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텔이야기

서울의 특급호텔, 안녕하시렵니까? 호텔 객실, 과연 남는가, 모자라는가? [호텔 공급 적정성 논란]

 

당황스러울 지경입니다.

 

시장 상황을 보는 시각은 최근 1, 2년 사이에 급변했군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호텔 객실은 턱없이 부족하므로 하루 빨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기사들이 지면에 넘쳐 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온통 초과 공급을 걱정하는 기사들 뿐이군요?!


 

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이런 상황을 보는 건 매우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호텔리어들은 잔뜩 움추려 시설 투자에 신중할 수 밖에 없으며, 호텔을 짓고 있거나 앞으로 지을 예정인 개발자나 소유주 또한 갈피를 못 잡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정책 당국은 여전히 큰소리를 치고 있더군요. 그나마 최근엔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는 듯도 보입니다만 공급 정책을 바꿀 기미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정부가 믿고 있는 뭔가가 따로 있을까요? 혹여, 호텔이나 시장 상황을 분석하는 연구 기관,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를 퍼나르고 있는 언론의 시각이 잘못된 것일까요? 왜 정부가 바라보는 시장 상황과 판이하게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걸까요?

 

 

 호텔 객실 공급은 과연 과잉인가? 



실물 경기를 체감하는 호텔리어들은 근래 경험한 적이 없는 70% 언저리의 객실 가동율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는군요. 향후 2~3년 간 시장에는 계속 신상 객실들이 쏟아져 들어 올 예정입니다.  


이에 반해 정책 당국 및 정부 연구기관은 일관되게 객실 부족을 우기고 있군요. 아다시피 그 주장의 배경은 꽤 명쾌합니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래 관광객의 추세가 급한 오름세를 띄고 있기 때문이지요. 2010 880만명을 시작으로 매년 10% 넘는 증가세를 보여 왔고요, 2014년 에는 2010년 대비 61%나 증가한 142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정부의 당초 예상마저 뛰어 넘는 수치입니다. .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봄 내놓은 2014년 기준 관광숙박시설 수급분석이란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8년엔 2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 봤더군요. 2015년 메르스 여파로 인한 일시적인 추세 왜곡이 초래되겠지만 이는 전혀 허무맹랑한 추정이 아닙니다. 



[표1] 외래관광객 증가율/관광정보시스템

 


외래관광객의 유입이 엄청나게 늘었으니 해당 기간 동안 호텔의 살림살이도 많이 나아졌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시장 수급을 반영하는 대표 지표 중 하나인 객실 가동율은 2011년을 정점으로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고, 2012년 까지 오름세를 보이던 평균 객실료 역시 추세가 꺽였군요.[아래 표2] 2014년의 성적표 역시 (곧 발간될 예정) 이 하향세를 되돌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말대로 이 급증한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객실 공급이 늘었던 것일까요아래 [표3]을 보면 본격적인 호텔 공급 정책의 가시적인 결과가 2014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대비 36%의 공급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2011년 대비 45% 증가한 수요[표1]에 비하면 공급은 한참 모자란 수치이군요. 


정부의 예측보다 수요는 더 늘었고,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으니 호텔의 영업은 2011년에 비해 더 나아져야 앞뒤가 맞습니다. 하지만 왜 2011년을 기점으로 호텔의 운영 현황은 외래 관광객 증가세를 반영하기는 커녕 하락세를 띄고 있을까요참으로 요상스럽지요?! 



객실이 이미 넘쳐 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호텔들이 엄살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요? 늘어났다던 관광객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밤을 지세우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관광호텔업협회의 숙박업 운영현황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 전체 호텔 (관광 호텔, 전통 호텔, 호스텔 포함) 객실 가동율은 62.9%이었습니다. 일견 손익분기점 가동율 (Break-Even Point Occupancy - 아래 설명합니다) 근접한 상태로, 공급 과잉 상태라 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이는군요?  


[표2] 한국관광호텔업협회 관광숙박업운영현황/가족호텔, 전통호텔, 호스텔 포함

2014 운영현황은 곧 발간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전체 시장의 개괄 지표를 놓고 객실 공급의 적정성을 논하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지역 별로도 그렇고, 등급 별로도 수요와 공급상의 불균형이 뚜렷이 혼재해 있거든요. 정부가 보는 시장 상황과 호텔리어들이 체감하는 상황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는 바로 그 이유입니다. 


주로 대형 호텔에서 주로 투숙하던 일본발 관광객 등 고가 수요는 급격히 줄어든 대신 늘어난 수요는 1성, 2성급 저가 숙박시설과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일반호텔업, 그리고 불법숙박시설에 몰렸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특별법에 의해 시장에 주로 풀린 숙박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에 있던 특급 수준의 고가 호텔들입니다.[각주:1] 


따라서 최근 공급이 주로 쏠린 서울 특급 호텔의 경우 [아래 표4] 향후 2~3년 내 초과 공급 상태[각주:2]로 진입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외래관광객 믹스가 재편되어 새로운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서울 소재 저가 호텔 (관광호텔 뿐만 아니라 공중위생법 상 일반호텔 포함)의 경우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더군요.



