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달포 전 외국 사건을 다룬 단편 하나를 올렸었는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집안 싸움의 도구로 전락한 호텔 로열티 프로그램 [링크]
오늘은 국내 소재로 장편 소설을 하나를 쿠킹해 봅니다. 이게 성공하면 등단도 한번 고려해 볼 작정이고요...
내용은 comedy가 아니요, tragedy에 가까우니 혹 손수건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 * *
2016년에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국내 호텔산업의 경향을 추정해 봅니다. 밀린 일들로 포스팅이 다소 지체되었네요.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그렇듯, 관심이 많고 오지랖이 넓으면 산업 저변을 꿈틀거리며 흐르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미 뚜렷한 형체를 띄며 수면 위로 부상한 것도 있고요, 스멜을 한껏 발산하고 있지만 아직 세력을 모으지 못하고 밑단에 잠복해 있는 것도 있죠.
이를 염두에 두고 2016년 국내 호텔 산업의 추이를 그려 보는 것도 자못 흥미롭고요, 틀렸다고 실망할 일도 아닙니다. 배우는 게 되려 더 많으니까요.
짧은 글이 아니니 아래와 같이 서너 차례에 나눠 포스팅하고요, 노파심에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는 순전히 제가 쓰는 소설이지 말입니다.
그러나, 늙은 몽돌이 호텔밥 먹은 지도 어언 20년, 제 '삘' 만으로도 종종 얻어 걸리는 것이 있긴 하더군요. 픽션이 아니라 '팩션 faction'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이를 증거 할 데이터 같은 걸 여기서 따지시면 대단히 곤란하고요;;;
1.
겉으론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시장은 요동치고 있습니다.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경 서울 4, 5성급 호텔들의 객실가동율이 50% 대로 추락할 것이라 추정했던데, 예상보다 빠른 페이스로 진행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군요. 50% 가동율로 살아 남을 호텔들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와중에 분양형호텔의 터줏대감이라 불리던 호텔 운영사 한 곳이 얼마 전 부도를 내며 시장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 기사 한토막은 상징하는 바가 만만치 않아요. 가슴 졸이고 있던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영원히 듣고 싶지 않았을 알람...
내성을 키울 여유가 없었던 시장은 이를 방어하거나, 혹은 견뎌낼 만한 힘을 축적하지 못한 듯 보이고요, 높고 거친 파도를 맨몸으로 다 받아내야 합니다.
경종이 울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도심 요지의 호텔 분양을 선전하는 자극적인 광고들이 찌라시들의 지면을 가득 메웠었더랬죠. 불과 1년 전까지의 상황이니 역시 미디어의 설레발에 부화뇌동할 일이 아닙니다.
viva 100 Bridge 경제
비단 분양형호텔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분양형호텔의 소유주는 '코묻은 돈'을 모아 넣은 개인들이니 문제가 빨리 노출되었을 뿐이죠. 법인이나 펀드가 소유한 호텔들은 앓는 소리조차 쉬이 내뱉지 못합니다.
그나마 20년 내외의 장기 계약으로 임대료를 받고 property를 master leasing 한 리츠나 부동산펀드의 사정은 다르겠군요. 이에 반해 이 마스터리스로 운영권을 딴 운영사들은 앉은 채로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성호텔들은 오래 버팁니다. 호텔롯데나 호텔신라의 호텔부문은 그렇지 않아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적자를 보여왔으니 이런 시장 환경에 '비교적' 익숙하겠지요. 다른 호텔들의 사정도 그다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그동안 내실 있는 경영을 하며 꾸준히 이익을 내왔던 몇몇 호텔들에겐 지금의 사정이 더욱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동일한 상황이지만 새로 시장에 진입한 호텔들에겐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대다수 부동산펀드이거나 업계에 처음 발딛는 중견기업, 이마저도 아니면 호텔 산업의 화려한 포장에 끌리거나, 로망 하나로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당겨 시장에 뛰어든 개인사업자이거나.. 재무적 맷집도 허약할 뿐더러, 시장 생리에 익숙치 않은 오너의 인내심 역시 보잘것 없거든요. 돈 앞에 장사 없는 바닥입니다.
