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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리어의 눈으로 본 한옥호텔


기억 한켠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큰집과 외갓집의 모습들....



세월에 닦여 날카롭게 나무결을 드러낸 대청마루,

꾸불꾸불 질서없이 멋스러웠던 서까래,

묘하게 과학적으로 천정에 걸려 있던 들어열개 분합문,

한지를 덧붙인 창호를 통해 아름답게 여과되던 그 빛,


그리고 먹물과도 같았던 정지(부엌)의 그 짙은 어둠.....



이 정도가 한옥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전부였습니다. 이런 한옥의 모습들은 아마도 30대 중년들에게조차 이미 생소한, 까마득한 과거의 퇴물로 전락했는지도 몰라요. 



한옥호텔 북촌 락고재의 아궁이와 가마솥



한옥에 대한 관심이 제게 다시 생긴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로써 한옥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 외국 관광객들을 밥줄로 삼아, 대한민국 호텔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매진하고 있는 오지랖 호텔리어 늙은 몽돌이 응당 취해야 할 마음자세이지 말입니다. 흠...흠.....



한옥호텔의 매력?



어떻습니까? 한옥..


듣기에도 왠지 매력적이지 않나요?

최근엔 신라호텔이 남산에 한옥호텔을 짓는다고도 했고, 인천의 경원재, 경주 라궁, 여수 오동재, 안동 구름에 등의 한옥호텔과 리조트 역시 뜨겁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한옥호텔 북촌 락고재의 설렁줄



여러분들께서도 그동안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 춥거나 덥고, 마냥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한옥이 지닌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 한옥이 외국인에게 어필해 그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할 수는 있을까?
  • 그러기 위해선 어떤 개량 작업이 필요한 것일까?
  • 최근 스타우드의 더럭셔리컬렉션과 소프트브랜딩 한 일본의 료칸 수이란처럼 우리의 전통을 입힌 숙박시설도 세계적인 유명세를 확보할 수 있을까?

  • 설령 그렇더라도, 접근성 좋은, 비싼 지가의 도심에 지어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한된 부지에 한옥으로 고층을 올려도 그 매력이 훼손되진 않을까?...... 


이미지: 브릿지경제

2층 한옥을 조성했습니다. 1층 천정엔 당연히 서까래가 없겠지요?



엄청 많군요? 


제가 한옥을 느닷없이 관심 있게 보게 된 계기들이고, 그리고 흥미로운 고민들을 해 왔던 이유입니다. 


무지랭이 늙은 몽돌은 마침내 직접 찾아다니며 호기심을 한번 해소해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지인을 통하거나 혹은 직접 연락을 취해 두 곳을 봤고요, 마음이 내키는 한 계속 구경하고 공부해 볼 작정입니다. 조만간 싫증 나 그만둘 수도 있어요.


락고재/이미지 by 호텔아비아 장진수 대표님

 

보고 온 건 포스트로 하나씩 독자 분들과 나눌 예정이고요, 모두 다룰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주된 관심사는 역시 위에 나열된 부분들입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숙박 시설로써의 한옥 가치에만 관심있는 일개 호텔리어로, 관점은 그 경제성에 쏠릴 수 밖에 없어요. 


순서에 상관없이, 보고 느낀대로 포스트에 녹여내 보도록 하고요. 그저 혼자 궁금해서, 스스로 자초한 수고임을 밝혀 둡니다. 누가 시키면 절대 이런 짓 못해요... 





여러분들께서는 수고를 아껴 그저 거들떠 보시면 되겠고요, 관심이 더 생기면 하나씩 찾아 보고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여행 다니실 때 일부러 투숙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테죠. 앞으로 한옥 호텔은 국내 숙박시장에서 그 입지를 더욱 넓혀 갈 세그먼트로, 중요성 역시 차츰 커질 예정입니다. 



제도적인 장치 역시 이에 걸맞게 보완되어야 하겠지요? 


최근 노출되었던 한옥 호텔의 등급 문제는 어쩌면 부실한 인프라의 상징입니다. 한옥 럭셔리 인천 경원재의 등급이 3성 (구등급 체계에선 1급)으로 매겨지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한 적이 있었어요. 이후 듣기론 관련 부처에서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이미지: 경원재


말 나온 김에 덧붙이면, 시장 동향이나 정책 등에 대해 일단 말들이 많아야 합니다. 자칫 난잡해 보이고 잡음이 양산될 수도 있지만 학계와 연구기관, 그리고 업계, 더 나아가 시장의 목소리 등 다양한 채널로부터의 의견 개진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정책 당국은 감사한 마음으로 이들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채택하면 그만입니다. '고객의 목소리'나 트립어드바이저의 리뷰 등이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요? 동일한 목소리만 나오면 부적절한 '작전'이 개입된 것입니다.


호텔 공급 문제가 이 지경이 된 이유도 어쩌면 정책 당국이 활용하던 모든, 하지만 제한적이었던 그 채널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목소리를 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매체도 이를 여과없이 퍼나르기 바빳죠. 기회가 되면 따로 한번 다뤄 보고요... 저야 '채널' 깜냥이 아니긴 합니다만 블로그를 통해 '이런 생각도 있다'며 일부러 외치고 있다랄까요? 





본문 내용에 혹여 못마땅한 부분을 발견하실 한옥 전문가들께서는 댓글로 가차없는 지적질을 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감사히 더 배우도록 하고요.


오늘 포스트는 이를테면 '거들떠보자! 한옥호텔' 프로젝트의 소갯글입니다. 후속 포스트들이 창피하지 않을 수준으로 다듬어지는대로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통과 현대를조화시킨 북촌 한옥 레지던스 고이




다음 포스트에서는 한옥레지던스 '고이'를 소환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