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스 호텔 서울
Four Seasons Hotel Seoul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세계적인 럭셔리 스케일 브랜드 1
포시즌스 서울은 40만원 ADR로 시장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키는데 일단 성공했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호텔리어와 고객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기도 하죠.
그렇지만 힘겨워하는 기색도 느껴지고요, 그 원대한 포부를 견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도 보였습니다.
원래 개관 이후 조직 시스템과 영업 기반이 안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시장에서 인지되는 호텔의 이미지와 상품 가치는 이 기간 동안 대부분 결정되므로 호텔의 미래를 좌우할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도 해요. 그 노력이 시장에 먹히면 럭셔리 호텔로써 자리매김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주변의 어퍼업스케일과 비슷한 위상에 만족해야 하거나, 혹은 수익률을 갉아 먹으며, 럭셔리 명찰을 힘겹게 고수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이미지: 포시즌스 호텔 서울
후배를 종용해 강탈하듯 룸쇼를 했습니다. 요직에 계신 분들을 알고 있긴 하나 왠지 부담스럽더군요. 결국 제게 가장 편한 창구를 택했는데 후배에게 아주 미안했을 뿐더러, 담당 부서에 계신 분들께도 좀 죄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미사여구로 포스트를 치장할 생각은 없고요, 시중에서, 혹은 블로그나 기사를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얘기들은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호텔리어 여러분들과 같이 고민해 봄직한 이슈들을 다뤄볼까 해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을 떠올릴 때 '대표적인 럭셔리 스케일 호텔',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과 같은 휘황찬란한 수식에만 시선이 머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호텔 산업 전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앞으로도 그 화려한 수식어에 걸맞는 행보를 계속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포시즌스 서울의 여러 어프로치가 우리나라 호텔 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이런 류의 고민들은 설령 깊지 않은 수준일지라도, 호텔리어로써의 시야를 넓히는데 적잖이 도움됩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개관전 찍어 둔 이미지인 듯
* * *
세계 최고의 브랜드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장환경은 결코 만만치 않아요. 과연 포시즌스의 명성은 훼손되지 않은 채 유지될 수 있을까요?
그 이름에 흙탕물을 튀길 수 있는 변수들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1.
그저 그런 처우에, 타이트한 업무 그리고 고객의 갑질로 자존심이 짓밟힌 젊은 호텔리어들이 과연 브랜드가 천명하는 서비스 퀄러티를 지지하며 경쟁 호텔과의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직장 생활에 여러 의미를 갖다 붙여도 결국엔 money talk로 귀결됩니다. 십 수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환경, 왠만한 호텔들은 더이상 호텔리어의 고용이나 처우 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듯 하더군요 (호텔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직원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그 아름다운 선언은 어느새 사탕발림으로 증명되고 말았고, 호텔리어들 역시 그 말을 곧이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로열티와 서비스 퀄러티는 연봉 사이즈에 비례할지도 모릅니다. 경쟁 호텔에 비해 차별화되지 않은 payroll budget을 책정해 놓은 채 호텔리어들로부터 차별화된, 훌륭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근무 환경과 직원 처우를 구성하는 다른 변수들이 이 차별화되지 않은 payroll 갭을 벌충할 수 있는 것일까요?
포스즌스 서울이 개관할 당시 그곳 호텔리어들의 연봉이나 경제적 처우에 유독 관심이 갔던 이유였습니다. 안타깝지만 실패한 사례가 드물지도 않아요.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적어도 라인 레벨 line level/rank and file의 경우 경쟁 호텔들의 연봉에 비해 높진 않은 듯 하더군요. 만약 제 인식이 틀리지 않았다면, 포시즌스 서울의 젊은 호텔리어들은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나 성장 가능성, 혹은 사풍 등과 같은 추상적인, 그리고 담보되지 않은 미래 보상을 댓가로 훌륭한 서비스를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이것이 과연 유효할까요? 호텔은 과연 이것으로 목표하던 서비스 퀄러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요?
포시즌스 역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애지중지해 온 경영 철학 중 하나가 직원에 대한 평범하지 않은 인식이라고 했더군요. 과연 '금전적 반대급부'가 아닌, 그 무엇에 의해 호텔리어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취급 받고 있다'고 느끼며 동기부여될 수 있는 것일까요?
겉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훌륭했고 그리고 남달랐습니다. 새로 개관한 여느 호텔들과는 달리 직원들의 고객 응대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웠고요, 저마다 안정감을 풍겼으며, 밝고 따뜻하고 그리고 어색하지 않습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로비/리셉션
그들을 여유 있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의 발로인가, 아니면 교육 훈련의 효과일까? 혹은 원활한 소통을 가능케 하는 조직문화? 그마저도 아니면 안정화 기간 동안 파견 나온 유능한 메니지먼트 레벨의 역량 때문일까?...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습니다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여유 있는 매닝 manning 이었습니다. 직원들이 로비와 도어데스크, 레스토랑 곳곳에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고, HOD급 호텔리어도 수시로 드나들며 고객들을 살핍니다. 아울러, 라인 레벨 스텝과 함께 꽤 유능해 보이는 중간관리 manager level 직원들을 요소 요소에 포진시킨 듯 하더군요.
