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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과 OTA의 복잡미묘한 관계

OTA가 호텔의 동업자이자 경쟁자일 수 밖에 없는 사연... 


이번 포스트는 지난 글과 관련이 있습니다.


호텔과 온라인여행사(OTA) 간의 밥그릇 싸움을 대변하는 것, Rate Parity [링크]


이런 부분이 익숙치 않은 분들을 위해 기본적인 내용을 좀 설명하고 넘어 갈까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매우 중요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아마도 약간의 워밍업이 필요할 듯 싶군요. 


눈높이를 대폭 낮추도록 합니다.


1.


그 이유가 무엇이든, 세계를 돌아다니는 여행자는 항상 존재해 왔고, 도처에는 이들을 수용해 이익을 취하는 다양한 규모의 숙박 시설들이 있어 왔죠. 


십수년 전만 해도 여행자들은 호텔에 직접 연락을 넣거나, 여행사를 경유하거나, 또는 현지의 지사를 통해 호텔에 예약을 했더랬습니다. 지금처럼 여러가지 옵션을 비교해 적합한 대안을 고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지요. 당연히 가격은 비쌀 밖에요.


2.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정은 급변합니다. 




새로운 환경을 등에 업은 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여행객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진 호텔, 특히 가격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기 한결 수월해집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항해하며 클릭 한 두번, 다시 말해 손가락만 까딱하면 필요한 숙박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죠. 


페러다임 쉬프트라 일컫어지는 최근의 모바일 환경은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붓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손바닥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구하고, 하고 싶은 대부분의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으니까요.


이들 정보는 호텔이 직접 인터넷에 올리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고객과 호텔 사이에서 거간 역할을 하는 미들맨들이 올린 것들입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이 미들맨들이 남의 호텔 정보를 인터넷에 미친 듯 퍼 나르고 있냐고요? 고객과 호텔 간 거래가 성사되면 이들이 커미션을 먹거든요. 이 커미션, 객실 예약수수료가 바로 미들맨들의 탄생 배경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이 역할에 특화된 인터넷 기반의 여행 서비스 기업들을 우리는 흔히 OTA online travel agency라 칭합니다. 잘 알려진 부킹닷컴 Booking.com, 익스피디아 Expedia, 호텔닷컴 Hotels.com, 프라이스라인 Priceline, 트래블로시티 Travelocity 등이 대표적인 OTA들이죠. 


그나저나, 에어비앤비가 남의 집을 중개해 돈을 벌 듯, 이 OTA는 남의 호텔로 장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대동강 물 팔아 먹은 김선달도 아닌 것이 참 희안하지요?! 그렇지만 손도 안 대고 코를 푸는 건 아닙니다.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관련글: 호텔이 에어비앤비와 경쟁하는 법 [링크]



3.


커미션을 먹기 위해 OTA들은 각 호텔들과 계약을 맺고 호텔들의 객실가격 정보 등을 인터넷에 유통시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정보들은 별도의 노력이 없다면 곧 사장되고 말겠죠?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새로운 정보들이 올라왔다 금새 잊혀져가는 곳이니까요. 


이런 이유로, OTA들은 여행객들 눈에 더 잘 띄기 위해 그들이 주로 정보를 찾는 창구, 다시 말해 구글 등의 서치엔진 search engine이나 야후 (다음과 네이버 등)와 같은 포탈에 엄청난 규모의 광고를 쏟아 붓습니다.


구글에서 특정 지역의 호텔을 검색하면, 예를 들어 '서울 호텔'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아래 이미지와 같은 검색 결과가 표시됩니다. '광고'라 표기된 것들이 OTA나 호텔에서 별도의 광고비를 집행해 올린 정보인데, 소비자의 눈에 띄기 위해 결국 돈질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구글호텔검색


이것이 그동안 OTA가 취해 오던 주된 마케팅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광고 규모가 상상을 초월해요. 부킹닷컴과 프라이스라인 등이 구글에 집행하는 광고는 구글 전체 광고 수입의 5%에 이를 정도라더군요. 


여하튼, OTA들이 그동안 기울인 노력을 고려한다면 투자에 등한했던 호텔이 지금 궁지에 몰리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4.


OTA가 스스로 나서서 홍보를 대행해 준다니 호텔로썬 전혀 손해 날 게 없는 장사로 보이지요?! 객실 예약이 호텔의 사이트를 통해 바로 들어오는 것(이를 '다이렉트 부킹 direct booking'이라 부릅니다)이나, OTA를 통해 들어 오나, 호텔은 많은 고객을 받아 객실을 채우기만 하면 장땡입니다????


