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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개관/업스케일 호텔의 진면목


마침내 개장합니다.



혼탁한 시장에 막 발을 들여 놓은 업스케일 신상, 

턱 밑을 치고 들어 온 잠재적 경쟁자.....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Four Points by Sheraton Seoul, Namsan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서울 대부분의 특 1급 호텔들은 풀서비스 어퍼업스케일 full service/upper upscale, 새로 문을 연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은 특 2급 포커스드 서비스 업스케일 focused service/upscale 체급이니 언뜻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이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초대해 주신 분은 짐짓 부정했지만, 저도 알고 그 분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당장은 영양가 없어 보이는 빈약한 밥그릇 하나를 놓고 서로 치열히 싸워야 한다는 걸...


사이즈와 구성을 달리하지만, 역량이 집중된 상품 요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2가지 타입으로 가짓수를 줄인 객실과, 하나 남긴 올데이다이닝 레스토랑 (bar가 있긴 하지만 특 2급, 무궁화 다섯개를 달기 위한 구색일 뿐입니다) 또한 늙은 몽돌이 틈틈이 봐 왔던 여의 특 1급 호텔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더군요. 



 잠재적 경쟁자 



기성 호텔들이 full service라는 명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너나없이 갖추고 있던 부대서비스들... 포포인츠는 이들 대부분을 없애거나 기능을 줄이는 대신, 비장을 무기를 갈고 닦았습니다. 


'가격'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남산 서울은 다소 저렴한 가격에, 번듯한 잠자리와 아침식사면 족한 부류를 스나이핑하는데, 이 마켓은 특 1급 upper upscale의 중하단부를 점하는 믹스와 일부 겹칩니다. 단체 관광객과 외항사 crew가 그렇고, 일부 저가 corporate account가 그렇습니다. 


럭셔리나 어퍼업스케일 호텔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방값을 지불하며 이국 호텔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희구하고 다양한 부대시설을 부족함 없이 누리며 편안하고 럭셔리한 잠자리를 찾는 그런 고객들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이 믹스는 호텔이 공들여 갖춘 부대 서비스에는 유인되지 않는 듯 하더군요. 아침 일찍 나가서는 왠종일 밖을 싸돌아 다니거나 일을 보다가, 늦은 저녁 잠잘 녘에나 호텔로 돌아오니까요. 설령 시간이 남아 돌아도, 바깥의 것들을 기웃거리기나 하지 소비여력을 호텔 내부로 남겨 오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업스케일 호텔의 본질 



이런 전략은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만 새롭게 채용한 것이 아닙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어도, 최근에 들어선 대부분의 업스케일 호텔들, 엊그제 소개해 드린 코트야트 메리어트와 알로프트, 신라스테이, 롯데시티가 그러하며, 최근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로컬 브랜드들 역시 그러합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또다시 깨진 늙은 호텔리어의 선입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영등포, 업스케일 호텔의 본색



이들 업스케일은, 풀서비스 호텔을 추종하는 기성 특 2급 체급들과도 다르고, 이비스 계열과 토요코인이나 도미인 등이 일반적으로 지향하는 미드스케일 mid scale 과도 다소 다릅니다. 전형적인 '선택과 집중', 즉 객실과 올데이다이닝, 상용고객이 애용하는 일부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는 대신 애매해 보이는 부대서비스는 희생시키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포포인츠는 객실도 슈페리어와 딜럭스 2개 타입만 갖추고 있으며, 레스토랑도 하나, 작은 규모의 미팅실도 달랑 2개만 갖추었을 뿐더러, EFL 라운지도 없으며 피트니스 또한 아주 작은 사이즈로 줄였더군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부대시설을 대부분 줄였지만 번듯한 객실에, 만만치 않은 브랜드 파워까지 갖춘 업스케일이 4, 5만원 낮은 rate list를 손에 들고 특 1급의 오랜 corporate 거래처를 방문합니다. booker들이 옛정리 생각해 이들의 제안을 정중히 사절하게 될까요? 


마케팅 담당자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으나 전 그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스케일이나 등급에 대한 고민이 없진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이들 account는 입지와 가격에 민감합니다. 오랜 동안 거래해 오면서 쌓은 정리는 한순간에 헌신짝 처럼 버려질 수도 있어요. 


