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짧게 가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군요.
초록을 작성해 둔 건 제법 전의 일입니다. 업무 핑계로 차일피일 마지막 터치를 미뤄 왔는데, 시간이 지나니 긴장감이 그 때 비할 바가 못되는군요.
연재되는 장편 소설의 3번째 편이고요, 오늘의 포스트를 더 재미있게 감상하시려면 아래 링크의 지난 글들을 먼저 읽으시기 바랍니다.
1. 2016년과 호텔 [링크]
2. 위기를 부른 장본인, 레스토랑과 새로운 해법 [링크]
3. 명찰의 향방 [링크]
4. 차세대 무기, 하이테크에 의한 새로운 경험 [링크]
새로 시장으로 들어서는 호텔들이 자랑스럽게 가슴에 찬 그 명찰들의 내력이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대부분 내로라하는 인터네셔널 체인의 브랜드들이군요. 전세계에 자매 호텔들을 거느린 유명 체인들이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좀 뒤쳐졌습니다. 대형 체인들의 주력 브랜드 정도만 당도했고, 아직 도입되지 않은 것들이 훨씬 더 많아요.
더러는 스스로가 만들어 붙인 토종 명찰, 혹은 토종 호텔의 세컨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유명 체인을 계획했다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고요 (KY Heritage), 독립 호텔로 개관한 후 체인 브랜드를 뒤늦게 붙이는 경우 (북창동 M호텔/Golden Turip)도 있었죠.
이 호텔의 이름표는 저 마다 눈물겨운 사연을 지니고 있을 뿐더러, 여러가지 중요한 경영 의미를 내포합니다. 오너의 철학이 투영되어 있기도 하고요, 현재의 시장 상황이 녹아든 모습이기도 하죠.
오늘은 2016년 이 명찰 혹은 브랜드가 보일 방향성에 대해 소설을 읊어 볼까요?
1.
시장은 혼란스럽습니다. 메르스가 작년 중반의 일이니 영향권에서 멀어지고도 남을 여유가 있었죠.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영업은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군요. 1, 2월이 원래 비수기인데다 경기 영향도 한 몫 하는 듯 보이지만 그 기저엔 수급 논리가 잠복하고 있습니다.
중국발 수요를 겨냥해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앞으로도 계속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예정입니다. 하지만 영점이 틀어져 공급 균형이 심하게 왜곡된 채 방치되어 있어요. 업스케일 이상 상위 세그먼트엔 공급이 넘쳐 불꺼진 창들이 늘고 있지만, 아랫쪽은 공급부족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변두리 야밤 셔틀을 마다치 않고 있습니다.
시장 상황과 명찰의 향방
최근 정부가 게스트하우스와 관련된 규정들을 재정비하고, 규제를 철폐한다며 공유숙박업 도입을 서두르는 주요한 배경이기도 하겠죠. 개인적으로, 시장 상황을 인식하고 때늦은 대안을 찾는 정책 당국의 모습이 왠지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국내 호텔 산업은 바야흐로 판이 바뀌는 격변기에 접어들고 있군요.
흥미롭게도, 이런 시장 환경은 인터네셔널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고 있군요.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일단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입니다. 앞으로는 달리 봐야 할 새로운 변수들이 눈에 띄긴 합니다만 오늘의 테마가 아니니 아래 링크의 글로 대신하고요...
호텔 로열티프로그램의 이면
2.
먼 미래엔 어떤 변화가 초래될지 예단할 수 없지만, 당장은 추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체인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뚜렷이 감지됩니다. 길지 않은 산업 역사로, 지금의 위기는 우리나라 독립 호텔들이 그동안 겪어 보지 못한 유형이겠죠.
더 든든한 ‘빽’에 의지해야 할 필요성을 본능적으로 느낄 정도로 현재 상황은 만만치 않습니다. 번듯한 명찰은 비교적 비싼 대가를 치루고 빌려와야 하지만 그 효과는 적어도 지금까진 확실했어요. 아래는 얼마 전 페북으로 공유한 적이 있던 호텔아비아의 기사입니다.
"로컬에서 브랜드로, 브랜드에서 로컬로"
더플라자와 팔래스, 임피리얼펠리스 그리고 르네상스, 모두 4개의 호텔이 거명되고 있군요. 하지만 속사정은 저마다 제각각입니다.
계약의 구속력에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더플라자와 팔래스, 그리고 임피리얼 펠리스 호텔은 인터네셔널 체인 브랜드를 달거나 달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르네상스는 한동안 달고 있던 메리어트 인터네셔널의 브랜드를 떼고 벨레상스라는 새로운 명찰을 스스로 만들어 붙였군요.
구속력의 차이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래 링크의 글에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만, 더플라자가 빌려 온 메리어트 계열의 오토그라프 컬렉션 autograph collection은 다소 느슨한 형태의 계약입니다. 독립 호텔의 전형을 유지하며 예약 체널 등 마케팅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브랜드 soft brand의 하나죠.
