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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이 브랜드를 바꾸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호텔 브랜드 컨버젼 Hotel Brand Conversion


가슴에 차고 있던 그 고귀한 명찰을 바꾼다. 수 십년 애지중지 가꾸던 정체성을 가차없이 버리고, 채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변화를 모색한다. 


본고장 말로는 Brand Conversion, 더러는 Reflagging 혹은 Rebranding 이라고도 불리우는 것…


호텔 브랜드 컨버젼

Hotel Brand Conversion 



호텔 브랜드 컨버젼은 시장이 제대로 성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호텔 산업, 그리고 호텔리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에게 비교적 생소한 개념으로 필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호텔의 ‘개명’을 말하는데 아래의 세가지 경우 모두를 포함한다.


  • 홀홀단신 독립호텔이 인터네셔널 체인 브랜드 (이하 ‘브랜드’/I2B: Independent to Brand)를 빌려 달거나, 

  • 혹은 한 브랜드에서 다른 브랜드로 (B2B: Brand to Brand) 옮겨 타거나, 

  • 심지어는 브랜드 명찰을 떼고 고고한 독립호텔도 돌아가는 경우 (B2I: Brand to Independent)



브랜드가 의미하는 것


호텔 산업에서 브랜드가 지니는 의미는 결코 간단치 않다. 무형의 서비스를 판매하는 호텔에서 오랜 기간 각고의 노력으로 형성되는 브랜드 이미지는 많은 걸 함축한다. 고객은 브랜드만으로도 호텔의 퀄러티를 유추하고 그 가치를 판단하게 된다. 튼튼히 구축된 브랜드를 빌려 달기만 해도 큰 마케팅 노력 없이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


브랜드가 선사하는 무형의 효과 외에도, 로열티 프로그램과 예약망 등 마케팅 자산이 기여하는 매출 효과, 호텔 운영 노하우 및 경영 자문 그리고 호텔리어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 호텔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영 자원들을 지원한다. 휘황찬란한 시설을 갖춘 수많은 독립 호텔들이 추가 비용을 감수하며 굳이 브랜드를 고집하는 배경이다. 


호텔의 이름값, 호텔 프랜차이즈 피와 여러가지 의미/Hotel Franchise Fee Guide





그렇지만 중차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그 브랜드가 느닷없이 버림받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그런 걸 보면 전가보도인 양 마냥 떠받들어 모실 건 아닌 모양이다. 브랜드 컨버젼은 본고장 미국의 호텔들이 비교적 심심찮게 채용하는 경영 수단의 하나이며, 심지어 브랜드를 아예 지우고 독립 호텔의 신분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브랜드의 향방/눈여겨 봐야 할 2016년 호텔 산업 동향



하지만 우리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랄까? 전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브랜드 컨버젼이란 용어가 생소하게 들릴 정도로, 브랜드를 바꾸는 건 우리나라 호텔들에서 좀처럼 구경할 수 없던 의사결정이었다. 우리나라 호텔 산업이 몇 개 대형 브랜드에 편중되어 성장해 온데다, 그다지 크지 않은 시장 규모로 인해 브랜드 경쟁이 제한적이었을 뿐더러, 산업 역사 역시 상대적으로 짧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때가 무르익은 것일까? 


한 브랜드에서 다른 브랜드로 갈아 타는 전형적인 컨버젼이 아닌, 다소 원시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일부 호텔에서도 적극적인 브랜드 컨버젼의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더플라자는 메리어트의 소프트브랜드 컬렉션 오토그래프를 도입하며 이름을 추가했고, 더팔레스 호텔은 쉐라톤 간판으로 바꿔 달 준비를 마쳤으며, 나름 인지도 있는 독립호텔 두어 곳 역시 인터네셔널 체인의 명찰을 달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벨레상스는 오랜동안 달고 있던 르네상스 명찰을 떼어낸 채 고고한 독립호텔의 신분으로 돌아갔으며, 또다른 특 1급 호텔 한 곳 역시 달고 있던 인터네셔널 체인 브랜드를 버리기로 내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그들은 그동안 애지중지 달고 있던 그 브랜드를 교체하려 하는 것일까? 브랜드 컨버젼을 추구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브랜드를 바꾸는 이유


여하한 형태이든 브랜드 컨버젼을 추구하는 오너의 의도는 간단하다. 브랜드가 선사하는 영향력에 의지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 그것이 객실가동율 (Occupancy %)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ADR에 의한 것일 수도 있으며, 양자가 모두 작용한 RevPAR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더불어,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에 의한 매출 기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 만만치 않은 대가에도 불구하고 브랜드가 선사하는 효용은 지금까지 아주 선명해 보였다. 