FIT의 사정은 그나마 나을 것으로 보지만, 그렇다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부류 역시 못됩니다. 로열티 프로그램의 구속력이 다소 강하다 쳐도, 대부분의 고객들은 온갖 브랜드의 로열티 프로그램에 다 가입하고 있으며, 역시 가격에 민감합니다.



 특 1급, 어퍼 업스케일 호텔의 숙제 



이 새로운 유형의 경쟁자들을 상대로 기성 특 1급 어퍼업스케일 호텔들이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요?


퀄러티 높은 하드웨어?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서비스? 다양한 객실타입? 수영장??? 이런 요소들이, 저렴한 가격에 맞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독특한 스토리? 어퍼업스케일이 고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이들 업스케일이 가지지 않은 스토리는 무엇일까요?

아니면 세심한 서비스? 특 2급 업스케일과 특 1급 어퍼업스케일의 서비스 수준이 고객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차별화되어 있을까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차라리 호텔 신라의 경우처럼, 럭셔리 위상을 고수하기 위해 3, 40%대의 처참한 객실점유율도 견뎌가면서 고가정책을 유지하고, 서비스 퀄러티를 제고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을 유지하며 교육훈련에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는 차별화전략이 이런 혼탁한 시절에 오랫동안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력한 방편일까요?



저는 그 답을 알 수 있는 깜냥이 못됩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해 보이는 점은, 어퍼업스케일 호텔들이 풀서비스 체급으로써의 채면을 내세우며 변화하는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시장은 시나브로 잠식 당하겠지요. 지금처럼 럭셔리나 어퍼업스케일이 주로 타깃팅하는 고가 마켓이 정체되고, 공급 시장만 주로 성장하는 암울한 시절이 계속되면 위기는 더 빨리 닥칠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저 늙은 몽돌은 세상의 모든 일을 일단 보수적이고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경리쟁이라는 점입니다.....



*   *   *



말머리가 너무 길어졌지요?! 그동안 한번쯤은 이 주제에 대해 다뤄 보고 싶었습니다만 비로소 기회를 잡았군요. 엊그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와 지금의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남산 서울을 방문하고서야 이들 업스케일의 진면목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은 스타우드 Starwood 계열의 업스케일 체인입니다. 1995년 쉐라톤이 보유하고 있던 미드스케일 쉐라톤 인 Sheraton Inn이 모태이고요, 1998년 쉐라톤 브랜드가 스타우드로 인수되면서 2000년 업스케일로 다시 런칭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인데, 이로써 스타우드 계열 중 럭셔리 스케일 W호텔, 어퍼업스케일인 쉐라톤과 웨스틴조선, 업스케일인 알로프트와 포포인츠 등 5개 체인이 국내에 도입되게 되는군요. 듣자니, 또다른 사업자가 강남 요지에 제 2의 포포인츠를 계획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파르나스 타워에 오를 예정이었던 스타우드의 또다른 럭셔리 명찰 '더럭셔리컬렉션'은 무산되었단 얘기가 시장에 파다하더군요.



그나저나 포포인츠 Four Points의 의미가 내내 궁금했었습니다. 영업담당 팀장님께 여쭈니 포포인츠의 브랜드 로고인 바람개비의 4개 날개를 의미한다네요?! 특 2급, 동판 무궁화 5개를 달았는데, 내심 새로운 등급체계를 수용해 우리나라 최초로 별 4개를 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군요.


쉐라톤과는 경영위탁계약이 아니라 프렌차이즈 계약을 맺었습니다만 신세계조선의 위상을 감안하면 당연한 모양새입니다. 100년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모기업 신세계조선호텔이 경영을 위탁할 이유가 없지요. 참고로, 브랜드에서 프렌차이즈 계약 형태를 쉽사리 수용하지는 않습니다. 경영위탁계약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거들랑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브랜드 로고



이 컴플렉스의 건물주들은 따로 있습니다. 2개 빌딩 중 1개 동은 오피스텔, 호텔이 들어선 빌딩의 1층 ~ 18층은 오피스가 점하고 있는데 호텔이 점유한 빌딩의 소유주는 맥쿼리자산운용이고요, 신세계조선호텔과 20년 장기임차계약 (마스터리스)을 맺었습니다.  호텔의 메인로비는 19층이며 객실은 20층에서 30층까지 들어갔는데, 더 상세한 배경은 아래 링크의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글: 신세계조선호텔과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채용정보 추가



포포인츠바이쉐라톤 서울 남산의 인벤토리는 342실입니다. 객실 타입은 크게 보면 2가지 뿐인데, 업스케일이 굳이 많은 비용을 투입하며 다양한 타입을 구성할 필요는 없어 보이긴 하군요. 예상 ADR과 객실점유율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바가 있습니다만 언급하기엔 너무 이른 느낌이군요.


