이런 절충이 제겐 왠지 아쉬웠어요.
고리타분한 제 기억에 아직도 아스라히 남은 콩기름 종이 바닥과 시커멓게 탄 아랫목, 그리고 아궁이 장작타는 냄새. 이왕이면 옛날 그것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는 어림없는 욕심이 스멀스멀 기어올랐죠? 아마도 한옥스테이에선 가능하려나요?
락고재 안동 하회
일정이 다소 타이트했는데, 전 쉬이 잠자리에 들 수 없었습니다. 계속 들락거렸는데, 안채의 대청에선 그 외국인 투숙객들이 술한잔 걸치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인사라도 나눌까 하다 그냥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미니바의 맥주 2캔을 먹고서야 간신히 잠자리에....
희안하게 모기가 없던데 요즘 너무 더웠던 탓일까요? 그럼에도 마당에 핀 모깃불을 봤다면 그 옛날의 정취가 더욱 짙어질 뻔 했네요.
그리고...
이미지: 락고재 안동 하회
상쾌한 아침입니다.
방안에서 마당을 내다보는 운치도 만만치 않군요.
주모께 9시 부탁한 아침상은 방이 아니라 대청에서 먹기로...
락고재 안동 하회 대청마루
역시 운치작렬
락고재 안동 하회
축담에 드러누운 노회한 고양이는 사람을 봐도 눈길하나 주지 않더군요. 만져도 도망가지 않지만 매우 거만합니다.ㅋ
락고재 안동 하회
처마엔 제비집이 여럿입니다. 새끼들이 있어요.
그리고...
아침상은 정말 놀랍습니다.
락고재 안동 하회 조식
소반상에 4인 각기 나옵니다. 전복죽과 컨티넨탈조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어요. 올인클루시브, 객실료에 포함된 것입니다.
상을 받는 시간은 정해져 있더군요. 7시 30분 부터 9시까지 30분 간격.
락고재 안동 하회 조식 전복죽
전복죽은 이런 식인데 찬과 함께 맛도 아주 훌륭합니다. 5성 호텔의 그 푸짐한 조식 뷔페에 비추어 하나 손색이 없군요. 차림새가 정말 감동적입니다.
락고재 안동 하회 컨티넨탈조식
아래는 서양식 정크푸드를 좋아하는 막내놈의 컨티넨탈조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저트...
락고재 안동 하회 조식
아침상을 받은 대청에서 내려다 본 락고재의 아침은 더더욱 아름답군요.
락고재 안동 하회
저녁도 있습니다만 예약할 때 추가로 주문을 해야 가능합니다. 가격은 역시 합리적이더군요.
서울에 일이 생겨 좀 급하게 출발합니다.
막 방문을 나오는데 주인장되시는 안영환 회장님께서 마침 들리셨네요?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근황을 여쭙는데, 하회마을 초입에 조성 중인 락고재 전통호텔을 직접 구경시켜 주시겠답니다. 저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선뜻 감사 말씀을 드렸어요.
락고재 안동 전통호텔
규모가 대단합니다. 회장님 말씀에 따르면 25채 정도라 하는데, 인천 송도의 경원재보다 장대해 보일 뿐더러 평지가 아닌 탓에 단조롭지 않더군요.
락고재 안동 전통호텔
로비 라운지의 스케일도 엄청나고, 대들보니 서까래의 내력도 예사롭지 않군요.
벌써 9년째 짓고 계시고, 3년 후를 완공시점으로 보고 계시다는데, 돈을 남기자면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일이죠. 우리나라 전통가옥에 대한 애정과 소명의식이 없다면 엄두조차 어림없어요. 존경스럽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옥호텔 기대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긴 시간 구경시켜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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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호텔과 관련된 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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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호텔은 과연 매력적인가?/한옥호텔의 가능성과 한계 - 링크
락고재, 한옥호텔이 보이는 경향, 전통과 융통성 - 링크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공존, 한옥호텔 고이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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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재, 부티크호텔로써의 면모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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