그렇지만 유명 체인의 브랜드를 달고 있으면서도 오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비싸기만 하고 효과 의문스러운 브랜드를 굳이 거추장스럽게 달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럴 경우 브랜드를 버리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 흔하지는 않아도 이 역시 브랜드 컨버젼의 한 형태이다.


브랜드 컨버젼을 모색하는 우리나라 호텔들의 사정은 그다지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긴 호시절 끝에 찾아온 카오스, 독립호텔로써의 한계를 절감하고 유명 인터네셔널 체인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 소나기를 피해 가려는 경우가 대다수이겠지만, 드물게는 브랜드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효과에 실망해 독립호텔로 마이웨이 하고자 한다. 달고 있던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식어 ‘체인징 파트너’ 하는 전형적인 브랜드 컨버젼 형태는 아직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다.


https://lma.ca



앞에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에서야 일부 특급 대형 호텔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무려 30%에 이르는 호텔들이 개관 이후 브랜드를 바꾼 적이 있다고 한다. 꽤 놀라운 수치인데, 그만큼 대안도 풍부할 뿐더러 이런 시장환경이 오너나 경영자의 사고를 유연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브랜드를 바꾸면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면, 브랜드 컨버젼을 통해 과연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만약 그러하다면, 어떤 형태의 브랜드 컨버젼이 가장 효과적일까?


코넬 호텔 스쿨이 ‘Hotel Brand Conversion: What Works and What Doesn’t’ 라는 연구보고서[각주:1]를 통해 브랜드 컨버젼에 관련된 여러 경영 효과를 본격적으로 분석했으며 2015년 말 이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복잡한 변수들이 뒤섞여 작용하므로 브랜드 컨버젼이 빈번한 미국에서조차 이 부분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래에 관계된 의문들을 다룬다.


  • 브랜드를 바꾸어 달면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경영이 개선될까? 

  • 어떤 형태의 컨버젼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까? 

  •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큰 맘 먹고 결정한 브랜드 컨버젼, 혹여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


Hotel Brand Conversions- What Works and What Doesn-t.pdf




조사의 결과를 크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브랜드 컨버젼을 한 호텔의 경우 Occupancy가 평균 6% 증가한다.


2. 

평균 4%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으며 ADR은 9달러, 그리고 GOPPAR (Gross Operation Profit Per Available Room)는 3% 정도 증가한다.


3.

브랜드에서 또다른 브랜드로 (B2B: Brand to Brand), 혹은 독립호텔에서 브랜드 (I2B: Independent to Brand)로 컨버젼하는 경우 객실가동율이 증가한다.


4.

하지만 브랜드를 떼어내고 독립 호텔로 돌아가는 경우 (B2I: Brand to Independent), Occupancy가 오히려 하락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260개 표본 중 대부분인 219개 호텔은 브랜드 간 컨버젼(B2B) 형태를 취했지만, 브랜드에서 독립호텔로 컨버젼(B2I) 하는 형태도 15개 케이스도 볼 수 있었으며, 26개 케이스는 독립호텔에서 브랜드로의 컨버젼(I2B) 형태를 띄었다. 


의미 있는 결과로 보기엔 표본 수가 불충분하지만 일단 B2B의 경우는 6.96%, I2B의 경우는 6.74%의 객실가동율 개선효과가 보고되었다. 하지만 예상되었던대로 B2I의 경우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띈다. ADR이 상승하는 반면 Occupancy는 5.04%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효과도 발생한다


5. 

