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여행 저널리스트의 길로 들어선 어린 테라다 나오코 Terada Naoko...
그녀는 처음으로 취재 여행을 간 스위스의 한 호텔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죠.
고관대작이나 드나들 법한 제네바 소재의 5성급 럭셔리 호텔 보 리바주 Hotel Beau Rivage, 사전 연락도 없이 들린 테라다 나오코는 다짜고짜 프론트에 룸쇼 room show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보 리바주의 프론트 매니저는 초라한 행색에, 영어도 어눌한 동양여성에게 room show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 편의를 극진히 배풉니다.
테라다 나오코가 '호텔 마법을 걸었다'고 술회했던 세심하고 배려 깊은 서비스...
“무엇이 그런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던 걸까요?”
우리나라 럭셔리 호텔에서도 쉬이 경험할 수 없는 서비스,, 너무나도 잘 압니다. 룸쇼를 애걸하다시피 했던 저 몽돌이 그동안 수도 없이 퇴짜를 맞아 왔거든요.
무시하고 말았어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을 요구, 보 리바주의 프론트 매니저로 하여금 그런 호의를 배풀게 한 배경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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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서비스”
그것은 끊임없는 교육 훈련,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전통과 사풍, 그리고 오너의 경영철학 등 여러가지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비로소 완성된다더군요.
하지만 훌륭한 서비스 그것은, 대상을 가려 배타적으로 제공되는 건 아닌 듯 합니다.
호텔에 투숙하는 고객에겐 말할 것도 없고, 업무차 방문하는 협력업체의 임직원에게도, 심지어는 호텔을 경험하러 오는 미래 호텔리어에게도 똑같이, 차별없이 드러나는 것.....
호텔 브랜드 이야기
다름이 아니라 책 이름이고요, 제목을 보고 뭔가 특별난 걸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오늘의 포스팅을 서평이라 부르기엔 다소 부족한 내용이군요. 책 소개라 이름하는게 더 적합하겠습니다.
호텔 브랜드 이야기 Hotel Brand Story
호텔리어들에게는 이미 익숙할까요? 페친 등 몇 분께서 언급하는 걸 들었으니 업계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듯 하군요.
저자 테라다 나오코는 프리랜서 여행 저널리스트로, 일본에서 2006년 최초 출간했습니다. 우리나라엔 하나투어에서 호텔 관련업무를 맡고 있다는 정희봉씨가 2013년 옮겨 출판했군요.
새삼스럽지 않은 내용입니다.
세계 유명 호텔 브랜드들의 성공 비결과 문화, 경영 철학 등에 대해 얕지 않은 수준으로 다루었군요. 세간에 잘 알려진 브랜드가 대부분이지만 저 같은 무지랭이 호텔리어가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브랜드들도 제법 있네요?!
호텔 브랜드 이야기 Hotel Brand Story
호텔에 관련한 글을 쓰는 제겐 꽤 유용할 내용입니다.
그러나 호텔리어 여러분께도 그러하리라 말씀 드릴 자신은 없군요. 호텔 경영서적들을 뒤적이면 나올 법한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세계 최고 호텔들의 성공비결은 이미 들어왔던 것들이니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수준이랄까요?!
각 브랜드들의 역사를 찾기 쉽게 한 곳에 모은 정도의 의미를 지녔다고도 섣불리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실상 이 정도도 아무나 엄두낼 경지가 아니지요.
테라다 나오코의 페이스북 Happy Travel Days Terada Naoko
테라다 나오코는 지난 20년간 세계 3,000여 호텔과 리조트를 방문했다 하니 1년에 얼추 150 곳에 묵은 셈이군요. 이를 통해 쌓고 넓혀 왔을 그녀의 견문을 고려하면 책에 기술한 내용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무덤덤합니다.
20년 여행 전문가의 눈으로 본 호텔 리뷰라면 그동안 책으로 접해 왔던 것들과는 다른, 임팩트 강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거든요.
그렇지만 딱딱한 고전古典이 원래 그렇듯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잊혀졌던 교훈, 즉, 최고 호텔들의 성공비결 혹은 '훌륭한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는 당연히 제공합니다.
그나저나 제 욕심이 너무 과하지요?!
이 정도 수준의 책도 감사히 생각해야 할 정도로 국내의 관련 산업 저변은 튼실하지 못한 듯 합니다. 그것이 성장이거나 혹은 거품이거나, 시장이 부풀어 오르면서 겪고 있는 지금의 위기를 견뎌내면, 국내 호텔 산업은 한단계 레벨업되며 더 성숙해질 수 있을까요?
수많은 호텔을 투숙해 온 테라다 나오코의 이력이 부러웠습니다. 20년 경력의 늙은 미련 곰탱이 호텔리어 몽돌은, 한 곳에서만 주구장창 일했으니 우물안 개구리는 커녕, 올챙이 수준도 못되는 처지이겠군요. 이런 부실한 자격으로 감 놔라 배 놔라, 주제 넘는 호텔이야기를 올리고 있으니 제가 생각해도 어이 없을 때가 더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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