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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집안 싸움하는 호텔/메리어트-스타우드 인수 & 집안 싸움의 도구로 전락한 로열티프로그램


제목이 자극적인가요?


최근에 블친 한 분으로 부터 스쳐 듣고, 그리고 외국 사이트에서 본 기사 하나로 끄적거려 본 소설의 타이들입니다. 


심각하게 읽을 건 아니고요, 그저 일개 블로거의 과대망상 쯤으로 가볍게 보시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듯 하군요.



딜이 파생시킬 효과를 운운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메리어트의 스타우드 인수 합병은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니고요, 협상 과정에서 인수 대금의 적정성, 법 요건 충족 여부 등을 더 따져야 합니다. 이르면 올해 6월 이후에나 가능할 듯 하다더군요. 


관련글: 메리어트의 스타우드 인수합병, 조금 더 긴 해설과 분석



수많은 썰들이 지면을 어지럽히고 있지만, 이 mega deal이 촉발할 효과를 제대로 엿보려면 일단 계약이 마무리되고, 조직 통합 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된 이후에나 가능하게 되겠지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조직이 제자리를 잡으면 30여 개에 이르는 브랜드 정지 작업이 잇따를 듯 보이고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로열티 프로그램의 통합 작업이 딜을 실질적으로 완성게 되겠지요.



이미지: Implications Of Marriott Buying Starwood



마도 그때나 되어야 이 합병이 감추어 둔 진정한 파급을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단지 덩치만 키워 경쟁 호텔이 먹던 파이를 더 빼앗아 먹는 정도이거나, OTA와의 수수료율 협상력을 높이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혹은, 호텔 distribution channel을 파고들며 호텔의 수익률을 야금야금 갉아 먹고 있는 OTA, 그리고 불안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시장 자체를 잠식해 들어 오고 있는 에어비앤비와의 전쟁에서, 전세를 되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모양새이지만 그것이 가능할지, 어떤 형태일지 지금으로썬 짐작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엉뚱한 곳에서 안되는 집안의 전형이 노출되고 말았군요...... 


그렇지 않아도 블친 한 분으로 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SM 때문에 스스사가 한창 뜨겁다'라고... SM이 뭔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듯 하지요?! 저 역시 두어 번 들은 적은 있었지만 호텔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도 아니고, 해당 업무에 관련된 사람도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스쳐 지나고 말았던 개념입니다.



하얏트가 트위트에 올린 SM관련 정보

 


정확한 표현은 Status Matching이고요, Hotel Loyalty Program에 관계된 것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경쟁 브랜드의 중상급 맴버들을 등급 상향 등으로 유혹해 자사 프로그램으로 빼앗아 오는 로열티 프로그램 마케팅 활동의 일부입니다. 상시 프로모션은 아니고요, 자주 있지도 않은 듯 보입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각 브랜드가 간헐적으로 채용하는 모양이더군요. 


작년 말 하얏트가 저돌적인 포문을 열었고, 최근 힐튼이 뒤를 따랐는데, 그 배경이 곱게만 보이진 않군요. 충성도 쩌는 스타우드의 SPG 맴버들은 이번 인수합병 딜을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 듯 합니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동안 SPG high tier로 받던 혜택이 Marriott Reward과의 합병으로 인해 축소될까 우려하는 것이 주된 이유이겠지요.






경쟁 호텔들의 이번 마케팅 어프로치는 이들 SPG멤버를 주타깃으로 하는 듯 보이고요, 우호적으로 보더라도 메리어트와 스타우드의 인수 합병에 자극 받은 조바심 마케팅의 한 형태에 불과합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이는 집안 싸움과 다름 아닙니다.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활동도 아니요, 동일한 고객 풀을 놓고 호텔 간 뺏고 빼앗기는 진창싸움이거든요. 대형 브랜드들이 고귀한 명찰에 똥칠이 되는 걸 마다치 않는다면 결국 덩치 보잘것 없고, 맷집도 허접한 군소 브랜드가 피를 흘리게 되는 규모의 싸움으로 변질될 수도 있겠지요. 


