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Airbnb
기성 숙박시설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로 무장한 신개념 스테이,
호텔의 밥그릇에 주걱만 한 숟가락을 난데없이 걸친 어마무시한 경쟁자...
동의하시나요?
엄청난 덩치의 호텔 산업 전체와 자웅을 겨루고 있는 에어비앤비... 태어난 지 갓 7년 된 '영'한 서비스임을 감안하면 그 위상은 정말 엄청난 겁니다.
호텔리어들에겐 두려움과 질시의 대상, 여행자들에겐 신선한 매력으로 어필해 왔죠. 그렇지만 호텔과 여행자에게 던진 그 날카로운 충격 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어요. 지금도 치열하게 진행중입니다.
* * *
호텔이 에어비앤비보다 좋은 이유...
달리 볼 부분들도 많지만 오늘은 '호텔이 좋은 이유'에만 충실할 작정입니다. 늙은 몽돌은 호텔리어의 한 사람으로써 당연히 편파적이니 잘 가려 읽으시고요,ㅋ
사실 저도 알아요. 에어비앤비가 선사하는 그 매력들....
저렴한 가격에, 미지에서 느끼는 새로운 경험, 호스트와의 긴밀한 소통이 언뜻 언뜻 파생하는 인간적 교감과 여운, 그리고 여행지 군상들의 진솔한 삶을 여과 없이 느낄 수 있는 환경...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그 진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호텔리어들은 할 말이 많아요. 따지고 보면 앞에서 열거한 것들 외 나머지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입니다. 그 새로운 존재 자체가 핀스팟을 받고 있는 상태라 이면에 감춰진 모습들이 잘 노출되지 않았던 것 뿐이죠.
에어비앤비가 가진 부정적인 면들은 곧 호텔의 장점입니다. 에어비앤비가 흉내낼 수 없는 호텔의 장점, 한 외국 칼럼에서 열 가지나 꼽았군요. 저자인 그 외국인 머시기는 저보다 훨씬 편파적인 듯 보이는데, 아마도 호텔에 직간접적으로 몸담고 있는 분일까요?
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보이는데, 너무 심각하게 보지 마시고 가볍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여행을 망치지 않는 퀄러티 ”
미지의 길로 한 발짝만 나서면 수많은 경험들을 하게 되죠. 기대해 마지 않았던 유쾌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더러는 예기치 않았던 당혹스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종종 여행 자체를 망치기도 하는데,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숙소도 예외일 순 없죠.
호텔로 들어오면 일단 기본적인 서비스는 담보됩니다. 청소나 객실 사이즈, 서비스 퀄러티 등등... 그것이 뉴욕이거나 혹은 아프리카 오지이거나, 투숙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그런 당혹함은 경험하지 않아요.
“ 미지로의 여행, 불안한 나... ”
미지로의 여행, 하지만 불안한 나.... 익숙치 않은 곳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안전'의 희생을 요구하죠. 이 불안감은 어쩌면 흥미로운 경험을 가능케 하는 원천일 수도 있지만 종종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강요하기도 해요.
에어비앤비에서 겪게 되는 험악한 경험들은 이미 새삼스런 것이 아닙니다. 몰래 카메라에 대한 뉴스도 있었고요, 돼먹지 못한 호스트의 성희롱도... 에어비앤비가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호텔로 들어오는 순간 안전합니다.
“ 올인원 서비스 ”
다양한 어메너티를 갖춘 호텔은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등급이나 브랜드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일반적으로 와이파이가 가능하고요, 수영장과 체련장, 번듯한 식당, 룸서비스, 세탁 서비스와 객실 내 화장실/욕실이 모두 갖춰져 있죠.
“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 ”
티비가 나오지 않나요? 모바일폰 충전기가 필요하신가요? 혹 객실 키를 분실하셨나요??? 컨시어지나 프론트로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됩니다. 전문가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니까요.
“ 전문성 ”
어디서 식사하는 게 좋을지, 원하는 곳을 가기 위해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지... 궁금하시면 역시 컨시어지에 여쭈시기 바랍니다. 안성마춤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어요.
“ 로열티 맴버십 ”
등급에 따라 무료 식사가 제공되기도 하고요,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도 하죠. 와이파이는 당연히 무료일 뿐더러, 다음 투숙을 위해 포인트까지 적립해 줍니다.
“ 번듯하고 편안한 식사 ”
생소한 곳에서 퀄러티 담보된 번듯한 식사를 하기란 쉽지 않아요. 호텔에서는 잘만 하면 무료로 끼워주는 조식부터 룸서비스, 그리고 파인다이닝 fine dining까지 즐길 수 있죠. 에어비앤비 숙소에는 DIY 해야 합니다. 물론 저렴하긴 하겠지만...
“ 만남의 장 ”
바와 로비, 미팅룸, 그랜드볼룸... 호텔엔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과 함께 섞이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장소가 많습니다.
흠... 이건 10 개를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끼워 넣은 냄새가 좀 나긴 하네요.ㅋ 시장 바닥에서 만나는 촌부들, 길거리에서 만나는 여행객들과의 조우 역시 흥미롭고 신선하지요...
“ 신뢰성 ”
종종 투숙이 임박한 시점에 확정된 예약이 호스트 임의로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는군요?! 여행자는 생소한 곳에 홀로 남겨져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잠잘 곳을 혼자 찾아 헤매야 합니다.
호텔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 이런 경우가 종종 실수에 의해 생기더라도 대체 숙박 시설을 마련해 줍니다 (turn away).
“ 좋은 위치 ”
호텔은 일반적으로 경제와 문화 생활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도시 중심부에 입지해요. 반면 에어비앤비의 숙소들 중 74%는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는군요? 종종 대중 교통이 미치지 않는 변두리에 있기도 하지만 도착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황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위 10 가지는 단어 하나로 요약될 수 있을 듯 하군요. '안전 Safety'...
이는 사실 에어비앤비가 영원히 풀지 못할 수도 있는 숙제나 마찬가지죠. 에어비앤비는 호스트들와 여행객 사이의 중계 매체입니다. 호텔처럼 숙박 시설을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형태가 아니므로 서비스는 호스트의 성향에 따라 제각각일 수 밖에 없어요. 호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탠다드란 에어비앤비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이기도 해요. 호텔의 천편일률적인 서비스 스탠다드에 싫증을 느낀 여행자들이 에어비앤비를 키운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이미지: 에어비앤비
'너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 위에 열거된 호텔의 장점은 에어비앤비의 단점입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그 까칠한 매력은 호텔이 원해도 갖기 힘든 것들이죠. 전혀 상반된 면들을 가진 숙박 형태들입니다.
호텔의 매력과 에어비앤비의 매력은 뚜렷이 구분됩니다. 어떤 숙박 형태가 더 어울릴 지는 여행자 스스로가 자신의 성향이나 여행 성격, 버짓 등을 고려해 맞게 선택하면 될 것이고요, 오늘의 포스트는 에어비앤비의 매력에 가려진 호텔의 매력을 환기시키는 정도로 봐 주시면 좋겠군요.
감사합니다.
참고한 글
10 Reasons Why a Hotel Is Better Than Airbnb
by Jessica Montevago
February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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