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불안해집니다.
언론 매체의 지면을 넘쳐나는 현란한 문구....
그 투자자 모집 광고들을 보노라면 왠지 상투시점의 주식시장 스멜이 풍기기도 하고, 2000년 전후 기획부동산의 폐해가 오버랩되기도 하는군요.
몇 분께서 여쭈어 왔던 주제였지만 외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관심은 많았지만 썰을 풀어 낼 수 있을 만큼 상황을 잘 알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최근의 기사들을 보고선 좀 놀랐는데, 지인 몇 분께서 훌륭한 분석 기사들을 올리셨더군요. 이들을 인용해 투자에 신중해야 할 이유를 간단히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관건은 “객실을 채울 수 있느냐” 입니다.
만약 객실을 애초 예상대로 채워 넣을 수만 있다면 이런 류의 포스팅이나 최근 득세하고 있는 부정적 논조의 기사들은 모두 쓰레기 글들입니다.
객실을 과연 채워 넣을 수 있을까요?
근원을 파 보면 결국 정책당국의 호텔객실 수요예측이 있습니다. 2011년 급하게 늘어난 관광객을 보고 정부는 화들짝 놀랍니다. 장미빛 전망을 쏟아내며 부랴부랴 숙박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규제를 풀어 공급 시장을 부추겨 왔으며, 우려의 목소리가 봇물 넘치는 지금 이 시각에도 굳굳히 밀어 부치고 있지요.
하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정부의 공급 정책은 일단 빗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호텔은 엄청 증가했지만 2011년이나 2012년에 비해 불꺼진 창, 빈 방이 되려 더 늘었거든요.
관련글: 서울 특급호텔, 안녕하시렵니까? 호텔 객실, 과연 남는가, 모자라는가? [호텔 공급 적정성 논란]
[표 3] 서울지역 전체 관광호텔 객실운영 현황/자료: 2013년 관광호텔업 운영현황
2.
분양 시행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수익률은 과거 지표 중 제일 좋은, 예를 들어 2011년이나 2012년의 호텔 객실가동률에 기반하고 있으며, 완공 이후를 예측하는 자료도 위 정부의 장미빛 전망을 끌어다 썼겠지요. 올해는 더 엉망이긴 하지만 내년 이후의 사정은 혹 반전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객실수요는 경기나 관광객 입국동향 등의 외생 변수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호텔이나 피분양자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 제시되고 있는 수익률은 최상의 조건들에 기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런 면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시장 수급상황은 꽤 복잡해 보이는군요. 조금 더 자세한 상황은 위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주, 부산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2018년이면 공급과잉 상태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더군요).
더군다나, 큰 덩치의 부동산이라 환금성 또한 좋지 않은 상품이므로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상품성 등에 대해서도 세세히 따지셔야 합니다.
3.
저와 같이 근무했던 선배, 지금은 비즈니스호텔의 총지배인으로 근무하시는 분께서 재밌는 분석을 올리셨군요. 일부를 인용하면,
관련글: 제주도 분양향 호텔의 문제점, 투자수익률이 아니라 객실가동률이다
제주의 분양형호텔, 300실 짜리, 아래의 조건을 가정합니다.
• 평균가동률 (Occupancy %) 75%
• 평균객실료 65,000원
• 실당 분양가 1억 8천만원
• 년 확정수익률 8%
연매출 53억 3800만원 = 300실 * 75% *365일 * 65,000원
비용 37억 1500만원 (70%)
-프랜차이즈 수수료 (명찰값) 4%
-운영수수료 1.5%
-인건비, 판관비 등
영업이익 16억 2300만원
확정수익률 8%를 보장하려면 적어도 43억 2000천 만원 (분양가 1억8천만 * 300실 * 연 8%)이 필요하지만 배당 재원인 영업이익은 기껏 16억 2300만원이니 한참 모자라는군요.
분양가, 평균가동률이나 객실료, 관리비용 등에 따라 영업이익의 규모는 제각각일 수 있으니 위 예는 간 보는 정도로만 읽으시기 바랍니다. 여하튼, 시행사들이 떵떵거리며 말하는 확정 수익률, 빼 내기가 만만치 않지요?!
