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텔이야기

골머리 아픈 국내 호텔시장, 흥미로운 경영기법/분양형호텔, 리츠, 마스터리스, Third Party Management

1.


혼란스럽습니다.

 

분양형 호텔?

마스터리스에 의한 호텔 운영??

리츠??? 

 

오락가락 호텔 객실수급에 대한 시장의 전망 만큼이나 새로이 소개되는 경영기법 또한 복잡해 보입니다. 소식을 접할 때마다 대단히 혼란스럽고, 일면 당황스럽기까지 하군요.


마침내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만 소외되고 뒤처지는 것인가?

 

급변하는 시장, 하지만 완고하게 자리잡은 늙은 고집은 새로운 지식을 수용하는 것에도 훼방질을 놓습니다. 아마도, 십 수년 업계에 헌신하고 계신 호텔리어들이라면 느끼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업계 사정엔 어쩔 수 없이 어두울 수 밖에 없는 학교의 교수님들 사정 또한 별반 차이가 없을 테지요.


따로 공부해 본 적도 없고, 몇 년 전까진 듣도 보도 못했던 생소한 개념들..... 


하지만 서구에선 이미 일반화된 것들로 3~5년 전부터 국내에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쯤이면 이들에 대한 개념정리 정도는 나올 법도 합니다만 모두들 시장 따라잡기에 급급한 모양이군요. 인터넷을 뒤적여봐도 단편적인 정보들만 흩어져 있을 뿐입니다.


줏어 들은 서당개 풍월로라도 일다 정리해 놓고 가야 마음이 편할 듯 하군요. 부족한 부분들이 섞여 있으니 업계 곳곳에 흩어져 계신 블친 분들과 폐친 분들의 도움 말씀 기대합니다.




2.


들어가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호텔의 소유와 경영/운영에 대한 개념을 좀 분리해 놓고 볼까요?! 더 복잡한 형태들도 있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호텔은 아래 세가지로 크게 구분합니다.


  • 오너가 스스로의 명찰을 달고 직접 운영할 수도 있고 (독립/독자운영호텔)

  • 오너가 다른 이의 명찰만 빌려와 직접 운영할 수 있으며 (프렌차이즈호텔)

  • 아예 통째로 다른 주체에게 운영을 위탁할 수도 있습니다 (위탁경영호텔)

 

친숙한 명찰들이지요? 이들 인터네셔널 체인 브랜드는 호텔을 위탁 받아 경영을 하기도 하고, 브랜만 빌려 주기도 하지만 직접 소유, 운영하기도 합니다.

 


호텔 하나를 지어 올리기 위해서 얼마나 필요할까요?


입지나 시설수준 등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만 서울 요지의 400실 규모이면 약 1000억 내외 소요될까요? 왠만한 대기업이 아니면 엄두 내지 못할 엄청난 규모, 운영 시점의 위험 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고, 환금성 조차 좋지 않은 비대한 덩치의 부동산이니 돈 좀 있다고 아무나 집적거릴 수 있는 투자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씨만 일단 뿌려두면 나중에 돈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흥부네 박 같이 보이는 시장이라면 너나 없이 군침을 흘리겠지요?!


호텔 객실 하나는 강남 아파트 한 채 값?/호텔 조성비용 Hotel Development Cost [링크]


마침 달리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돈이 시장에 널리고 널렸습니다. 군침 흘리는 투자자들이 많으니 이들의 돈을 한 바구니에 모으기만 하면 되겠네요?! 기관도 있고 사채시장의 큰 손도 있고, 당연히 용감한 개미들도 꼬여 들고......

지금은 꽤 신중해졌지만 불과 1년 전까지의 상황이 이랬습니다.

 

여러 펀딩 funding 수단을 동원해 돈을 모으고, 이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는 상품을 부동산 파생상품이라고 부릅니다. 이들 중 호텔로 투자되는 형태는 주로 부동산펀드 (REF Real Estate Fund)와 리츠 (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로 나눌 수 있는데, 리츠는 투자금이 모여 회사를 구성하는 형태이며, 부동산펀드는 흔히 아는 펀드의 일종이군요.