소프트브랜드컬렉션?
원래의 호텔 이름을 포기하지 않고 병기하게 되고요, 소요되는 명찰값(Franchise Fee)도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더러, 5년 짜리 계약도 흔할 정도로 기간도 일반적으로 짧다고 알려졌더군요. 말 그대로 '소프트'합니다.
이에 반해, 팔래스나 임피리얼 펠리스의 경우는 아마도 하드브랜드 Hard Brand, 즉 우리가 흔히 봐 왔던 프랜차이즈 형태를 띌 것으로 추정되는군요. 인적 자산과 경영 노하우가 확보된 지금 굳이 비싼 돈 들여 경영위탁계약 management contract을 맺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소프트브랜드가 지닌 여러 매력으로 팔래스나 IP 역시 유명 체인과의 소프트브랜딩을 시도했을 듯 싶지만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요. 체인이 자격 요건을 따집니다. 독립 호텔로써의 정체성과 더불어 브랜드 가치에 흠집을 내지 않을 여러가지 자격...
르레상스의 컨버젼
3.
르네상스 (벨레상스)는 이들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습니다. 추세를 거스르며 브랜드를 떼고 독립 호텔 신분으로 돌아갔거든요. 하지만 자세히 따지고 보면 좀 달리 봐야 할 구석이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간단하게 언급했는데, 아무래도 오너 삼부토건이 모기업으로 인해 엮인 매각 변수가 크게 작용했겠지요?
아마도 벨레상스의 의사가 아니라 체인 르네상스의 의지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좀 복잡한데, 매각 가격을 그나마 고수하려면 브랜드를 달고 있어야 오히려 유리할 듯 보이지만 (저도 미처 생각을 못했던 부분인데 한 분께서 댓글로 도움 말씀을 주셨네요. 삼부토건 매각 건의 내용은 자산을 매각해 다른 오너가 계속 호텔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호텔을 허물고 복합 comlex를 짓는다 했으니 브랜드가 매각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겠죠.)
이미지: 호텔아비아
독립 호텔로의 컨버전 conversion을 고려하고 있는 또다른 특급 호텔 소식을 전해 듣긴 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노출된 바 없습니다. 브랜드가 일반적으로 주는 매력을 향유할 수 없다면 비싼 명찰을 굳이 달고 가야 할 이유가 없죠.
입지 등의 환경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요, 독립 호텔로써의 가능성을 새롭게 확인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컨버전은 우리나라에서 꽤 예외적인 경우인데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비교적 활발합니다), 또다른 속사정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4.
그렇지만 다소 불안하군요. 기사에 언급된 벨레상스의 예는 아주 놀라울 정도입니다. 객실 점유율 Occupancy 중 로열티 프로그램 등 브랜드의 마케팅 자산이 기여한 60~70% 비중은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이군요. 제가 아는 한 일반적인 경우 브랜드 distribution channel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내외입니다.
브랜드와 결별하면 이 60~70% 믹스는 다른 것으로 채워야 하겠죠? 과연 로컬의 세일즈 역량을 강화해 이 비중 대부분을 거뜬히 대체할 수 있을까요? 제 눈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벨레상스는 다른 호텔에 비해 차별성이 두드러진 것도 아니요, 동일 시장 경쟁 호텔에 비해 영업력이 우수하다 말할 수 있는 위상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매력
참고로, 체인 호텔의 예약은 로열티 프로그램 등 브랜드 자산, 계약사 local corporate account, 그리고 OTA를 통해 대부분 들어오고,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메타서치 엔진이나 오프라인 여행사를 통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브랜드를 달게 되면 50% 가까운 믹스는 손쉽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객실을 채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독립 호텔의 경우, Occupancy 대부분을 OTA와 오프라인 여행사에 의지해야 하고, 따라서 commission 비중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죠. OTA 수수료율은 25% 정도에 이르는데, 체인의 경우엔 OTA 비중이 크지도 않지만 수수료율 역시 기껏해야 11~12% 정도이니 차이가 만만치 않지요?!
브랜드에 유혹을 느끼게 되는 주요한 이유입니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시장이 혼탁하면 같은 고객을 놓고 치열하게 싸워야 하며, Net RevPAR (RevPAR에서 객실 예약수수료를 제외한 것)따질 겨를도 없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먼저 해야 하겠죠.
벨레상스는 브랜드를 차용할 때 소요되었던 비용 (프랜차이즈 수수료와 로열티프로그램 유지비 등)을 OTA와 메타서치 엔진 등으로 돌려야 하고요, LHW (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나 Preferred Hotel Group 같은 Marketing Representative와의 업무 협약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가능성은 알 수 없습니다.
어쨋거나, (예약)획득비용은 일반적으로 브랜드를 달고 있을 때보다 비싸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로열티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이렉트 부킹 수수료 전반//프랜차이즈 피 등을 감안하면 계산이 좀 복잡해집니다).
5.