물론 메르스가 파생한 데미지가 엄청나긴 했지만 2015년 P&L은 20년 호텔리어 생활 동안 처음 접하는 생경한 그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 바닥이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되니 지금부터라도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게 좋을 듯 보이는군요.
관련글: 호텔 객실, 과연 남는가, 모자라는가? [링크]
호텔이 쓸 수 있는 카드
원래 1, 2월이 호텔업계 최대의 비수기이긴 합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금처럼 낮은 객실 가동율을 전에 본 적은 거의 없어요. 그나마 기성 호텔들의 사정은 낫고, 다소 외진 곳의 신생 호텔들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수준의 가동율을 보이고 있는 듯 하더군요.
이들이 기성 호텔들의 account를 뺏어 먹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특별한 차별성을 갖춘 곳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그렇지 않은 호텔들이 마지막에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유일하죠. 더군다나 모든 호텔이 가진, 전혀 비장하지 않은 마지막 카드....
'가격' ... 외 달리 뭐가 있을까요? 종국엔 이를 들이밀텐데, 기성 호텔이라고 손놓고 보고만 있을 턱이 없죠. 덩달아 가격을 낮추게 되고, '너 죽고 나 살자'식 덤핑을 마다치 않으면 시장은 곧 질서가 무너지며 더 혼탁한 진창으로 접어듭니다.
이런 상황을 10년 전 쯤에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시장은 정말 추하게 돌변합니다. 하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몇몇 재벌 계열의 호텔들은 앓는 소리도 못한 채 불꺼진 방들을 보며 인고하게 되겠죠. 면세점 등 완충할 수 있는 사업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관건은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느냐, 그리고 호텔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입니다.
2.
수요 시장은 조만간 회복될 수 있을까요?
1, 2월 비수기가 지나고, 꽃 피는 봄으로 접어 들면 이런 상황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5월엔 큰 규모의 컨퍼런스가 서울에 예정되어 있으니 잠시 착시하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예전과 같은 가동율로 복귀한다는 건 그야말로 어림없는 희망사항 입니다.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
2010년 부터의 호텔 실적 Revpar나 Occ%, 그리고 ADR을 선으로 그려보면 이미 2012년에 꺽인 추세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고요, 2014년 역시 그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내리막의 초입으로 보는게 더 합당합니다. 메르스 여파가 핑갯거릴 제공하며 쌩얼을 가리는데 한몫 거들긴 했겠지만 작년의 실적은 정말 처참할 정도이군요.
공급 시장은 핸들링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벗어난 듯 보이지요? 엄청난 물량이 수급 논리를 비웃으며 앞으로도 계속 시장에 쏟아져 들어올 예정이니까요. 이 마당에 작년 일몰 예정이었던 관광숙박시설확충 특별법은 1년 시한을 연장하며 20여 프로젝트를 막차에 추가로 태웠습니다.
과연 시장은 이를 조금이나마 완충하며 성한 품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나마 저가 세그먼트를 채우던 요우커는 대륙경제의 영향으로 부침을 겪겠지만 단기적인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단 2,3 만원을 아끼기 위해 두 세 시간 야밤 셔틀도 마다치 않던 이들은 업스케일 이상 세그먼트의 먹거리가 아니었죠.
하지만 곧 이들을 타깃으로 덤핑을 불사하는 '배신자'들이 도심에서 하나 둘 등장하겠죠?! 뭐라 탓할 게 전혀 아닙니다. 시장 바닥이란 원래 그런 곳이니까요.
결국 시장 자체의 가격이 내려가게 됩니다. 정책 당국이 이런 결과를 의도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내려간 가격이 매력으로 작용해 새로운 수요를 파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내 그 많은 공급을 다 만족시키진 못하겠지요?! 더군다나 구매력 차이가 예상 외로 큽니다.
환율과 일본 관광객
환율이 요동치고 있더군요. 원화 가치가 절하되면 국내 관광/호텔 산업엔 당연히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일본 관광객에겐 특히 그러하겠고, 일본으로 가던 중국 관광객의 발길을 잠시 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냥 장미빛 그림을 그리기엔 뭔가 미덥지 않아요.