레스토랑은 모두 2개이지만 역시 1개나 마찬가지로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체급의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를 다룰 때 이런 경향에 대해 자세히 언급한 적이 있으니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요,,


관련글: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또다시 깨진 늙은 호텔리어의 선입견..




그런 내색을 관계자 분들께서 하신 적은 없지만, 신세계조선호텔이 이곳에 매겼음직한 상징성을 감안한다면 걱정이 없지 않을 듯 생각됩니다. 그룹이 거는 기대가 작지 않겠지만 입지 주면의 마켓이 아직 성숙되지 못했거든요.



사실 이곳에 호텔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서는 '뭥미' 했더랬습니다. 직전의 포스팅에서 언급되었던 서울 서남권 시장에 비해 크게 나아 보이지 않았던 입지라고 생각했거든요. 이곳의 수요시장은 성숙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용산쪽이 재개발되면서 시장의 사이즈가 커지면 조금 개선되겠지만 참고 기다리기엔 다소 긴 세월이겠군요.



 복잡다난한 시장환경 



명동과 남대문시장에 인접했지만 이 시장을 나눠 먹고 있는 호텔들은 이미 많고, 앞으로도 한참 더 들어설 예정입니다.





하나투어는 회현역 앞 인송빌딩을 리모델링한 후 티마크 브랜드로 500여실을 내년에 쏟아 낼 예정이고요, 회현동 신세계 백화점 옆에는 신세계조선이 또다른 브랜드를 계획하고 있으며, 남대문 앞 오거리 부지에는 또다른 코트야드 메리어트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남대문에서 명동 방향으로도 M호텔을 비롯해 두어개 신규 호텔들이 층수를 높이고 있긴 하던데, 이들은 명동과 시청권역의 수요를 놓고도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포포인츠 바로 옆에는 동부가 700실 규모의 듀얼 브랜드를 계획하고 있으며, 1km 정도 떨어진 서대문에도 신라스테이가 같은 날 문을 열고 300여실의 공급물량을 시장에 투척했지요?! 반대쪽 용산에는, 서부티앤디가 개발하고 앰배서더 호텔그룹이 운영할 아코르의 4개 브랜드, 어마무시한 1700여실이 2017년에 공급될 예정이기도 합니다. 



회현역의 옛 대한전선 사옥 인송빌딩



앞으로 국내 호텔시장의 사이즈가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 커지기는 하겠지만 안정될 때까지 얼마 동안을 인고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재무적인 맷집이 허약한 곳은 중간에 나가 떨어지고 주인이 바뀔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기성 대형 호텔과 포포인츠와 같은 대기업 계열의 호텔들은 오래 살아 남습니다.



 신세계조선과 호텔사업 



신세계조선호텔이 이런 시장 환경에 대해 몰랐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경쟁그룹들의 확장 행보를 손놓고 볼 수만은 없었겠지요. 신라와 롯데는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어 수십개의 브랜치를 목표로 한창 몸집 불리기에 열중하고 있고, 파르나스호텔 또한 뒤늦게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신세계조선의 접근법은 이들과 다소 차이가 있긴 합니다. 세컨드 브랜드가 아니라 유명 체인의 이름표를 빌려왔으니까요... 장단점은 당연히 있습니다만 신세계조선이 그동안 확보했을 경영 노하우를 감안하면 세컨드 브랜드를 런칭해도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부적으로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저야 알 리 없지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객실



사정이 어떠했거나,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은 신세계조선호텔에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 호텔인 듯 생각됩니다. 다소 늦긴 했지만 제 2의 도약을 이끄는 전초기지나 다름없어 보이거든요. 부디 주변의 호텔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의 시설 하나 하나에 대한 리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