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텔이야기

호텔리어가 말하는 와인 잘 먹는 법





고상한 와인이라고 차이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허접 호텔리어 몽돌은 주종酒種을 불문, 한 두잔 술에도 사지가 풀리고 혀가 마비되는 저질 체질의 소유자...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니 주당은 커녕 술을 즐길 기본 소양조차 부족한 셈이지요. 


그러니 부담스러울 밖에요. 호텔리어라면 의례 와인의 종류며 맛과 향에 대한 기본상식 정도는 갖추었으리라는 주변의 기대를 여지없이 배반하걸랑요.




와인 잘 먹는 법.....


1년 여 전부터 쓰고 싶었었는데 너무 오래 지체했군요. 꽤 부담스러운 글감이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포스팅하리라 맘먹고 있었습니다. 와인애호가들이 아니라 저 처럼, 와인을 접할 기회가 기껏해야 1년에 두어번 간신히 있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글도 필요하니까요. 


그동안 어설픈 공부를 따로 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배움을 충족시킬, 더할 나위 없는 곳이 있기도 하지요. 소믈리에들이 득실거리는 호텔의 와인 동아리인데 평소 관심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와인을 소개하기도 하고, 기초 수준의 교육프로그램도 열더군요. 



두 달에 한번 모임을 갖는 듯 하던데 때마침 올해 첫 정기모임이 이태원에서 열린다더군요. 눈독을 들이다 숟가락을 냅다 얹었더랬지요(몽돌은 소양이 부족하니 회원으로 활동하지는 않았습니다). 레스토랑은 꽤 괜찮은 곳이었는데 이런 모임이 아니라면 쉬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닌 듯 했습니다. 엊그제 따로 소개드린 적이 있고요,,,,


관련글: 분에 넘치는 호사, 최현석쉐프의 엘본더테이블 ELBON The Table  







와인은 그야말로 포도로 만드는 포도주입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주종이 아니라 서양의 것이니 익숙치 않은게 당연하지요. 더군다나 산지에 따라서도 나뉘고, 포도 품종에 따라서도 따로 구분하며, 그래서 맞과 향은 골머리 아플 정도로 다양하군요. 소믈리에도 아닌, 연중 한두번 행사에나 와인을 맛보게 되는 보통 사람들이 이런 복잡한 내용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마시고 기분좋게 취하면 그만인 것이 술 아니던가요?! 와인을 주로 먹는 서양에서도 그렇게 부담없이 즐기는 듯 합니다. 주로 식사와 함께 곁들여, 마치 식사의 일부인 듯 마시던데, 격식을 차리지 않는 자리에선 이것 저것 따지지도 않지요.


와인을 알고 모르고는 중요치 않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마시는 와인이 최고의 와인.


그렇지만 알고 마시면 조금 더 즐길 수 있습니다. 평소에 한 두번 들어 보셨을 내용들,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 위주로 간단히 먼저 볼까요?! 내용이 길어질라치면 '더보기 창'에 숨겨 놓았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와인의 종류


와인은 워낙 다양하니 종류를 구분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인 듯 합니다. 색으로 구분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데 이 정돈 우리에게도 꽤 익숙하지요?!


화이트와인 White Wine과

로제와인 Rose Wine, 그리고 

레드와인 Red Wine


화이트와인 - 로제와인 - 레드와인



와인은 포도를 즙으로 내 발효를 시키고 2~3년 정도 오크통 등의 용기에 넣어 숙성시켜 만듭니다. 화이트와인은 껍질과 씨를 분리해 낸 청포도 과육의 즙을 발효시켜 만들고, 레드와인은 껍질과 씨를 과육과 함께 으깨어 발효시킵니다. 적색의 포도 껍질이 곧 와인의 색을 결정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군요. 



이 와인의 색은 간단치 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양조 방법의 차이에 따라 맛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거든요. 




발포와인도 있지만 패쓰...


발포와인 Sparkling Wine/대표적인 산지가 프랑스 샹파뉴 Champagne입니다.[각주:1]



와인의 맛



주당 체질이 아닌 몽돌에게 와인의 맛은 뭔가가 잔뜩 섞여 복잡한, 좋게 말하면 오묘한 맛입니다. 종류에 관계없이 와인은 세가지 대표적인 맛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던데 듣고 보니 그런 듯도 하군요. 이 세가지 맛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와인의 품질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단맛 (sweetness)

신맛 (sourness)

떫은 맛 (bitterness)



단맛의 정도에 따라 아래 4가지로 구분해 주로 표현합니다. 티비에서 연예인들이 '이 와인은 아주 드라이 해!'라고 고상 떨며 말하는 것 가끔 보셨을까요?!







와인의 질감 Body


마실 것에서 '질감'을 찾다니 참말로 생소하지요?!ㅎ '무게감 Weight (Watery to Thick)' 이라고도 하던데 당연히 우리 표현이 아닙니다. 액체를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질감, 혹은 무게감은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물과 우유 중 어떤게 더 무겁게 느껴질까요?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 중 어떤게 입안에서 더 무겁게 다가올까요?![각주:2]


이 질감에 따라 3가지로 와인을 또 구분합니다. 