특성에 차이를 보이지만 우리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 아래의 링크로 대신하고요.

리츠와 부동산펀드



이미지출저: 이코노미조선

 

3.


이들과 성격은 다르지만 목적물을 먼저 지은 후 일반 개미 투자자를 주로 타깃해 분양하는 형태를 추가하면 크게 아래의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군요.

  • 부동산펀드 REF

  • 리츠 REITs

  • 분양형 


다소 복잡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은 곧 호텔의 소유주, owner입니다. 우리가 흔히 봐 왔던 형태의 법인들 또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아니니 좀 어색할까요? 신라스테이와 롯데시티호텔 등이 마스터리스에 의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데 이들 호텔의 소유주는 호텔신라나 롯데호텔이 아니라 대부분 위 부동산펀드들과 리츠들이에요.

 

분양형 호텔의 경우는 객실을 분양 받은 개개인들이 소유주가 되겠군요. 종이신문의 광고면을 거의 매일 한가득 채운 호텔분양광고 보신 적 있으시지요?! 개인투자자(소유주)를 모으는 광고인데 최근 명동 요지의 르와지르 호텔이 대표적이고요, 제주도에 새로 들어서고 있는 호텔들 또한 대부분 이 분양형 호텔입니다.





4.


드디어 돈을 모으고 이 돈으로 호텔을 지었습니다. 그럼 이들 호텔은 누가 운영해야 할까요? 호텔 운영엔 잼병,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이들 펀드나 리츠[각주:1]혹은 개인들에겐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요?! 우리가 흔히 알던 형태가 아닌 아주 재미있는 운영 형태들이 등장합니다.


  • 마스터리스 Master Lease (책임임차계약)

  • 써드파티 메니지먼트 Third Party Management


마스터리스는 호텔을 지어 10~20년 간 임대하는 것인데, 위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선 호텔신라와 롯데호텔이 신라스테이와 롯데시티호텔이란 브랜드로 몸집을 한창 불리는데 사용하고 있는 수단입니다. 소유주(부동산 펀드나 리츠)는 임대료를 챙겼으니 그 기간 동안 호텔은 쳐다 보지 않아도 되고요, 운영사는 열심히 몸빵치면 임대료 제하고 제법 두둑한 돈을 챙길 수도 있겠지요?! 당초 추정한 만큼 영업이 좋지 않으면 운영사가 손실을 떠앉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호텔 운영주체는 또다른 노림수도 갖고 있습니다. 엄청난 덩치의 인터네셔널 체인에 대항할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있거든요. 신라와 롯데는 30년 전만 해도 듣보잡이나 다름 없던 브랜드를 각고의 노력으로 지금 수준까지 키워냈습니다. 비록 지금은 국내 시장에 한하지만,,,



신라스테이 역삼/이미지출저: 헤럴드경제 


출저: 머니투데이/이부진사장, 펀드,리츠와 손잡고 호텔리더 굳힌다

 


5.


호텔의 경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놈놈놈'들을 다시 한번 분리해 볼까요?!,,,,

 

  1. 호텔을 갖고 있는 놈 (Owner) A

  2. 든든한 명찰 (브랜드)를 갖고 있는 놈 (Franchisor) B

  3. 위탁 받아 든든한 명찰과 함께 경영까지 대신 해 주는 놈 (Management Company) C


왠만한 인터네셔널 호텔체인은 b와 c의 기능을 겸합니다. 국내 시장의 사정을 대입해 이들 관계를 엮어 보면 아래와 같이 호텔 경영형태를 간단히 다시 그릴 수 있습니다.