참고로, 우리나라 풀서비스 어퍼업스케일 full serviced upper-upscale 호텔의 객실당 스텝 사이즈 (number of employee per available room/outsourced staff, casual 등을 포함한 FTE Full Time Equivalent로 측정합니다)은 아마도 1:1 ~ 1:1.2 정도인 듯 보이더군요. 즉, 300개 객실을 갖춘 호텔이면 300~360명 정도의 스텝을 고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인건비 저렴한 동남아 럭셔리 스케일 호텔의 경우 1:2의 경우도 더러 있다더군요).
럭셔리 스케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경우 아마도 1:1.5 정도일까요? 인벤토리가 320실 가까이 되니 어림잡아 500명 정도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군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벌어졌던 포시즌스 그랜드볼룸
하지만 이는 곧 비용입니다. 손익계산서 하단에 빨간 숫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오너가 과연 얼마 동안 이를 용인할 수 있을까요? 인내심이 바닥나면 애초 천명했던 그 서비스 퀄러티를 희생시키며 주주를 만족시킬 대안을 찾아 나서지 않을까요?
그 대안이란 우리나라 호텔 산업에선 아직 그다지 풍부하지 않습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냥 줄이는 것'이지요. 인원도 줄이고, 레스토랑의 코스트도 줄이고....
Management Company의 경영 철학도 중요하지만 오너의 의지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2.
치열히 경쟁해야 합니다. 강북의 가장 핫한 곳에 입지, 지척에서 오랜동안 터를 다져온 터줏대감, 조선호텔, 호텔롯데 그리고 더플라자 등과 같은 밥그릇을 놓고 치열히 싸워야 해요.
서로 다른 체급, 럭셔리 스케일과 어퍼업스케일들 브랜드들이니 타깃고객이 서로 다를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겹치지 않는 하이앤드 믹스도 없진 않겠지만 대부분 나눠 먹어야 할 account들이죠. 경쟁 시장에 포시즌스와 같은 럭셔리 스케일의 공급을 만족시킬 만한 수요 시장은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은 듯 합니다.
상위 믹스는 포시즌스로 일부 이탈했겠지요? 포시즌스의 고객들은 아닌 밤중 홍두깨 처럼 난데없이 새롭게 생겨난 마켓이 아닙니다. 모두 웨스틴조선이나 플라자, 호텔롯데 혹은 다소 이격된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그랜드하얏트나 호텔신라, 밀레니엄서울힐튼 등 어퍼업스케일로 부터 빼앗아 온 고객들이죠.
고가 시장엔 이미 공급이 넘쳐나고 있으니 이들 호텔은 시청과 광화문 일대의 제한된 고객을 놓고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싸움을 매일 반복하고 있겠지요. 모두 재벌 계열인 경쟁 호텔들의 면면은 호락호락하지 않고요, 그동안 나름 편하게 장사해 왔지만 뒤늦게 경각심을 느끼며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더플라자는 메리어트의 오토그라프와 소프트브랜딩 했고, 줏어 듣기론 웨스틴조선 역시 대응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더군요. 대규모 레노베이션을 통해 상위 브랜드로 컨버젼 brand conversion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봐요.
이들과의 경쟁에서 포시즌스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며 오랜동안 럭셔리 스케일로써의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포시즌스는 무엇으로 지금의 40만원 ADR 3을 지지할 수 있을까요?
3.
포시즌스는 시장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무려 7개의 F&B 아웃렛을 선보였습니다. 꽤 센세이셔널 했어요.
1층의 라운지 마루 Maru
화려하고, 세련되고 그리고 유니크 한 이 부대시설들은 그 자체의 경쟁력으로, 혹은 브랜드의 힘을 빌어, 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색다른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며 저 같이 참견하기 좋아하는 자들의 부정적인 전망을 보란 듯이 비웃을 수 있을까요? 포시즌스의 레스토랑들은 과연 추세를 역행하며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까요?
무지랭이 늙은 몽돌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 곳 레스토랑을 제대로 이용해 본 적도 없고요, 이런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타깃들의 소비심리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따라서 왈가왈부하긴 좀 조심스러운데, 제가 여태 보고 배워 온 바로 추정하면 일단 좀 부정적이군요.
뭐니뭐니 해도 seat turn-over가 높아야 인건비를 커버할 수 있어요. 포시즌스 레벨의 호텔이 지향하는 서비스 퀄러티는 로드샾처럼 시급 알바를 채용해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포시즌스 컨펙션 Confections by Four Seasons
과연 목표했던 커버를 창출하거나 빼앗아 올 수 있을까요?