 적정 공급을 따지는 기준  

 


적정 공급을 따지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동안 객실이 턱없이 모자란다며 규제를 허물고 호텔 건축을 부추겼던 정부가 생각하는 적정 객실 공급 수준은 무엇일까요? 


관광연구원의 수급 분석에 따르면, 객실 공급이 아직도 부족하다며 기준으로 삼았던 연평균 객실가동율이 80%이더군요(호텔을 배려한답시고 그나마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쉽게 말하면, 대상 지역 호텔들의 객실가동율이 80%를 하회하면 호텔의 공급이 많은 것으로 볼 수 있고, 80%를 초과하면 객실 공급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표3] 관광숙박업등록현황/문화관광체육부 (관광호텔, 가족호텔, 호스텔업 포함)


 

그렇지만 이것으로 공급 적정성을 따질 수는 없습니다. 연구원이 사용한 이 적정 객실 가동율은 단순히 향후 객실 수급을 추정하기 위해 논리적 근거 없이 채택한 기준이거든요. 


참고로, 이 추정은 이전에 서울시가 내놓았던 2014년 외래관광객 1380만명, 이럴 경우 객실이 1만 5천실 모자랄 것이라던 추정을 결국 자승자박한 꼴이었는데, 관광객은 애초의 예상을 훨씬 상회한 16.6%, 1420만명이 들어 왔음에도 서울의 객실가동율은 전년 75.2%에 비해 더 하락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2014년 호텔업 운영현황은 곧 발간될 예정이므로 따로 한번 다루도록 하고요..







2013년 7월 발간된 한국신용평가의 ‘서울/수도권지역 객실초과공급을 걱정할 때인가’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추정한 외래관광객 증가 추이와 이에 따른 정부의 공급 정책 (2011년의 2배 물량)이 예상대로 이뤄진다는 가정 하에 2017년 예상한 객실 가동율이 70%였습니다. 추정의 적격성 여부에 상관없이 여기 제시된 객실 가동율이 의미하는 바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성자는 이 70% 객실 가동율을 호텔의 자산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기준 운영 상태로 봤더군요. 이는 업계에서도 특급 호텔의 손익을 고려한 한계 객실 판매율로 대충 수용하고 있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현업의 호텔리어들이 인식하는 심리적인 저항선이랄까요?!


따라서, 다소 보수적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서울 full service 특급 호텔의 경우 이 70% 수준을 초과 공급이 발생하는 최저점이라 봐도 무리가 없을 듯 보입니다. 일부의 예이긴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 소재 럭셔리 호텔 몇 곳은 70% 중반대의 객실 가동율로도 이미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한국신용평가의 ‘서울/수도권지역 객실초과공급을 걱정할 때인가’ 


 

참고로, 미국의 몇몇 보고서 (다소 오래된 자료입니다. 최근엔 이런 자료를 내놓지 않는 듯 하군요)에 의하면 손익분기점 객실가동율 (객실점유율/BEP Occupancy Ratio) 50%대 후반에서 60% 정도의 수준으로 보더군요. 물론 스케일이나 호텔의 전반적인 수준, 호텔 조성비용, 인건비 현황, 호텔의 매출구성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호텔 산업에 대입해도 크게 무리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60% 내외의 객실 가동율을 호텔이 결손을 내지 않고 영업할 수 있는 기준점이라 채택할 수 있다면 개별 호텔별로 객실가동율 60~70% 사이의 어느 지점이 공급 초과를 가늠할 수 있는 포인트로 어림잡을 수 있겠지요.

 

 

 서울의 호텔들은 안녕한가?  



외래 관광객의 80%가 몰리는 서울의 경우, 2013년에 75% 정도의 객실 가동율을 보였으니 당장 초과 공급을 말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말머리에서 언급한 대로 등급별 수급조절 정책이 절실해 보이는군요.


[표4] 서울 지역 관광호텔 객실운영 현황/자료: 2013년 관광호텔업 운영현황



중국과 동남아에 주로 치우친 외래 관광객이 지금의 추정대로 2018년에 2000만 명을 넘더라도, 현재 계획된 수준으로 신규 공급이 이뤄진다면 특급 (4성 급) 이상의 고가 호텔은 초과 공급으로 인해 40%~ 50%대로 객실 가동율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더군요. 반면, 1 급 (3성 급) 이하의 관광 호텔 및 일반 호텔, 모텔 등에 대한 저가 수요는 넘쳐 나 경기도 인근의 호텔에서도 객실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폭증 수준의 외래관광객, 그에 따라 객실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정부의 논리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없어 호텔에 파리 날리고 있다며 객실 공급과잉을 걱정하는 특급 호텔 호텔리어의 항변 역시 틀리지 않은 말이지요. 문제는 등급 간 수급 차이에 있으며 주로 특급에 치우쳐 있었던 정부의 공급 정책은 방향이 완전히 잘못된 것입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국 FIT (개별 여행객)의 경우 기껏해야 10만원, 중국 단체의 경우 5만원 내외가 하루 지불하는 숙박료 평균이라 했으니 서울 도심의 특 1, 2급 호텔은 고사하고 번듯한 1급에 투숙하는 것도 어림없는 금액입니다. 


