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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자존심이 밥 먹여 준다 [호텔의 경영형태와 특성 2-독립호텔/독자경영호텔]

본 포스트는 무척 오래된 글입니다. 이후 작성된 아래 포스트들 추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호텔의 명찰값 그리고 호텔 프랜차이즈계약의 모든 것 [링크]

  • 호텔경영위탁계약과 우리나라 호텔산업-Hotel Management Agreement 해설 [링크]

  • 애증의 관계, 호텔 오너와 오퍼레이터 [링크]


 

•  체인호텔 chain hotel (경영위탁계약/프랜차이즈 계약)

•  독립호텔 independent hotel

•  리퍼럴호텔 referral hotel


직전 포스팅에서는 외국 유명체인과 계약한 위탁경영호텔과 프랜차이즈호텔에 대해 썰을 풀었습니다. 바로 이어서, 오늘은 독립호텔, 혹은 독자경영호텔에 대해 주절거려 보도록 할까요?


관련글: 값비싼 수업료, 호텔경영수수료/호텔의 경영형태와 특성 1- 위탁경영/프렌차이즈 [링크]


들어가기 전에 설레발 먼저... 다른 포스팅과 마찬가지로 이번 포스팅 역시 편파적입니다. 오롯히 제 주관과 경험에 의지한 썰이니, 자칫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몽돌은 갈대와 같은 호텔리어, 댓글로 도움 말씀 주시면 확인 후 감사한 마음으로 수정 반영하도록 합니다.ㅋ

독립호텔 Independent Hotel

 

1.


말 그대로, 체인 호텔과 상관없는 독립호텔 혹은 독자경영호텔 (단독경영호텔),,,,,,, 체인 브랜드와 엮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스스로가 만든 이름표를 달고 오롯이 소유주의 힘만으로 운영합니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플라자호텔, 임페리얼팰리스, 그랜드앰배서더 등이 그 고집스러운 이름을 올리게 되겠군요. 홀홀 단신, 듣보잡의 설움을 톡톡히 겪으며 각고의 노력으로 외국의 유명 골리앗체인과 어깨를 견주는 브랜드로 서바이벌해 왔습니다. 아직 국내용이긴 합니다만 호텔의 역사가 채 100년 밖에 되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굳건히 살아 남았으니 무척 존경스러운 호텔들이지요?!


까탈스럽게 따지면, 독립호텔이라 떳떳이 부르기엔 다소 부족한 감이 있긴 합니다만 이해 못할 이력이 아닙니다. 신라는 한동안 일본 오쿠라호텔의 경영지원을 받았었고요, 지분참여도 있었다고 알려졌었는데 지금은 정리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밖으로 드러난 바 없지만, 롯데호텔의 경우도 일본發 직간접적인 경영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현재 롯데호텔의 전신인 반도호텔의 뿌리가 일본인데다, 롯데 월드의 경우도 일본으로부터의 기술지원이 있었더군요. 소비재 주력이었던 식품회사 일본 롯데로부터의 파견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플라자호텔의 경우 역시 순수한 독립호텔인 듯 보이지만 나름 우여곡절이 있었더랬죠. 레디슨과 제휴관계에 있기도 했는데 (이를 프랜차이징의 범주로 해석해야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동안 레디슨 플라자라는 어줍잖은 이름표를 달고 있다가 몇 년 전에 이마저도 팽개졌습니다. 신통치 않았던 탓이죠.


 

2.

 

공통점이 혹 눈에 들어 오나요? 

 

네. 모두 대기업 계열의 호텔들입니다. (관련글: 재벌의 아홉번째 문어발, 대기업계열호텔 (상) [링크])

 

든든한 빽줄이 이 들로 하여금 가시밭길 독립호텔의 길을 걷게 만든 가장 중요한 배경이었을 것이라고 감히 주장합니다. 설마, 재벌 그룹의 자존심 하나 세우고자 자신만의 허세 쩌는 이름표를 고집하며 고생문을 열지는 않았을 터이지요. 돈을 놓고 너 죽고 나 살아야 하는 냉혹한 시장에선 자존심이고 뭐고 그다지 중요치 않습니다. 하지만 순진했던 1970년대에는 달랐을까나요?ㅋ

 

가시밭길 맞습니다. 명찰값이 비싸도, 외국의 유명 체인을 등에 업기만 하면 마케팅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절반 가까운 객실을 체인의 로열티 프로그램이 채우면, 세일즈맨들은 적당한 수준의 긴장감으로 로컬의 주된 객실 소스인 비서 만나러 다니고, 들어 오는 연회행사 단도리 잘 하면 그럭저럭 운신할 만 했지요. 마케팅에선 철마다 정해져 있는 패키지 적당히 주물럭 거리고요... 