  • 독립호텔/독자경영호텔: 국내 Owner A가 스스로 만든 듣보잡 명찰로 마이웨이 - 신라/롯데/플라자/그랜드앰배서더/임피리얼팰리스/케이호텔/팔래스호텔

  • 프랜차이즈호텔: 국내 Owner A가 직접 경영하지만 면상에 자신이 없어 B 명찰을 빌림 - 쉐라톤워커힐/그랜드인터/웨스틴조선/그랜드힐튼

  • 위탁경영호텔: 스스로에 대한 능력과 자신감 부족으로 경영 자체를 C에 위탁 - 리츠칼튼/메리어트 서울,동대문/쉐라톤디큐브시티



 


서울 특 1급호텔들을 기억 나는대로 언급했는데, 역시 호텔리어들에겐 이미 익숙한 형태들이지요?! 하지만 써드파티 매니지먼트 Third Party Hotel Management는 또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소유주는 부동산펀드나 리츠, 혹은 분양 받은 개인들인데, 이들은 호텔을 경영할 깜냥이 아니니 통째로 임대해 버리거나 (마스터리스), 이마저도 안되면 운영을 다른 놈에게 맡긴다고 했지요? 하지만 위의 C 같이 얼굴이 반반한 곳을 쓰자니 꼴값을 하네요?! 아주 비쌉니다.

그래서 같이 번듯한 명찰은 아니지만, 다소 저렴한 명찰을 느슨한 형태로 빌려 오고 (brand franchising), 운영은 C 같이 비싼 대형 체인이 아닌, 운영전문회사에 맡기는 절충안을 찾습니다.


최근에 국내 분양호텔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명찰이 라마다 브랜드이고요, 명동 르와지르의 경우는 자칭 세계적인 일본 쏠라레 그룹의 르와지르 브랜드인데 저는 들어 본 적이 없었으니 그토록 세계적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존경하는 구독자 한 분의 댓글을 인용합니다.


일본 최대규모의 외국자본 호텔체인이라고... 대부분의 호텔은 일본에 위치한... 최대규모인데 왜 난 몰랐을까 자책하며 좀 더 찾아봤더니, 부동산 투자회사인 치산그룹이 파산, 론스타가 인수해서 솔라레 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하네요.


윈덤 계열의 라마다 브랜드를 달 분양형 호텔

 


여기에 전문적인 운영사(대형 호텔체인이 아닌 non-branded property management company)를 끼웁니다. 이들을 써드파티 매니지먼트 회사 Third Party Management Company라고 일컫는 듯 합니다만 당연히 우리나라에선 최근에 도입되는 개념입니다. 르와지르의 경우는 산하 HM (Sanha HM)이라는 회사가 운영주체이던데 국내시장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는 듯 하더군요.


third party management sample.pdf

HM_0314_ThirdPartyMgt.pdf



6.


이 분양형 호텔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최근에 득세하고 있습니다만, 그 근저에는 일반 호텔이 쏟아 내는 원성과 동일한 이유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호텔 수요시장의 사이즈가 애초 정책당국이 떵떵거렸던 수준으로 과연 커질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순진한 개미 소비자들을 꾀어 사기질 했다는 소리도 터져 나올 공산이 농후하지요?! 법인격이야 원래 스스로의 투자에 대한 책임을 당연한 것으로 잘 알고 있으니 뒷말이 작습니다만, 일반 투자자들, 특히 개미들이 개입되면 가사 탕진에 가족생계 등 심금을 울리는 자극적인 말들이 봇물 터지거든요.


쏟아지는 분양형호텔, 묻지마 투자 경보음/기사출저:한경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만, 정책당국을 제외하곤 반응이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은 듯 하군요. '용자만이 미인을 취하고 돈도 번다' 하면 더 할 말 없습니다. 저 같이 보수적인 사람이 돈을 벌지 못한 건 사실이니까요..


호텔이야기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1. (아울러, [부동산투자회사법] 제 21조와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 229조에서는 리츠와 부동산펀드의 부동산 투자 방법으로 부동산의 취득, 임대, 개발 정도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임대외 운영에 의한 수익형태를 따로 취할 수 없습니다/호텔아비아 2015.04 '부동산간접투자의 호텔투자 특징 및 활성화방안 - 김태원 리치먼드자산운용)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