늘어난 중국 관광객은 서울 변두리, 여차하면 수도권의 1, 2성 급 관광 호텔과 통계에 제대로 포착되지도 않았던 일반 호텔, 게스트하우스, 모텔, 불법 서비스드레지던스 등으로 흩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새로 서울에 지어지고 있는 호텔들은 대부분 특 1급이나 특 2급 호텔 (5성, 4성 호텔)이니 이런 세그먼트에서 초과 공급이 생기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부산과 제주의 사정도 서울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 듯 하더군요. 전문가들은 2018년이면 이들 시장도 공급과잉 상태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한번 다룰 수 있도록 하고요...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따라서, 지금의 상황을 두고 객실 과잉공급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등급간 수급 불균형 상태로 보고 정책 여력을 재조정해야 올바른 대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자칫 방치되면 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최근에 발간되는 연구용역 보고서들은 이런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여태 취해 온 정책 당국의 공급 정책이 하루 빨리 적절한 방향으로 선회해야 하고요, 신규 사업계획 승인 기준에 대한 영점 조정도 필요해 보이는군요. 



2.


공급 초과가 주로 예상되는 세그먼트인 특급 호텔들은 서비스를 차별화함과 동시에 주소비계층인 일본 관광객과 중국 부유층을 유인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최근 메이저 호텔들은 이런 부분에 부쩍 신경을 쓰는 눈치더군요. 


포지셔닝이 애매한 특급 호텔의 경우는 상품성을 높여 럭셔리 마킷을 타겟하며 차별화하거나,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면 하단의 중상층 세그먼트에 특화된 서비스와 가격 정책을 염두에 둬야 할 필요도 있겠군요. 40~50% 객실 점유율로는 호텔리어 인건비를 충당하기에도 턱없는 수치입니다. 

 





3.


중국 단체나 동남아 관광객이 주로 이용, 공급이 태부족인 저가 호텔들에 대한 공급 정책 역시 제고되어야 합니다. 언론에 노출된 걸 본 적은 없지만 게스트하우스 등에 대한 제도 정비는 이미 착수했더군요. 


불법 운영 중인 시설에 대한 단속과 동시에 이들을 잡음 없이, 그리고 기존 호텔 업계에 불이익이 초래되지 않는 수준에서 제도권으로 편입할 수 있는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하고요, 기성 경제권 밖에서 호텔 시장을 빼앗아 먹고 있는 에어비앤비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일부 기사에 의하면 공급량 기준으로 10% 정도의 쉐어를 점하고 있다더군요. 호텔이 적용 받는 엄격한 시설 기준, 그리고 각종 세금 부담을 감안하면 아주 불공정한 게임을 하는 셈입니다. 



여하튼, 피부로 체감하고 있지 못하지만 특급 호텔들의 사정은 향후 2, 3년 내 꽤 각박해질 듯 보이는군요. 연구 보고서에 언급되었던 50% 대의 객실 점유율은 저로썬 상상할 수 없는 수치이고요, 최근 메르스가 한창일 때 객실 점유율이 4, 50%대로 내려 앉자 일부 호텔들은 그 민낯을 고스란히 내보였더랬습니다. 



어쩌면 줄어든 파이를 놓고 진창 싸움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일각의 우려가 기우에 그칠지 아니면 현실이 될런지 지금으로썬 예단할 수 없어요. 호텔리어 제위께서는 일단 '딥임펙트'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게 좋을 듯 보이는군요.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호텔아비아 11월 호



원래 쓸 예정에 없던 글이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올렸던 포스트 (썰 #5 서울 객실공급, 넘치는가? 모자라는가?)로 잠시 소란스럽기도 했었고요, 이미 늦은 듯 보이긴 하지만 문체부나 서울시 등 정책 당국이 문제를 정확히 보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호텔아비아 11월호 대담 기사 '국내 호텔 객실 공급과잉 문제'에 기고를 요청해 왔었습니다. 부랴부랴 공부하고 찾아 보며 좀 급하게 작성했는데, 내용의 대부분은 업계 전문가들에 의해 다뤄진 것들입니다.

 

더 전문적인 분석 내용은 아래 파일을 올려 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광호텔 확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개세미나_20140116.pdf

서울시 숙박시설의 유형별 수급실태와 대응방안.pdf

서울_수도권지역호텔공급초과를걱정할때인가_.pdf

수도권 호텔 수급 현황 및 전망(권태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pdf




 

호텔이야기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1. 서울연구원의 정책리포트 ‘서울시 숙박시설의 유형별 수급실태와 대응방안’에 따르면 2011년~2013년 사이에 서울에 들어선 신규호텔의 90%가 이들 고가형 호텔임 [본문으로]
  2. 서울연구원의 서울연구원 ‘서울시 숙박시설의 유형별 수급실태와 대응방안’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새로 들어선 호텔의 90%는 특 1, 2급 수준의 고가 호텔임. 아울러, 특 1,2급 고가 호텔의 경우 2018년 객실가동율을 40% 로 추정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