Light Bodied 경쾌하고 산뜻한 맛, 저장 않고 바로 마시는 와인 - 보졸레누보

Medium Bodied

Full Bodied 풍만하고 진한 맛, 오래 숙성시킨 와인


http://winefolly.com/review/wine-tasting-terms-to-use/


이 질감은 와인이 가진 하나의 특성일 뿐,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맛과 질감에 따라 어울리는 음식과 자리가 따로 있으니 이를 통칭해서 마리아주 Mariage (영어로 marriage, '결혼'이라는 뜻이지요?!)라고 일컫던데,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궁합'입니다. 따지고 보면, 와인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가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인 것이지요.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 Wine and Food Pairing


이 맛과 질감을 구성하는 성분들 때문에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이 따로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화이트와인은 그 신맛 (산미酸味) 때문에 생선과 잘 어울리고, 

레드와인은 떫은 맛의 탄닌 성분으로 인해 기름진 육류와 잘 어울린다고 하지요?! 


와인페어링 Wine and Food Pairing 

http://winefolly.com/tutorial/basic-wine-and-food-pairing-chart/


하지만 불문율이 아니고요, 개인차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제겐 소고기에도 가볍고 상큼한 화이트와인이 오히려 더 나은 듯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기호입니다. 그 기호가 와인에 대해 알면 알 수록 세련되게 변하긴 하더군요.


골머리 아픈데 교과서 공부는 이만 할까요?!






와인 잘 먹는 법


와인을 보는 제 맘이 그다지 편치 않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영악한 업자들의 상술에 온 사회가 홀라당 넘어 간 것도 쪽팔리는 마당에, '보졸레 누보' 쯤은 입에 올려야 그나마 고상한 대화에 낄 수 있다 생각하던 졸렬한 우리 허영심을 엿보기도 했거든요. 


최근엔 그나마 관심이 좀 생겼습니다. 술에 대해 없던 조예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고요, 근년 꽤 잦아진 모임자리에 서양식 차림이 나오는 경우가 흔한데, 이럴 땐 와인과 함께 먹어야 그나마 목넘김이 수월하더군요. 조금 익숙해지니 알지 못했던 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와인 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맛과 향을 가진 술이 없다고 하더군요. 산지 토양과 기후, 환경 등 특성들이 와인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라는데, 이를 음미하는 것도 고상한 즐거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즐거움을 위해 코르크의 냄새만으로도 산지나 품종을 감별해 내는 소믈리에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지요. 평범한 우리들이, 살면서 적당히 즐길 정도라면야 위 교과서 이론이면 차고도 넘칩니다. 


더군다나, 원래 술이나 음식이 그렇듯, 제일 좋은 와인은 품종이나 가격에 상관없이,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마시는 와인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무용담처럼 전해 오는 호텔 소믈리에의 이야기인데, 평생 가장 맛있었던 와인으로 힘겹게 집 이사를 마친 후 와이프와 함께 마신 동네슈퍼의 것을 꼽았다고 하더군요?!



와인은 어느새 흔해졌습니다. 동네 마트에서도 비교적 저렴하게 다양한 와인들을 구입할 수 있지요?!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자리에서 한번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관심이 생기면 그때 더 알아 보셔도 늦지 않아요. 


흠... 델리 이 모 지배인의 설정샷인데 잘 나왔군요....



마지막으로 가벼운 팁 몇가지 추가할까요?!


레스토랑에 가셔서 와인을 드시고 싶을 땐 그 레스토랑의 소믈리에에게 여쭙고 가격과 모임의 성격에 맞추어 추천을 받는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라고 존재하는 직업이 소믈리에이니까요. 우리 술이 아니니 익숙치 않은게 너무나도 당연하므로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호텔 등의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사 드시려면 아무래도 비쌉니다. 따라서 저렴한 곳에서 구입해 레스토랑으로 가져 가 드실 수도 있는데, 이럴 땐 소정의 세팅비를 따로 청구합니다. 이를 코키지 Corkage 또는 코키지 차지 Corkage Charge라고 하지요?!


호텔에서도(주로 호텔의 델리, 제과점) 간간히 와인프로모션을 합니다. 동네 슈퍼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니 호텔에 들릴 일이 있으면 한번씩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몇가지 와인에 관련한 테이블매너를 추가하면,


  • 와인의 선택과 테이스팅은 호스트가 합니다.

  • 테이스팅의 목적은 와인의 변질이나 컨디션을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 와인은 첨잔이 허용됩니다.

  • 와인을 받을 땐 잔을 기울이지 않으며, 들지도 않습니다.

  • 와인 잔을 잡을 땐 볼 bowl을 잡지 않습니다.

  • 건배할 때는 볼의 볼록한 부분을 부딪칩니다.



도움 말씀 주신 소믈리에 여러분, 특히 서지배인님, 우지배인님과 와인동호회 회장님 외 회원 여러분들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카카오스토리로도 글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늙은 몽돌의 젊은 폐이스북, 몽돌은 페북으로 소통합니다




호텔이야기 편파포스팅, 아래 단추를 누르시면 더 보실 수 있습니다.




  1. 발효 때 나오는 탄산가스를 와인에 집어 넣으면 발포와인 Sparkling Wine이 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샴페인이 대표적이지요?! 일반명사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프랑스의 샹파뉴 지방의 발포와인을 이름하는 고유명사입니다. 다른 산지의 것은 모두 제각각의 이름이 따로 있어요. [본문으로]
  2. 김선인의 알기 쉬운 와인교실-와인의 무게 http://cafe.daum.net/Bundangessay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