트립어드바이저 TripAdvisorOTA들이 올린 호텔 가격 정보/ 트립어드바이저와 카약 Kayak도 최근에 OTA 기능을 추가하긴 했습니다만 구글, 카약과 함께 대표적인 메타서치엔진 Meta Search Engine입니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그 정도까지 생각친 않았더라도, 한동안 호텔들은 꽤 순진, 아니 안이했던 듯 합니다. 


고객 입장에서야 이들의 성장이 반갑지 않을 리 없었겠죠. 자판질 한두번이면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호텔들 가격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게 보여줄 뿐더러, 항공권 등과 함께 패키지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먼저 이용한 사람들이 남겨 둔 리뷰까지 참고할 수 있으니 참으로 신통방통한, 소비자의 구미에 딱 들어맞는 서비스이지요?! 요즘엔 호텔의 로열티 프로그램처럼 회원으로 가입해 이용하면 마일리지도 적립해 준다니까요?!


비교적 짧은 기간에 OTA는 급하게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이들은 예약 경로에 상관없이 결국 호텔에 투숙할 고객들인데 호텔들이 왜 못해 먹겠다며 아우성를 질러대고 있을까요?


순진했던 호텔들이 사태를 파악하는덴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호텔 객실의 수익성 (보통 Net RevPAR로 측정하는데, RevPAR에서 예약수수료를 뺀 것)은 OTA가 성장한 만큼 고스란히 나빠지고 말았으니까요.


5.


OTA에 지불해야 하는 그 커미션 규모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대형 체인호텔의 경우 객실료의 15% 내외, 만만한 독립호텔들에겐 20%~27%의 커미션을 부과합니다. 호텔이 직, 간접적으로 운영해 온 다이렉트 예약 채널 direct distribution channel의 경우 기껏해야 10% 내외의 예약관련비용이 소요되니 무려 2배 이상 비싸군요?


이미지:www.tnooz.com


OTA가 차지했던 쉐어가 작다면 모를까 최근에는 폭증하다시피 했습니다. 추정입니다만 대형 체인의 프랜차이저 호텔의 경우에는 10%~20% 내외 (미국의 경우, 얼핏 기억나기로는 이보다 훨씬 높은 40%대.... 그 수치가 중요한 건 아니니 일단 패쓰 하고요...), 독립호텔의 경우에는 50%를 훨씬 웃도는 듯 하니 한마디로 '깜놀'할만 한 비중이지요?! 중소형 독립호텔의 경우, P&L expense 항목에서 인건비나 외주용역비를 제치고 탑에 리스팅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6.


'OTA와의 계약을 끝내면 그만이지 왜 친한 척 하면서 계속 볼멘 소리냐' 하시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싫어도 갈라 설 수 없는 애증의 대상이걸랑요. 


농담 삼아 말하긴 했습니다만 OTA는 절대 '적'으로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모색해야 해요. OTA만큼 호텔에 객실을 물어다 주는 채널이 없거든요. Distribution Strategy를 짤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상이 이 OTA입니다.


더군다나 그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에요. 특히 독립호텔들의 경우 OTA에의 의존성이 심각할 정도인데 뽀족한 대안이 없습니다. 혼자 서려면 스스로의 명찰을 전세계 잠재고객에 알려야 하지만 엄청난 돈이 들겠죠?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돈을 하나도 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고객들이 알아서 호텔로 찾아 오게 하는 것이지요....... 허황된 꿈이지요? 잘난 전문가들은 얄밉게도 입바른 소리를 잘도 뱉어 내더군요. 


Be found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채널을 다변화해 호텔 정보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노출되도록 하라.


Tell your story

어떤 경로를 통하던 일단 호텔에 투숙한 고객에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이후 이들이 직접 호텔로 예약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을 강구하라.


틀리진 않은 말들이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하지만 이 보다 좋은, 다른 게 있으면 댓글 좀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술 한잔 쏠게요....... 2016 트립어드바이저 국내 호텔 탑으로 우뚝 섰던 신신호텔이 사용한 방법이 따지고보면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OTA, 깨소금이닷!' 할 만한 변수가 하나 등장합니다. 그 의미에 대해선 본고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더군요.


다음 포스트에서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구글, 적의 적은 친구인가? Google, OTA 그리고 호텔의 삼각관계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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