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알고 계셨나요?
호텔에서 와이파이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
럭셔리 호텔의 객실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인터넷을 하려면 적지 않은 돈을 치루셔야 합니다.
국내 호텔 뿐만 아니라 외국의 주요 호텔들도 그러하고요, 다소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브랜드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좀 황당하지 않으신가요?
동네 커피숖에서 3천원 짜리 아메리카노를 먹어도 공짜, 7만원 짜리 비즈니스 호텔의 객실에서도 당연히 공짜인 이 와이파이 서비스.... 정작 하루 30만원의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슈퍼 울트라 럭셔리 호텔에서는 2만원 내외의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하다니...
한달 전에 다루었던 주제인데 사정이 다소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군요. 와중에 재미있는 해프닝도 있었으니 이들을 추가해 다시 올려 볼까요?!
껌값에 불과해 보이는 금액, 고객의 원성으로 그 고귀한 명찰에 날 흠집까지 감수하며 푼돈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호텔리어인 제가 봐도 민망한 구석이 있긴 합니다만 이 푼돈들이 모여 제법 짭짤한 목돈이 되거든요. 어느새 와이파이는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해야 하는 필수재가 되었는데, 지난해 한 외국 설문에 따르면,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호텔의 어메너티로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꼽기도 했더군요.
작년엔 웃지 못할 헤프닝까지 있었는데 이 유료 와이파이 서비스가 호텔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간단히 엿볼 수 있습니다. 한동안 업계에선 이슈가 되었었는데 이를 요약하면,
미국 소재의 한 메리어트 호텔은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 핫스팟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인위적으로 차단했다네요?!
잘 모르실 분들도 계실테니 이 와이파이 핫스팟에 대해 부연하면, 와이파이 핫스팟은 폰맹인 저도 아주 요긴하게,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와이파이가 안되거나 기존의 방법으로 인터넷을 연결할 수 없는 지역에서, 스마트폰을 노트북에 USB단자로 연결한 후 '개인용 핫스팟'(아이폰 경우)을 활성시키면 손쉽게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거든요. 물론 가입한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이용합니다.
늙은 몽돌의 아이폰 개인용 핫스팟 화면입니다.
이걸 호텔측이 막았다는 것인데, 호텔이 과연, 호텔의 통신망도 아닌, 개인이 가입한 이동통신사의 망을 이용한 이 서비스를 자의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까요? 그 발상이 무색하게도 호텔은 결국 7억에 가까운 벌금을 물고야 말았습니다.
보안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고 호텔 와이파이 서비스의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았지만, 호텔이 의도했던 바는 뻔합니다. 호텔의 와이파이망을 이용하고 돈을 내라는 얘기이지요....
하지만, 이와 같은 호텔들의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조만간 와이파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 이전부터 그런 움직임이 있었습니다만 위 메리어트의 헤프닝이 호텔들의 잰걸음을 촉발한 면도 있군요.
스타우드는 조만간 로열티 프로그램 SPG (Starwood Preferred Guest)의 모든 맴버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고요, 메리어트는 이미 한달여 전부터 Marriott Reward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1년 전부터 선별적으로나마 시행해 오고 있었던 IHG 인터컨티넨탈호텔도 제한을 아예 없앴습니다. 럭셔리 스케일 브랜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얏트 체인의 경우는 Gold Passport의 멤버 뿐만 아니라 투숙 고객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더군요.
http://www.hotelnewsnow.com/Article/15186/Hotel-chains-play-Wi-Fi-follow-the-leader
이들은 이제서야 훌륭한 고객서비스의 본질을 깨닫게 된 걸까요? 아니면 듣보잡 별 3개짜리 미드 스케일 브랜드도 무료로 제공하는 이 2만원 짜리 자투리 매출이 갑자기 민망하게 보였을까요? 그마저도 아니면 고객들의 아우성이 갑자기 두려워졌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호텔은, 어쩌면 타사업에 비해 훨씬 더 자본주의적입니다. 호텔 경쟁력의 본질, '훌륭한 서비스',,, 뭔가 고상하고 유니버셜한 가치를 상징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아주 배타적입니다. 오로지 지불할 여력이 있는 자에게만 허락되거든요.
추세는 이미 굳어졌습니다. 싼값으로 승부하는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은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있을 뿐더러, 이 와이파이 서비스는 이미 호텔에서 침대가 의미하는 위상과 별반 차이없는 필수 서비스 요소가 되었거든요. 그 배경이야 어떻든, 경쟁 호텔이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한 서비스에 대해 돈을 계속 받겠다고 마냥 고집 부릴 수는 더더군다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호텔은 저열한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해당 호텔의 로열티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하거든요. 다시 말해서, 로열티 맴버들에게만 특전을 주겠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장사치로써 너무나 당연한 거래입니다.
아울러, 다른 예약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호텔의 사이트나 콜센터를 통해 직접 객실을 예약해야 합니다. 이를 흔히 다이렉트부킹 Direct Booking이라 부르지요?!
이런 조건을 내 건 이유는 뻔합니다. 호텔의 동업자이자 최대 경쟁자로 느닷없이 성장한 OTA Online Travel Agent를 견제해야 하거든요. 호텔과 OTA의 관계는 아래 참고하시고요
호텔이 OTA와 경쟁하는 방법, 다이렉트부팅 Direct Booking
호텔 로열티프로그램 Hotel Royalty Program의 甲
호텔이 OTA와 경쟁하는 방법, BRG와 loyalty program
호텔과 OTA, 그리고 BRG/호텔 객실 싸게 예약하는 법
그나저나, 호텔은 이 무료 와이파이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군요. 한 푼이라도 더 먹기 위한 호텔과 OTA간 치열한 전쟁, 굼뜬 덩치의 호텔이 기민한 OTA에 대항해 빼앗긴 승기를 다시 찾아 올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 정도 당근으론 어림없어 보이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까다로운 조건까지 내걸었군요. Direct Booking은 고객 입장에서 선뜻 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닙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달리 생각할 부분이 있다지만, OTA에 비해 일단 표시가격이 비싸거든요.
다시 욕먹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데, 차라리 조건없이 무료로 푼 하얏트의 경우가 현명해 보이는군요. 어떤 놈이 매를 맞는지 일단 지켜 보겠다는 힐튼의 잔머리도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늙은 몽돌의 젊은 폐이스북, 몽돌은 페북으로 소통합니다
참고한 기사
Hotels make Internet free but tighten cancellation policies/THE ASSOCIATED PRESS
Hotel chains play Wi-Fi 'follow the leader'/Hotelnewsnow
http://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menu=020600&g_serial=872790
http://www.cnet.co.kr/view/12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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