환율 변수에 따라 관광객의 입출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는 곧 매력이 없다는 말과 다름 아닙니다. 일본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이유는 환율 문제도 물론 작용했겠지만 근본적으론 시장의 매력 때문으로 보입니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목청껏 외치는 그것, 한번 오고 나면 더 오고 싶지 않은, 단 한번에 단물이 빠지고야 마는 그 얕은 매력....
더군다나 일본과는 환율 변수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변수들이 모조리 개입되어 있어요. 환율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고요, 환율이 내리더라도 몇 년 전과 같은 명동 골목의 일본 관광객 인파는 다시 보기 쉽지 않겠지요?
지금의 상황이 2, 3년 장기화되면 일부 대형 기성 호텔들과 대기업 계열 호텔들을 제외하곤 생존을 가늠하는 재무적 압박에 시달리게 되겠지요. 곧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호텔들이 속출하게 될테고, 더 기간이 길어지면 급기야 시장에 매물로 던져질 수도 있습니다.
불황이 길어질 경우
운영에는 별 관심도 없이, 값을 부풀려 되팔 요량으로 호텔 사업에 뛰어 든 개발자들은 출구전략을 제대로 시전하지 못하면 되려 빚만 떠안은, 차가운 길바닥의 차도남 처지로 내몰릴 수도 있어요. 팔려고 내놔도 입질조차 변변치 않는 한 신규 호텔의 속사정도 최근 접한 바 있습니다.
부도를 내면 투자자 등 주주가 경제적 책임을 지고 시장에서 쫓겨나게 되겠죠. 이들이 퇴출된다고 공급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인벤토리는 고스란히 남으니까요. 오너만 바뀌게 됩니다. 열받아 한마디 더 거들면, 시장 전체를 교란시킨 책임은 사실 공급을 어줍잖게 부추긴 정책 당국에 따져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이 도래하길 학수고대하며 시장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헌터들도 장밖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삭줍기를 하려는 것인데 역시 흥미로운 바닥이지요?!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호텔들이 속절없이 쓰러져 가면, 헐값에 이들을 매입한 후 경쟁력을 덧입혀 높은 가격에 다시 되팝니다. 극히 자연스러운 시장의 한 단면일 뿐이고요...
판이 바뀐다
장기적으론 우리나라 관광/호텔 시장의 그림이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 뜸이 제대로 돌지 않은 초대형 밥솥, 중국이 바로 지척에 붙어 있으니까요. 관광 매력이 허접하고 바가지를 씌워도 입지 하나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죠?! 이미 어느정도 들통나긴 했지만 아직 늦진 않았습니다.
중국 인구의 1할이, 그들의 말처럼 한번 오고 다시 안 온다 손 치더라도 한국 관광은 한동안 먹고 살만 할 듯 하고요, 그리고 국내외 여행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호텔 산업은, 우여곡절을 겪긴 하겠지만 일단 공급시장이 먼저 커지고, 시장이 원하는 수준으로 호텔 가격이 수렴된 후, 수요 시장이 다시 확대되는 사이클을 탈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수요자 시장으로 판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개별 호텔들이 보이던 수익 규모는 옛날에 비해 크게 축소되겠지요? 호시절은 2000년대 중반에 이미 물 건너 갔습니다.
지금은 파열음이 만만치 않은, 어쩌면 우리나라 호텔 산업이 처음 맞는 과도기이자 더 큰 도약을 위해 감수해야 할 성장통일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견뎌야 하고요, 호텔리어들께서는 파편을 맞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좋은 호텔에 근무하는 것인데 그걸 누가 모르나??;;
좀 허전하지만 여기서 대안을 논할 정도로 제 사정이 여유롭진 못하군요. 후일을 기약하고요,,, 아마 읽는 내내 궁금하셨을 수도 있는데, 위 포스트의 내용은 중고가 4, 5성 급 호텔들의 시각으로 쓰여진 것입니다. 저가 호텔들의 사정은 이와 달리 볼 면들이 많아요. 자세한 객실 수급 상황에 대한 포스트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관련글: 호텔 객실, 과연 남는가, 모자라는가? [링크]
다음 포스트에서는 호텔 레스토랑의 위기와 새로운 해법에 대해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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