컨버젼 효과가 가장 큰 형태는 다운스케일링 (down scaling, 예를 들어 업스케일 upscale 브랜드에서 미드스케일 midscale 브랜드로 하향 전환) 이며, 

동일한 스케일로 브랜드를 바꾸었을 그 컨버젼 효과가 미미하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업스케이링 컨버젼 (upscaling, 예를 들어 미드스케일 브랜드에서 업스케일 브랜드 상향 전환)을 채택하는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표본 260개 호텔 중 43개 호텔은 다운스케일링, 109개 호텔은 업스케일링 컨버젼을 채택했다.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는데, 업스케일링 컨버젼의 경우 효과가 부정적이었던 반면 다운스케일링 하는 경우에만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아마도 소비자에게 이미 인지된 이전 브랜드가 영향을 미치는 상태에서 새로운 브랜드 스케일에 대한 기대심리가 함께 작용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6. 

다른 호텔 그룹의 브랜드로 갈아 탈 경우 (예를 들어, 스타우드의 포포인츠에서 힐튼의 햄튼인으로 바꾸는 형태)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동일 호텔 페밀리 그룹 내 다른 브랜드로 바꾸는 컨버젼 (예를 들어, 스타우드의 포포인츠에서 스타우드의 쉐라톤으로 바꾸는 형태)는 그 효과가 미미하다.


260개 조사대상 호텔 중 29%는 동일한 호텔 그룹의 브랜드로 컨버젼 한 케이스이다. 이 형태는 마케팅 자산과 예약망, 운영시스템 등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동일한 브랜드 그룹 내 다른 브랜드를 채용하게 되므로 컨버젼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경우 컨버젼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다른 호텔 그룹의 브랜드로 바꾸어 다는 컨버젼 형태의 효과가 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미 브랜드에 만족하지 못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상태에서, 기존의 브랜드가 제시하는 엇비슷한 성향의 대안 보다는 다른 호텔 그룹의 브랜드에서 호텔의 입지나 물적 특성에 더 어울리는 대안을 찾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 http://stock-clip.com/video-footage/tax+collection



가장 효과가 큰 브랜드 컨버젼 형태는?


  • 독립호텔이라면 인터네셔널 브랜드를 채용했을 때 모든 객실 경영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그렇지만 프랜차이징 비용과의 상관 관계, 즉 득실을 따지는 부분은 조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 이미 브랜드를 달고 있는 곳이라면 다른 호텔 그룹의 하위 스케일 브랜드로 갈아 타는 다운스케일링 down-scaling 컨버젼 형태를 가장 우선적인 대안으로 제안한다고 할 수 있다. 





조사 결과와는 별개로 이 조사 보고서는 각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여러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 호텔을 소유한 오너가 브랜드 채용을 고려할 경우,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브랜드 컨버젼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혹은 경영위탁) 계약의 기간을 가급적 짧게 가져 갈 것을 제안하는 반면,

  • 브랜드에 속한 브랜드 관리자에겐 더욱 긴 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되, 이를 유도하기 위해 장기 계약을 채택하는 오너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충고한다.

  • 아울러 호텔 개발자에게는 추후 브랜드 컨버젼이 용이할 수 있도록 호텔을 디자인하고 건축할 때 가급적 표준형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 이에 더해, 각 브랜드에서는 해당 브랜드로의 컨버젼을 유도하고 장려하기 위해 브랜드 RevPAR 등 브랜드 실적자료 Hotel Brand Index를 구축해 정기적으로 발행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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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컨버젼이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미국 호텔 산업의 예이니 시장상황과 산업 저변이 판이하게 다른 우리나라 호텔들의 의사결정에 이 조사 결과를 반영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시장이 한층 확대되면서 시장 환경이 점차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는 더 빈번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호텔의 경영 사정이 만족스럽지 않아 여러 대안을 모색할 때 이 브랜드 컨버젼 역시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





  1. 조사 대상은 1996년부터 2010년 사이 브랜드 컨버젼을 수행한 적이 있는 260개 미국의 호텔이다. 이들 호텔의 1994년부터 2012년 까지 영업실적을 토대로, 동일 입지 권역에서, 컨버젼한 적이 없는 2,750개 호텔의 실적을 비교했다. 보고서는 위에 기술된 2, 3가지 관점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