 

너무 쉽게 보나요? 전 세일즈, 마케팅도 했습니다. 감당 못할 성적을 너무 향유하다 해외로 쫓겨나긴 했지만.... (사실, 지금 상황은 좀 다르긴 합니다. 국내 호텔 산업은 바야흐로 레드오션으로 접어 들었으며 시장을 뺏기 위해 박 터지게 싸우고 있거든요). 

 

독립 호텔들은 위 계열사를 제외하고 나면 등 비빌 언덕이 전혀 없었지요. 믿었던 계열사 수요로 객실을 만족할 수준으로 메꾸어 넣긴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세계에 흩어진 수요를 구석 구석 타깃할 수 있는 예약망이 있는 것도 아니요, 수천만에 이르는 충성도 쩌는 고객을 보유한 로열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가진 건 뜬금없는 명찰과 맨땅에 헤딩.....

 

속사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늙은 몽돌이 느끼는 바가 이 정도일진대, 그곳에 근무했던 영맨들의 눈물은 오죽했겠습니까... 제가 새파랗게 젊었던 초창기 시절엔 독립 호텔에 근무하던 세일즈맨들의 무용담을 수시로 들었었습니다.  호텔리어들은 일단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야 합니다. 


stashrewards.


3. 


하지만 진정한 존경을 받아야 할 호텔들은 정작 따로 있습니다. 


그룹의 지원 조차도 없이, 혈혈단신 스스로의 몸빵 만으로 성장한 호텔들이 있거든요.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임피리얼 팰리스 Imperial Palace와 그리고 조금은 순수성이 떨어지는 그랜드 앰배서더 Grand Ambassador~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은 익숙치 않은 이름, 아미가호텔이라 불러야 비로소 친근감이 생깁니다. 아미가호텔은 1989년 1급, 특 1급이 아니고 '1급'으로 개관합니다. 이후 증개축을 거듭하며 몸집을 불리더니 급기야는 특 2급으로, 그리고 1999년에는 마침내 upscale 특 1급으로 승급했으며, 2005년 아미가라는 다소 특급스럽지 않은 명찰을 떼고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했습니다. 최근엔 IP부띠크 호텔을 일본과 이태원에 지었더군요.


아마도 일반 대중에게는 차두리의 장인 호텔 (안타깝지만 이혼했지요?!)로 더 잘 알려진 듯 한데, 소유주로 알려진 (주)태승이십일의 신철호 회장은 건설업계에서 꽤 인정받는 분인 듯 합니다. 소유 관계에 논란이 있는 듯 보이지만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지요?ㅎ


topclasstour.co.kr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의 이력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장충동에서 1955년 금수장 호텔로 개관했는데 극장식 한식당이 주력이었습니다. 한때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아코르그룹 (Accor Group)의 소피텔 명찰(소피텔 앰배서더 Sofitel Ambassador)을 달았다가 2009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했으며, 2008년 특 1급으로 승급했어요. 


신라와 인접한, 다소 쳐진 남산 입지에서 꽤 선전하고 있으며, 최근엔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며 전국 도처에 앰배서더 브랜드를 이식하고 있습니다.


이 들 호텔은 아쉬울 때 비빌 언덕 조차도 없이, 오롯이 스스로의 힘 만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성장해 왔는데, 이 들의 성장 동력은 당연히 오너의 뚝심, 좋은 말로 '경영 철학'이겠지요. 임피리얼 팰리스의 경우는 입지 영향도 컷을 듯 하고, 그랜드 앰배서더의 경우 아코르 호텔그룹과의 전략적 제휴관계가 적잖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역시 오너의 현명한 의사결정 덕택입니다.


