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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 컨시어지의 하이테크 미래

혹 기억하시나요?


좀 오래된 영화입니다. 사랑게임 (원제 For Love or Money)이란 타이틀이었고, 마이클 제이 폭스 Michael J Fox가 어느 뉴욕 호텔의 컨시어지, '더그'로 분했던 1993년도 영화....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호텔리어로써의 초년병 시절을 보내고 있었을 저도 아주 흥미롭게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호텔리어로써의 동질감 때문은 아니었던 듯 하고, 아마도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그 영화의 스토리 때문이었겠지요. 뉴욕에서 가장 큰 호텔의 오너가 되겠다는 주인공 더그의 원대한 꿈은 결국 한 여인과의 사랑을 위해 희생됩니다. (참고로, 사랑 게임에 등장하는 브래드베리 Bradbury라는 호텔은 뉴욕 맨하튼의 유서 깊은 호텔 피에리 The Pierre 라고 하는군요)


사랑게임 For Love or Money DVD cut


아무튼, 그 더그 머시기는 컨시어지 concierge로 근무하며 고객의 온갖 잡스러운 요구를 척척 해결해 내는데, 뉴욕의 구석 구석을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당발 인맥을 동원해 공연티킷이며, 쇼핑 정보 그리고 고객 기호에 안성마춤인 레스토랑을 수배해 내며 고객을 감동시킵니다. 그야말로 만능해결사였던 셈이지요. 그러고보니 불현듯 생각나는 또다른 인물이 있군요. 정신병 걸렸던 그 제이콥 톰스키.... 그와는 질적으로 달랐던 모양입니다.


관련글: 저는 분노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입니다/호텔리어가 당신에게 절대 말해주지 않는 팁


하지만 앞으로는 호텔에서 컨시어지를 흔히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해 유명 럭셔리 호텔에나 가야 간신히 구경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걸랑요. 


왜냐구요???



수시로, 틈만 나면 말씀드렸던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촉발한 기술혁신 때문입니다. 기술 혁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 행복이 아니라 인간 디스, 마치 자본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산업 현장에서 인간의 씨를 말리는 것으로 변질된 듯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사람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거든요. 호텔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프론트 Front Desk에 이어 급기야 컨시어지도 타깃으로 언급되고 있군요.


호텔 컨시어지의 주된 역할은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기능이 반드시 사람에 의해서만 제공되란 법은 없지요?! 더군다나, 고객들이 찾는 정보는 이미 인터넷에 넘쳐 납니다. 모바일폰이나 테블릿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즉시 구할 수 있지요. 


아울러,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한 요즘 세대(밀레니얼 millennials[각주:1] 또는 millennial generation이라고 일컫더군요)는 굳이 팁을 줘 가며 컨시어지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도 않는 듯 합니다. 호텔 예약도 OTA를 통해서, 차량이 필요하면 우버로, 레스토랑을 예약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오픈테이블 OpenTable이나 어반스푼 Urbanspoon[각주:2] 의 리뷰를 검토하고 알아서 예약합니다.


GoBoad


최근 득세하고 있는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들 대부분은 컨시어지니 벨맨, 도어맨을 따로 두지 않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기능은 프론트에 떠넘겼지요. 하지만 조금 더 번듯한 명찰을 달고 있는 곳에선 절충을 시도합니다. 서비스를 내팽개칠 수 없거든요.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대형 LCD 터치스크린을 로비에 배치하기 시작했는데,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Courtyard by Marriott에서는 이 로봇을 'GoBoard'라 부르더군요.


하지만 서비스 퀄러티에 더 엄격한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정반대의 접근법을 보이고 있군요. 힐튼 월드와이드 Hilton Worldwide의 최고급 브랜드인 윌도프아스토리아 호텔 Waldorf Astoria Hotels은 아예 투숙고객 각각에게 개인 비서형 컨시어지를 할당한다는군요. 이 서비스 컨셉은 최근까지 꽤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고객 반응도 좋았을 뿐더러 관련 매출도 증가했다는군요?! 


일부 업스케일 체인은 전통적 컨시어지 서비스와는 별도로, 투숙객을 위해 큐레이트된 정보 (주변의 소핑명소, 맛집, 교통편, 날씨 등에 대한 정보)를 모바일폰 앱을 통해 제공하기도 합니다. 메리어트계열의 르네상스 호텔은 이를 '네비게이터 Navigators'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HNN


컨시어지 서비스에 대한 최근의 양상이 다소 복잡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과도기를 거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향후 10년 내 다른 혁신적인 서비스들 (모바일폰 키, Self Service Check-In 혹은 DIY Check-In 등)과 함께 검증 단계를 거치면 정리된 모습과 그 여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겠지요. 고객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존재하긴 합니다만 추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기다릴 필요도 없을 정도로 뻔한 모양새가 예측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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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아니면 도', 컨시어지를 없애 버리거나 혹은 강화하거나..... 


다시 말해, 양극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호텔들은 컨시어지를 없애는 대신 시장에 소개된 신기술들, 다시 말해서 GoBoard 같은 터치스크린과 Navigators 류의 모바일폰 앱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게 되겠지요. 결국 호텔리어들의 일자리는 기계들에 의해 대체되겠군요. 하지만 위에 소개드린 윌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같이 서비스 퀄러티로 승부하는 대형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더 강화된 형태로 당연히 살아 남겠지요.


오래 전의 것이긴 합니다만 혹 마이클제이팍스의 '사랑게임'이란 영화 보셨나요? 다소 희화화되긴 했지만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의 전형을 볼 수 있습니다.흔히들 환대 산업의 꽃은 호텔 산업이라더군요.호텔을 다른 산...

Posted by 늙은 호텔리어 몽돌의 호텔이야기 on 2015년 7월 3일 금요일



참고한 글

How technology is changing the hotel concierge/By Robyn A. Frie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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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밀레니얼 세대 Millennials (Millennial Generation)는 1981년 ~ 2000년에 출생한 세대로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자녀 세대를 일컫습니다. 훌륭한 교육을 받으며 풍족한 경제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자존감과 성취욕이 강하고, 개성도 강하며 자유분방합니다. 이들의 소비패턴도 주목받고 있는데 SNS에 기반한 서비스에 익숙하고, 참여/체험형 여가를 즐기는데, 여행사의 패키지 대신 스스로가 계획하고 준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본문으로]
  2. 트립어드바이저의 호텔 리뷰와 같은 성격이지만 대상 서비스는 호텔이 아니라 레스토랑입니다. 아직은 미국의 레스토랑에 한정한 서비스인데 세계 각국으로 새끼를 칠 잠력이 보이는군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