서울의 특 1급, 5성 호텔 중 브랜드를 달고 있지 않은 독립 호텔들은 몇 되지 않습니다. 근년에 승급한 세종호텔, K호텔, 팔래스호텔, 메이필드, 임피리얼펠리스 그리고 토종 호텔의 대표주자 신라와 롯데.....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의 사정은 아코르로 인해 다소 다릅니다. 서울가든 (옛 마포가든)은 최근 베스트웨스턴 명찰을 달았지요?!
앞으로의 가능성
이들 중 인터네셔널 브랜드를 달게 되는 호텔이 더 생길 수 있을까요? 아마도 세컨드 브랜드를 출시하며 마이웨이를 확고히 한 신라와 롯데를 제외한 일부 호텔은 강한 유혹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독립성이 다소 훼손되더라도, 한 우산에 엮여 규모 효과에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 남기 쉽지 않은 상황이 도래했거든요.
주로 특 1급 5성 호텔 기준으로 말씀드렸지만 사실 이는 규모를 가리는 경향이 아닌 듯 합니다.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 알로프트, 포포인츠, 등급이 다소 섞인 이비스 등 시장에 새로 진입한 대부분의 4성급 업스케일 호텔들은 우산을 쓴 채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3성 급 이하의 사정은 많이 달랐습니다. 요구가 있어도 이를 충족시킬 만한 브랜드가 없었거든요.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 도입된 브랜드들은 대형 체인의 주력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그나마 공급이 화수분처럼 폭발한 최근에서야 유명 체인들이 십 수개씩 거느리고 있는 포트폴리오 중 대중적인 1, 2개 정도가 추가로 도입된 상황입니다.
관광공사 리퍼럴, 베니키아의 포지셔닝이 얼핏 유사해 보이지만 확산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군요. 설마 브랜드 스탠다드가 너무 엄격해 그런 건 아니겠지요? 현재 50개 정도의 호텔을 모았는데 주된 타깃은 3성 체급의 중형 호텔인 듯 보입니다.
(브랜드를 달기 위해선 일단 큰 규모의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예약시스템을 도입하고, 서비스스탠다드를 충족키 위해 시설 전반에 투자를 집행해야 하거든요. 이들 감당할 수 있는 소형 호텔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는데, 이것이 브랜드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주된 이유일까요?)
소설
소설임을 전제로, 본격적인 컨버전은 오히려 거의 브랜드화 되지 않은 이들 3성급 이하 미드스케일이나 이코노미 스케일에서 발생할 수도 있어요. 다소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그 배경은 명료합니다.
일단 중저가에 주로 쏠린 중국/동남아 발 수요가 시장에 넘쳐나고 있고요,
번듯한 이름을 달지 못해 위 수요에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숙박시설이 우리나라 전체 공급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그저 그런, 1~3급 관광호텔과 일반호텔, 그리고 모텔 등의 숙박 시설이 도심 곳곳에 산재해 있죠.
이미지: 123rf.
이름 없는 명찰을 각기 달고 있는 이들 소형 숙박시설들을 브랜드의 우산 아래로 모으는 게 불가능할까요?
유명한 이름표일 필요도 없고, 굳이 외국의 것일 이유도 없습니다. 규모만 확보되고 일관적인 서비스 스탠다드가 담보된다면 잠재력이 엄청난 시장이고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호텔시장에서 현재 번성하고 있는 브랜드가 이들 스케일에 걸친 윈덤의 슈퍼8이나 Home Inns 과 같은 것들입니다.
최근 호텔아비아에서 다룬 다른 기사에 의하면, 슬리피판다, 서울로지, 서울앤호텔 등의 새로운 브랜드들이 이런 세그먼트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개발 사업을 통해 주로 신규 공급에 치중하고 있으니 확장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HTC 등 우리나라 위탁 전문 운영사들도 이런 류의 프랜차이징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하더군요.
하지만 전혀 엉뚱한 곳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다크호스가 있습니다.
'야놀자'나 '여기어때',,,, 티비의 광고 보셨지요?! 우리가 하찮게 생각했던 모텔을 대상으로 한 O2O 기반 서비스입니다.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지 마시기 바라고요, 이들이 내놓는 서비스들은 젊고 신선하며 기발해요. 예약, 구매 시스템 등 프랜차이징을 위한 여러 기반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어 가고 있는 듯 합니다.
현재 동족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우리나라 모텔들을 빠르게 브랜드화 (프랜차이즈)하고 있어요. 시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경계를 허물고 소형 호텔 쪽으로 파고드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한 듯 보이는데,,,, 그러지 않을까요?
제 상상이 들어 맞는다면 기성 호텔업계는 그야말로 닭 쫓던 개 꼬락서니로 전락하는 겁니다....
이번 편의 소설은 팩션이 아니라 픽션 쪽으로 너무 기울었나요?ㅋ
http://news.inews24.com [링크]
http://news.naver.com [링크]
http://kr.besuccess.com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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