 

4.

 

그런데, 독자경영(독립)호텔의 경우 외국 체인에 지불하는 경영수수료가 없으므로 수익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직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마케팅 자산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거든요. Utell 등 마케팅 제휴 프로그램에 기대어 보기도 하고,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별도의 홍보채널을 모색하기도 하며, 이를 담당할 인력도 따로 둬야 합니다. 여러 호텔들의 수익성을 비교해 보면 체인호텔의 경영수수료에 버금가는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는 듯 해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 지난한 가시밭길을 여지껏 걸어 왔을까???? 


글쎄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처음부터 가시밭길일 줄 알았다면 선택하지 않았겠죠? 


걷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 지기도 했고, 지금까지의 고생이 아깝기도 했겠으며, 자존심을 생각치 않을 수도 없었겠죠.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명찰을 이용해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감히 주장합니다. 


초기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규모와 다각화를 생각한 듯 합니다. 면세 사업을 추가하며 사업을 다각화 하기도 하고요, 철도 케이터링 사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재벌 빵집 사건으로 한참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제빵사업이나 외식사업에 손을 대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앰배서더의 이비스/노보텔 브랜드와 함께, 롯데시티호텔, 신라스테이, 나인트리 등 독자 브랜드로 새끼를 치며 미래에 한 다리를 걸쳐 놓더군요. 위험이 분산되는 효과도 있을 뿐더러 성장동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습니다. 


파르나스의 독자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나인트리

 

5. 


체인호텔 International Chain Hotel과 독자경영호텔 (로컬호텔 Local Hotel이라고도 흔히 부릅니다)은 기업문화, 사풍도 다소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경영시스템을 바로 도입한 체인호텔은 전반적으로 투명합니다. 내부의 procedure나 work flow도 그렇지만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면모가 투영되는데, 타이트한 경영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 보입니다. 이에 반해, 로컬 호텔은 다소 느슨하며 부정적인 면들이 입소문을 타기도 했고, 운영시스템 또한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졌었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개선되었겠죠. 

 

6. 


호텔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독립호텔로 갈 것인가 아니면 외국 유명 체인 international Hotel chain의 명찰을 달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겠죠?

 

직전 포스팅에서 위탁경영수수료나 프렌차이즈 수수료가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과연 이 비용을 지출해야 할까요? 혹은, 유명 체인의 명찰을 달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관건은 호텔이 소유한 본연의 경쟁력입니다. 그 경쟁력은 쉽게 말해서, 입지와 호텔 상품을 구성하는 물적, 심미적 요소, 즉 소비자가 다른 호텔과 구별해 인지하는 고유한 특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부티크호텔이 좋은 예가 되겠군요. 

 

힐튼 Curio - A Collection of Orighinals


최근 대형 체인이 부티크 호텔들을 구색에 추가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부티크 호텔은 입지 고유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그 지역에서 자생해 성장한 독립호텔들입니다. 이 조그마한 사이즈의 호텔들은 대형 체인이 아님에도 유명 체인 호텔들과 어깨를 겨루며 꽤 훌륭한 성적을 보여 왔습니다.


관련글: Is it best to be an independent?

  

우리나라에 이런 경쟁력을 가진 호텔이 있었다면 체인의 명찰을 달지 않고도 꽤 두드러진 위상을 다졌었겠지요? 

 

제가 아는 한 없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든든한 빽줄을 지닌 재벌계열의 호텔들, 호텔 자체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오너의 뚝심으로 그나마 성공적이라 평할 수 있는 몇 개 호텔을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독립호텔들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니까요. 


하지만 최근엔 규모에 얶매이지 않은, 꽤 독특한 호텔들이 눈에 띄더군요. 여러면에서 호텔들이 힘든 시기임에 틀림없습니다만 경쟁력과 매력으로 똘똘 뭉친 좋은 호텔들이 탄생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리퍼럴 호텔에 관련된 내용을 남겨 뒀는데 저도 많이 알고 있지 않은 분야입니다. 좀 찾아 봐야 하는데 공부가 잘 되면 빨리 올리고 안되면 늦고......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