브랜드들의 이런 전략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제 허울 좋은 기대가 초장부터 우스운 꼬락서니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허탈할 뿐이지요.... 



이미지: Loyalty Lobby



이 전략이 그다지 유효해 보이지 않는 또다른 배경이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다뤄 볼 예정입니다만 이런 일련의 마케팅 활동은 결국 프로그램 유지 비용의 증가로 귀결되겠지요. 아래 차트에서도 볼 수 있지만, 맴버들이 받는 혜택 (redemption)은 이미 투숙비의 10%에 육박합니다. 


이는 곧 호텔 측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다름 아니에요. 맴버들에게 돌려 줘야 할 이 반대 급부와 로열피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부대 비용을 합하면 10%를 간단히 상회하게 되겠지요?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종국에는 로열티 프로그램 유지비와 OTA 수수료를 비교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a)브랜드를 달고 로열티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지출하게 되는 비용과, (b)독립호텔로써 OTA에 의존해 고객을 받으며 지불해야 하는 OTA 커미션 사이의 간극이 좁아진다면 결과적으로 브랜드 매력이 희석되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출저: Switchfly hotel reward payback survey



독립 호텔들이 부담하는 OTA 수수료는 25% 내외로 알려졌고요, 구글과 트립어드바이저의 시장 참여(관련글 아래)로 조만간 20% 아래로 떨어질 공산이 큽니다. 인터네셔널 체인의 경우 OTA 커미션이 15% 내외인데, 그 갭이 더 좁아진다면 결코 저렴하지 않은 프랜차이징 피 franchise fee를 지불하며 굳이 브랜드를 달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브랜드 인지도나 서비스 스탠다드에 의한 일관적인 서비스 퀄러티 등 브랜드가 제공하는 다른 효익들이 있긴 합니다)


옛날과 달리, 객실을 판매할 수 있는 수단, 즉 전세계를 아우르는 예약망 distribution channel 등은 OTA 그리고 메타서치엔진 (구글과 트립어드바이저 등)을 위시해 이미 차고 넘치는 시장 환경입니다. 체인 브랜드가 선사하던 주된 매력 하나가 완전히 희석되고 말았어요. 


이미 유럽에서 그런 경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달리 독립 호텔들이 많은 유럽 시장의 경우, OTA가 예약망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요, 호텔과 OTA간의 관계 역시 '동업자' 틀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는 듯 하더군요. 


관련글: 구글, 적의 적은 친구인가? Google, OTA 그리고 호텔의 삼각관계

관련글: 호텔과 OTA의 전쟁, 전황을 살필 수 있는 몇가지



한 외국 칼럼에 따르면, 메리어트의 스타우드 인수 합병 배경 중 하나는 'OTA 커미션 율을 낮추기 위한 협상력' 때문이라더군요. 꽤 설득력이 있는 주장입니다. 위에서 추론했다시피, 이 commission ratio는 곧 브랜드의 존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종 말씀드렸습니다만, 브랜드 간, 크게는 OTA 그리고 에어비앤비와의 싸움에서 호텔 측이 현재 가용 할 수 있는 무기는 로열티 프로그램이 거의 전부입니다. 통합 메리어트의 전열이 재정비된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날 세컨드 임펙트를 대비해 경쟁 브랜드들은 로열티 프로그램의 체계와 내용을 손 보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는 듯 해요. 


이번 SM 역시 그런 활동의 일환입니다만 집안 싸움을 마다치 않고 경쟁력을 키우려는 지금의 행보는 순진한 제 눈엔 다소 달갑지 않군요차라리 최근 아코르가 선보인다던 새로운 플랫폼이 훨씬 감동적으로 보입니다.... (Accor is now AccorHotels and fights OTAs with open enrollment for independents)




도움 받은 글

The biggest changes to hotel rewards programs in 2015

Hilton targets other hotel elites with status match offer

The definitive ranking of hotel chain rewards progr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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