수익률이 확정된 기간 (1~2년이 대부분인 듯) 동안은 시행사가 모자란 재원을 채울테니 (개발이익금이 그만큼 줄어 들겠지요) 문제 없지만, 그 이후에는 위 영업이익이 피분양자들이 나눠 가질 수 있는 재원의 전부입니다. 만약, 매년 위와 동일한 영업익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년 5백 4십 만원 (16억 2300만원 ÷ 300실), 고작 3% (5백 4십만원 ÷ 1억 8000만원)의 이익을 보게 되겠군요.
하지만 이마저도 위 외생 변수들에 영향 받아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꽤 위험한 투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정수익률과 그 기간, 그리고 이후의 영업예측을 세밀히 따져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4.
개발의 주체인 시행사들에 관계된 문제는 그동안 끊임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일부 기사들에서도 이들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던데, 채산성이 나쁜 사업장이거나 자금력이 취약한 시행사일 경우에는 공사 도중 분양대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시행사에 대한 신뢰도를 먼저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하셔야 할 듯 하군요. 몸 담고 있는 카페의 회원 한 분께서 작성한 기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글: ‘확정수익보장’에 속지 말고 ‘투자금 대비 수익률’ 챙겨라
출저: viva 100 Bridge 경제/남지현기자
아울러, 호텔의 입지와 상권, 부지, 면적 등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호텔이 지어지고 난 후의 상품성, 즉 경쟁력을 결정하는 본질이거든요. 최근의 한 기사에서 예를 들길, 제주그랜드호텔의 경우, 부지면적이 약 25,000sqm 인데 반해 새롭게 들어설 한 분양형 호텔의 경우는 1,589sqm, 1/10도 되지 않는 규모이니, 객실 뿐만 아니라 호텔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여러 부대시설에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관련글: ‘무늬만’ 호텔? 제주에 분양형 호텔 ‘우후죽순’
5.
참고로, 관광진흥법에 근거한 관광숙박업의 한 종류인 관광호텔과는 달리 분양형 호텔은 공중위생관리법이 적용되는 일반숙박업입니다. 따라서, 특급이니 뭐니 하는 등급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객실에 관한 향후 관리 의무는 전적으로 그 객실을 소유한 피분양자에게 주어지게 됩니다.
아울러, 각 객실은 개인이 소유한 자산이니 이 자산에 대한 개보수 책임도 기본적으로 피분양자에게 있습니다. 5년 정도 지나 티비나 냉장고, 침대, 카핏 등의 시설이 노후화되면 그 시설의 개보수, 교체의무도 개인에게 있다는 말인데, 서울 특급호텔의 경우 약 5~7년 주기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리모델링을 하거나 개보수 공사를 하지요?! 로비나 복도 등 공용을 포함해 소프트터치 정도의 수준에 한하더라도 실당 3천만원 내외 소요될 것으로 보이니 이 비용도 감안해 수익률을 계산하셔야 합니다.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더라도 개보수 공사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피분양자들 사이에 통일된 의견이 도출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거든요. 운영주체의 관리능력이 탁월하지 않다면 개관 후 10년 즈음엔 흉물로 남을 수도 있어요..
분양형 호텔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 주요하게 따져 봐야 할 것들만 뽑아 봤는데, 벌어 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만을 상정했습니다. 워낙 덩치가 큰 투자물이라 항상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가사탕진하고 가족의 생계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어요. 주변에서 좋다니 덩달아 똥지게 지고 장에 따라 나서지 마시고 꼼꼼히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소시민이 돈 버는 것, 그렇게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지금의 기세로 봐선, 정부는 이런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선 관심이 전혀 없는 듯 하군요. 한 2년 쯤 후에, 돈 떼이고 길바닥에 나 앉는 투자자들이 많아야 비로소 관심을 기울이려나요???
- 분양형 호텔은 분양 받는 객실을 개별 등기할 수 있으니 아파트처럼 매매할 수 있습니다. 관광진흥법에 근거한 관광숙박업의 종류인 관광호텔과는 달리 분양형호텔의 경우는 공중위생관리법에 근거한 일반숙박시설이며 분양은 건축물분양에관한법률, 이른바'건분법'에 의거해 분양이 가능합니다.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 호텔은 분양이 불가능합니다. 분양형 호텔의 경우 연면적3,000㎡이상인 경우 건분법에 따라 신탁회사와 신탁계약을 맺은 경우에 한해 착공 신고후 분양이 가능합니다. http://houseq.co.kr/m/post/7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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