비싼 객실을 이용하는 고객 믹스가 도움이 되긴 하겠죠. 그렇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호텔 레스토랑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투숙객이 아니라 식사를 위해 호텔을 들리는 내국인이거든요. 포시즌스의 레스토랑들은 주변의 대형 오피스타운 속 몰 mall 들에 지천으로 깔린, 나름 한가닥 씩 하는 레스토랑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포시즌스는 이런 시장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케쥬얼 이탈리안 다이닝 보카리노 Boccalino의 구색에 직장인들을 겨냥한 저가 메뉴들을 섞어 놨더군요. 베이커리 및 커피를 판매하는 1층 입구 컨펙션 Confections by Four Seasons의 가격도 매력적입니다. 커피(위 이미지)가 8,000원인데, 시중의 것에 비하면야 비싸지만 호텔 커피숖의 경우 일반적으로 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입니다.
이 구색들과 가격은 모두 치밀히 의도된 것들입니다. 다시 말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끼' 역할을 부여 받은 것들이죠.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포시즌스 레스토랑 프로모션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호텔리어 분들은 더러 보셨을 수도 있겠군요.
짧은 기간 동안 시행한 한시적인 기념 프로모션이었지만 이걸 타임라인에서 본 순간 제 머리 속에선 여러가지 생각이 명멸했습니다. 제 성격이 좀 조급한 탓도 있겠지만, 썩 기꺼운 기분이 아니었어요.
4.
포시즌스는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성장을 위해 일단 성공해야 합니다.
지금은 주로 업스케일 공급 시장이 팽창하며 비교적 다양한 시도들이 선보이고 있더군요. 하지만 대형 어퍼업스케일이나 럭셔리스케일 쪽은 그동안 비교적 편하게 영업해 왔다고 할 수 있어요. 2013년 정도까지 큰 변화도 없었고, 고만한 시장 수요를 고만한 호텔들이 나눠 먹고 있었더랬습니다.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이쪽은 그동안 정체되어 왔고, 자극도 없었으며 따라서 발전도 없었다고 봐요.
포시즌스 서울 로비 안쪽의 라운지?
포시즌스의 성공은 호텔리어에게 좌절감을 안겨왔던 시장 전반의 상황이 개별 호텔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시장의 또다른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할 수 있어요. 유니크한 정체성과 색다른 매력을 지닌 또다른 브랜드들이 시장에 새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시금석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포시즌스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 리츠칼튼이나 콘래드가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긴 했지만 브랜드가 애초 가진 인지도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위상입니다. 이런 경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더러는 degrading되기도 하고 더러는 upgrading되기도 합니다.. 로컬의 시장 환경이나 오너의 의지 등에 의해 영향 받기도 하는데, 브랜드 스탠다드가 적절히 작용하지 못하는 경우라 볼 수도 있겠군요. [본문으로]
- 콘래드가 이만한 사이즈이고요, 나머지 특급 대형호텔들은 10~11평 수준 소비자들이 호텔에 기대하는 가치는 제각각이지요. '안전하게 잠자는 곳' 외 다른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 여행객들은 부대시설에 투자하지 않은 업스케일,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에 투숙하게 되겠지요. 그 이상의 것은 사치입니다. 하지만 넓은 객실과 다양한 부대시설, 세련된 서비스, 그리고 이들로부터 느끼는 다양한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는 고객들은 럭셔리나 어퍼업스케일 호텔에 기꺼이 투숙합니다. 객실부터 다릅니다. 기껏해야 7평 내외의 객실과 13평 객실이 주는 차이는 여러가지를 상징하지요. [본문으로]
- 이 ADR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호텔별로 산출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 있거든요. 순수하게 객실료만 반영하는 곳이 있는 반면, ADR을 높게 보이기 위해 여러 부대서비스, 즉 조식 같은, 를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편법에 탁월한 수단을 보이는 호텔들이 더러 있어요. [본문으로]
'호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마크그랜드호텔 Tmark Grand Hotel (4) | 2016.05.20 |
---|---|
2016 서울시 관광호텔 현황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0) | 2016.05.19 |
서울 북촌 락고재/한옥호텔이 보이는 경향, 전통과 융통성 (3) | 2016.05.18 |
호텔이 브랜드를 바꾸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호텔 브랜드 컨버젼 Hotel Brand Conversion (0) | 2016.05.16 |
아름다운 남이섬의 여관, 정관루/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의 힐링 여행 (2) | 2016.05.13 |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공존, 한옥호텔 고이 - 북촌 한옥호텔 추천 (2) | 2016.05.09 |
호텔리어의 눈으로 본 한옥호텔 (1) | 2016.05.04 |
호텔리어가 거들떠 본 더채플앳청담 (0) | 2016.05.02 |
더 팔래스 호텔,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으로... 그리고 여러가지 의미///스타우드와 계약 체결 (2) | 2016.04.21 |
호텔 객실에서 하면 안되는 10가지 (20) | 2016.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